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Make You a King as a Possessor RAW novel - Chapter (75)
빙의자가 왕으로 만들어 드립니다-75화(75/275)
3학년 마리아 스웨인.
그녀는 피데스의 3학년 중 4서클에 도달한 세 명의 학생 중 한 명이었다. 노력을 하면 원하는 결과를 성취하는 그녀에게도 제대로 되지 않는 일이 한 가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연애.
포레스튼은 학생들 사이의 연애를 장려하는 편이었다. 포레스튼의 현 학장은 미래가 창창한 학생들이 서로의 꽃을 찾아 사랑에 빠지는 게 청춘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2왕자가 바텔바흐 공국으로 사랑의 도피를 했을 때, 현 학장이 이를 몰래 도와줬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니 말이다.
영특한 마리아 스웨인 역시 이에 깊이 공감했다. 가문을 신경 쓰지 않고 서로의 감정에만 이끌리는 행위. 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것이야말로 청춘, 그것이야말로 사랑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고백을 한 적도, 받은 적도 없었다. 단 한 번도.
정확히 말하면 고백은 받은 적이 있으나, 그걸 본인만 몰랐다.
사실 그녀는 사랑을 예찬하면서도,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감정을 알지 못했다. 사랑은 그녀에게 무척이나 어려운 감정이었다. 그래서 더욱 손에 쥐고 싶기도 했다.
‘사랑은… 어렵군.’
이렇게나 사랑을 잘 모르는 마리아에게 연애 상담을 해주는 친구는 정해져 있었는데 바로 같은 클래스, 같은 학년, 같은 생활관 방을 사용하고 있는 유리페였다. 1학년 때부터 사이가 좋았던 2명은 둘 다 개인실을 쓸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2인 1실을 사용하고 있었다.
드르륵-
마리아는 강의실에 들어서자마자 자연스레 유리페를 찾았다. 오늘은 중급 고문 마법학 시간. 유리페는 가장 앞줄에 앉아 있을 터였다.
“마리아!”
“유리페.”
“오늘은 조금 늦었네?”
“교무실에 잠깐. 이번 수업 과제, 주제는 정했어? 오늘까지잖아.”
“음… 일단 ‘죄인을 가장 고통스럽게 죽이는 4가지 방법에 대한 증명’으로 하려고 하는데. 어때? 너무 흔한가?”
유리페 스테디움 스턴. 스턴 왕국의 1왕녀이자 왕족 중 가장 조용하게 학교 생활을 보내고 있는 그녀의 최대 관심사는 ‘고문’, ‘범죄자’, ‘처벌’. ‘마법 형벌’ 등이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런 그녀의 취향을 아는 건 입이 무겁고 머리가 좋은 마리아 스웨인뿐이었다.
“음, 나쁘진 않은데. 증명은 어떻게 하려고?”
“아, 내가 좋아하는 고문 마법 교수님이 봐주시기로 했거든. 논문도 잔뜩 빌려주실 거야.”
“도와줄까?”
“정말? 너무 좋아! 이래서 내가 마리아를 좋아한다니까?”
“이래서?”
“에이, 장난이지.”
유리페가 마리아의 옆구리를 꼭 끌어안았다. 그녀의 긴 흑발 곱슬머리가 공중으로 팍 튀었다 내려왔다.
“아, 유리페. 내가 저번에 말했던 애 기억나? 네 동생이랑 친한 것 같은 1학년.”
“응? 누구? 동생이랑 친한 것 같은 1학년이라면… 이름이 레이먼이라고 했던가 그 괜찮게 생겼다는 애?”
“맞아. 걔가 이번에 라 디밀레를 준비하는 것 같던데.”
“응? 1학년이?”
“파릭사가 권유했대. 뭐, 걔라면 할 거 같기도 하고.”
“뭐야, 너 걔가 마음에 든 거야? 하긴… 연하남 괜찮지. 말도 잘 듣고, 얼굴도 귀엽다며. 잘해봐.”
“뭐라는 거야.”
“히히, 그러고 다시 나한테 돌아오기만 하면 돼.”
이런 얘길 할 때마다 유리페는 양손으로 턱을 괸 채 입술을 뾰로통하게 내민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저런 말을 하며 대화를 끝냈다. 자기한테 돌아오라는 말.
마리아는 늘 이 말을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자신은 언제나 유리페의 곁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앞으로 누군가를 사귀거나 결혼을 한다 해도 유리페와의 친구 관계나 이 우정은 변하지 않을 텐데도, 유리페는 종종 불안한 듯 저렇게 말했다.
“아, 맞다. 마리아 이거 볼래? 내가 이번에 만든 고문 완드야.”
이번엔 유리페가 화제를 바꿨다. 마리아는 레이먼의 발표 마법이 ‘사랑’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길 하고 싶었지만 일단은 유리페의 이야길 더 들어주기로 했다.
‘…만약에 그게 맞으면, 한 번 구경이라도 가볼까?’
***
밀리포레 클럽 001호 방.
라 디밀레까지 앞으로 약 2개월.
레이먼은 오닉스와 유타에게 자신이 사랑의 정령과 계약했다고 이야기했다. 유타는 “정령학을 언제 배운 거야?”라고 질문했고, 오닉스는 “…왜 사랑인데? 왜…?”라며 본질적인 의문을 표했다. 여하튼, 두 명 다 정령의 모습을 볼 순 없었지만 레이먼의 말을 믿고 라 디밀레를 준비할 수밖에 없었다.
1학년이 라 디밀레에서 좋은 성과를 거둔다면 자신들의 평판이나 미래에 도움이 된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 네 사람이 모여 사이좋게 이야길 나누었다.
아, 왜 네 사람이냐고?
“그런 의미로 테디 베어릴이 저희와 함께하기로 했습니다~ 박수!”
“와아아.”
“하아. 왜 자꾸 느는데.”
테디 베어릴이 밀리포레에 합류하게 된 것이다. 유타가 먼저 권유했고 레이먼은 이를 따랐다. 테디 베어릴의 우직한 성품과 섬세한 손놀림은 뭐든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성적도 나쁘지 않았고. 중요한 건 유타의 선택이었지만.
‘신문 디자인을 시킬까…’
한자리에 모인 네 사람은 라 디밀레에서 사랑을 주제로 무얼 할지 의견을 내놓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테디 베어릴이 입을 열었다.
“사랑의 곰 인형은 어때. 고백을 대신해주는 인형을 만드는 거다. 음성 녹음 마법과 특정 마법을 걸면 상용화도 가능할 것 같은데.”
오닉스가 고갤 가로저었다.
“그거 이미 있어. 마탑에서 개발 중. 애초에 그거 2서클부터 가능하잖아. 우리 중에 2서클이 있어?”
2서클쯤이야 가능한 인원이 둘이나 있었지만 두 사람 모두 괜히 손을 들지는 않았다. 다음.
“서로 마음이 통하면 짜릿하게 전기 신호가 오게 하는 건-.”
“재미없어. 진부해. 차라리 그냥 전기가 낫겠어.”
다음, 다음, 다음…!
오닉스는 끝없이 다음을 외쳤다. 나중에는 장거리 마라톤을 뛴 것처럼 숨이 차오를 정도였다. 유타와 테디는 완전히 같은 편을 먹고 이리저리 다양한 아이디어를 말했지만 도통 오닉스를 만족시킬 수 있는 건 없었다. 이쯤 되면 그들도 궁금해졌다.
‘대체 저 새끼는 뭐 얼마나 대단한 걸 생각하길래…?’
결국 참지 못한 유타가 물었다.
“그래서 넌 뭘 생각했는데?”
“생각 안 해왔어. 그런데 너희들 얘길 들으니 될만한 게 하나 떠오르긴 해.”
“뭔데?”
“마음을 알게 해주는 도구.”
“알게 해준다고?”
“사랑은 들키고 싶진 않지만 상대의 마음은 알고 싶잖아? 그걸 알게 해주는 거야.”
오닉스는 성깔은 더러웠지만 장사꾼으로서의 기질은 있었다. -성깔이 더러운 것도 장사꾼의 기질에 포함될까? –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괜찮은데?”
솔직히 말해 오닉스의 생각이라면 일단 세 번은 거부할 생각이었던 유타도 고갤 끄덕였다. 제 의견이 무시당한 건 과거였고, 오닉스가 좋은 아이디어를 제시한 건 현재이니 말이다. 유타와 테디 베어릴이 레이먼 쪽을 바라봤다.
“어때?”
유타가 물었다. 레이먼이 어깰 으쓱했다.
“왕자님이 원한다면 하는 거지.”
“…멘트 진짜 죽인다.”
오닉스가 치를 떨며 몸도 같이 떨었다. 테디 베어릴은 이런 분위기에도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오늘 레이먼의 의상은 깔끔하군.’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레이먼이 말했다.
“정령님도 좋다고 하시네”
아모르와의 계약에 대해서는 시스템 등을 제외하고 어쩌다 보니 계약하게 되었다고 말해두었던 터였다. 사랑의 대정령이라는 타이틀 덕분에 아모르가 좋다고 했다는 말에 별다른 반발은 없었다.
”그럼 그렇게 하자. 사랑을 들키기 싫은 사람을 위한 사랑의 마법. 혹은 상대방 몰래 그 사람의 마음을 확인하고 싶은 사람을 위한 마법.”
“어렵지 않겠나?”
테디 베어릴이 걱정스러운 듯 덧붙였다.
“너희들의 실력이 뛰어난 건 알지만 우리는 3서클은커녕 2서클도 되지 못했어. 1학년이 할 줄 아는 건 기초 마법뿐이니 라 디밀레에서 1학년은 단순 구경만 할 뿐이야. 정령이 있다고 해서 그게 달라지진 않는다.”
“그러니 최대한 효율적으로 해야지.”
레이먼은 남들보다 특출나게 마력이 많지도 마법 실력이 뛰어나게 좋지도 않았다. 물론 남들이 들었을 땐 기함을 토하겠지만 실제로 그는 대가리에 든 것만 많은 17살짜리 1학년 남자아이였기 때문이다.
“제일 쉬운 기초 마법에 약간의 재력과 정령의 힘, 그리고 소문을 더할 거야.”
“소문?”
“라 디밀레에서 중요한 건 두 가지. 화제가 되는 것, 그리고 모두가 탐낼 만한 마법일 것. 그 시작은 소문에서부터지.”
레이먼이 음흉하게 웃었다.
[ 붉은 치야, 붉은 치야. 네가 그렇게 웃어봤자 무섭지도 않다. ]압니다, 정령님.
***
본격적으로 라 디밀레가 포레스튼에서 화제가 된 건, 레이먼과 친구들이 어떤 걸 주제로 할지 택한 지 일주일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벽마다 라 디밀레에 관한 포스터가 붙기 시작했다. 포레스튼이 개교한 이후 쭉 이어져 내려온 라 디밀레의 풍경이 포스터에서 영상처럼 움직였다. 화려한 폭죽이 포스터에서 터지고, 마법이 담긴 요리가 포스터에 나올 때마다 그 요리에서 풍기던 냄새가 복도에 퍼졌고 환호하는 귀족들이 등장하며 그들의 손이 포스터 밖으로 나오기도 했다.
“라 디밀레에서 1등을 하면 왕실 마법사는 무조건 내정이래. 그것도 시작부터 1등 왕실 마법사로.”
“선배들이 뭘 할까? 벌써 5서클인 선배도 있다고 하잖아.”
“챈들러 선배? 디찬 선배?”
“짙은 안개 마법이 펑 터지는 폭발 마법이-”
1학년들은 라 디밀레에 대한 기대감에 한시도 가만히 있질 못했다. 그러나 라 디밀레에 필수적으로 참가하는 3학년부턴 말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실적이 있으면 상이 있다는 뜻은, 누군가를 실망시켰을 때 따르는 부작용도 있다는 소리였기 때문이다.
왁자지껄한 휴게실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레이먼의 어깨 위 완두콩 대정령이 질문했다.
[ 그래서 붉은 치야, 뭐부터 하려고 그러느냐. ]레이먼이 말했다.
“말씀드렸잖아요. 소문을 낼 겁니다.”
레이먼은 금의 날부터 해의 날까지 밀리포레 클럽 하우스에서 밤낮을 지새웠다. 물론 혼자 지새운 건 아니었다. 오닉스는 끊임없이 돌아가는 태엽 인형처럼 매번 수정되는 기사의 오타를 확인하고, 그다음에는 테디가 기사에 맞는 신문 디자인을 했으며, 유타는 레이먼이 말한 마법이 실제로 가능한 것인지 사랑의 대정령과 시험 마법을 시연해 봐야 했다.
– 이 색! 이 색!
– 예뻐! 예뻐!
– 동글 동글, 동글 동글!
다행히 대정령을 제외한 사랑의 정령들은 제 모습을 보는 걸 끝끝내 허락해줬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3주가 흘러 라 디밀레까지 약 1개월 정도가 남았을 무렵 밀리포레에도 그들의 기사가 실렸다.
[ 밀리포레 3면 : 라 디밀레의 기원과 역사 ] [ 1학년은 나갈 수 없다는 라 디밀레, 대체 왜…? 순전히 차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