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Make You a King as a Possessor RAW novel - Chapter (51)
빙의자가 왕으로 만들어 드립니다-51화(51/275)
[ 밀리포레 5호 ]……5호에서는 교류회 때 관중석에서는 알지 못했던 진실과 소식에 대해 이야기할 차례다. 가장 먼저 지금 가장 핫한 소문의 진위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바로 포레스튼의 대표단인 1학년 오닉스가 에글린턴으로 전학을 갈지 말지에 대해서 말이다. 그리 놀랍지 않게도, 우린 오닉스 학생의 의견을 쉽게 얻어낼 수 있었다. 사실 그도 밀리포레 클럽의 일원이거든! 몰랐지?
“오닉스도 밀리포레였어?”
“몰랐냐?”
“시끄러우니까 다음 거나 계속 읽어봐.”
오닉스는 말했다.
이 멍청한 놈들. 내가 이기면 경기가 재미가 없잖아.
물론 이 말은 사실이 아니다. 사실 그날 오닉스는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불쌍한 오닉스. 그가 완드를 들 수도 없을 정도로 힘겨운 상태였다는 걸 밀리포레의 일원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그는 대표단이었고 임무를 수행해야 했다. 그때, 뒷좌석의 유타는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쫄지 마. 다음은 나니까.
인정하자. 어떤 1학년이 이런 닭살 돋는 멘트를 칠까. 같은 클럽인 작성자조차도 치를 떨 멘트였지만, 그날의 오닉스는 이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결국 오닉스는 버티지 못하고 패배를 선언했지만 약속했던 대로 유타는 다음 차례를 잘 마무리 지었다.
(중략)
자. 여러분, 우리 포레스튼은 승리를 차지했고 4학년 디찬 모턴은 영예로운 수상의 영광을 얻을 수 있었다. 얻을 수 있는 최고의 결과였다. 그리고 그녀는 1등 부상으로 포레스튼 클럽 하우스에 1만 벨을 기부하고 싶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덕분에 밀리포레가 쓰고 있던 001호실은 지상으로 올라가게 되었다는 소식을 알린다! 부자 디찬 모턴 만세!
그럼 교류회 소식은 여기까지.
– 2면부터는 선택 수업과 교수들의 평판에 대한 소식이 실려있습니다.
*프리미엄 호에는 더욱 자세한 내용이 실려있을지도?
밀리포레를 읽은 학생들, 읽지 않은 학생들 모두 그날 오닉스를 매우 측은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나 사실 그날 오닉스는 매우 건강한 상태였으며 유타 역시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었다. 오닉스가 이 가식으로 가득 찬 신문을 허락한 이유는 하나였다. 자기 이미지에 좋았으니까. 유타 역시 기사를 읽고 매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 이유도 하나였다.
자기 이미지에 좋았으니까.
강의실에 앉은 유타 주변으로 학생들이 가득 몰려들었다. 그녀들의 눈에는 하트가 가득했다. 유타는 그녀들의 시선을 한껏 즐겼다.
“유타, 그날 네 승리는 정말 한 편의 소설 같았어.”
“그러니까! 오닉스에게 그런 말을 해준 것도 정말이야?”
그들의 질문에 유타는 멋쩍은 듯 볼을 살짝 긁으며 답했다.
“레이먼이 그런 것까지 실었어? 조금 부끄러운걸.”
“역시 왕자는 다른가 봐.”
“무슨 소리야. 왕족이니 왕자니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친구가 아프니까 힘이 되는 말을 해줬을 뿐이야. 너희들이었어도 난 똑같이 말했을 거야.”
말은 잘해. 옆자리에서 그들의 노골적인 칭찬 핑퐁을 듣고 있던 레이먼은 기가 찰 정도였다. 기사에 쓸 멘트를 정해준 건 유타였으니까.
– 이 멘트는… 너무 느끼하지 않냐?
– 그 정도는 돼야 임팩트가 있잖아. 잘 커버할게.
– 그래, 뭐.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잘 보니 왕의 자질은 ‘세치 혀’ 일 수도 있겠다.
레이먼은 유타의 뒤에 선 렌스를 곁눈질했다. 조금만 봐도 렌스가 유타, 그러니까 유리아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아, 물론 유타가 여자라는 걸 알았을 경우에 말이다. 렌스는 거북한 얼굴로 유타 주변에 모인 학생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는데 레이먼은 그 광경을 볼 때마다 웃음이 나왔다.
‘나중에 왕이 되면 어쩌려고 저러냐.’
그땐 학생이 아니라 뱀 같은 늙은 귀족들이 유타 주변을 노릴 텐데.
‘그땐 여자인 걸 밝히겠지? 그렇게 되면 기둥서방이라도 만들려고 제 아들을 소개해주려는 놈들이 들러붙겠군.’
꼴이 아주 볼 만 하겠어. 레이먼이 키득거리는 사이 1교시 시작 종이 울리고 학생들이 아쉬운 얼굴로 흩어졌다.
1학년 시간표는 2학년 클래스장의 추가 수업을 제외하고선 1학기와 거의 비슷했다. 대부분 1학기 수업에 2 혹은 심화라는 단어가 붙었을 뿐이니까. 수업은 여전히 쉬웠다.
레이먼은 맨 앞줄에 앉아 졸았지만 어떤 교수도 그를 혼내지는 못했다. 졸고 있는 애를 깨워 질문하면 수업 내용을 거의 줄줄 외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레이먼이 졸고 있지 않은 날은 오히려 교수들이 긴장하기도 했는데, 실수라도 하는 날엔 레이먼이 손을 들어 수식의 오류를 지적하곤 했기 때문이다.
물론 레이먼이 졸고 있는 날에도 말썽쟁이 두 녀석 때문에 집중을 풀 순 없었다.
기프트 클래스의 유타와 오닉스도 레이먼과 비슷할 정도로 실수를 잡아냈기 때문이다.
1학년이 모두 함께 이동하는 수업이 끝나고 마지막 시간. 클래스 1학년들은 각기 다른 선택 수업을 위해 흩어졌다. 대부분 실내 수업이었다.
“왜 우린 야외야?”
하지만 ‘마법 추리학’ 수업은 예외적으로 야외였다. 클럽 하우스 훈련장에 모인 그들이 볼멘소리로 투덜거렸다.
차라리 훈련장이면 몰라. 그러니까 말이야, 왜 굳이 여긴데? 클럽 하우스는 너무 멀어! 예배당보다 멀잖아! 대체 뭘 하려고 우릴 훈련장까지 부른 걸까?
학생들이 쑥덕이는 소리가 훈련장에 크게 번질 때쯤, 지프 아그닐이 안쪽으로 걸어 들어왔다. 그 옆에는 커다란 소용돌이 완드를 들고 있는 남자가 따라왔다. 그 완드의 크기에 학생들이 더욱 크게 숙덕댔다.
완드 크기와 마법 실력은 상관이 없었으나, 실력이 좋지 않은 마법사는 커다란 완드를 쓰지 않았다. 그러니까 제 키만 한 저런 완드를 말이다. 망토를 뒤집어쓴 남자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는데, 학생들 모두 그를 ‘지프 아그닐이 데려온 고문 마법사’라고 생각했다.
그 예측은 실제로도 맞았다.
“훈련장으로 부른 이유는 교육관의 운동장보다 이곳이 더 넓고 마법을 덮어씌우기 더 좋아서다.”
“마법을?”
“덮어씌워?”
학생들이 다람쥐처럼 고개를 옆으로 기울였다. 뭘 덮어씌운다는 거지?
“이 정도면 되겠나?”
지프 아그닐이 망토 마법사에게 묻자 그는 주위를 한 번 둘러보고선 고갤 끄덕였다. 지프 아그닐은 능숙하게 아이들에게 선 밖으로 나가 있으라 명령했고 아이들은 따랐다. 레이먼 역시 그의 말에 순순히 따랐다. 마법사는 훈련장을 전부 채울 만큼 커다란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뭘 그리는 걸까?”
“이렇게 큰 마법진은 처음 봐. 혹시 용이라도 소환하려는 거 아니야?”
“뭔 용이야. 넌 17살이나 먹고 아직도 아직도 그런 헛소리를 믿는 거냐?”
“헐, 미친. 나 17살이야?”
“3월이니까.”
학생들이 실컷 잡담하는 사이, 레이먼은 마법사가 그리는 마법진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옆에 서 있던 유타가 선수 치듯 답을 속삭였다.
“저거 공간 마법이지?”
“뭐야, 어떻게 알았어?”
“딱 보니 그렇네. 좌표가 여러 개라 복잡해지긴 했지만.”
“좌표가 적어도 5개 이상이야. 이 정도면 마을 하나를 가져올 정돈데?”
마지막으로 오닉스가 끼어들어 레이먼이 덧붙일 말이 하나도 없었다.
그들의 예상대로 마법사는 공간 마법을 사용했다. 오닉스의 말이 끝나자마자 마법진이 환한 불꽃을 내며 타올랐다. 푸른색과 주황색이 섞인 강한 불길이었다.
“우아아악- 다 탄다!”
“…하나도 안 뜨거운데?”
“어? 그러게.”
“다들 안심해. 이 불꽃은 전혀 뜨겁지 않으니까. 자, 이제 불길이 이곳을 한 번 덮칠 거다. 모두 놀라지 말도록.”
불길은 클럽 하우스 전체를 덮었다. 클럽 하우스는 다양한 클럽들이 있는 만큼 생활관보다 배 이상 큰 넓은 부지였는데 불길은 그 전체를 모두 덮었다. 놀란 아이들이 눈을 질끈 감았다. 레이먼도 마찬가지였다.
눈을 떴을 때 그들은 전혀 다른 공간에 있었다.
“어라, 여기는…”
“…어디지?”
“여기 수도잖아? 수도의 소여 스트릿이야!”
정갈한 돌길과 잘 정돈된 정원이 집집마다 마련된 주택들이 보였다. 아기자기한 소품샵부터 수도 맛집으로 소문난 소여 스트릿의 스프 레스토랑이 그들 바로 옆에 있었다. 어떤 학생은 놀라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이 정도로 큰 마법을 쓴다고?”
레이먼이 하늘을 바라보았다. 뾰족한 지붕이 특징적인 소여 스트릿의 특성 때문에 하늘이 삼각형으로 잘려 있었다. 완벽한 공간 마법.
시선이 자동으로 지프 아그닐이 데려온 ‘그’ 마법사에게 향했다. 마법사는 힘든 기색 없이 지프 아그닐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내 생각보다 아그닐 상회의 발이 더 넓었던 모양이야.’
학생들의 고개가 정신없이 돌아가는 사이, 대화를 마친 지프 아그닐이 광장 앞으로 걸어 나왔다. 텅 빈 훈련장 중앙은 어느새 화려한 석조 분수대가 물을 내뿜는 광장으로 변해 있었다.
“다들 아시다시피 여긴 수도의 소여 스트릿이다. 이번 공간 마법으로 옮겨온 건 한 2년 전의 소여 스트릿이겠군. 거기 너, 네 뒤로 보이는 가게 이름이 뭐지?”
“아, 그게… 잠시만요. 타미 스프입니다! 어라, 그런데 얼마 전에 갔을 때 여기 과일 가게였는데.”
“그래, 타미 스프는 1년 전에 폐업했다. 지금 사용된 공간 마법은 과거를 그대로 재현시키는 마법으로 시간은 원래 공간보다 몇 배 빠르게 해뒀다. 한 번 수업에 3일이 흐른다고 생각하면 된다.”
2년 전의 소여 스트릿. 그땐 이 몸에 들어오기도 전이잖아.
레이먼은 서재와 도서관에서 읽은 잡지와 신문을 복기했다. 2년 전, 소여 스트릿, 거기서 추리학 시간에 쓸만한 사건이면.
아니, 이걸 읽은 건 잡지나 신문이 아니다. 전 레이먼의 일기장. 일기장에는 미래의 일 뿐만 아니라 과거의 일도 적혀 있었으니까.
스턴력 459년 3월….
나라면 이 사건을 해결할 수 있었을 텐데. 소여 스트릿의 연쇄….
“연쇄… 절도 사건?”
레이먼이 낮게 읊조렸다. 그 목소릴 들었는지 지프 아그닐이 그대로 레이먼을 가리키며 외쳤다.
“레이먼 반 스플린! 다시 말해봐라!”
꽂히는 시선들 사이에서 레이먼이 느리게 답했다.
“설마 연쇄 절도 사건…을 재현하실 겁니까?”
그 말에 지프 아그닐이 이가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환하게 웃었다. 정작 레이먼의 말에 학생들의 얼굴은 사색이 되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소여 스트릿의 연쇄 절도 사건? 그거? 2년 전에?”
“하지만 그건….”
학생들의 불안 가득한 대화를 무시하며 지프 아그닐이 양팔을 쫙 펼쳐 보였다. 그가 말했다.
“그래, 잘 밝혀냈구나. 이번 마법 추리학 시간의 첫 수업은 2년 전 소여 스트릿의 ‘연쇄 절도 사건’에서 시작할 거다!”
왜냐면 그 사건은,
“하지만 교수님!”
“그 사건은….”
“아직도 미제잖아요!”
아직도 범인이 누군지 밝혀지지 않았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