I Will Make You a King as a Possessor RAW novel - Chapter (50)
빙의자가 왕으로 만들어 드립니다-50화(50/275)
“서운하다.”
“오닉스, 이 쿠키 맛있다고 했지? 더 줄까?”
“이런 걸로 내 화가 풀릴 거 같냐?”
“일단 먹어 봐.”
“하하하하, 오닉스. 당연히 너한테 말해줄 거였지.”
그런데 언제부터 알아챈 거야?
오닉스는 그 질문에 ‘별 해괴한 클럽을 만든다고 했을 때’부터 라고 답했다. 레이먼이 그런 클럽을 아무 이득 없이 만들 놈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클럽을 통해서 무언가를 얻는 놈이 반드시 있어야 할 테고. 이 시점에서 오닉스는 유타를 의심했다. 하지만 확신은 없었다.
그런 와중 밀리포레가 퍼뜨린 ‘피데스 클래스의 시험지 비리’로 가장 큰 유명세를 얻게 된 게 유타였던 거다. 밀리포레 창간에 앞서 납치 사건으로 이름은 알려졌지만 그리 좋은 평판은 아니었다. 흐뭇한 얼굴이고 매너는 좋으나 왕이 될 그릇은 아니다- 정도가 소문의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평판이 바뀌기 시작했다.
매너도 좋고 능력도 있는. 그리고 이번 교류회를 기점으로 유타는 ‘매너도 좋고 능력도 있는 포레스튼의 영웅’이 된 것이다. 그럼 왜 자신에게 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는지도 납득이 됐다. 아마 저 새끼가 일부러 진 것도 그 맥락이겠지.
그 사실을 깨닫자마자 오닉스는 이놈들이 괘씸했다. 나름 한 학기를 친하게 지냈다고 생각했는데도 자신을 쏙 빼놓고 저들끼리만 그 비밀을 공유하고 있었다니!
오닉스는 갑자기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처음 알았을 땐 나름 이성적으로 대처하는 자신이 멋지다고 생각했는데 입으로 직접 내뱉으니 갑자기 분노가 치밀어 오른 것이다.
유타는 오닉스를 달래주기 위해 쩔쩔맸고 레이먼도 쩔쩔매는 척하며 쿠키를 내주었다.
“왜 말을 안 한 거야? 평민이라?”
“그게 무슨 상관이야.”
오닉스도 자기가 내뱉은 말이 별로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는 생각에 잠긴 얼굴로 유타의 답을 들었다. 장난스레 오닉스를 달래던 유타의 표정이 사뭇 다르게 변했다.
“네가 싫어할 줄 알았어. 레이먼은 뭐랄까. 너도 알잖아.”
“뭘?”
“뭔가 나를 앞으로 내세우고 싶어서 안달이라도 난 놈 같지 않았어?”
그건 맞지. 오닉스가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그 정도였나? 레이먼이 그를 흘긋 바라보았다. 오닉스는 제 대답을 취소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그래서 내가 먼저 제안했어. 같은 배를 타자고. 레이먼은 네게 말하고 싶어도 선택권이 없었을 거야.”
정답이다. 레이먼은 오닉스를 끌어들여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평민이라는 위치, 우수한 마법 실력과 냉정한 판단력. 오닉스는 유타에게 꼭 필요한 인재였다. ‘마탑’이라는 불특정 요소가 끼어든 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득실을 따지기엔 아직 때가 너무 일렀다. 여하튼 오닉스는 좋은 도구이자 친구였다.
하지만 그 친구를 배에 태우는 걸 결정하는 건 유타였다. 레이먼이 앞서서 나갈 수는 있었지만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신뢰도가 어마무시하게 높은 것도 아니었고 어떤 일이 벌어져도 책임을 질만큼 레이먼이 자신의 힘을 키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네가 서운할 만해. 이해해. 그런 기분을 느끼게 한 거 자체가 내 잘못이야. 우린 친구니까.”
“친구라고 생각은 했나 봐?”
“당연하지. 포레스튼에서 내 진정한 친구는 너와 레이먼뿐이야. 그래서 너에게 함부로 이야기할 순 없었어.”
레이먼의 유타의 눈을 바라보았다. 오닉스가 직시하는 그 붉은 눈.
붉은 달에 담은 진심을 어떻게 무시할 수 있으랴.
그건 오닉스 같은 이성적인 자식도 해내지 못하리라.
붉은 달이 오닉스를 온전히 담아냈다. 유타가 이어 말했다.
“네가 원치 않을 수도 있다는 경우의 수를 배제할 수 없었어. 이건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위험한 진실이야. 이 정도로 말을 했다는 건 너를 신뢰하는 것이기도 해. 그리고 네가 먼저 그 질문을 했다는 데에는 큰 의미가 있겠지.”
오닉스는 붉은 달 너머의 검을 바라보았다. 그는 오닉스를 믿지 않았다. 주인이 신뢰한다면 충신은 그를 의심해야 했다. 그래야 충신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할 수 있기에.
렌스는 오닉스가 어떤 대답을 하느냐에 따라 답변을 달리할 것이다. 이는 오닉스가 예상하지 못한 바가 아니었다.
오닉스는 자신이 마탑에 있는 모습을 들킨 순간부터 어느 정도 결심한 상태였다.
“네가 왕이 되면 소원 하나만 들어줘.”
“…뭔데?”
“네가 왕이 되면, 현 마탑주의 자격을 박탈시켜주라.”
***
“마탑주를?”
“왕은 가능하잖아.”
“그건 그렇지만.”
“마탑주랑 척지는 걸 왕실이 달가워하진 않겠지.”
그들의 대화에 레이먼이 끼어들며 말했다.
“하지만 네가 그런 말을 하는 건 이유가 있겠지. 뭔데?”
“마탑주가 싫으니까. 지금 마탑주가 그 자리에 오른 게 언젠지 알아?”
“25살.”
레이먼이 책에서 본 그대로 읊었다. 현 마탑주는 역대 마탑주 중에서도 최연소로 마탑의 주인의 자격을 얻은 인물이었다. 실력과 인맥. 모든 걸 갖추지 않으면 불가능한 자리였다. 그걸 25살에 쥐었다는 건 보통 사람은 아니라는 뜻이다.
“9서클에 올라야 그 지위에 도전할 수 있으니까. 뭐, 9서클에 오르기만 하면 마탑주에 오르는 건 식은 죽 먹기지.”
말이 도전 조건이지 스턴 왕국을 비롯해 주변 국가들 사이에서도 9서클 마법사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스턴에는 총 8명의 9서클이 있었고 그들 모두 왕국에서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는 인물들이었다. 마법이 모든 것이 근원인 나라에서조차 8명밖에 없는 존재, 그런 마법사에게서 마탑주의 지위를 빼앗아 달라니.
유타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생각을 정리한 그가 답했다.
“너 말이야, 단순히 너희 아빠가 싫다는 이유만으로는 그를 끌어내릴 수 없어. 설령 왕이라고 해도 말이야.”
“내가 원한다고 하면 이해할걸.”
“왜?”
“그리고 이미 말해뒀으니까, 그 머저리한테. 네 자리를 빼앗을 거라고.”
“…너 진심이야?”
오닉스는 한숨을 푹 내쉬곤 더벅머리를 북북 긁었다. 그는 한참 숨을 고르고 나서야 하고 싶은 말을 내뱉었다.
“그 새끼가 아빠는 맞지만 우릴 버리고 마탑으로 떠났었어. 어머니는 그놈만 바라보면서 날 키웠고. 마탑에서 일하고 있는 건 그놈이 날 자기 밑에 두고 싶어서 그렇게 만든 거고. 거부할 수야 있었지. 하지만 내가 그 기회를 차버릴 이유는 없잖아. 우릴 버리고 간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 나보다 소중했던 그 자리를 빼앗는 걸로.”
유타가 충격에 입을 벌리는 사이 레이먼은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올라가는 입꼬릴 가리기 위해서였다. 사실 마탑주의 아들 자체는 혈통 외에 특별할 건 없었다. 지위도 권력도 딱히 없는 자리였으니까. 마탑주는 세습되는 지위가 아니었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마탑주의 아들인 오닉스가 곁에 있는 걸로 얻을 수 있는 건 마탑과의 우호적인 관계, 그리고 그런 아들이 유타와 친한 사이라는 관계성 정도였는데.
‘버려진 왕자와 마탑주의 아들이 한 팀이 된다. 그리고 기존 세력을 몰아낸다.’
만약 오닉스가 마탑주가 된다면 왕위를 다지는 데에 아주 좋은 전력이 될 거다. 다만, 마탑주를 쫓아내려는 계획은 현실성이 부족하긴 했다. 애초에 자격도 없는 놈을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자리에 올렸다간 꼬마들의 철없는 반란으로 보일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이 정도 계산은 오닉스도 할 줄 아는 녀석이었을 텐데.’
예상대로 오닉스는 다른 조건을 추가로 내걸었다.
“내 사적인 복수 때문에 현 마탑주를 쫓아내는 건 왕조차도 어려운 결정이라는 걸 알아. 그러니까 약속하지. 네가 왕에 오를 때, 나도 9서클 마법사가 되겠어. 그럼 마탑주에 오를 수 있는 자격은 갖추는 셈이지. 아마 그때쯤이면 마탑에서 진행한 몇 가지 연구에 내 이름도 올라 있을 거야. 그러니 날 마탑주 후보로 내세워. 마탑주의 아들이 아버지의 대를 이으려고 나왔다 하면 불만도 적겠지.”
“……”
오닉스의 치밀한 계획에 유타도 어느 정도 설득당한 듯했다. 유타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 그를 바라보았다. 뭐, 어떤 결과가 나올진 이미 알고 있었지만.
유타는 픽 웃음을 터뜨리며 손을 내밀었다.
“좋아. 미래의 마탑주가 내 편이라니, 이보다 좋은 일은 없지. 이걸로 우리 셋은 모두 같은 배에 탄 거야.”
“나도 손을 잡아야 하나?”
“삼자 악수라도 하자고?”
오닉스가 인상을 찌푸렸다. 남정네 셋이 손을 잡는 건 싫은데.
그때 유타의 눈이 잠시 흔들렸다. 자신이 왕자가 아닌 왕녀고, 유타가 아닌 유리아라는 본명을 갖고 있다는 걸 알려야 할지 눈치를 보는 듯했다. 레이먼은 눈빛으로 최선을 다해 ‘절대 안 돼.’라고 텔레파시를 쏘았고 불행 중 다행히 유타는 그 뜻을 알아차렸다.
악수가 끝나고 오닉스가 테이블 위 쿠키를 하나 집어 들었다. 공식적으로 ‘화가 모두 풀렸다.’를 인정하는 순간이었다.
“레이먼, 앞으로는 내 기사 쓸 때도 신경 써야겠다.”
셋이 함께라면 셋의 이미지 모두 좋아야 한다는 의미였다.
오닉스의 당부에 레이먼이 기사를 정리하며 말했다.
“오닉스. 내가 내 친구의 이미지를 망칠 리가 없잖아.”
“이미 내 인생은 네가 망쳐놓고선.”
“자기가 멋대로 탑승해놓고는 무슨.”
“기사나 잘 써.”
“말 안 해도 잘 쓸 거다. 이미 네가 읽어봤잖아.”
“그건 그렇지.”
오닉스는 그렇게 시비를 털고선 피식 웃었다. 그건 레이먼도 마찬가지였다.
***
오전 8시 30분. 수업 전 강의실로 향하던 학생들의 발걸음들이 모두 각각의 장소에서 멈춰 섰다. 장소는 제각각이었지만 그 앞에 있는 인쇄지의 형태는 모두 같았다.
“밀리포레다!”
신학기 첫 밀리포레가 발행되었다. 학생들은 생활관과 교육관, 클럽 하우스 곳곳에 비치된 밀리포레를 집어 들었다. 1교시가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다들 밀리포레에 실린 기사 얘기로 시끌벅적했다. 방학 중 특별호를 제외하고선 첫 밀리포레 소식이었다.
학생들은 모두 밀리포레 5호지를 눈이 빠지도록 기다리고 있었다.
“무슨 내용이 실렸어?”
“네가 와서 읽어봐.”
[ 밀리포레 5호 ]……5호에서는 교류회 때 관중석에서는 알지 못했던 진실과 소식에 대해 이야기할 차례다. 가장 먼저 지금 가장 핫한 소문의 진위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바로 포레스튼의 대표단인 1학년 오닉스가 에글린턴으로 전학을 갈지 말지에 대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