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Make You a King as a Possessor RAW novel - Chapter (64)
빙의자가 왕으로 만들어 드립니다-64화(64/275)
레이먼의 답에 유타는 인상을 팍 찡그렸다. 그가 원한 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내버려 뒀다고? 대체 왜?”
유타의 상식에선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소여 스트릿 상권을 꽉 잡고 있는 아그닐 상회에서 그 장소가 망가지는 걸 보고만 있다고?
“그는 상인이잖아. 만약 그렇게 방치하는 게 그에게 이득이라고 한다면?”
천막에서 그는 분명 과거의 행동을 후회하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 모습에 레이먼은 지프 아그닐을 유타의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자신에게 보인 표정, 행동이 모두 계산된 거라면? 전생의 레이먼보다 나이도 많고 노련할 사람일 거다.
“나는 지프 교수님을 믿어.”
그러나 유타는 레이먼의 가설이 그리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자신의 치부가 드러날 수도 있는 일을 첫 번째 수업으로 한 사람이야. 그런 위험을 무릅쓴 사람이 이전과 똑같은 짓을 한 번 더 한다고?”
“그럴 수도 있지.”
“그러지 않을 수도 있어. 레이먼, 모든 사람한테 두 번째 기회는 주어져야 해.”
“기회를 부여받지 않는 게 나은 사람도 있어.”
“남에게만 엄격한 건 좋지 않아, 레이먼. 넌 정말 살면서 실수 한 번도 한 적 없어?”
“….”
그러니 난 지프 교수님께 말씀드릴 거야. 유타는 단호했다. 레이먼은 의자에 앉은 채, 팔걸이를 손가락으로 톡톡 치며 유타를 바라만 보았고 때마침 간식을 가져온 니콜이 눈치껏 오닉스 앞에 간식을 놔두곤 방을 빠져나갔다. 오닉스는 두 사람의 첨예한 대립을 제 3자처럼 바라보았다. 오닉스는 오늘 하루 마탑주를 보지 않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한 상태였다.
레이먼이 한숨을 얕게 내쉬곤 말했다.
“그래, 왕자님. 네 말에 따르도록 하지.”
“레이먼!”
“그렇게 신난 표정 짓지 마. 대신 우리도 뭔가 보험을 들어놔야 해.”
“보험이 뭔데?”
“…그런 게 있어. 지프 교수가 네가 생각한 사람이 아니라면 우리 쪽도 뭔가 준비를 해둬야 한다는 거야. 예를 들어, 그가 우리 말을 듣고 모르는 척 조사하는 시늉만 한다면? 그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잖아.”
“그렇긴 하지. 좋아, 뭔가 생각해둔 게 있어?”
레이먼이 턱에 손가락을 건 채 씨익 웃었다. 그는 책상 위에 놓인 밀리포레의 직전 회보를 바라보았다.
“있지. 신문이랑 협박.”
***
포레스튼의 교무실은 생각보다 시끄러웠고 지나치게 엄숙하지 않았다. 지나치게 엄숙하지 않다- 라는 표현이 어색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정말로 이건 좀 아닌 거 같다는 생각이 종종 드는 공간이 바로 교수들이 모인 그곳이었다.
“아니, 난방비가! 난방비가!”
“교수님! 교수님! 정신 차리세요!”
“온실 난방비가 이게 지금 무슨 일입니까!”
“초초 교수님이 새로 개발하고 싶은 약재가 있다고 클럽 온실을 24시간 돌리던데요.”
“그걸 자기 마력으로 돌릴 것이지 왜 포레스튼의 – 주저리주저리-.”
“이거 샀어요?”
“어떤 거요?”
“각질 제거제. 좋더라고요. 마력도 얼마 안 들어가고.”
“최저가 어디?”
교무실에서 들리는 이야기는 대부분 이런 얘기였다. 그러다 종종 왕실 마법사 구인 구직이 시작되었을 때만 진지한 분위기가 되곤 했는데, 그건 진지하다기보단 살벌한 분위기라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왔다. – 1학년인 레이먼은 아직 그 광경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챈들러 선배의 설명으로 대체한다. –
여하튼, 유타는 그런 교무실 풍경과 상관없이 생각한 바를 곧장 행동으로 옮겨야 하는 성격이었으므로 아침이 밝자마자 지프 교수의 마차를 확인하곤 교무실로 달려갔다. 물론, 레이먼 역시 비몽사몽으로 그의 뒤를 따랐다. 오닉스도 레이먼과 마찬가지였다. 그는 아예 잠에서 깨지도 못했다. 결국 유타의 지시로 렌스가 베개를 꼭 끌어안은 오닉스의 멱살을 질질 끌고 교무실까지 데려온 것이다.
“아침부터 무슨 일이지?”
지프 아그닐은 꽤 놀란 눈치였다. 더 이상 수업에 나올 필요 없는 세 명이 제 눈앞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세 명 다 어제 수업을 빠진 놈들이었다.
“다음 주까진 수업에 참여하지 않아도 출석엔 문제가 없을 텐데. 다른 용건이라도 있나?”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다만, 여기선 조금 어려울 거 같아서요.”
비장한 발걸음과 달리 유타는 생글 웃었다.
“어, 어디서 후광이?”
“저기, 저깁니다! 저 학생은… 그 애 아닙니까!”
“이야, 왕족이라 그런지 얼굴부터 귀티가-.”
유타의 얼굴에 대한 이야기가 한창인 와중, 레이먼은 지프 교수에게 한마디 덧붙였다.
“소여 스트릿에 대한 이야깁니다.”
그 순간, 지프 교수의 눈썹이 움찔하고 떨렸다. 그는 주위를 한 번 둘러보고선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좋다, 일단 나가지.”
근엄한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한 그가 교무실을 나섰다. 유타는 교무실에 있던 교수들과 교수들에게 혼나는 중인 다른 학생들에게 손 인사를 한 번 건네주곤 방을 나섰다.
“그래서 뭐지?”
지프 아그닐은 곧바로 본론에 들어가길 원했다. 다행히 그런 대화방식이 유타와 딱 들어맞았다.
“어제 수업을 빠지고 잠시 소여 스트릿에 다녀왔습니다만 뭔가 이상한 점이 있어서요. 소여 스트릿의 상권을 아그닐 상회가 대부분 차지하고 있으니 말씀드려야 할 거 같았습니다.”
“내가 모르는 사이 소여 스트릿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건가?”
유타가 답했다.
“아마 상품과는 관련이 없어서 그런 거 같습니다.”
유타는 차례로 실종되는 사람들과 반점에 대해 이야기했다.
“아직 죽은 사람은 없지만 사람이 죽고 난 이후에는 늦을지도 모릅니다.”
“아마 관리국에선 실제 사건이 일어나지 않아 접수를 하지 않은 모양입니다. 상회의 정보상이 말해준 건 없습니까?”
아그닐 상회처럼 큰 상회에 정보상이 없을 리가 없다. 제대로 된 정보상이라면 의뢰인에게 정보를 최대한 빠르고 정확하게 알려주는 게 원칙일 텐데. 만약 아그닐의 정보상이 이 정보를 누락한 거라면 그는 정보상의 자격조차 없는 사람일 거다. 레이먼이 썩은 맛이 나는 약초를 씹은 표정으로 두 사람을 지켜보았다.
그러나 지프 아그닐은 유타의 이야기를 모두 듣고도 평화로운 얼굴이었다. 겨우 그 정도 일로 자신을 부른 건지 되려 묻고 싶어하는 얼굴 같았다.
레이먼의 물음에 지프는 질문으로 답했다.
“그게 다인가?”
“이미 알고 계셨습니까?”
“알게 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우리도 아직 조사 중이야. 다행히 저주 마법은 아닌 듯해 앞으로 어떻게 할지 알아보고 있다.”
그 말에 유타가 가슴을 쓸었다.
“다행입니다.”
“말해줘서 고맙다. 너희들에게 들으니 더 빨리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군.”
“그럼.”
레이먼이 말했다.
“그럼 이 일을 밀리포레에 실어도 됩니까?”
“응?”
“아그닐 상회에선 이 일을 조용히 처리하고 싶으신 거지요?”
상회 입장에선 이번 일을 키우지 않는 게 상책이었다. 괜히 일이 커졌다가 왕족의 귀에 들어가면 그들에게 돌아오는 이득은 거의 없으니까. 최악의 경우엔 전에 얻은 독점권을 빼앗길 수도 있었다.
“그래. 그게 좋지.”
“하지만 왜 굳이 그래야 합니까? 오히려 이걸 해결법을 찾아, 갑자기 찾아온 재앙을 해결한 게 아그닐 상회라고 더 크게 소문을 내는 편이 좋지 않겠습니까?”
“해결법을 찾지 못할 때도 생각해야 한다.”
“찾을 겁니다. 저희가 찾겠습니다.”
“너희가?”
“여기, 5왕자도 있지 않습니까.”
레이먼이 유타의 어깨에 두 손을 탁 올렸다. 부러 유타를 강조한 것은 5왕자인 유타가 관리국을 움직일 권력이 조금이나마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였고, 이미 소여 스트릿에 문제가 생겼다는 걸 왕실이 알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러니까 이건 협박이다.
말을 듣지 않으면 언제든지 왕실은 당신에게서 독점권을 빼앗아 갈 수 있다는 협박.
왕족 중에 제대로 된 힘 하나 없는 5왕자라도 애초부터 출생이 다르다는 무언의 압박.
신분제 사회에서 가장 효과적인 협박은 신분을 이용한 협박이었다.
부르주아 상인들도, 우리나라의 부유한 상인들도 결국 가장 원했던 건 신분이었으니까.
“그러니 할 수 있습니다. 아그닐 상회가 해결하는 건 마지막에 강조하고 일단 그 사건에 대해 밀리포레에 싣는 겁니다. 포레스튼엔 유력 가문의 자제들이 많이 있으니 이 이야기는 각 가문에게까지 흘러갈 거고 소여 스트릿에 식자재나 물품을 납품하는 이들은 모두 상회에 문의를 넣을 겁니다. 그럼 관리국도 움직여야 할 겁니다.”
지프 아그닐은 소여 스트릿의 일을 어떻게든 해결할 작정이긴 했다. 거기에 드는 비용은 모두 상회가 댈 예정이었고. 그러나 지금 레이먼의 말대로 일을 진행한다면-.
“네 말은 이 사건에 들어갈 비용을 각 가문에게서 거두라는 뜻인가?”
“예. 상회라면 응당 그래야 하지요. 상인이란 게 그런 거 아닙니까.”
“……”
네가 상인에 대해 뭘 안다고.
그렇게 말하고 싶었으나 지프 아그닐은 말하지 않았다. 이 어린 학생의 말에 틀린 바가 없었기 때문이다.
“좋다. 밀리포레에 싣도록 하지. 한데 그럼 좀 더 조사가 필요할 텐데?”
“교수님께서 허락해주신다면 오늘 수업 시간에 한 번 더 다녀오겠습니다. 어제는 레이먼이 함께 하지 못했거든요.”
“그래. 나쁘지 않지.”
피데스의 흔쾌한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레이먼은 점심시간에 자택으로 연락을 취했다. 영상구로 찐 만두처럼 달아오른 아드리안의 얼굴이 보였다.
“아드리안? 얼굴이 빨간데, 괜찮은 거야?”
– 아, 검술. 검술 연습도 하고 있어서요. 무슨 일이세요, 형님?
“아, 기사 한 명만 보내달라고. 음… 그래. 저번에 나한테 혼쭐 난 녀석으로 부르면 될 거 같으니, 기사단에 그렇게 말하면 알 거야.”
– 기사요? 포레스튼은 허가 없이 외부인 출입이 불가능하지 않나요?
“아 포레스튼 말고. 소여 스트릿 광장 분수로 오라고 해. 시간은 오후 3시 정도가 적당하겠네.”
– 알겠습니다. 오늘 오후 3시 맞죠?
“그래.”
– 네, 형님! 또 연락 주세요.
“네가 먼저 연락해도 괜찮아.”
-…저, 정말요?
레이먼의 한 마디에 아드리안의 눈이 금세 반짝였다.
이게 그렇게 좋나? 형제 사이엔 이게 당연한 거 아니야?
전생의 레이먼도 형제를 가져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뭐가 제대로 된 우애인지 알지 못했다. 아드리안이 기뻐한다면 그게 맞는 거겠지. 레이먼의 일기장에 적혀 있던 것처럼 흘러가긴 싫었다. 이렇게 착한 동생을 굳이 먼 곳에서 지켜볼 필요는 없지 않은가.
오후 2시 30분. 추리학 수업 바로 직전 수업을 마치고 오닉스, 레이먼, 유타가 한 자리에 모였다.
“테디도 데려가야 하나?”
“걔도 알아?”
“듣기야 했지. 데려가자, 그럼.”
유타의 말에 오닉스가 고갤 저었다.
“하지만 걘 밀리포레가 아니야. 그리고 이건 걔가 휘말려서 좋을 게 없어.”
“그것도 맞는 말이긴 해. 하지만 테디 베어릴에게 의견을 한 번 물을 필요는 있지.”
“그래, 물어는 보자.”
***
“같이 가지.”
테디 베어릴은 별 고민도 없이 흔쾌히 답했다. 처음과 사뭇 다른 모습에 레이먼은 적응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눈치 특성]에도 거짓말로 밝혀지지 않은 걸로 봐선, 저 말이 거짓말도 아니라는 뜻이었다. 결국 테디와 레이먼, 유타, 오닉스 이 네 명이 함께 소여 스트릿으로 향했다. 분수 광장에는 아드리안에게 부탁해두었던 기사가 도착해있었다.
“도련님!”
‘…근데. 왜 둘이지?’
예상했던 것보다 기사의 수가 한 명 더 많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