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Make You a King as a Possessor RAW novel - Chapter (77)
빙의자가 왕으로 만들어 드립니다-77화(77/275)
[ 붉은 치야, 표정이 좋지 않구나. 무슨 일이라도 있는 게야? ]방으로 돌아오자마자 사랑의 대정령이 레이먼을 반겼다. 완두콩에서 본래 형체로 돌아온 아모르가 레이먼 주위를 빙글빙글 돌았다.
레이먼은 아모르를 간단히 무시했다.
챈들러 선배의 말은 충격적이었다.
게다가 왕실에 구속된 범죄자들이라면 마법을 쓸 줄 아는 놈들일 가능성이 컸다. 평소대로라면 침입자가 생기더라도 교수님들에 의해 빠르게 제압될 수 있었겠지만, 라 디밀레와 겹친다면 피해자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
라 디밀레를 찾는 외부인은 아무리 적어도 300명은 넘을 거다. 그만큼 큰 규모의 축제였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이상 최악의 일이 생길 때를 대비해야 했다.
***
라 디밀레의 개최일이 밝았다.
이날은 왕실에서도, 마탑에서도, 그리고 포레스튼에 자기 자식이 입학했거나 마법에 조금이라도 있는 귀족 가문이라면. 모두가 기대하는 날이기도 했다.
수백 개의 마차와 단체 손님을 태운 공중선이 포레스튼으로 날아왔다. 그 안에는 스플린 가 사람들도 있었다. 테리안 반 스플린과 그의 아내 사샤 이브 스플린, 그리고 아드리안 반 스플린까지.
스플린 가문의 구성원들이 총출동하는 날이었다. 아드리안 바로 옆에 앉은 니콜이 작은 도련님을 향해 작게 속삭였다.
“레이먼 님께서 아드리안 님을 위한 선물은 따로 빼두셨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정말?”
“그럼요. 제가 도련님께 거짓을 전하겠나요.”
한편, 테리안 반 스플린은 양다리를 달달 떨고 있었다. 고소공포증이 아직 낫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사샤는 쾌활한 얼굴로 마차 밖에 얼굴을 내밀고선 바깥 풍경에 감탄하고 있었다. 그녀는 마법사가 아니었기 때문에 포레스튼에 올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라 디밀레에 도착한 귀족들은 5학년들의 안내를 받으며 포레스튼 안으로 걸어갔다.
낮게 깎인 풀, 풀들이 그리는 그림들이 공원 자체를 거대한 캔버스로 만들어 주었다. 쭉 뻗은 길을 따라 안으로 걸어가 멈추자 거대한 문이 드르르르르- 소리를 내며 열렸다. 그와 동시에 펑펑 소릴 내며 폭죽이 터지고 하늘에서 꽃이 내려왔다.
“와.”
아드리안의 입에서 짧은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어서 오세요!”
“구름 다이빙 클럽을 체험해보고 싶은 분은 이쪽으로 오세요!”
“맛있는 종이 팝니다! 이 종이에 글을 쓴 뒤 먹으면 한쪽 팔 위에 문신처럼 올라와요!”
라 디밀레는 그야말로 축제였다. 구경거리들이 너무나 많았다. 왕실과 마탑 마법사들은 바퀴벌레처럼 스스스스 퍼져나가 그대로 사라졌다. 보는 눈은 모두 똑같았기 때문에 쓸만한 인재를 찾기 위해선 속도가 중요했다.
“큼큼, 레이먼은 가장 안쪽에 있겠지?”
테리안 공작이 괜히 헛기침을 하며 물었다.
사실 그도 알고 있었다. 그 역시 포레스튼을 졸업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구태여 이 질문을 던진 이유는 괜히 앞서 걷기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헛기침을 하는 공작의 마음을 한눈에 깨달은 사샤와 니콜이 눈빛을 교환했다.
‘니콜!’
‘마님!’
“예, 맞습니다. 안내하겠습니다! 가시죠, 공작님!”
“여보, 얼른 우리 아들을 보러 가봐요. 우리 아들이 마법을 쓰는 건 처음 보네요! 아드리안, 너도 이쪽으로 오렴.”
“…네!”
이제 사샤보다 키가 커진 15살의 아드리안이 그녀의 손을 꽉 잡았다.
‘이상하군.’
오랜만에 라 디밀레에 참석한 테리안은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원래라면 라 디밀레의 4학년과 3학년 구역은 귀족이나 마법사들로 북적거려야 했다. 취업 준비로 더 이상 라 디밀레에 참석하지 않는 5학년 대신 그들의 모든 관심은 4학년과 3학년으로 쏠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길바닥이 무슨 색인지 알기 어려울 정도로 꽉 차 있는 게 정상일 텐데 오늘따라 이 구역이 한가로웠던 거다.
‘참석인원은 이전과 크게 다를 바가 없어 보였는데. 아니, 오히려 더 많았지.’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게! 1학년이 감정 마법을 쓴다고? 그건 최소 5서클은 되어야 쓸 수 있는 고위 마법이지 않나.”
“아니, 그게 아니라! 정령이랑 계약을 했대!”
테리안은 깜짝 놀랐다.
1학년이 벌써 정령과 계약을 하다니, 뿐만 아니라 감정 마법에 도움이 되는 정령이라면 감정의 정령밖에 없지 않은가. 근 100년간 아무도 계약하지 못했던 정령을 누가…?
테리안의 발걸음도 덩달아 빨라졌다. 그런 1학년이 레이먼과 같은 구역에 있다면 분명 기가 약한 제 아들은 금세 울적해져 어딘가 구석에서 울고 있을지도 모를 노릇이었다.
테리안의 머리가 바쁘게 돌아갔다. 사설 마법사라도 데려왔다면 우는 아들을 감춰주거나 할 수 있었을 텐데. 일단 니콜이 덩치가 크니 니콜로 가리고, 그다음으론 레이먼의 마법 아티팩트를 전부 구매해 사용인들에게 나눠주면 되겠어.
1학년 구역은 예상대로 사람들로 바글거렸다. 흡사 수도 삼일장의 인기 가게 같았다. 그들의 얼굴은 모두 한곳으로 향해 있었는데 아마 저곳에 그 ‘정령과 계약한 1학년’이 있을 터였다. 테리안은 자연스레 반대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레이먼은 어디에…’
당황한 테리안 대신 아드리안이 안쪽에 있는 레이먼을 찾아 손을 흔들었다.
“저기 형님이 있습니다.”
“어머, 어디? 어머! 어머머! 여보, 저기 좀 봐요!”
“……레이먼?”
오, 세상에. 테리안은 눈이 뽑히는 줄 알았다. 아니, 눈뿐이 아니라 상식도 같이 뽑혀 나갈 뻔했다.
‘정령과 계약한 게 레이먼이라니-’
학업에서 1등을 한 것만 해도 충분히 대단했다. 이건 그 아이가 그토록 염원하던 마법을 쓸 줄 알게 되었다는 방증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 정도까지, 이 정도까지 대단하길 바란 건 아니었다.
테리안이 서둘러 입을 막았다. 그리고 휙휙 주변을 둘러보았다.
스웨인 가문!
스웨인 가문의 녀석들도 멍해진 얼굴로 레이먼의 아티팩트를 보고 있었다. 테리안은 속에서부터 통쾌함이 차올랐다. 당장이라도 저 스웨인 가주 놈의 뒤통수를 팍 치고 “저게 내 아들이야-! 크하하!”하며 웃고 싶었지만 테리안은 체통을 지킬 줄 아는 남자였다.
테리안이 앞으로 천천히 걸어 나가자 주변에 있던 하급 귀족들이 그를 보곤 서둘러 길을 터주었다. 왕실이나 마탑 마법사 중에 몇몇도 그러긴 했지만 모두가 그러진 않았다.
가까이 다가가 확인한 것은 분명 그의 아들이었다. 레이먼은 앞에 선 마법사들, 그리고 기사들에게 자신의 아티팩트에 대한 질의응답을 하는 중이었다.
“그러니까 이 구슬에 사랑의 정령의 숨결이 들어있다는 거지?”
“네. 실례를 무릅쓰고 하나만 여쭙겠습니다만, 혹시 기사님께서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십니까?”
“…나, 나? 있기야 있지….”
“고백은요?”
“아직… 이네만.”
“그분과 친밀도는 어떻게 되십니까?”
“그, 그것까지 말해야 하나?”
기사가 순간 놀라 소리쳤다. 흠흠, 그리곤 다시 목소리를 다듬었다. 그 소리에도 레이먼은 미동도 없이 맑은 미소를 지으며 그를 응대했다.
“정령님께서 감정에 민감하셔서요. 그래서… 고백은 하고 싶으신가요?”
“…그, 그거야 나는 하고 싶지-. 용, 용기가 없어서 그렇지.”
“자, 그럼 이 구슬이 적격입니다. 구슬을 쥐고 그분을 생각해보세요.”
기사가 구슬을 쥐자 구슬 안에 뭉게구름이 피어나더니 작은 초록색 구름이 그 안을 가득 채웠다.
“이, 이게 뭐지?”
“이게 기사님이 생각하는 그분의 색입니다. 그리고 이걸 그분께 드리세요.”
“주, 주면?”
“만약 그분의 구슬에 같은 색이 떠오르면 그분과 기사님도 같은 마음이라는 뜻이지요.”
“그게 무슨…!! 저, 정말인가?”
“예, 그 순간만큼은요. 참고로 그분에 대한 감정에만 해당하는 것이니 한 분께만 사용하세요.”
“오-! 오오오-!”
주변이 삽시간에 시끄러워졌다. 감정용 아티팩트는 아직 한 번도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희로애락의 감정을 표현하는 아티팩트는 있었지만 그건 고대 마법 유물이었지 이처럼 학생에 의해 만들어진 인공물 아티팩트는 아니었다.
그때, 무리 속에 있던 다른 사람이 손을 들었다.
“구슬이 다르다고 보복하는 놈이 있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에 대한 대비는 되어 있습니까?”
“그것도 우려한 사항입니다. 다행히 사랑의 정령은 숨결을 따라 그 숨결이 있는 장소에 찾아갈 수 있습니다. 만약 상대와 색깔이 달랐고, 이에 대해 보복하려 한다면 정령이 이를 막아줄 겁니다. 감정의 정령이 얼마나 강한지는 다들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만약 구슬을 받은 상대방이 자기 감정을 들키기 싫었다면요?”
“숨결은 서로 감정이 통했고, 밝히고 싶을 때만 나타납니다. 그 부분은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레이먼은 정말이지 달변가였다.
그는 족족 튀어나오는 곤란한 질문들은 모두 매끄럽게 대응했다.
구슬은 한정 수량이었기 때문에 열심히 설명하는 레이먼 옆에는 유타와 오닉스, 그리고 테디 베어릴이 아티팩트를 구경하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에게 일명 ‘사랑의 구슬’을 시연해주고 있었다.
유타 앞에는 줄이 매우 길었는데 대부분 포레스튼의 같은 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었다.
“예쁜 노랑이네요.”
“그, 그렇네요. 저… 혹시 그럼 이거 받아주실 수 있어요?”
“저요?”
유타는 정말 인기가 좋았고, 유타는 그 구슬을 모두 받아주었다. 하지만 어느 구슬에도 뭉게구름은 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학생들은 오히려 그런 점이 쉽지 않아서 좋다며, 역시 잘생긴 남자의 마음은 어려운 거라며 구역을 떠났다.
“이 아티팩트를 만든 건 누구 아이디어였나?”
“클럽 모두가 생각해냈습니다.”
“클럽? 무슨 클럽이지?”
“포레스튼의 교내 신문을 발행하고 있어서요. 클럽장은 블랭킷 아그닐 선배님이시고 저희를 모은 건 여기 있는 유타 왕자님이십니다.”
“……그렇군!”
“5왕자인 유타 왕자?”
“역시 왕자님이십니다! 추후엔 왕실로 오실 예정이시지요? 그렇다면 이 정령을 계약한 1학년도-”
“오닉스, 너는 마탑에선 일 안 하더니 여기서만 일을 하고 있어?!”
“지금 들었어요? 1학년이 벌써 마탑에서 일을 하나 봐요.”
“저 애는 베어릴 가문 아니에요? 세상에, 이 클럽은 로얄 중의 로얄만 들어갈 수 있나 봐요.”
떠들썩한 사람들 뒤에서 잠자코 구경하던 테리안이 답답했는지 사샤가 그를 이끌고 레이먼 앞으로 다가갔다.
“어머니, 아버지…?”
“레이먼, 라 디밀레에서 이렇게 훌륭한 성과를 내다니! 역시 잘난 우리 아들이구나!”
“안녕하세요, 형님.”
아드리안이 꾸벅 인사했다. 레이먼은 사샤와 아드리안에게 짧게 인사를 건네고 자신을 매섭게 바라보는 아버지를 올려다봤다.
‘…표정이 왜 저래? 기대보다 별로였나?’
‘우리 아들… 왜 이렇게 잘난 거지? 갑자기? 이렇게까지 잘나면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없을 텐데. 잘난 아들, 우리 아들. 이 아들이 우리 아들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