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Make You a King as a Possessor RAW novel - Chapter (67)
빙의자가 왕으로 만들어 드립니다-67화(67/275)
“이게 뭔 개고생이야.”
“너는 이들이 불쌍하지도 않나?”
쓰러진 평민들의 숫자는 20명 남짓. 5명보단 확연히 많은 숫자였다. 번들과 라오는 레이먼의 곁을 지켰고, 유타 역시 별장의 시종인들을 지휘하고 있었기 때문에 환자들을 옮기는 손발은 모두 오닉스와 테디의 몫이었다.
오닉스는 팍 썩은 얼굴로 마지막 마을 사람을 업은 채 걸어가고 있었다.
그 면상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던 테디가 한숨을 푹 내쉬며 한마디 뱉은 것이다. 오닉스는 병에 걸린 이들을 불쌍히 여기거나 돕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테디 베어릴은 오닉스의 옷차림새만큼은 마음에 들었으나 그의 인성은 끝이로구나- 라고 생각했다.
테디가 한마디 덧붙였다.
“아픈 이들이다. 옷차림도 별로고.”
그러나 오닉스는 그의 말을 전혀 개의치 않는 듯했다. 도리어 뚱한 얼굴로 테디를 위아래로 한 번 훑었다.
“너야말로 괜찮냐?”
오닉스가 물었다.
“너, 옷 엉망 되는 거 싫어하잖아.”
“…!”
“흙먼지에 뒤덮인 놈들을 업으면 마력을 덮어도 뭔가 묻을 수도 있다. 삐져나온 실 하나에도 벌벌 떠는 놈이 왜 이런 데를 따라와서는-”
그러니까 귀족이 함부로 이런 데에 나서는 거 아니야. 쟤네들은, 어, 다 저희가 하는 일이 자기한테 도움이 되니까 하는 거고. 쟤네가 얼마나 악독한 놈들인 줄은 아냐?
오닉스는 끝없이 중얼거렸다. 대부분은 유타와 레이먼에 대한 불만이나 뒷담화였다. 얼굴이 백지장으로 변한 테디는 어디서부터 뭘 물어야 할지 골라내지 못했다.
가장 먼저, 자신이 옷차림새를 신경 쓴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그리고 그게 결벽증과는 다르다는 걸 어떻게 설명하면 좋은 것인가.
그리고 레이먼과 유타에 대한 욕을 이렇게 가만히 듣고 있어도 되는가?
이 정도로 싫어한다면 왜 이들과 함께 다니는 거지?
테디 베어릴은 제 아버지를 닮아 성격이 우직한 면이 있었고 거짓말을 하지도 못했다. 그 특유의 말투 역시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그런 테디에게 닥치는 대로 교수의 별장을 전염병 환자로 그득 채우는 유타나, 그걸 또 좋다고 함께 하는 데다가 치료제를 구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는 레이먼은 이해할 수 없는 존재였다.
그리고 오닉스도 마찬가지다. 얼굴에 심술이 덕지덕지 들러붙었다고 치기엔 순진해 보이는데. 아, 아직 17년밖에 안 살아서 그런 건가? 하지만 그건 자신도 마찬가지 아닌가. 17살이라기엔 악독하고 성년이라 하기엔 아직 미숙한-
“야.”
“….”
“뭔 생각을 그렇게 해?”
별장의 정문을 쾅 찬 오닉스가 입을 삐뚜름하게 내밀었다. 지나다니던 시종인들이 깜짝 놀라 어깨를 움찔댔으나 오닉스가 알 바는 아니었다.
오닉스가 말했다.
“그리고 이거 뒷담 아니야. 쟤네 앞에서도 잘하니까.”
“아, 그렇군.”
“명쾌하게… 해결된 것 같은 표정 짓지 말아 줄래? 쟤네가 하는 짓이 정상이 아닌 건 누구나 다 아는 거니까.”
지금이 기회다 싶었던 테디는 무도회장 문 앞에 선 채, 질문했다.
“그럼 왜 돕는 거지?”
“뭐?”
“저들을 좋아하지도 않고, 지금 하는 짓이 비정상이라는 것도 안다면. 그리고 너는 이 마을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대의도 보이지 않는다. 그럼 왜 돕는 거지? 왜 도망가지 않지?”
“와… 진짜 멍청한 놈이네.”
오닉스는 이번엔 무도회장의 문을 쾅 차며 말했다.
“나 아니면 누가 쟤네랑 놀아주겠냐? 야! 마지막이다!”
“오닉스! 잘 됐다, 와서 마력 좀 낭비해라!”
“너희들은 수고했단 말도 안 해?”
“테디 님, 이곳에 눕히시면 됩니다!”
목소리들이 뒤엉켜 엉망이 된 무도회장 내부. 테디는 라오가 가리킨 위치에 마을 사람 한 명을 눕히며 생각했다.
‘오닉스가 생각보다 나쁜 놈은 아니었군.’
***
디찬은 어이가 없었다. 그의 약혼자 크리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거 진짤까?”
디찬의 손엔 편지 한 통이 들려있었다.
외부인의 방문이 엄격히 통제되고 있는 포레스튼이었지만 편지나 선물 등은 꽤나 그 통제가 느슨한 편이었다. 대부분은 낮 시간에 각자의 클래스로 배달되곤 했는데 급한 전보의 경우에는 새벽에 도착하기도 했다. 그리고 밤 10시가 넘은 시간, 디찬은 포레스튼에서 보낸 4년 중 처음으로 새벽 전보를 받아 들게 된 것이다.
크리스가 디찬의 편지를 재차 읽어내렸다.
“절벽 끝 꽃잎은 왜 필요하다는 거지? 이 병은 위험한 건가? 나의 장미에게 허튼수작을 부리려는 건 아니겠지?”
그러나 안타깝게도 크리스의 두뇌에는 디찬에 대한 사랑만이 가득 들어차 있었기에 편지를 읽고 이해할 지식이 부족했다.
레이먼이 보내온 편지는 대부분 전문용어로 쓰여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해할 수 있다면 아마 디찬이나 챈들러 정도겠지.
[늦은 시간 죄송합니다. 이렇게 바로 본론으로 넘어가는 것을 너그러이 용서해주시길 바랍니다. …(중략)…그래서 저희는 지금 소여 스트릿에 위치한 지프 교수님의 별장에서 사람들을 치료 중입니다. 지도는 뒷장에 함께 넣어두었습니다. 이 병을 치료하기 위해선 선배님이 개인 연구실에서 연구 중인 절벽 끝 꽃잎으로 만든 붉은 약이 꼭 필요하다는…(중략). ]절벽 끝 꽃잎. 편지를 다 읽은 디찬은 생각했다.
‘이 새끼, 이거 어떻게 알았지….?’
“크리스, 혹시 너 얘한테 내가 하는 연구에 대해 말한 적 있어?”
“응? 우리 자기의 연구에 대해 말인가? 흠… 애초에 난 우리 똑똑한 자기의 연구를 이해하지 못하잖아. 아, 그래! 버틀러 회의 때 자기가 어떤 약을 갖고 있는지 대충 그 생김새에 대해 말한 적은 있군!”
그거구나, 그럼.
레이먼의 머리라면 절벽 끝 꽃잎의 생김새만 듣고도 어떤 재료인지 금방 눈치챘을 거다. 결국 디찬은 레이먼의 요구이자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
그녀는 귀족이었고, 약물을 연구하는 마법사였다. 귀족의 소명은 제 사람, 제 가신, 제 영지민을 지키는 것이었고, 지금 그녀가 발을 디딘 포레스튼의 바로 밑의 영지가 수도였으므로 수도의 사람 역시 그녀의 사람이나 마찬가지였다.
“크리스, 챈들러랑 블랭킷 좀 깨워서 내 연구실로 불러.”
“디찬, 정말 내려갈 건가? 하지만 지금 포레스튼에서-”
옷걸이에서 교복을 가릴 코트를 챙기던 디찬이 눈을 흘겼다.
“크리스. 지금 내 말에 토 다는 거야?”
자신보다 훨씬 작은 몸집의 장미였으나 자신보다 화려하게 피어난 그녀를 말릴 수 없다는 걸 크리스는 잘 알고 있었다. 디찬의 한 마디에 크리스는 결국 웃으며 문을 열었다.
“그럴 리가, 나의 디찬. 나의 신.”
인간은 제가 모시는 신을 절대 거역하지 않으므로.
***
상회 본부에서 업무 중이던 지프 아그닐은 별장에서 온 영상 연락을 보자마자 곧장 서류 뭉치를 내려놓고 옷을 챙겼다.
도착한 별장은 환하게 켜진 불빛으로 그를 반겼다. 시종인들이 우르르 달려와 그를 반겼다. 자초지종을 들은 뒤, 지프 아그닐은 시종인들을 모두 2층으로 대피시켰다.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1층이 텅 비자, 지프 아그닐은 곧장 무도회장으로 가 그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레이먼, 이쪽도-.”
“네, 선배.”
“병세는 어떻습니까?”
“이 정도면 괜찮아. 문제는 이행 마법인데… 병이랑 얽혀서 지금은 파훼하기 어려워.”
“그거라면 제가 해결할 수-.”
“라오, 여기 물!”
“네!”
“저는 뭘 하면 됩니까?”
시종인들이 말하길, 초대된 학생들 외에도 또 다른 어린 학생들이 자신의 딸과 함께 이곳을 방문했다고 했다. 그리고 지프 아그닐은 저 셋의 얼굴을 알고 있었다. 디찬과 챈들러. 자신의 딸과도 친하게 지낸다는 이들이었다. 가장 구석엔 물수건을 짜고 있는 제 딸, 블랭킷의 모습도 보였다.
‘엉망일 줄 알았는데.’
내부 사정은 시종인들도 알지 못했으므로 지프 아그닐은 무도회장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듣지 못했다. 아직 사회를 경험하지 못한 아이들이 해봤자 무얼 할 수 있겠는가. 그때 말한 환자들을 발견하고 어찌할 줄 몰라 제 저택에 들인 것이리라,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그의 예측은 정확히 틀렸다. 정확하게 말이다.
무도회장은 마력을 통해 빈틈없이 결계가 펼쳐져 있었다. 환자들의 낯빛 역시 나쁘지 않았다.
‘저 학생 덕분이겠군.’
지프 아그닐은 디찬이 머리가 좋고 그런 종류의 연구를 한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시선을 사로잡은 건 병의 정체나 약이 아니었다.
지프 아그닐이 작게 중얼거렸다.
“…저 애는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그는 레이먼이 병을 낫게 할 수 있을 거란 기대는 내심 했다. 그러나 그 병의 근본적인 이유는 알 수 없을 것이라 판단했다.
하지만 눈앞의 상황은 그의 판단이 틀렸다고 말해주는 듯했다. 이런 마음을 품은 것은 바로 옆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는 유타 역시 마찬가지였다.
‘…미쳤네.’
마법이란 기본적으로 파훼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파훼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선 해당 마법에 적용된 모든 식을 외워야 했기 때문이다. 만약 한 줄, 한 식이라도 틀린다면 그 마법을 파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더군다나 이행 마법은 기본 마법식에 구체적인 행동 명령까지 들어가 있었다. 즉, 이를 파훼하기 위해선 그 행동의 수식까지 모두 해석해 부숴야 한다는 의미였다.
이번 이행 마법은 병세와 합쳐져 더욱 파훼하기 어려울 터였다. 마법이 걸린 본체의 체력이 이미 약해진 상태이며 병과 함께 마법이 온몸 구석구석을 순환했을 테니까. 하지만 레이먼은 이를 간단히 해결했다.
그는 가장 먼저 누운 이의 몸에 있는 타인의 마력을 모두 자신의 몸으로 흡수했다. 본인의 것이 아닌 마력은 걸러내는 것이 쉬웠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이건 레이먼의 경우에 한해서다. 보통의 이들에게 이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상식이었으니까.
레이먼은 그 뒤에 마력에 담긴 수식을 해석했다. 기본 이행 마법을 제외하고 추가된 수식. 그게 행동 수식. 그 행동 수식을 자신의 몸에 적용하고 머릿속에 울리는 명령을 그대로 파훼. 그다음으로는 기본 이행 마법을 파훼.
과정만 들으면 간단했다. 그러나 발상 자체가 말이 되지 않았다.
그렇게 그가 치료한 환자가 현재까지 10명. 11명, 12명. 수가 늘어날수록 멍하니 그를 바라보는 이들의 눈빛 역시 달라졌다. 번들과 라오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몇 번이나 눈을 비볐다. 아무리 도련님이라지만 이렇게까지 마법을 쓸 수 있을 줄은!
‘포레스튼에서 얼마나 많은 성장을 이룩하신 건지! 아아, 도련님… 이 번들, 영원히 도련님의 쪼개진 기사로 남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20번째.
“하아.”
온몸에서 식은땀이 주르르 흘렀다. 땀으로 푹 젖은 레이먼이 몸을 뒤로 기대며 말했다.
“끝났다.”
그게 그날 밤,
“레이먼-!”
“도련님, 도련님이 피를-!”
“의사, 의사를 불러라!”
레이먼이 내뱉은 마지막 문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