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Make You a King as a Possessor RAW novel - Chapter (78)
빙의자가 왕으로 만들어 드립니다-78화(78/275)
“혹시 마음에 안 드셨습니까?”
레이먼의 말에 테리안은 깜짝 놀랐다. 그는 자신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몰랐기 때문이다. 나름 상냥하게 웃으며 바라봤다고 생각했는데.
“아니, 그렇지 않다.”
“……”
“네가 너무 자랑스럽구나. 정령과 계약했다고 들었는데, 아직 넌 정령학을 배우지 않았을 텐데도 성공한 거냐.”
“네. 절 좋아하시더라고요.”
레이먼은 긴 설명을 간단한 한마디로 줄였다. 괜히 말이 길어지면 쓸데없는 말을 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테리안은 레이먼이 만든 아티팩트를 손에 쥐었다. 그의 구슬에선 그와 어울리지 않는 핑크색 뭉게구름이 피어올랐다. 그리고 그는 자연스레 그 구슬을 제 아내 사샤에게 건넸고, 사샤의 구슬에서도 핑크색 구름이 섞여 구슬은 이내 분홍빛으로 빛났다.
‘금실이 좋아, 금실이’
레이먼은 속으로 이유 모를 뿌듯함을 느꼈다. 그렇게 레이먼의 구역은 시간이 지나도 인기가 식을 줄을 몰랐다. 한참을 일한 레이먼은 결국 잠시 부스에서 쉬기로 했다.
“네 엄마와 나는 교수님들 뵈러 갈 테니 넌 아드리안에게 학교 구경을 시켜주거라.”
“네, 다녀오세요.”
“끄아아- 피곤해 뒤지겠다. 야, 우리도 좀 쉬자.”
“다른 구역에 가면 좀 쉴 수 있지 않을까? 식당 셰프님들은 4학년 구역에서 간이 레스토랑을 여신다고 했거든.”
“그래, 그쪽으로 가자.”
처음에는 레이먼만 쉬려 했건만 결국은 모두가 쉬게 되었다. 자연스레 아드리안과 밀리포레 클럽 일동은 모두 4학년 구역으로 향했다. 4학년 구역은 여전히 휑했는데 그건 챈들러의 부스도 마찬가지였다. 그 이유는 챈들러가 이름만 대충 걸어둔 채, 테이블을 텅 비워두고 어디론가 떠났기 때문이다.
‘…챈들러 선배가 없잖아?’
분명 참석하신다고 들었는데. 레이먼은 4학년 구역을 대번에 훑고 학생회 4학년이 아무도 이곳에 없다는 걸 깨달았다.
“이상해.”
“…그래, 이상하네.”
유타도 낌새를 파악한 모양이었다. 서머셋도 4학년 구역을 보러오지 않았으니까.
‘정령님.’
[ 말해. ]‘제가 말하는 사람들이 어디에 있는지, 혹시 알아봐 주실 수 있으십니까?’
[ 흠, 뭐 알아봐 줄 수야 있지. 네가… 정령을 보는 눈이니 특별히 해주는 거야. ]스르르르-.
눈앞에 빛의 길이 떠올랐다. 길은 사람의 발바닥으로 이뤄져 있었으며 그 길은 한 곳으로 쭉 이어져 있었다. 그 끝에 있는 것은 포레스튼의 예배당. 그리고 예배당의 뒤편엔 바로 아티팩트 창고가 있었다.
***
“서머셋, 그 범죄자들 정말 이쪽으로 오는 거 맞아?”
“아마도. 일부러 이쪽에 아티팩트가 많다는 정보를 흘려뒀거든. 만약을 대비해 크리스를 남겨뒀으니 괜찮을 거야.”
예배당 건물의 뒤편에는 거대한 교회 건물이 하나 더 있었는데, 이는 아티팩트를 보관하는 창고로 쓰이고 있었다.
주스테 신의 가호가 오래된 아티팩트 역시 완벽히 보존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건물에는 라 디밀레에 출품했었던 아티팩트가 모여 있었는데 고대 마법 유물 정도는 아니더라도 모두 합치면 스턴 왕국에서도 고성 하나는 충분히 살 수 있는 가격이었다.
예배당 안에서 창문으로 건물을 지켜보던 블랭킷이 물었다.
“그런데 그놈들 대체 왜 안 잡힌 거야? 왕실 기사단도 나선 거 아니야?”
“실력이 좋은 놈들이야. 왕실 감옥에 탈옥한 것만 봐도 답이 나오잖아.”
“뒷배는? 알아?”
“모르지. 잡으면 알게 되겠지. 너희들, 이 건에 대해서 다른 학생들한테 말하진 않았지?”
단순 학교 관계자도 아니고 범죄자들이었다. 일반 학생이 상대하기엔 버거울 터였기에 서머셋 역시 자신이 믿는 4학년들에게만 알렸던 것이다. 자신들보다 우수한 5학년들은 이미 대부분 학교를 비웠기에 도움을 얻는 게 불가능에 가까웠다.
“당연하지.”
블랭킷이 그런 걸 왜 물어? 라는 얼굴로 속삭였다.
“그랬던 것… 같은데?”
챈들러는 대충 얼버무렸다.
‘레이먼 정도면 괜찮겠지?’
정령과도 계약한 것 같았으니. 레이먼이… 마력은 좀 부족하지만 응용하는 법도 잘 알고.
어쨌든 그들이 이쪽으로 온다는 사실은 말하지 않았으니.
“응, 알았어. 다들 고맙다.”
그들의 대답에 서머셋이 안심했다는 듯 고갤 끄덕이며 직사각형 창문으로 다시 고갤 돌렸다. 그때, 기다렸다는 듯 예배당 주위가 검은 선으로 빛났다. 순간 느껴지는 방대한 마력에 놀란 챈들러가 서둘러 파훼 마법식을 공중에 새겼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쾅-! 하는 소음과 함께 마법식이 유리처럼 산산이 조각났다.
“제기랄.”
파훼 마법이 통하는 건 최대 4서클이다. 그렇다면 지금 이 주변에 펼쳐지는 마법은 5서클 이상이라는 뜻이었다.
도망친 범죄자 중에 이런 마법을 할 줄 아는 놈들이 있다고?
“몸이 안 움직여!”
주변 공기의 무게가 급격히 무거워졌다. 몇십 킬로그램이나 되는 짐 덩이를 몇 개나 얹은 것처럼 몸이 무너져 내렸다. 블랭킷은 결국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주저앉았다. 챈들러는 벽을 짚고 겨우 버텼고 서머셋만이 창틀 잡은 채 온전히 서 있었다.
“저놈들이다.”
서머셋이 속삭였다. 예배당의 검은 선 위에 검은 망토로 얼굴을 가린 마법사가 서 있었다. 그리고 그 뒤로 같은 식으로 얼굴을 숨긴 4명이 창고에 걸린 마법식을 풀기 위해 멈춰 서 있었다.
“교수님들한테 연락은?”
“했어!”
전달 마법. 블랭킷의 장기였다. 그녀가 특정 자세를 취하는 순간, 그녀가 입력해둔 문자가 그대로 타인의 머리에 전달되는 방식. 그리고 동시에, 그녀가 보는 시야가 그들에게도 전달된다. 아마 다른 귀족들과 만남을 가지던 교수님들도 이제 소식을 알고 이쪽으로 찾아올 터였다.
“그럼 내가 나가서 막을게.”
“서머셋, 너-.”
“괜찮아. 여기서 유일하게 괜찮은 건 나뿐인 거 같으니까. 다들 기다리고 있어.”
평소 살해 위협을 많이 받은 서머셋이었기에 이 정도로 움직일 수 있었다. 그가 입은 교복에는 왕실에서 새겨둔 방어 마법진이 다수 숨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피를 울컥울컥 토할 정도였지만 이쯤은 삼키면 그만이었다.
‘5서클 마법. 공간을 분리해 분리한 공간의 공기만 무겁게 하는 마법. 기본은 4서클이지만 거기에 복잡한 수식을 더하면 서클이 한 계급 더 오른다. 5서클 마법을 완벽하게 막는 방어 마법은 6서클뿐이야. 잠깐… 서머셋, 너….’
서머셋의 서클은 5서클. 챈들러는 서머셋이 무리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그때였다. 서머셋이 문고릴 잡은 순간 타다다닥- 하는 발걸음 소리가 아주 많이 들렸다. 정말 아주 많이.
뭐지? 더 있었나?
놀란 서머셋이 잠시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발걸음이 멀어졌을 때쯤, 서머셋은 문고리를 아주 살짝 열어 그 틈으로 멀리 떨어진 발걸음의 주인을 살폈다.
붉은 머리와 푸른 눈. 그리고 그 뒤를 따라온 은발과 보라색 머리, 갈색 머리. 마지막으로 긴 흑발의 곱슬머리와 찰랑이는 단발이 저 멀리 보였다.
“…뭐야?”
***
“어딜 가는데?”
“예배당 쪽.”
“거기 뭐가 있어?”
레이먼은 정령이 알려준 길을 따라 달렸다. 유타와 기사 렌스 역시 함께 뛰기 시작했고 앞에서 뛰기 시작하니 뒤따르던 다른 세 사람도 달리기 시작했다. 아드리안이 자기보다 빠르자 성난 오닉스는 꼬맹이를 이기기 위해 어떻게든 앞으로 나섰다.
때마침 레이먼을 찾아가고 있던 마리아와 유리페가 달리는 그들을 발견했고,
– 마리아! 우리도 따라가자!
– 유리페? 유, 유리페! 잠시만!
– 뭐야, 왜 따라와요?
– 어디 가는데?! 급한 일이야?
– 저, 저 15살짜리는 왜 이렇게 다리가 길어?
– 마리아 스웨인? 역시 기사 가문 출신이라 옷차림이 단정하군.
어느새 피리 부는 소년이 된 레이먼의 뒤엔 사람이 한가득이었다.
[ 붉은 치야, 그런데 저쪽에 있는 놈들은 꽤 실력이 좋은 마법사들이야. 한 명은 무려 6서클이란다. 그래도 가는 거냐? ]‘예, 갑니다.’
학생회 4학년들이 보이지 않는 이유는 챈들러 선배가 말했던 그 ‘위험’ 때문일 거다. 교수님들이 가만히 있을 리도 없을 테고 조금만 시간을 끌면 아무도 죽지 않고 잘 끝낼 수 있다.
하지만 만약 가지 않아서 누군가 죽는다면?
그리고 그게 서머셋이라면?
지난번 매너스가 왕 후보에 등록됐던 이후로 레이먼은 서머셋도 왕 후보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버리지 않기로 했다. 그러니 그에게 어떤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만 했다. 만약 이런 곳에서 서머셋이 죽는다면, 내가 살아남을 가능성이 줄어드는 거니까.
[ 마음이 따뜻하구나, 역시 정령들이 널 좋아한 이유가 있어. 정령을 보는 눈을 가진 자는 늘 마음이 예쁘지. ]‘예, 그런 겁니다.’
예배당의 스테인드글라스 빛이 비치는 마당을 지나 그들은 아티팩트 창고에 도착했다. 아직 교수님들은 보이지 않았다. 챈들러나 서머셋, 블랭킷, 디찬, 크리스는 보이지 않았다.
“…꼬맹이들이다.”
“이 학교?”
“어떡할까?”
“뭘 어째, 어차피 우린 바텔바흐로 넘어갈 거다. 지켜줄 사람도 있어. 그냥 죽여.”
레이먼이 슬쩍 뒤를 보자 아드리안이 있었다.
“아드리안, 너는 뒤로 빠져있으렴.“
“하지만….”
“뒤로.”
아드리안을 뒤로 보내자마자 순식간에 공격이 들어왔다. 범죄자는 망토에서 완드를 꺼내 휘둘렀다. 완드 끝에서 순식간에 불이 뿜어져 나왔다.
‘무영창.’
무영창 마법이다.
극도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스턴 왕국에서도 무영창 마법은 포레스튼의 4, 5학년부터 겨우 시도할 수 있는 고위 마법이었다. 즉, 저들 역시 포레스튼 출신일 수도 있다는 뜻.
그러나 레이먼이 데려온 1학년들도 멍청이는 아니었다. 유타와 오닉스가 순식간에 앞으로 나와 허공에 원을 그려 방어 마법을 펼쳤다.
2서클의 마법, 실드. 두 명 모두 왕실에서, 한쪽은 마탑에서 마법을 미리 배웠기에 가능했다. 1서클 마법도 마음대로 쓰지 못하는 테디 베어릴은 아드리안을 뒤로 숨겼다. 테디가 할 줄 아는 마법은 0서클에 해당하는 기본 마법인 파이어볼, 워터볼, 썬더볼 등 각종 볼이 다였다.
‘…기다리면 성장하겠지.’
슬쩍 뒤로 빠지는 테디의 앞으로 마리아와 유리페가 섰다.
“걱정하지 마. 저 정돈 어떻게든 상대할 수 있다.”
“오, 마리아. 내가 널 이래서 좋아한다니까.”
레이먼은 안쪽 예배당의 검은 테두리를 눈치채곤 슬쩍 뒤로 빠졌다.
다른 마법사들은 기껏해야 3서클, 아모르 님이 말한 게 저 마법사인 것 같은데.
‘내 마력으로는 못 이겨. 5서클 이상이면 파훼 마법도 안 통할 테고. 그럼, 챈들러 선배는 안쪽에 있겠군.’
***
범죄자들 중 유일하게 6서클을 달성한 사내는 제 동료의 마법이 막힌 걸 알자마자 곧장 돌아섰다. 하지만 의문의 기백에 몸이 멈췄다.
‘뭐지? 이… 살기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피부 위 모든 털이 바싹 서는 공포였다. 그는 살면서 이런 공포를 단 한 번도 느낀 적이 없었다. 살기를 따라 시선이 닿은 곳은, 겨우 포레스튼의 저학년이었다.
사내는 서둘러 레이먼의 계급을 확인하려 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잘 쳐봐야 3서클 정도 되는 수준이었다. 더군다나, 마력의 양도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느껴지는 살기는 진짜였다.
‘허세?’
하지만 허세라고 하기엔 자신감이 달랐다. 분명 저 아이는 누군가를 사지에 몰아넣은 적이 있다.
한편 레이먼의 감상은 이와 달랐다.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개방된 마지막 일반 특성을 곧바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 대정령 아모르에게 인정을 받았습니다. ] [ 테리안 반 스플린에게 인정을 받았습니다. ] [ ‘인정’에 대한 보상으로 일반 특성 중 봉인된 마지막 특성이 개방됩니다. ] [ 특성 ‘허세 부리는 사람 특’이 개방됩니다. ] [ 허세 부리는 사람 특 : 상대방보다 자신의 서클 계급이 낮을 때 사용 가능한 특성.– 상대방에게 당신이 엄청난 기백을 가진 사람처럼 느껴집니다. ]
‘…생각보다 쓸 만하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