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Make You a King as a Possessor RAW novel - Chapter (57)
빙의자가 왕으로 만들어 드립니다-57화(57/275)
포레스튼은 구름 위에 있었고 학기 중엔 비행 마차가 운행되지 않았다. 개인이 소유한 비행 해마나 카펫, 빗자루 등을 타고 아래로 내려가는 건 허용되지 않았고.
즉, 자유 시간을 허락받았다 해도 추리학 시간에 마을로 내려가는 건 불가능하단 소리였다. 그러나 오닉스는 당연하다는 듯 어깰 으쓱하며 답했다.
“마차 타고 가야지.”
“그러니까 어떻게.”
“그 상회 아저씨가 타고 온 게 있을 거 아니야. 아니, 교수님.”
“그걸 타자고?”
“어차피 수업 시간엔 교수님이 자릴 비우지도 못하잖아. 난 무조건 내려가야겠어. 그 아저씨는 어차피 허락할 거고. 너희들… 나랑 같이 갈 거지?”
떠보는 말에 레이먼이 눈썹을 구겼다.
“음, 그래. 같이 가는 거야 상관없긴 한데.”
왜 굳이 내일인 거지? 가만 보면 두 번째 과제 전까지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었던 것도 오닉스였다. 게다가, 오늘의 오닉스는 수상할 정도로 단호했다. 왜 이러는지 모를 정도로 말이다. 단순히 밖으로 나가고 싶은 정도가 아닌 듯했다.
레이먼은 잠시 고민하다 말을 꺼냈다.
“그럼 다음 수업 때 가자.”
“아냐, 내일 나가야 한다고.”
“왜 내일인데? 그럼 오늘은.”
“…오, 오늘도 아니야.”
“놀러 가고 싶으면 오늘 당장도 괜찮잖아.”
“오늘은 추리학 수업이 없는 날이잖아.”
수업을 듣는 5일 중 물의 날과 금의 날엔 추리학 수업이 없었다.
“그럼 다음 주…”
“됐어, 나 혼자 내려가면 되지. 유타 너는?”
“음, 난 고민해볼게.”
“됐다, 너희들한테 뭘 바라.”
오닉스는 화가 잔뜩 난 듯 쾅쾅대며 방을 나섰다. 레이먼와 유타는 서로를 마주 보았다.
쟤가 대체 왜 저래? 정말 간식거리를 사 오지 못해서 저러는 걸까? 하지만 그 정도는 배달되잖아. 포레스튼의 심부름 벌레한테 시키면 되는 거 아니야? 그러니까. 아니면 우리한테 숨기는 게 있는 거지. 두 사람이 잔뜩 숙덕거린 끝에 내린 결론은.
***
“내려간다고?”
“응, 나만.”
레이먼과 유타가 내린 결론은 ‘둘 중 한 명만 같이 내려간다.’였다. 그러면 대체 오닉스가 왜 저렇게 포레스튼을 탈출하고 싶어 하는지 알 수 있겠지.
“좋아. 역시 왕족이 의리가 있네. 공작가는 의리가 없어.”
“나는 그날 내려갈 수가 없어. 그날은 버틀러 회의 때문에 오후 수업은 아예 빠져야 하는 상황이란 말이야.”
운이 좋았다. 마침 버틀러 회의도 이번 주에 잡혀 있었다. 정말로. 아니, 정말이라니까?
“그깟 버틀러 회의가 그렇게나 중요해?”
“네 일탈보다는. 첫 회의라 안 빠지는 게 좋아. 어차피 너 내려가서 간식만 왕창 사서 돌아올 거잖아. 아니야?”
“그거야 그렇지.”
“근데 조금 뜬금없겠지만, 테디한테는 안 물어봐?”
유타가 물었다.
“그래도 우리 같은 조였잖아. 앞으로의 수업도 조별 활동이면 쭉 같이 수업을 들을 것 같은데.”
“그놈이 우리랑 어울리고 싶어 할까?”
‘엄청 어울리고 싶어 하지.’
레이먼은 바느질 말고도 테디의 속마음을 읽을 수 있었는데, 그는 의외로 사람을 굉장히 챙겼다. 그게 애정에서 비롯된 행동인지, 천성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만약 오닉스가 함께 땡땡이 치자- 라고 말을 건다면 아마 테디는 군소리 없이 그 말에 따를 것이다. 아마도…
음, 아니. 잔소리를 조금 할 수도 있겠군.
‘뭐 그거야 내가 감당할 몫은 아니지.’
다음 날 아침, 오닉스는 곧장 교무실로 달려갔다. 수업이 있는 날이면 지프 교수도 오전부터 교무실에서 하루 일정을 정리했기 때문이다. 수업을 빠지고 마차를 훔치겠어요! 라는 말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 그래, 네가 정말로 그럴 줄은 몰랐다만. 원한다면 내려가야지. 가는 길에 사고라도 나서 마차가 뒤집혀 구름 위로 떨어져도 난 책임은 못 진다.
허락은 허락이었으므로, 오닉스는 소여 스트릿에 내려가게 되었다. 테디도 함께였다. 대충 들어보니 간밤에 테디의 방에 찾아가 함께 내려가잔 말을 꺼낸 모양이었다.
점심을 먹은 뒤, 레이먼은 곧장 클럽 하우스 방향으로 꺾었다. 버틀러 회의는 학생회 건물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다. 평소대로 아무도 찾지 않는 예배당을 지나가는 도중이었다.
“모든 일이 옳은 방향으로 흘러가길 바랍니다.”
그때, 안에서 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모르는 목소리는 아니었다. 분명 자신이 알고 있는 남자의 목소리였다. 회랑을 지나던 레이먼의 발걸음이 느려진 것은 그 때문이었다. 레이먼의 고개가 서서히 예배당 문 쪽으로 돌아갔다. 앞을 향하던 운동화 끝이 옆으로 돌아섰다.
숨죽인 소년이 슬쩍 열린 문틈으로 눈동자를 슬쩍 끼워 넣었다. 촛불이 드리운 어두운 공간. 예배실엔 학년 전체가 들어갈 만한 긴 의자들 여러 개가 늘어서 있었고 그 앞엔 밤하늘을 담은 검은 담요가 걸려 있었다.
그 앞엔 한 남자가 무릎을 꿇은 채 기도 중이었다.
“만약 그 모든 일이 옳은 방향이 아니라면 제게 그 열쇠를 -.”
‘매너스 3왕자?’
레이먼은 애써 정신을 다른 곳에 돌린 채 시선은 한 곳에 고정했다. 어둠에 잘 어울리는 검은 머리카락과 넓은 어깨. 그가 천천히 바닥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붉은 시선이 한순간에 문 너머 붉은 머리에 꽂혔다. 레이먼은 당장 자리를 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피하지 않으면 매너스가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하지만 돌처럼 딱딱하게 굳은 몸은 도통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저 끝에 서 있던 매너스는 어느새 레이먼의 바로 눈앞에 와있었다. 틈 너머로 보이는 건 이제 예배실 방 전경이 아닌 붉은 눈동자였다. 그가 말했다.
“안녕, 레이먼.”
“….”
레이먼은 그대로 주저앉을 뻔했다.
***
매너스는 문을 왈칵 열지도, 그렇다고 소리를 지르지도 않았다. 그는 레이먼이 다음 말을 내뱉길 기다리는 듯했다. 레이먼은 침을 한 번 꼴깍 삼키고 나서야 겨우 답할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목소리가 떨리지 않았어야 할 텐데.
“혹시 내가 문을 열어도 되겠나?”
레이먼은 답 대신 뒷걸음질 쳤다. 문이 열리고 매너스가 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백색 제복을 입고 있었다. 금색 휘장과 실, 화려한 자수로 장식된 고급스러운 옷이었다. 한눈에 봐도 그가 왕족 아니면 고귀한 신분의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을 정도였다. 포레스튼에는 교복을 입은 학생과 생활복을 입은 학생밖에 없었기 때문에 만약 강의실에 그가 나타난다면 한눈에 시선이 모이리라.
레이먼이 고갤 숙여 인사했다.
“3왕자 전하를 뵙습니다. 곧바로 인사 올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아니다, 그건 괜찮아. 예배당에는 무슨 일로 온 거지?”
“예배당이 아니라 클럽 하우스로 가던 길이었습니다. 다만.”
매너스가 되물었다.
“다만?”
“점심시간에 예배당에서 목소리가 들린 적은 처음이라…”
“그게 누군지 궁금했다?”
“예.”
“하하하, 하긴. 내가 포레스튼에 다닐 때도 예배 수업 외엔 예배당에 학생들이 잘 모이지 않았어. 흠, 그래. 1학년 1학기가 끝났다면 이 정도는 알겠구나. 스턴 왕국의 주교에서 모시는 신은 누구지?”
“정의를 상징하는 주스테 신입니다.”
주스테 신. 무질서한 나라에 유일한 교리를 전파하고 그 자리에 스턴 왕국을 세워, 왕족에게 모든 권리를 일임해 그들이 언제나 옳은 길을 걷도록 인도한다는 신.
“맞아. 그녀는 언제나 우릴 옳은 방향으로 인도하신다.”
“그래서 기도를 올리고 계셨던 겁니까?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요?”
“아니. 그게 아니야.”
매너스가 웃으며 말했다.
“내가 가는 길이 옳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란다.”
매너스와 서머셋은 흑발과 붉은 눈이라는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풍기는 분위기가 묘하게 달랐다. 그러나 어느 쪽이 더 왕위에 어울리냐 묻는다면 레이먼은 단연코 ‘매너스’라고 이야기할 수 있었다. 나이에서 오는 연륜일까.
‘아니지. 원래 나이라면 내 쪽이 더 위일 테니까.’
이건 연륜이나 배경이 아니라 그 자체에서 나오는 위압감이었다. 이마를 대부분 가리고 다니는 서머셋과 달리 매너스는 제 이마와 눈썹을 호탕하게 드러내는 짧은 머리를 하고 다녔다. 제 사람들에겐 따뜻하지만 시원시원한 성격이 대번에 드러나는 머리 스타일이었다. 그래서인지 매너스는 주변 사람들에게 상당히 평판이 좋았다.
그는 어느 무리에 속해도 늘 중심에 서 있었으며 모두가 그에게 의견을 구했다. 그가 가는 길에 수많은 이들이 따랐다.
“저는… 전하께서 자신이 넘치는 사람인 줄 알았습니다. 전하께서 가시는 길이니 당연히 옳을 겁니다.”
레이먼의 말에 3왕자 매너스가 호탕하게 웃었다. 그러나 그 말이 틀렸다는 식으로 손을 내젓지는 않았다. 그는 자기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주변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아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가는 길이 옳은 게 아니야. 이건 너도 알아두는 게 좋겠지.”
매너스가 말했다.
“길이라는 건 말이다, 옳고 그름이 없어. 가다 보면 막힐 수도 있고 들어가선 안 되는 길이었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길의 가치는 길 하나로 결정되는 게 아니다. 길을 일구고 있는 수많은 환경이 길의 가치를 결정하지. 그래서 나는 새로운 결정을 내릴 땐 크게 걱정하지 않아.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니까. 다만.”
다만.
“그 길을 계속해서 고쳐나가지. 옳을 수 있도록. 내가 한 말을 지킬 수 있도록. 그게 내가 생각하는 옳음의 정의이고, 난 그걸 관철할 수 있을 만큼의 힘을 원하는 거다. 내 길의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말이야. 명심해라, 레이먼.”
레이먼을 향하던 시선은 다시 예배당으로 향했다. 마법이 걸려 밤하늘처럼 은은하게 빛나는 검은 담요를 응시하며 매너스가 남은 말을 이었다. 그 말을 하는 매너스는 흰 이가 훤히 드러나게 환히 웃고 있었다.
“가치를 높이기 위해선 힘이 필요하다는 걸!”
“…네, 명심하겠습니다.”
3왕자 매너스 스테디움 스턴.
‘생각과는 조금 다른 사람일 수도 있겠는걸.’
매너스라는 사람이 조금은 달라 보이는 시간이었다. 레이먼의 답에 흡족한 듯 웃던 매너스는 이내 시간을 확인했다.
“레이먼, 너도 학생회라고 했지?”
“네.”
“학생회는 여전히 클럽하우스의 건물 하나를 통째로 쓰고 있고?”
“네.”
그래, 그럼. 가지. 그렇게 말한 매너스의 케이프 자락이 휘날렸다. 붉은 케이프를 어깨 위로 두른 매너스는 망설임 없이 클럽 하우스 쪽으로 걸어갔다.
버틀러 회의를 다시 한번 구경해보고 싶어서 말이야. 가는 김에 동생 얼굴도 보려고 한단다. 그는 자신이 왜 학생회 건물로 향하는지에 대한 설명도 친절히 덧붙여주었다.
레이먼은 다시 한번 매너스에 대한 생각을 고쳐먹었다. 자신이 편견을 갖고 있었던 걸까? 권력에 미쳐 아무 생각 없이 학교 하날 뚝딱 만들어서 자기 세력을 넓히려던 걸로 밖에는 안 보였는데.
그때 상태창 화면이 눈앞에 떠올랐다.
[ 선별 확인 ] [ 왕 후보 선별 완료 ] [ 왕 후보 :1. 유타 스테디움 스턴
2. 매너스 스테디움 스턴 ]
…매너스가 추가됐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