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Make You a King as a Possessor RAW novel - Chapter (69)
빙의자가 왕으로 만들어 드립니다-69화(69/275)
정신을 차린 다음날부터 레이먼은 밀리포레에 실을 기사를 고안했다. 레이먼이 쓰러져 있던 동안, 다른 이들로부터 그들의 추리를 들은 지프는 관련 조사에 착수했다. 아이들이 예상한 대로 근원지는 바느질 도구를 파는 가게가 맞았고 가게 주인은 구속되었다. 잡혀가면서는 그는 시종일관 억울하다는 뜻을 내비쳤는데, 얼마 뒤 자신의 잘못을 시인했다.
‘취미로 꼭두각시 인형을 만들고 싶었는데, 사람도 그렇게 만들 수 있나 궁금했습니다.’
그 변명을 믿지 못한 수사관과 지프 아그닐은 날밤을 새우며 그를 추궁했으나 결국 또 다른 무언가를 얻어내는 데에는 실패했다. 그 자신에게도 이행 마법이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 가게의 주인은 그렇게 3일 뒤, 사망했다.
소식은 빠르게 레이먼에게 전해졌고 그로부터 일주일 뒤, 드디어 밀리포레에 소여 스트릿에 관한 기사가 실렸다.
[ 사람을 인형으로 만드는 마법, 당신도 나의 인형이 된다? ]밀리포레에서는 그간 다양한 사건을 다뤄왔다. – 다양하지 않다고 여길 수는 있겠지만, 어쨌든! – 하지만 이번 사건은 아마 그중에서도 가장 크고 엄청난 일이 되리라 장담한다.
시간은 몇 주 전, 기프트 1학년생들이 듣고 있는 추리학 수업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략)…
처음 보는 그 참혹한 모습에 우리 모두 고갤 돌렸고, 우린 그에게 다시 주교의 평화를 되찾아줘야 한다 생각했다.
그때, 유타 스테디움 스턴이 나서 가장 먼저 그에게 평화를 돌려주었으며 그 꼭두각시가 남긴 흔적을 따라 산골짜기로 가보았다.
(중략)
저주 마법은 아니었으나 추리학 마법 시간에 배운 지식으로 그들은 사건을 해결할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지프 아그닐 교수는 소여 스트릿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였다. 그 자리에 함께 있던 인물은 기프트 클래스 1학년 유타 스테디움 스턴, 레이먼 반 스플린, 오닉스, 테디 베어릴 (참고로 출석 번호 순).
소여 스트릿은 새로운 마법과 병에 따른 횡포로 많은 피해자를 낳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포레스튼 학생들의 열정과 지식, 그리고 선한 마음씨로 사건을 빠르게 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누가, 이 뒤에 있는 것일까? 정말 그 바느질 가게의 주인이 홀로 저지른 범행인 걸까? 평화를 되찾기 위해선 발끝의 그림자가 어디에 있는지 우린 알아야 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포레스튼을 졸업한 후 훌륭한 마법사가 될 여러분의 역할이리라.
– 2면부턴 포레스튼 교내 스캔들이 이어집니다.
“역시 5왕자님이 해결하신 거라니까.”
“설마 또 기프트야? 왜 공적이란 공적은 전부 기프트한테 가는 거지?”
“그런데 정말 그 가게 주인이 범인일까?”
“그럴 리가 있나! 마지막 말이 보이지 않아? 밀리포레에서 ‘이 뒤에 누가 있는 것일까?’라는 말을 제시했잖아.”
“그래, 맞아. 배후에 누군가 있는 게 틀림없어.”
지프 아그닐 역시 교무실로 가는 길에 밀리포레 한 부를 집어 들었다.
‘돈이 안 들었어.’
상회에겐 완벽한 사건 해결이었다. 처음 레이먼이 제시했던 최소한의 비용조차 들지 않은 거다. 게다가, 조사를 하러 간다는 당일에 사건을 해결하고 그 원인까지 제시했다.
하지만 그래봤자 17살이다.
그는 17살짜리에게 거대한 힘이 있을 거라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프 아그닐은 그 너머를 볼 줄 아는 남자였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지프 아그닐은 자신이 줄을 댈 사람을 확실히 정할 수 있었다.
***
소여 스트릿 사건 이후, 포레스튼과 수도는 평화를 찾았다.
한국 음식에 향수병을 느끼기 시작한 레이먼이 아주 아주 매운 레드 소스를 만들어 밥을 비벼 먹고 있다는 소문 말고는 정말이지 평화롭기만 한 하루하루였다.
9월부터 시작했던 1학기, 12월부터 시작한 겨울방학, 3월부터 시작한 신학기를 지나 바야흐로 신선한 고기의 날이 오고 있었다.
“신선한 고기의 날?”
식당에서 신나게 이야길 나누고 있는 학생들 틈으로 레이먼이 불쑥 고갤 내밀었다. 당황한 학생들이 몸을 슬쩍 뒤로 뺐다. 배지를 보니 오디트 클래스였다.
얼굴을 들이민 학생이 레이먼인 걸 확인한 학생들은 그제야 미소 지으며 대꾸했다.
“레이먼이네. 수업은 다 들었어?”
“응, 과제만 하면 오늘치는 끝나.”
레이먼이 반갑다는 듯 손 인사까지 건넸다. 가뜩이나 피데스와 척은 졌던 경험이 있는 레이먼이었다, 오디트까지 적으로 만들 생각은 없었다.
친 왕실파가 많은 피데스와 달리 중립파와 상회 출신의 부유한 평민이 다수 섞인 오디트는 왕실에 특정 세력을 두고 있지 않았다.
‘이러니까 3왕자가 에글린턴을 만들었지. 포레스튼에선 확실한 자신의 편을 만드는 게 어려우니까.’
속으로 여러 생각을 하던 레이먼은 다시 정신을 차리고 테이블에 둘러앉은 오디트 클래스에게 재차 질문했다.
“신선한 고기의 날이 뭐냐니까?”
“조기 입학하는 신입들 말이야.”
“9월에 입학하는 애들보다 나이가 어린 애들이 시험을 치르잖아.”
“그 애들을 신선한 고기라고 불러.”
“왜?”
끔찍한 작명 센스다. 지금 이것들이 아드리안은 신선한 고기라고 부르는 건가, 그럼?
“신선한 고기는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지.”
“…뭐?”
레이먼은 당황했다. 그가 예상했던 전개는 확실히 아니었다. 레이먼이 눈을 끔뻑이자 오디트의 학생 중 하나가 더욱 강력하게 자기 주장을 펼쳤다.
“고기는 인간에게 최고의 단백질원이잖아.”
“그런 재료에 빗대 조기 입학생들을 말하는 건 그만큼 그 애들을 소중히 대해줘야 한다는 뜻이야.”
“알았어. 알려줘서 고마워.”
여전히 납득이 가지 않았지만 레이먼은 이해한 척 넘어가기로 했다.
“그런데 레이먼, 하나만 묻자.”
“뭔데?”
“네 그릇, 매번 그렇게 빨갛던데? 넌 그 불타는 밥이 무섭지도 않은 거야? 그 곡물은 흰 상태를 유지해야 맛있는 거야.”
“불고기 고추장은 비벼 먹어야 맛있어.”
“…불고기 고추장? 그게 뭔데?”
“궁금하면 줄게. 쓸모 있… 아니, 그저 그런 정보를 알려준 값이야.”
레이먼은 주머니의 약통에 넣어두었던 불고기 고추장을 건넸다.
“고마워, 레이먼. 얼른 먹어보자. 어, 벌써 먹었네?”
“불이-! 번진다! 물 마법을, 물 마법을 걸어!”
난장판이 된 뒷자리를 남겨둔 채, 레이먼은 묵묵히 식당을 벗어났다.
이름이야 어찌 됐든, 아드리안의 조기 입학일이 다가오고 있었다. 아직 15살. 1살 차이가 크지 않은 것처럼 보여도 이 나라에선 한 살, 한 살이 꽤 의미가 큰 듯했다.
방으로 돌아간 레이먼은 아드리안에게 받은 편지와 소형 영상구를 다시 살폈다. 처음 편지는 자신이 넘쳤는데 시험이 다가올수록 불안해 보이긴 했다. 레이먼은 종이와 잉크를 챙겨 밖으로 나갔다.
다음 수업 시간까지 10분, 오늘 낼 수 있는 개인 시간은 2시간 정도.
‘충분하겠어.’
***
스플린 가문의 저택.
시종인들은 독서 중인 아드리안을 애처롭게 바라보았다. 앳된 얼굴에 퀭하게 내려온 다크서클을 본다면 모두가 그런 시선을 보낼 수밖에 없으리라.
“도련님, 좀 쉬었다 하는 게 어떠세요? 어제도 새벽 늦게까지 깨어계셨잖아요.”
“…미안. 이것만 보고.”
“그 책만… 그 책만 벌써 5번 읽으셨어요. 책이 걸레처럼 너덜너덜해졌답니다.”
“응. 알아.”
아드리안은 극도의 불안에 사로잡혀 있었다. 형님에겐 자신 넘치게 말했지만 불안한 건 사실이었다.
방학 기간 내내 한 번도 형을 완벽하게 이기지 못했는데. 이 정도 실력으로 합격할 수 있을까?
‘형님의 위로는 분명 날 안심시키려고 그런 걸 거야. 이 정도로는 안 돼.’
그렇게 아드리안은 석상처럼 굳은 채 3시간 동안 책을 읽었다. 그가 책을 덮자 곧장 시종인들이 달려들어 책을 치웠다. 예의가 아니라 생각했으나 작은 도련님은 이 정도 일로 화낼 사람이 아니었고 그에게 휴식이 필요하다는 건 모두가 동의하는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집사장까지 그에게 찾아와 부탁했다.
“도련님. 휴식을 취하셔야 시험 때 본 실력이 나온다고 합니다. 주인 어르신께서도 휴식을 권하십니다.”
“아버지께서?”
“예. 테리안 님은 아드리안 님을 소중히 여기시니까요.”
그때, 복도에서 편지와 구슬 하나를 쥔 견습 집사가 뛰어왔다.
“아, 아드리안 님!”
“소란스럽게 복도를 걷지 말도록.”
집사장의 주의에 곧장 정신을 차린 견습 집사가 서둘러 브레이크를 밟았다. 그는 아드리안 바로 앞에 멈춰 한쪽 무릎을 꿇고 편지와 구슬을 건넸다.
“큰 도련님께서 보내신 선물입니다.”
“형님이?! 형님이 보낸 게 확실해?”
“네, 얼른 방에 들어가 확인해보시지요.”
“그, 그러지!”
아드리안은 곧장 방으로 달려갔다. 시종인들은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었다. 오랜만에 본 15살짜리다운 얼굴이었다.
***
아드리안은 영상구와 편지 중 영상구를 택했다.
구슬 위로 레이먼의 심드렁한 표정이 올라왔다.
– 안녕, 아드리안. 만날 시간을 따로 정하지 않은 영상구이니 이게 저장된 영상이라는 건 알겠지? 이걸 보내는 이유는 네가 보내는 편지나 영상들이 점점 자신이 없어 보여서야. 분명 내가 그때 괜찮다고 했었는데 말이야. 하지만 네 마음도 이해해. 그래서 내가 전에 너와 찍어놓은 결투 영상을 주변 선배들한테 보여줬다.
“…!?”
– 보고 평가한 걸 편지에 적어달라고 했으니 그걸 보면 될 거야.
– 아, 그리고. 아버지한테 영상구를 좀 더 챙겨달라고 해줄래? 내 돈 주고 살 수 있긴 한데 아까워서. 그럼 이만 줄일게. 아, 마지막으로… 그, 그.
– 음.
– 힘, 힘내. 동생. 끊는다.
레이먼의 손바닥이 구슬을 가리고 영상은 끝이 났다.
아드리안은 어쩐지 가슴이 간질간질했다. 입술도 지네처럼 꿈틀댔다. 기분이 좋았다. 서둘러 편지를 펼쳤다. 편지지엔 글자가 빽빽하게 채워져 있었다. 아드리안의 눈동자가 좌우로 빠르게 움직였다.
– 챈들러 : 네 동생 천재야? 나중엔 너보다 나을 듯… 어, 화났냐? 화났어? 하하하. 그냥 그렇다는 거지. 하하하하.
– 크리스 : 음, 검을 다루는 자세가 아주 훌륭하네! 마검사로서의 소질이 보인다! 이 애가 희망하는 게 무엇이든 나는 기사단도 진로 중 하나로 추천하지! 마검사 소속 왕국 기사단도 따로 있으니 말이야. 마법사는 이런 어깨와 몸이 필요가 없고 있어봤자 쓸모도 없지만 네 동생의 육체는 마법사보다는 검사에 더 재능을 보일….(중략)
– 디찬 : 좋음.
– 파릭사 : 네 동생이라 좋게 봐주는 건 아니지만 이 정도면 훌륭하다고 생각해. 이 정도면 3서클 정도 되는 거 아니야? 어찌 됐든, 시험을 아무리 망쳐도 입학은 가능하다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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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편지를 모두 읽은 아드리안은 그날 편안하게 잠을 청할 수 있었다. 방학이 끝난 후, 아드리안이 처음으로 마음 놓고 잠에 취한 밤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신선한 고기의 날’이 밝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