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Make You a King as a Possessor RAW novel - Chapter (53)
빙의자가 왕으로 만들어 드립니다-53화(53/275)
“완드 파는 곳으로 가야 하나?”
“아니지, 목재 가게로 가야지. 완드가 도난당한 게 아니라 목재가 도난당한 거잖아.”
착실하게 정보를 조사해온 아이들은 도난품이 뭔지 알고 있었다. 바로 완드용 목재.
그런데도 의견이 갈렸다. 물론 그들의 주장이 갈리게 된 것에는 각자 논리적인 근거가 있기도 했다. ‘언제’ 목재를 도난당했는지는 신문에 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마법용품 가게는 직접 완드를 제작하기 때문에 가게마다 마련된 창고에 목재를 보관해둔다. 만약 도둑이 목재를 노린다면 가게의 창고를 노렸을 가능성도 있었다. 상회보단 감시가 덜 삼엄하기 때문이다.
학생들도 두 갈래로 나뉘었다. 소여 스트릿의 가장 큰 완드 가게로 향하는 아이들과 아그닐 상회를 비롯한 다양한 상회들의 창고가 모여있는 곳으로 향하는 아이들.
하지만 레이먼은….
‘나름 잘 추리하는 것 같지만 아쉽게 됐네.’
둘 다 아니었다. 유타의 제안 덕분이었다.
유타는 수업이 시작하자마자 아그닐의 고문 마법사에게 다가갔다.
“소여 스트릿의 어디까지 재현되어 있나요?”
“전부입니다. 소여 스트릿으로 통하는 뒷산부터 소여 스트릿이 끝나고 새로운 스트릿이 시작되는 곳까지. 사람, 동물, 사물. 모든 것을 재현했습니다.”
마법사의 친절한 답변을 들은 유타가 결정한 목적지는 상회의 창고도 완드 가게도 아니었다.
“그러니까 네 말은”
오닉스가 물었다.
“소여 스트릿 뒷산으로 가자 이거야?”
“응.”
“다른 애들은 전부 가게나 상회 쪽으로 향했는데도?”
테디가 불만 섞인 표정으로 물었다.
“만약 우리의 선택이 틀리면 입지가 너무 불리해지지 않나?”
뒷산은 왼쪽과 오른쪽으로 갈라진 상회 및 가게의 위치와 꽤 먼 거리였다. 즉, 뒷산을 간다는 건 두 장소를 완전히 버린다는 뜻이 된다. 테디의 질문은 그런 위험을 감수하기 싫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러나 유타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괜찮아.”
그 확신 가득한 얼굴에 테디의 불만이 솟아올랐다. 테디는 자신의 의견이 존중받고 있지 않다고 여겼다. 게다가, 게다가! 레이먼의 옷이 짜증을 돋웠다. 결국 테디의 눈썹은 송충이처럼 찌푸려졌다. 그가 말했다.
“이유가 있다면 제대로 말을 해라. 가자고 말만 하지 말고.”
“워워, 테디 진정해.”
“오닉스. 넌 닥쳐.”
“뭐? 뭘 닥쳐?”
“테디 베어릴, 진정해. 지금부터 이유를 말해줄 거야. 게다가 네 의견을 무시하는 것도 아니야.”
결국 레이먼이 나서 상황을 진정시켰다. 테디는 레이먼의 얼굴과 옷차림새를 꼬나보고선 휙 고갤 돌렸다. 더 이상 보고 앉아있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테디, 네 의견을 무시하는 게 아니야. 잘 생각해봐. 마법사의 마법에 무의미한 식이나 공간은 없어. 즉, 소여 스트릿의 초입을 들어서는 저 뒷산도 이 수업에 꼭 필요한 공간이라는 소리야. 게다가 잊으면 안 돼. 소여 스트릿에 가게나 창고가 가득해진 이유가 있잖아.”
소여 스트릿엔 소여 스트릿만의 특징이 있었다.
“이유? 소여 스트릿에 창고가 생긴 건 물품이 들어오는 뒷산하고 가까워서…… 아!”
“그래, 바로 뒷산. 스트릿 중에 유일하게 외부와 연결된 정문이 있는 곳은 여기뿐이야. 목재도 반드시 저쪽으로 들어올 테고.”
“하지만 저쪽에서 물건을 훔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워. 너도 그걸 알 텐데?”
하나 테디 베어릴 역시 멍청한 학생은 아니었다. 뒷산의 도적이 목재를 훔쳤을 가능성. 그걸 누가 생각하지 못하겠는가.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뒷산은 범행 장소가 될 수 없다 단정 지었다.
“뒷산은 아그닐 상회의 비호를 받으니까. 스트릿에 들어오기 전까지 수도에 들여오는 물건들은 전부 아그닐 상회의 책임이야.”
“정말?”
오닉스는 몰랐다는 얼굴이었다. 레이먼이 대신 답했다.
“대외적으로 알려진 사실은 아니야. 상회와 관련이 있거나 권력 좀 쥐었다 싶은 귀족쯤 되면 알 수 있지.“
“그래? 그럼 나 같은 평민 나부랭이는 모를만해.”
오닉스가 어깰 으쓱하며 말했다.
테디는 그런 의도는 아니었다는 듯 잠깐 곤란한 얼굴을 지었지만 원래의 무표정한 얼굴로 금세 되돌아왔다.
“자기의 치부를 직접 드러내는 일을 하겠어? 거기서 도난을 당했다는 건 전부 아그닐 상회의 책임이라는 말이 되는 거라고. 그런데도 뒷산을 가자는 거야?”
테디의 말은 논리적이었다. 하지만 유타 역시 제 뜻을 굽힐 생각은 없어 보였다.
“테디, 좋아. 네 말은 모두 이해했어. 하지만 어차피 오늘은 1일 차잖아. 그렇다면 오늘 뒷산을 가고 다음 수업 땐 네 말대로 가게나 창고에 가보는 건 어때? 뒷산에서 아무 일도 없다면 네 말이 맞는 거고 찝찝하지 않게 다음 수업으로 나아갈 수 있잖아? 어차피 답을 말하는 건 마지막 수업 때니까 점수가 깎일 일도 없을 거야.”
유타는 침착하게 테디를 설득했다. 테디는 ‘굳이 그런 시간 낭비를…?’ 이라고 생각하다 결국 유타의 말에 수긍했다. 아무래도 테디 자체는 그렇게 나쁜 놈은 아닌 듯했다. 하는 말도 전부 논리적이었고 감정에도 이유가 있었으니까. 게다가 유타를 그리 싫어하지도 않았다. 도리어 그렇게 말싸움을 벌이고 나서도 흘겨보는 쪽은 레이먼이었으니까.
‘날 왜 이렇게 싫어하는 거야?’
뒷산으로 향하는 길에도 테디는 계속해서 레이먼을 쳐다보았다. 처음엔 곁눈질이더니 갈수록 눈에 불꽃이 튀었다.
결국 참다못한 레이먼이 테디에게 질문했다.
“야, 혹시 내가 너한테 뭐 잘못한 거 있나?”
“…아니, 없다.”
[ 눈치 특성이 발동합니다. ] [ 동급생 테디 베어릴의 거짓이 간파됩니다. ] [ 저 단추 뒤로 튀어나온 실. 태워버리고 싶다. 게다가 저 달랑거리는 단추는 뭐야? 시종인이 저런 것도 관리하지 않는 건가?]응?
***
[ 저 단추 뒤로 튀어나온 실. 태워버리고 싶다. 게다가 저 달랑거리는 단추는 뭐야? 시종인이 저런 것도 관리하지 않는 건가?]레이먼은 시스템창에 떠오른 말을 다시 읽었다. 눈을 비비기도 했다.
‘진짠가?’
레이먼은 다시 한번 테디 쪽을 바라보았다. 그리도 한 번 더 말을 붙였다.
“정말 없어? 정말로? 신경 쓰이는 게 없다고?”
“없다.”
[ 눈치 특성이 발동합니다. ] [ 동급생 테디 베어릴의 거짓이 간파됩니다. ] [ 있지. 하지만 내가 바느질에 능숙하고 네 단추 실을 태운 뒤엔 다시 매듭지어주고 싶다고 말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그러니까 제발 나한테 그런 걸 물어보지 마. ]아무래도 테디 베어릴은 꽤나 테* 베어 인형스러운 특기를 가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날 싫어한 게 아니라면 다행이군.’
니콜은 요리나 짐 싸기엔 능숙했지만 바느질과 같은 섬세한 일에는 능률이 떨어지는 편이었다. 그래서 종종 실이 튀어나오거나 구멍 난 옷을 잘못 꿰맬 때도 있었다. 그러나 레이먼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옷이 많았고 이젠 주머니도 두둑했기에 마음에 들지 않는 옷이 있다면 새로 사면 됐기 때문이다.
’단추, 달아달라고 할까.‘
***
소여 스트릿의 뒷산으로 가는 길엔 학생이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마법으로 재현된 마을 사람들이 종종 그들에게 말을 걸 뿐이었다.
뒷산으로 나간 그들은 마차들이 들어오는 길목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 잡았다. 더 안으로 들어가고 싶었지만 투명한 막이 그들을 막아 세웠다. 아무래도 이곳이 마법의 가장 끝인 모양이었다. 그러나 그 너머의 풍경이 보이지 않는 건 아니었다. 드넓게 펼쳐진 초원과 구불구불한 황토색 길, 푸른 하늘이 그들 뒤로 펼쳐져 있었다.
투투투투. 투투투투투.
잠시 풍경을 살피자니 멀리서부터 말발굽 소리보다 작은 소리가 들려왔다.
“왔다.”
무언가 가득 실은 마차가 막 너머로 보이기 시작했다. 말이 없는 마법 마차에서는 투투투- 라는 작고 특이한 소리가 났다. 이 소리는 파리가 날갯짓하는 소리와 비슷했다. 마법 마차 뒤로 커다란 천막이 쳐진 짐칸이 보였다.
“저 짐칸에 목재가 실려 있겠지?”
“아마도.”
“이 시점에 들어오는 재료가 목재뿐인가.”
“어, 이때 상회의 주문표 스케줄을 확인했는데 이번에 들어오는 건 목재뿐이야.”
“그것도 확인했어?”
레이먼의 답에 오닉스가 놀라 되물었다.
그러나 그 대답을 듣기도 전, 유타가 입술 위로 검지를 올렸다. 쉿. 그들 모두 숨을 죽이고 마차가 막을 통과해 안으로 들어오길 기다렸다.
투투투투투-
주변에 느껴지는 마법은 없었다. 그들이 아닌 누군가 발동한 마법이 없다는 뜻이다. 레이먼은 투시 마법으로 마차와 짐칸 내부를 살폈다. 마차는 총 6인승이었는데 안에는 아그닐 상회 1명, 중개업자 1명이 타고 있었다. 느껴지는 마력 양으로 봐서 다른 4명은 마법사인 듯했다.
레이먼은 일기장의 문구를 떠올렸다.
‘스플린 가에서 납품하는 목재가 첫 목표물이었지. 그래서 마법사를 4명이나 붙인 건가?’
그때였다. 테디가 자리에서 일어날 뻔한 걸 유타가 어깨를 눌러 막았다.
쉿.
유타의 등 뒤에서도 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침묵이 흘렀다. 잠시 후 그들은 사건이 어떻게 발생한 것인지 목격할 수 있었지만 마차가 도난당하는 걸 막을 순 없었다. 마차가 달려가는 길, 그 바로 밑에 검은 구멍이 생겨난 것이다.
‘저건…… 워프? 아니면 웜홀?’
마차는 순식간에 모습을 감췄다. 공간 이동 마법이었다. 이동 마법 자체가 어렵진 않았다. 파훼하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기이했다. 레이먼이 투시 마법으로 본 마차의 마지막 모습. 마차 내부의 마법사 중 3명은 어떤 마법도 쓰지 않았다. 도리어 혼란스러워했다. 그들은 마법을 사용할 수 없는 듯 애꿎은 완드만 휘둘러댔다. 그러나 1명. 그 1명은 태연자약한 태도로 마법을 쓰고 있었다.
타인의 마법 사용을 방해하는 마법을 말이다.
그렇게 마차는 사라졌다. 길이 텅 빈 지 3초가 흐른 뒤에야 풀숲 뒤의 4명이 파하! 숨을 터뜨렸다.
“뭐야.”
“왜 말렸지? 사건을 막을 수 있었잖아.”
“얜 또 뭔 헛소리야?”
테디의 분노에 오닉스가 대꾸했다.
“우리가 그걸 바꿀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시공간 마법이 그 정도로 만능은 아니라고. 애새끼가 몰입을 빡시게 했네. 그리고 이건 과거에 이미 일어난 사건이야. 바꿔서 어떻게 할 건데? 멍청이야?”
“뭐?”
“뭐. 애새끼야.”
“둘 다 진정해.”
잎사귀가 붙은 무릎을 탁탁 털며 유타가 일어났다. 단정한 유타의 옷은 그 소란이 있었는데도 여전했다. 테디 베어릴은 그 옷매무새를 보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레이먼은 그 꼴을 보고 ‘특이한 놈.’이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오닉스 말대로 일어날 사건은 일어나. 이걸로 과거가 바뀌지도 않고. 일단 여기서 얻은 수확을 정리해볼까?”
“사용된 마법은 공간이동마법. 마차 자체가 납치된 거고 장소는 뒷산. 범인은 알 수 없음.”
“고마워, 레이먼. 그럼 우리 어느 정도 답을 찾은 거 같은데. 아니야?”
유타가 테디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은 ‘내가 맞았지?’라는 승리의 감정을 내포했다. 테디도 그걸 눈치챘는지 간결히 대꾸했다.
“그래.”
“음, 좋아.”
때마침 수업 종료를 알리는 종이 울려 퍼지고 하늘에서부터 서서히 마법이 풀리기 시작했다. 수업이 끝나고 테디는 살짝 삐진 얼굴로 걸음을 옮겼다. 레이먼은 그의 뒤를 살살 뒤쫓았다. 다람쥐처럼 따라온 레이먼을 눈치챈 테디가 단추에 갔던 시선을 서둘러 얼굴로 돌리며 물었다.
“조금 뜬금없겠지만 한 가지 물어볼 게 있는데.”
“뭐지?”
“테디, 너. 혹시 바늘 있어?”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