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Make You a King as a Possessor RAW novel - Chapter (66)
빙의자가 왕으로 만들어 드립니다-66화(66/275)
“번들 선배님 괜찮으세요?”
벌벌 떨고 있는 번들을 향해 라오가 물었다.
“…어? 어어, 물론이지. 기, 기사는 이런 걸로, 겁, 겁먹지 않아.”
14세의 번들은 어느 날 밤 복도에서 흰 물체가 창문으로 떨어지는 걸 목격한 적이 있었다. 당시 집안의 모두가 그가 헛것을 본 거라며 무시하고 놀려댔으나, 그날 이후로 번들은 귀신과 사자의 영혼이라는 존재를 믿게 되었다.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보면 귀신은 있을 수밖에 없지 않은가. 만약 몸에 영혼이 없다면 이 몸은 어떻게 움직이는 것이며, 마력을 운용하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건가.
무식한 것들만 귀신이니 영혼이니 하는 존재를 믿지 못하는 것이지 자신과 같은 지식인은 귀신을 믿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번들이 영상구로 살아 움직이는 시체를 봐버린 것이다. 목이 꺾이고 온몸의 구멍에서 피가 흐르는데도 움직이는 몸뚱어리.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귀신에게 홀렸거나 귀신이 들려 몸을 망가뜨린 게 틀림없었다.
오도도도. 그렇게 생각하니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여기야.”
앞서가던 레이먼이 멈춰 섰다.
영상구로 보았던 그 남자였다. 그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아마 몸이 더 이상 견디지 못한 것이리라. 아직 세상을 보고 있는 흰 동그라미를 닫아주며 레이먼이 말했다.
“번들, 라오.”
“네, 도련님.”
“앞으로 주의해. 번들은 영상구 상자 들고 왔지?”
“네. 여기 있습니다.”
상자 속 영상구는 여전히 마을의 구석구석을 비추고 있었다. 그리고 다섯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의 사람들이 어떤 곳을 향해 가고 있었다.
‘위치는 안쪽 장난감 가게인가.’
쭈그려 앉아 영상구를 보던 유타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사람들을 따라가자. 그럴 거지, 레이먼?”
“그래. 그래야지.”
***
“저것들 제정신 아니지?”
“제정신이 아니라기보단, 의식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데.”
오닉스와 테디의 대화를 듣던 레이먼이 대꾸했다.
“왜 다들 한 곳으로 향하는 걸까?”
“그거야 모르지. 근데 이거 정말 병 맞아? 있어도 무슨 이딴 병이 다 있어?”
“쉿.”
유타가 입술 위로 손가락을 올렸다. 그들의 목소리를 들은 몇몇 마을 사람들이 뒤를 돌아보곤 했기 때문이다.
도착한 곳은 소여 스트릿의 뒷산이었다. 도난 사건이 일어났던 곳. 하지만 그 사건과 연관된 것은 아닌 듯했다. 그들은 도난 사건이 일어났던 길목을 지나 산 중턱의 동굴로 향했다. 그게 전부였다. 그들은 침을 질질 흘리며 그 앞을 맴돌았다. 맴돌다 한 줄로 나란히 선 그들은 각자 동굴 외벽에 줄 하나를 새겼다.
“뭐지?”
“뭔가 흔적을 남기는 것 같습니다.”
“저주 마법이 맞는 걸까?”
레이먼이 말했다.
“내려가 보자.”
“네에?”
그 말에 놀란 라오가 소리를 지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매우 큰 소리였다. 그 커다란 목소리를 들은 마을 사람들이 일제히 한 곳을 쳐다볼 정도로 말이다. 그르르르. 짐승의 콧소리를 내던 그들이 순식간에 레이먼 일행을 향해 달려들었다.
“도련님!”
겁에 질려있던 번들이 레이먼의 앞을 막아섰다. 번들의 칼이 날카롭게 빛났다. 번들의 서클은 이전보다 몇 배는 거대해져 있었다. 그래, 적어도 4서클은 될 것이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이 정도로 성장할 줄은 몰랐는데. 첨예한 검 끝에 모인 마력이 푸른색으로 빛났다. 검의 형태에 맞춰 변한 마력은 마을 사람들을 단칼에 썰어버릴 것이다.
그러나 그건 레이먼이 원한 바가 아니었다. 번들이 휘두른 검이 좀비 같은 인형들을 가르기 직전, 레이먼이 그에게 소리쳤다.
“죽이면 안 돼!”
검을 뽑아 든 번들의 자세가 레이먼의 외침에 순식간에 변했다. 앞으로 나선 왼발, 반원을 그리며 뒤로 빠진 오른발. 양손으로 가볍게 쥔 검 전신이 밝게 빛났다. 그러나 이전처럼 날카롭지 않았다. 마치 검집처럼 검을 보호하는 듯했다.
“크아아아악-!”
달려드는 마을 사람의 머리통을 번들이 호쾌하게 날렸다. 그러나 누군가의 살가죽이 베이진 않았다. 상처 하나 없었다. 그저 정신을 잃을 뿐이었다. 그런 식으로 몇 번 검을 휘두르자 동굴 주위에 모인 사람들이 모두 쓰러졌다.
“휘유.”
그 광경을 모두 지켜본 오닉스가 작게 휘파람을 불었다.
“잘했어. 칭찬해줄게.”
헥헥거리며 혀를 내민 번들의 어깨를 몇 번 두드려준 레이먼이 쓰러진 사람들에게 다가갔다. 눈꺼풀을 뒤집어도 보고, 소매를 걷어보기도 했다.
“반점.”
“만, 만지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라오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질문했다. 레이먼이 여유로운 얼굴로 가볍게 대꾸하며 한 손을 흔들었다. 그가 흔드는 손은 보라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괜찮아. 마력으로 감싸고 있거든.”
“그거 좋은 방법이네.”
“그렇다고 보자마자 따라 하면 기분 나쁜데.”
“그래?”
레이먼의 손기술을 금세 따라 하며 옆에 쪼그려 앉은 유타가 물었다.
“병인가?”
“병은 맞아. 그런데 마법이랑 겹쳤네.”
걸린 마법은… 간단하네. 으챠- 라는 짧은 소릴 내며 일어난 레이먼을 향해 테디가 질문했다.
“병과 마법을 결합하는 게 가능한 건가?”
“어렵지는 않아. 실제로 시도한 사람이 적어서 그렇지. 한쪽을 과하게 사용하면 한쪽이 잡아먹혀서 쓸 수 있는 사람도 많지 않을 거고.”
레이먼이 볼을 긁으며 말했다.
“이 병 자체는 책에서 읽은 적 있어. 약도 금방 만들 수 있겠지.”
“하, 하지만 귀신에 씌었잖습니까? 그런 마법도 있습니까?”
“아니. 귀신에 씐 게 아니야.”
“시체가 걸어 다녔는데도요?”
피를 쏟던 남자가 생각난 듯 번들이 눈을 질끈 감았다. 레이먼이 고갤 가로저었다.
“시체가 걸어 다닌 건 맞지만 귀신은 아니야. 죽은 몸이 마법을 수행하려다 보니 움직일 수밖에 없었던 거지.”
“이행 마법이 걸려 있었나 보네.”
오닉스가 쓰러진 마을 사람의 허리를 툭 차며 말했다.
“이행 마법은 어떻게 해서든 명령받은 일을 수행하려고 하지. 죽은 사람에게 이행 마법을 건 사람을 본 적은 없어. 다만, 죽어가는 사람에게 이행 마법을 거는 발상 자체는 나쁘지 않아. 하지만 시체가 이행 마법을 온전히 수행하는 기간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어.”
“그걸 실험하려고 한 거겠지.”
유타가 무릎을 탁탁 털며 일어났다. 붉은 눈이 쓰러진 여자를 내려다보았다.
“만약 죽기 이틀 전까지만 이행 마법이 유효하다면? 죽기 직전의 누군가에게 이틀 안에 목표물을 제거하면 살려준다고 해봐. 만약 그 사람이 붙잡혀 고문당한다고 해도 시간이 지나면 어차피 죽어. 깔끔하잖아.”
5왕자로 살아온 기간. 쓸모없는 별궁의 왕자. 주기적으로 방문하는 시종인은 있으나 상주하는 이는 거의 없다시피 했고, 자신의 곁을 지키는 건 언제나 렌스뿐이었다. 그런 덜떨어진 5왕자도 어릴 적엔 암살 위험을 받은 적이 있었다. 암살자를 잡은 건 렌스였고 그를 고문한 건 자신이었다.
아무도 그를 위해 나서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쩌면 내부에 범인이 있었을지도 모르지.
그때, 실패한 암살자는 이렇게 말했다.
– 다, 당신의 형님이 시켰습니다! 3, 3왕자님입니다!
땀에 젖은 남자는 살고 싶어 몸부림쳤고 유타는 그를 살려줬다. 혀를 자르고 눈알 한쪽을 빼버렸지만 관대한 처사라고 생각했다. 동시에, 유타는 만약 자신이 누군가를 암살하려 결심한다면 그땐, 반드시 입이 무거운 이를 고용해야 한다 생각했다.
그리고 가장 입이 무거운 이는 이미 죽은 사람이다. 유타는 죽어가는 여성을 둘러멨다.
“레이먼. 약을 만드는 건 어렵지 않을 거라 했지?”
“그래, 아마 지프 아그닐 씨는 그 약을 이미 가지고 있을 수도 있어. 따로 연락을 넣어볼게.”
“고마워.”
생긋 웃은 유타가 남은 이들을 바라보았다.
“옮기자. 이 사람들.”
“별장으로 말인가?”
테디가 물었다.
“별장은 지프 아그닐 교수의 소유다. 마음대로 사용해선 안 될 수 있다. 병원이 있으니 병원으로 데려가는 게 옳다.”
테디 베어릴의 말은 논리적이었다. 그러나 레이먼은 그 말이 틀렸다는 것 역시 알고 있었다. 이곳은 신분제 사회다. 그 사회 속에서 왕족은 가장 우위에 있었으며, 이곳은 소여 스트릿. 즉, 포레스튼이 아니었다.
달빛이 비치는 푸른 담요 아래에서 은빛 머리의 소년, 혹은 소녀가 환하게 웃었다. 온몸을 감싼 마력은 달빛의 정기를 받아 은은히 빛났다.
“병원엔 이미 몸이 약한 이들이 너무 많고 교회엔 숙식을 해결하는 집이 없는 자들이 있으며 오히려 병이 도지기 쉬운 환경이야. 그렇다고 이들을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기엔 그들이 받을 충격이 너무 크니 밤새 평민들이 발을 들이기는 어렵고, 그나마 가장 안전하고 깨끗한 곳으로 옮겨 병부터 치료하는 게 우선이야. 그러기 위한 최적의 장소가 지프 교수님의 별장이고.”
유타가 말했다.
“게다가 왕족의 권위는.”
“……”
“이럴 때 사용하라고 있는 거 아니겠어?”
***
“자, 자, 자, 다들 비키세요-!”
“오닉스, 남은 이들도 데려와 줘.”
“하아-”
“대체 이게 무슨 일입니까?”
1층의 소동에 깜짝 놀라 방에서 튀어나온 집사가 콧잔등 위 안경을 고쳐 썼다. 가장 먼저 별장 안으로 들어온 유타가 말했다.
“집사, 이 별장에서 가장 큰 방이 어딘가?”
“예? 1, 1층 중앙 무도회장입니다만-.”
“지금부터 사람들을 잔뜩 들일 거다. 소여 스트릿의 전염병을 앓는 사람들이나 이미 마력을 둘러 그 경로를 차단했고 지금부터는 무도회장 전체에 마력을 두를 예정이니 다른 건 신경 쓰지 말고 지프 아그닐 씨를 불러주게.”
당황한 집사가 몸이 굳은 채 움직이지 못하자 뒤따라 들어온 레이먼이 그의 정강이를 세게 걷어차며 소리쳤다.
“빨리!”
“예, 예!”
곁눈질로 별장 내부를 살피는데 자신들을 반겼던 용병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설마 우릴 겁을 주기 위해 잠깐 고용했던 건가?
유타가 이어 말했다.
“다른 이들은 물을 챙겨 회장 앞에 두도록. 환자의 관리는 우리가 한다.”
“그, 예, 저기- 알겠습니다!”
때아닌 방문으로 아그닐 가 별장의 밤은 소란스러웠다. 시종인들은 병에 걸린 이들을 제 주인의 별장에 데려오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으나 그들의 말을 거역할 순 없었다. 제 주인이 각별히 대하라고 한 손님들이었고, 그 중엔 왕족이 섞여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입을 꾹 닫고 저들이 하는 말을 얌전히 따를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