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Make You a King as a Possessor RAW novel - Chapter (58)
빙의자가 왕으로 만들어 드립니다-58화(58/275)
“가자.”
마차로 향하는 오닉스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오닉스는 당장이라도 이 공간을 탈출하고 싶어 하는 듯했다.
추리학 전 수업이 끝나자마자 오닉스는 기다렸다는 듯 책상을 박차고 일어났다. 유타는 그런 오닉스의 뒤를 따랐다. 렌스는 오닉스가 미쳤다고 생각했고, 테디는 그의 구겨진 옷깃을 정리해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지프 아그닐이 타고 온 마차는 그를 닮아 강렬했다. 쓸데없이 웅장한 크기하며 얼굴이 비칠 정도로 새하얬다. 내부는 금빛으로 아늑한 분위기로 가득했으며 소파는 푹신했다. 오닉스는 가장 안쪽 자리 벽면에 붙어 앉았다.
그 맞은편에 유타가 앉았고 유타의 옆은 렌스가 지켰다. 테디는 자연스레 오닉스의 옆자리로 갔다. 덜컹. 작은 소란과 함께 마차가 출발했다. 말이 아닌 마법을 사용하는 마차는 처음과 달리 구름 사이를 부드럽게 헤쳐 날았다.
“오늘따라 구름이 어둡지 않아? 날씨가 안 좋은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거라니까.”
“마차 안이 너무 따뜻한데. 온열 마법이라도 걸어놨나?”
“다들 뭐라고 말이라도 좀 해봐.”
오닉스의 투덜거림 외엔 남은 세 사람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오닉스의 마지막 말에 유타가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열었다. 때마침 창문 밖으로 마차 한 대가 그들과 반대 방향으로 날아갔고 유타가 한 질문은 그 소리에 묻혀버렸다.
“안 들렸어.”
“왜 그렇게 나가고 싶어 했냐고. 평소엔 그런 소리 안 하잖아.”
“방학 때 감옥에만 갇혀 있어 봐! 너라면 안 나가고 싶겠어? 내 기분 너도 알고 있을 거 아니야.”
너도 왕궁에 갇혀 괴롭지 않았냐는 뜻이었다.
“뭐, 그렇긴 하지.”
유타가 어깰 으쓱했다.
“…너 방학 때 감옥에 가 있었나?”
그 순간, 테디만 이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테디는 약간 당황한 얼굴이 되었다.
“뭐?”
“미안하군. 널 배려하지 못했어. 다시 표정을 고치도록 하겠다.”
이건 또 무슨 반응이야? 오닉스가 당황한 테디를 멀뚱히 바라보았다. 관자놀이 쪽에서 삐질 땀이 흘러나오는 게 진짜로 놀란 모양이었다. 오닉스는 틱틱대듯 말했다.
“왜, 죄인이랑 같은 마차 타니까 무섭냐? 칼로 푹찍이라도 할까 봐? 슈슈슉슈슈슉-.”
완드로 칼을 찌르는 흉내를 내는 오닉스를 테디가 같잖게 내려다보았다.
“아니. 너 같은 조막만 한 녀석은 무섭지 않다.”
“….”
“다만… 왜 감옥에 갔는지는 궁금하긴 하군.”
“하하하하하-!”
두 사람을 바라보던 유타가 결국 빵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오닉스는 킁하고 콧바람을 크게 내고는 창 쪽으로 고갤 홱 돌려버렸다. 테디는 다시 영문을 모르는 얼굴로 정면을 바라보았다. 덩달아 마주 보게 된 렌스도 반대쪽 창으로 시선을 옮겼다.
덜컹. 다시 한번 작은 소란과 함께 마차가 멈춰섰다. 어느새 네 사람은 소여 스트릿에 도착해있었다.
***
[ 선별 확인 ] [ 왕 후보 선별 완료 ] [ 왕 후보 :1. 유타 스테디움 스턴
2. 매너스 스테디움 스턴 ]
오, 오오오. 오, 오, 오, 오. 레이먼은 매너스의 뒤를 열심히 뒤따랐다. 보폭 차이가 나서 그런지 레이먼이 열심히 종종걸음으로 뛰어야 매너스를 따라갈 수 있었다.
레이먼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혹시라도 나란히 걸었다면 표정이 보였을 수도 있으니까.
‘매너스가 왕 후보에?’
여전히 표정 관리가 되지 않았다, 매너스가? 매너스가 왕 후보에?
‘그럼 이제 이 개고생을 하지 않아도 된단 뜻인가? 둘 중의 하나만 왕이 되면 되는 거잖아?’
그동안의 개고생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포레스튼에 남으려고 공부도 오지게 하고, 밀리포레도 창간한 데다가, 교류회에서 유타가 막타를 치는 광경을 연출하기 위해 오닉스를 설득하고.
‘이제 해방이야!’
어차피 매너스는 유타보다 높은 3왕자였고 1왕자가 2왕자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1순위 왕위계승자였다. 별다른 일이 없다면 매너스가 왕이 될 것이다.
‘크크크크크.’
올라가는 입꼬리를 애써 아래로 내렸다.
“음, 이 건물은 여전하네.”
그 사이, 학생회 건물에 도착한 매너스가 활짝 웃으며 건물을 훑었다.
“형님.”
“서머셋.”
“말도 없이 어쩐 일이십니까. 온다고 말씀해주셨으면 뭐라도 준비했을 텐데요.”
“포레스튼에 볼 일이 있어서 말이야. 마침 버틀러 회의를 한다고 해서 네 얼굴도 볼 겸 왔단다.
서머셋은 제 형을 반갑게 맞이했다. 얼른 안으로 오세요, 바깥은 아직 춥습니다. 그는 능숙하게 형님을 안으로 안내했다.
“레이먼, 네가 형님을 안내한 모양이구나. 고맙다.”
“아닙니다. 잘 알고 계시던걸요.”
“그래, 회장까지 지냈으니 당연히 알지.”
두 사람을 가만 바로 보던 레이먼의 어깨 위로 챈들러가 팔 한쪽을 자연스레 올렸다. 그는 여전히 반쯤 감긴 눈을 하고 있었다. 하품을 쩍- 하고 내뱉은 그가 말했다.
“저 두 사람 분위기 말이야, 좋아 보여?”
“뭐, 그래 보이죠?”
“에이.”
챈들러가 -알만한 사람들끼리 거짓말하지 마- 라는 은은한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그 눈빛에 맞춰 레이먼은 다시 매너스와 서머셋 쪽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이 어떤 분위기냐고?’
당연히.
‘저러다 죽이겠다.’
싶지.
형제이자 왕위계승 경쟁자들이 보여주는 은은한 기 싸움의 현장을 보아라. 레이먼은 전생에도 저런 장면을 몇 번 본 적 있었다. 세상 사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정보 하나 캐내기 위해 생전 겪어본 적도 없는 부자 흉내를 내며 파티장에 숨어들기도 했었으니까. 파티장엔 웃는 사람들로 가득했기에, 처음엔 모두가 돈이 많아 행복한 줄 알았다.
그래, 돈도 많고 여유도 있으니 이런 파티를 즐기겠지. 그러니 다들 사이도 좋지 않겠는가. 마음도 넓고, 아량도 넓고, 씀씀이도 크고.
– 이번에 새로 사업을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이 시국에 골프장을 연다니 괜찮으신가요?
– 어머나, 이 시국이니 여는 거죠. 뉴스엔 많이 나오시더니 정작 보진 않나 봐요.
– 하하하하
– 호호호호
– 하하하하하하
– 호호호호호호호!
…그래, 그런 줄 알았지. 그들은 대놓고가 아니라 엉덩이 부근쯤을 바늘로 콕콕 쑤시는 식의 말싸움을 즐기는 듯했다. 그게 잃을 게 많은 놈들의 싸움인가 싶었는데.
‘저 형제도 딱 그런 모양새야.’
“레이먼?”
생각에 잠긴 레이먼의 볼을 챈들러가 콕 찌르며 물었다.
“무슨 생각해?”
“아무 생각도요. 그냥… 분위기도 좋아 보이고요.”
레이먼은 속에 담긴 생각을 굳이 챈들러에겐 알리지 않기로 했다. 해서 뭐하겠는가. 내 마음을 알아챈 챈들러 선배가 ‘사실 나도 너와 같은 생각이었어, 그런 의미로 너에게 1학년 2학기 중간, 기말 정답을 알려주지.’라고 하진 않을 게 아닌가.
레이먼은 실속 없는 짓을 하지 않기로 다짐하며 앞으로 걸어갔다.
학생회 건물의 거대한 로비는 첫 환영회와 마찬가지로 곳곳엔 원형 테이블이 있었고 학생들은 각자 자리에 서서 와인처럼 보이는 포도 주스를 홀짝였다.
“근데 버틀러 회의에선 뭘 하나요?”
“아무것도 안 해.”
“디찬 선배. 아, 크리스 선배도 계시네요.”
“안녕.”
잔을 들고 온 디찬이 자연스레 레이먼 옆에 섰다. 디찬의 명패는 레이먼의 바로 옆자리에 올라와 있었는데 당연한 일이었다. 디찬이 그의 직속 선배였기 때문이다. 크리스는 제 주인 옆자리를 지키는 강아지처럼 디찬 옆에 딱 붙어선 채 말했다.
“왜 날 보고 놀라? 나도 학생회니까 있는 게 당연하지.”
“선배는 학생회라서 왔다기보단 디찬 선배가 오니까 온 거 아니에요?”
레이먼의 말에 챈들러가 웃음이 터졌고 크리스는 잠시 벙찐 표정을 짓다 호탕하게 웃으며 답했다.
“하하하! 그것도 맞는 말이지! 진정한 남자는 내 여자가 가는 길이면 먼저 닦고 꽃을 뿌리고 기다려야 하는 법이다!”
“그렇군요. 참고하겠습니다.”
다신 저 사람이랑 얘기 안 해야지.
‘별 쓸데없는 걸 가르쳐.’
“쟤 말은 무시해.”
“네, 감사합니다.”
그래도 디찬 선배는 멀쩡해서 다행이야. 직속 선배까지 이상했다면, 끔찍하군. 레이먼은 고개를 한 번 젓고선 물었다.
“그런데 버틀러 회의에선 정말 아무것도 안 하나요?”
“응. 사실 아무짝에도 쓸데없어. 그냥 친목회 같은 거야. 하지만 보통 버틀러들은 직속 선배들 외에 다른 학생회 선배들도 만나고 싶어 하니까. 후배 배려 차원에서 그 기회를 주는 거지.”
“아, 그래요?”
레이먼이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뒤로 또 한 번 하품을 한 챈들러가 눈물 맺힌 눈가로 이어 말했다.
“재미없어. 저렇게 연줄 얻어 봤자 뭐해. 다 자기 분수에 맞게 사는 거지.”
“그 말이 선배 입에서 나오는 건 좀 놀랍네요.”
“나도 분수에 맞게 살잖아. 귀족으로 태어나,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고, 좋은 머리로 1등하고, 논문 쓰고, 후배한테 칭찬도 듣고. 내 분수가 좀 크고 좋지. 안 그래?”
챈들러의 눈이 달처럼 휘었다.
레이먼은 그 갈색 눈썹과 눈꺼풀에 가려 더 이상 보이지 않는 갈색 눈동자를 보며 생각했다.
이 사람은 솔직해질 때, 매번 웃는구나.
그래서 레이먼은 무표정한 얼굴로 답했다.
“그렇죠.”
“부정은 안 하네?”
“틀린 말이 없으니까요. 선배 말대로 자기 능력이 뛰어나면 저렇게 말이나 걸고 로비를 뛰어다닐 필요는 없겠네요.”
레이먼이 슬쩍 곁눈질로 다른 버틀러들을 가리켰다. 그들은 대개 2학년이나 3학년이었는데, 자신보다 높은 가문이나 앞으로 취직하고 싶은 곳에 연줄이 있는 가문의 선배들에게 인사하고 다니느라 바빴다. 레이먼만이 우두커니 서서 주스나 홀짝이는 유일한 버틀러이자 1학년이었다.
“너는 안 뛰어다녀?”
“제 분수는 너무 무거워서요.”
“네가 레이먼이야?”
그때, 건너편에 서 있던 다른 학생회 소속 학생이 레이먼에게 다가왔다.
레이먼의 기억에 없는 걸로 봐선 1학년은 아니었고, 가볍게 말을 걸지만 챈들러 선배에겐 손을 흔드는 걸 보니 4학년인 모양이었다. 잠시 인사를 나눈 뒤, 만족한 얼굴로 그가 떠나자 레이먼이 챈들러에게 말했다.
“확실히 뛰어나니까 제가 먼저 다가갈 필요가 없네요.”
“와, 재수 없다. 너.”
“크리스, 간만에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해줬네.”
“왜 귀엽잖아!”
때마침 등장한 블랭킷이 이번엔 레이먼을 꽉 끌어안았다. 레이먼의 유약한 몸뚱어리론 블랭킷의 힘을 이길 수가 없었다. 블랭킷은 자신의 아버지와 아버지가 맡은 수업, 그 수업에서 레이먼이 얼마나 활약했는지에 대해 일장 연설을 해댔고 그 연설은 버틀러 회의가 끝날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
버틀러 회의는 정말 아무것도 없이 끝났다. 오후 내내 그저 떠들고 먹고 마실 뿐이었다. 마치 놀기 위한 정기 모임 같았다. 도중에 지친 챈들러는 복도 끝에 왜 있는지 모를 해먹으로 가 음소거 마법을 건 채 낮잠을 잤고, 심지어 크리스는 아무 후배나 한 명 골라잡아 검술 대련을 시작했다.
모든 수업이 마치는 시간. 서머셋이 안쪽 방에서 나와 그만 가도 된다고 손짓하고선 다시 방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아직 매너스는 나오지 않았다.
‘할 얘기가 왜 저렇게 많아?’
레이먼은 매너스와 좀 더 얘기를 나누고 싶었다. 그에 대한 의구심이나 의심이 완전히 걷힌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흠. 침음하고 방을 나오자 또다시 상태창이 모습을 드러냈다.
[ 선별 확인 ] [ 왕 후보 선별 완료 ] [ 왕 후보 :1. 유타 스테디움 스턴
2. 매너스 스테디움 스턴 ] [ 선별된 왕 후보에 변경이 있습니다. ] [ 변경 사항을 확인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