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Make You a King as a Possessor RAW novel - Chapter (62)
빙의자가 왕으로 만들어 드립니다-62화(62/275)
포레스튼에서 탈출한 4명과 에글린턴의 3명이 도착한 곳은 리트리버가 추천한 오래된 레스토랑이었다. 언제 이름을 새겼는지 모를 더러운 나무 팻말이 공중에서 흔들거렸는데, 손님이 들어오는 문은 새로 간 것처럼 깨끗했다. 붉은 페인트로 칠해진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오렌지빛 불빛으로 가득한 식당이 모습을 드러냈다.
‘생각보다 괜찮네.’
오닉스는 식당을 한 번 주욱 둘러보았다. 벽면에 걸린 촛불들, 새하얀 식탁보가 깔린 원형 테이블과 손님들이 앉아있는 와인통 모양의 의자, 그 위에 있는 먹음직스러운 음식들까지.
새로운 요리가 놓여있는 건 아니었다. 오닉스가 마을에서 자주 봐왔던 음식들이 대부분이었다.
기본적으로 호밀빵과 버터, 그리고 과일잼 등이 모든 테이블마다 놓여 있었다. 새우가 잔뜩 올라간 해물 스프와 기름기가 줄줄 흐르는 소고기 구이들이 자주 보였다. 향긋한 냄새와 따뜻한 분위기로 가득한 식당은 2층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1층에선 2층의 난간 정도밖에 보이지 않았다.
리트리가 뚱한 얼굴로 감탄사를 뱉은 오닉스의 어깨에 팔을 걸치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생각보다 좋지? 여기 음식이 정말 맛있는데 팻말이 더러워서 아무도 안 오려고 하거든. 그리고 사장님이-”
“리트리! 오랜만이구나!”
“사장님-! 안녕하세요! 아… 그리고 여기 사장님이 정말 친절해. 게다가 대머리거든.”
리트리가 마지막 말을 속닥여 말하자 오닉스도 덩달아 목소리를 낮추었다.
‘대머리인 게 무슨 상관이야?’
‘오닉스. 너 뭘 모르는구나. 식당에서 대머리는 ‘친절함’의 상징이야. 잘 관리된 깨끗한 대머리를 매일매일 유지하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니거든. 손님들을 위해 머리카락 한 올마저 포기하는 친절함. 그런 사람들은 화도 없어.‘
‘그게 뭔 개소리야.’
오닉스는 끝까지 리트리의 말을 개소리라 여겼다.
“진짜라니까?”
“리트리, 이쪽 테이블로 와.”
리트리버가 오닉스를 설득하는 데에 애쓰는 사이, 대머리 사장님은 그들을 위한 테이블을 구석에 새롭게 마련해주었다.
“일단 가자.”
리트리버가 안쪽으로 걸어가는 내내 테이블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던 마을 사람들은 그와 그의 친구들에게 한마디씩 말을 던졌다.
“리트리버야? 이봐들, 리트리버가 왔어! 티키랑 타일도!”
“리트리가 왔구나. 오랜만이야-!”
“안녕하세요.”
“새로 들어간 학교는 어때?”
“아, 학교 이야기는 못 드려요. 죄송합니다. 얘들아, 자 어서 앉자.”
리트리버는 능숙하게 에글린턴에 대한 화제를 피해 가며 자리에 앉았다. 유타는 그가 꽤 처신을 잘한다고 생각했다. 만약 리트리버가 왕족으로 태어났다면 꽤 위협적인 존재가 될 거 같다는 생각을 하며 유타는 생긋 웃었다. 어차피 리트리버는 왕족이 아니었으므로 유타는 그와 같은 존재를 반갑게 맞이할 수 있었다.
‘친해져도 좋지. 리트리의 실력은 나쁘지 않으니까. 에글린턴을 졸업하면 나와 비슷한 시기에 마법사가 될 테고.’
유타가 말했다.
“이 식당은 뭐가 맛있어?”
그러자 타일이 메뉴판을 들이밀며 말했다.
“과일잼과 빵 세트, 삶은 가재와 돼지고기가 들어간 스튜, 그리고 레몬즙을 곁들인 소고기구이가 맛있어.”
“타일이 나보다 여기 많이 와봤거든. 타일이 더 잘 알아.”
“그렇구나.”
“마실 건?”
“물이면 돼.”
좋아. 그럼 메뉴 하나당 2개씩 시킬게. 그렇게 말한 타일은 의자에서 폴짝 뛰어내려 카운터 쪽으로 뛰어갔다. 리트리는 이런 상황이 익숙한 듯, “타일이 이럴 땐 적극적이야.”라고 말하며 테이블 위에 놓인 물잔을 들었다.
“에글린턴은 언제 개교한대?”
유타는 자연스레 대화의 주제를 에글린턴으로 돌렸다.
“한 일주일 뒤엔 새 건물로 들어갈 것 같아. 원래 학교는 계속 지어지고 있었거든.”
“애초에 개교할 생각이었구나?”
“그렇지. 너희들이랑 개학 시기를 비슷하게 맞추려고 하는 것도 같아. 수업은 왕궁에서 이미 진행하고 있고.”
“학생 수는 몇 명인데?”
“아직 10명 정도야. 1학년 10명.”
“그걸 학교라고 부를 수가 있어?”
오닉스의 비아냥거리는 말투에도 리트리버는 가볍게 답했다.
“다음에 많이 뽑으면 되니까. 우리야 좋지. 우리만 양질의 수업을 독차지할 수 있잖아.”
그 이후론 타일이 돌아왔고 그들은 서로가 어떻게 살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부분 리트리버가 말했고, 그가 타일과 티키의 인생까지 나열해주는 식이었다. 그러다 음식이 나왔는데 오닉스는 그때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고 음식만 먹었다. 그러다 종종 시계를 확인하곤 했는데, 그는 이곳을 빠져나갈 적당한 시기를 노리고 있는 듯했다.
“그거 들었어?”
“어떤 거?”
오닉스는 한마디도 하지 않는 대신, 주변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그러다 이곳, 이 식당이 있는 소여 스트릿에 대한 흥미로운 소문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었다.
***
“아, 잘 먹었다.”
“돈은 우리가 낼게. 아까 말했듯이 3왕자님이 주신 용돈이 있으니까.”
“그래도 괜찮겠어?”
“다음엔 네가 사줘, 유타.”
유타는 계산하기 위해 똑딱 동전 지갑을 여는 리트리버에게서 한 발자국 물러났다. 여기서 괜히 더 실랑이를 벌이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다.
“다음엔 내가 살게.”
“좋아. 너희들은 저 마차를 타고 가는 거지?”
“응, 저쪽 골목.”
“우린 이쪽이야. 다음에 또 보자. 영상구에 주소 등록해놨지?”
“응. 또 보자.”
소소한 이야기를 마친 뒤, 유타와 렌스 그리고 오닉스, 테디는 마차에 올라탔다. 테디는 이제 슬슬 피곤한지 팔짱을 낀 채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오닉스는 마차에 타기 직전 방문했던 서점에서 산 책을 꺼내 들었다. 뚱한 얼굴로 책의 1페이지를 펼친 오닉스를 웬 앵무새가 한 마리 쪼아대기 시작했다.
“야.”
“…….”
“야, 오닉스.”
“…….”
“오! 닉!”
“이 앵무새 새끼야, 그만 쪼아대!”
“왜 소리를 지르고 그래?”
“왜, 뭔데. 뭔데 자꾸 불러?”
“아까 들었지. 그 소문 말이야.”
책장을 넘기던 오닉스의 손이 딱 멈췄다. 유타는 “이거 봐. 들었잖아.”라고 말하며 씨익 웃었다. 그 순간 오닉스는 프라이팬으로 유타의 머리통을 쾅쾅 내리치는 상상을 했지만, 행동으로 옮기진 못했다. 상상의 끝에서 그는 렌스의 칼에 가슴이 꿰뚫렸기 때문이다.
오닉스가 한숨을 폭 내쉬며 말했다.
“들었어. 근데 그게 왜?”
“지프 교수님께 말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그걸 왜 말해? 지프 교수님은 이름만 교수지 그냥 상인이잖아.”
“하지만 소여 스트릿의 물품은 대부분 아그닐 상회의 손을 타잖아. 아그닐 상회에 미리 알리는 편이 좋을 것 같아.”
“하아.”
오닉스는 이번엔 천장을 바라보곤 한숨을 쉬었다.
대가리가 지끈거렸다, 얘나, 레이먼이나 왜 일을 크게 벌이려고 하는 걸까?
하지만 오닉스 역시 사실 유타의 말이 옳다는 것쯤이야 알고 있었으므로 무작정 유타의 의견에 반대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게다가 이미, 이놈과 레이먼 놈이 나중엔 어디까지 노리는지도 알고 있는 상황 아닌가. 오닉스가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자신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방향으로 일을 좋게 하는 것뿐이었다.
“그래, 네 말이 맞다 치자. 그다음에 어쩔 건데? 네가 해결할 수 있어?”
“아니? 내가 뭘 해.”
“왕자니까?”
“난 왕실에 뭘 요구할 만큼 입지가 좋지도 않아. 아버지가 내 부탁을 들어주진 않을걸?”
“그럼 왜 알려야 하는데?”
그 말에 유타가 고개를 옆으로 기울였다. 밝게 빛나는 눈이 무섭기도 했다. 은발, 붉은 눈의 유타 스테디움 스턴이 처음으로 꽤나 왕족다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야 지프 아그닐이 나한테 고마워할 테니까.”
“……”
“그렇지? 아, 이건 레이먼한테도 말해두는 편이 좋겠다. 혹시 모르지. 레이먼은 해결책까지 줄 수도 있어.”
“그 새끼가?”
“왜 이래. 걔가 너보다 공부 잘하잖아.”
“다음에 내가 이길 거야.”
“하하하, 그러든가. 근데 그 전에 나부터 이겨야지. 너 실기 점수는 나보다 낮잖아.”
“너 진짜 프라이팬으로 대가리 한 번 맞아 볼래?”
“사양할게. 도착이다. 너랑 얘기하고 있으면 시간이 빨리 간다니까?”
“그래, 네가 나이를 빨리 먹는다는 뜻이지.”
***
“여기가 네 방이구나.”
“들어오세요. 저기 앉아 계시면 니콜이 차를 내올 겁니다.”
매너스가 레이먼과 차를 마시기 위해 택한 장소는 레이먼의 방이었다.
– 네 방은 어때?
– 제 방이요?
– 아무래도 우리 둘이 함께 있으면 주변 사람들의 귀가 신경 쓰일 거 같아서 말이야.
매너스가 제 귓바퀴를 톡톡 쳤다. 즉, 둘이서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니 네 방에서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뜻이었다. 퍼뜩 그 뜻을 알아차린 레이먼이었지만 잠시 뜸을 들이다 알겠다고 답했다. 괜히 매너스와 함께 있는 모습을 같은 클래스 친구들한테 들킬 거 같았기 때문이다. 저녁 식사 시간이 다 된 시간이었기 때문에 다행히 클래스엔 다른 학생들이 보이지 않았다.
“방 인테리어는 새로 한 거야? 내가 학생이었을 때보다 더 좋은 것 같네.”
“아, 제 시종인이 조금씩 뜯어고쳤습니다. 방학 중엔 아버지가 한 번 더 손을 봐줬고요.”
“레이먼은 사랑받는 첫째아들이구나.”
“예, 뭐… 그렇죠.”
사랑받게 된 지는 얼마 안 된 거 같지만.
똑똑.
“들어와.”
노크 소리와 함께 니콜이 안으로 걸어왔다. 근육 가득한 어깨에 오랜만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평소라면 차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함께 장난을 쳤을 니콜이지만 오늘만큼은 눈치껏 자리를 빠져주었다. 레이먼의 방엔 레이먼과 매너스, 그리고 니콜이 두고 간 바텔바흐 공국의 초콜릿 가향 홍차뿐이었다.
“차 맛이 좋네.”
“바텔바흐 공국이 차를 잘 만듭니다. 가실 때 조금 챙겨드릴까요?”
“아니, 괜찮아.”
그렇게 답한 매너스는 생각보다 시시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에글린턴에 대한 레이먼의 생각을 묻는다거나, 어떤 과목이 가장 쉬운지 혹은 가장 어려운지 등, 비교적 대답하기 쉬운 질문들이었다. 레이먼은 중간중간 시간을 확인하며 언제쯤 오닉스가 돌아올지를 계산했다. 오닉스가 돌아온다면 유타도 돌아올 테고 매너스와 한 방에 있었다는 걸 알면 그리 좋아하진 않겠지.
‘돌아오면 다 말해줘야겠어.’
그렇게 생각하며 차를 끝없이 홀짝이던 레이먼의 찻잔은 어느새 흰 바닥을 드러냈다. 매너스도 마찬가지였다. 매너스는 찻잔을 테이블 위로 가볍게 올리며 대화를 마무리하는 식으로 말을 마쳤다.
이제 가려나.
레이번이 온몸의 긴장을 완전히 푼 사이, 매너스는 ‘이’ 질문을 갑자기 던졌다.
“그래서 네가 지켜본 유타는 어때. 왕관을 노리고 있는 것 같나?”
정말 갑작스러운 질문이었다. 만약 레이먼이 물을 마시는 도중이었다면 그대로 매너스의 얼굴에 분수처럼 토했을지도 몰랐다. 레이먼이 놀라 반문했다. 얼굴에는 그런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드러나지 않았어야만 했다.
“예?”
“유타 말이야. 그 애가 왕이 될 수 있을 것 같으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