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Make You a King as a Possessor RAW novel - Chapter (79)
빙의자가 왕으로 만들어 드립니다-79화(79/275)
마법사의 계급은 이론적으로 1서클에서 11서클로 나뉜다. 11서클은 인간이 도달할 수 없는 계급으로 보며 역사적으로 가장 높은 서클을 이룩해낸 대마법사 역시 10서클에서 그쳤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서클의 개념이 통하지 않는 마법이 존재한다. 자연적으로 발생한 마력의 기운이 아니라 인간의 생명력을 깎아 사용하는 마법, 영법이다. 영법과 마법은 서로 대척점에 있으며 한계에 도달한 마법사들 중에선 이 영법을 배우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영법의 사용자들은 자신의 생명력을 깎는 데에서만 그친 게 아니라 타인에게서도 생명력을 훔치는 마법을 개발하였고 스턴 왕국에서는 이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었다.
이 영법의 특징은 바로 같은 마법식을 사용해도 더 큰 효력을 발휘하는 데에 있었고 영법의 비율이 커지면 커질수록 검은색을 띤다는 데에 있었다.
“챈들러! 뭐 좀 해봐!”
“안에서는 못 건드려.”
챈들러는 7서클 마법사였다. 이 마법진 밖에 있었더라면 마법진 위에 새로운 마법을 덧씌울 수 있었으나 이미 갇힌 상태에선 불가능했다. 내부라고는 하나 7서클인 제가 마음대로 간섭하기 힘든 것을 보면 최소 6서클 이상의 마법이 분명했다. 게다가 검은 테두리.
‘설마… 진짜 영법은 아니겠지?’
지금까지 포레스튼에서는 영법을 볼 일이 없었다. 아무리 많은 것을 아는 챈들러라도 영법을 실제로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몸이 점점 아래로 쏠리는 상황에서 그들은 밖으로 나간 서머셋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
[ 허세 부리는 사람 특 : 상대방보다 자신의 서클 계급이 낮을 때 사용 가능한 특성.– 상대방에게 당신이 엄청난 기백을 가진 사람처럼 느껴집니다. ]
이 특성은 실제로 마력을 높여주거나 체력을 올려주진 않았다. 그냥 있어 보이게 만들어줄 뿐이다.
실제로 효과는 있었다. 6서클 마법사가 손끝 하나 움직이지 못한 채 그를 보고만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상황을 파악 중이었다. 눈앞의 애송이가 정말 애송이가 맞는가.
꿀꺽. 꿀렁이는 목울대 소리가 평소보다 더 크게 들렸다. 모든 감각이 곤두선다. 그는 후- 하고 짧은 숨을 내쉬고 손을 털었다.
검은 마법진 위의 그가 천천히 발을 뗐다.
“블랙 볼.”
블랙 볼?
난생처음 들어보는 마법이었다. 파이어볼처럼 구를 만들어 공격하는 방식은 아닌 듯했다. 남자의 손이 검은 장갑을 낀 듯 검게 변했다.
휙-. 순식간에 남자가 레이먼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레이먼이 일반 특성을 쓰며 간과하게 있다면 ‘허세’로 쪼는 놈이 있고 ‘허세’로 더욱 방심하지 않는 놈도 있다는 점이었다.
터엉. 뇌가 울리는 고통과 함께 레이먼은 그대로 날아갔다. 바닥을 몇 번 구르고 흙먼지가 자욱이 일어났다. 시체처럼 쓰러진 레이먼을 향해 유타와 오닉스가 동시에 소리를 지르며 달려갔다. 렌스는 여전히 유타 옆에 딱 붙어 뛰었다.
“레이먼!”
“야!”
그때, 다른 범죄자들도 일제히 공격을 시작했다. 방어 마법이 깨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을 막아선 건 유리페, 마리아, 그리고 서머셋이었다.
창고까지 오는 길은 짧았으나 예배당 바로 앞에 걸린 또 다른 함정 마법을 뚫고 오느라 늦은 서머셋이 사태를 파악하고 곧장 앞으로 튀어나왔다.
“서머셋이네, 안녕.”
“유리페, 네가 왜 여깄어?”
“오빠야말로 왜 여기 있는 거야?”
“농담할 시간 따위 없어!”
다른 범죄자들도 이제 더 이상 영법을 쓰는 걸 꺼리지 않았다. 이번엔 그들의 완드 끝에서 검은 바람이 칼날이 되어 날아왔다. 일반적인 2서클 윈드 커터보다 위력이 배는 될 정도의 크기였다. 그러나 서머셋의 완드는 이를 간단히 파훼했다.
유리페나 마리아 역시 마찬가지였다. 마리아는 4서클 바람 마법 ‘스파이럴’로, 유리페는 ‘잡아먹는 저주’로 마법 자체를 공중에서 없애버린 거다.
놀란 범죄자들이 잠시 주춤거리는 틈에 유리페가 두 놈의 멱살을 쥐었다. 다른 쪽 2명은 서머셋이 이미 윈드 로프로 묶은 뒤였다.
“유리페, 걔네 죽이면 안 돼.”
“에이. 범죄자잖아. 게다가 영법을 쓰는데? 영법 사용자는 500년 구금이야. 차라리 죽여주는 게 낫지 않겠어?”
유리페는 압도적인 힘으로 그의 머리채를 붙들고 그를 종이처럼 하늘로 휙 던졌다가 다시 바닥에 내리꽂았다.
그녀가 포레스튼에서 마법사로 이름을 날리지 못한 것은 그녀 본인의 특이 취향과 신체 능력에 있었다.
한편, 내동댕이쳐진 레이먼을 향해 달려가던 오닉스와 유타 역시 6서클 마법사의 영법에 양쪽으로 갈라져 날아갔다. 다행히 렌스가 중간에 막아선 덕분에 두 사람이 맞은 마법의 위력은 그리 크지 않았다. 테디 베어릴은 앞으로 나서려는 아드리안의 손목을 꽉 붙잡고 뒤로 숨겼다.
“안돼.”
“하지만-!”
“못 이겨. 그리고 넌 지켜야 해. 아직 입학도 안 했어, 너는.”
테디 베어릴의 손이 떨렸다. 당장이라도 레이먼을 도와주러 가고 싶었다. 그러나 움직일 수 없었다. 그래서 아드리안을 지킨다는 명목하에 자신의 겁쟁이 기질을 합리화하고 있었다.
‘피하지 않을 거야. 저놈이 이쪽으로 와도 피하지 않을 거다.’
테디 베어릴이 주문을 외는 사이, 쓰러졌던 레이먼이 천천히 일어났다.
영법에 잡아먹힌 레이먼의 얼굴 반쪽이 거의 흐르고 있었다. 영법은 그만큼 강력했고 그만큼 사악했다. 아마 닿은 부분만큼 레이먼의 생명력을 흡수했으리라.
“흠.”
좋아. 어떻게 싸울지 알았다.
‘이 새끼, 마법으론 안 되겠네.
우득우득. 레이먼의 목에서 간만에 뼈 소리가 났다. 6서클의 영법사가 이번에도 레이먼에게 달려들었다.
‘다른 쪽을 치면 이놈은 죽는다.’
영법은 마법의 단점을 모조리 뺀 새로운 마법이었다. 즉, 검도 무기도 없이 인간의 신체를 개조해 한계치 이상으로 힘을 끌어내는 게 가능했다.
레이먼의 기백에 겁먹은 영법사가 마법사들이 약한 근접전을 택한 건 어쩌면 당연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난 오히려 고맙지.’
‘레이먼’에 한해선 그건 올바른 선택은 아니었다.
전생의 레이먼, 즉 유태하는 누구나 선망하는 헌터의 삶을 살진 못했지만 시궁창에서 살아남기 위해 뭐든지 했던 남자였다. 고장 난 시계 같은 그의 인생은 매번 정시를 맞히진 못했으나 필요할 땐 다른 어떤 시계보다 정확하게 정시를 가리켰다.
그리고 지금이야말로 정시를 가리켜야만 할 때.
영법사의 주먹이 그대로 레이먼의 얼굴 바로 옆을 스쳤다. 간발의 차이.
레이먼은 그의 공격을 피한 것이다.
‘어떻게…?’
마법 기사단이 아닌 평범한 마법사라면 절대 피할 수 없는 공격이었다. 그러나 눈앞의 이 학생은 피했다. 동시에 느껴지는 기백, 살기. 자신을 잡아먹을 것 같은 붉은 맹수의 눈동자.
“으, 으으으으-.”
남자가 침음했다. 그는 겁을 먹었다. 난생처음 겁을 먹었다. 그리고 그가 방심한 틈을 타 쓰러졌던 유타와 오닉스가 그의 발목에 아이스 브레이크를 시전했다. 꽁꽁 얼어버린 발을 눈치채지 못한 그는 뒷걸음질 치다 그대로 뒤로 넘어졌다.
레이먼은 그대로 남자의 배 위에 올라탔다. 레이먼의 주먹이 불길에 휩싸였다.
“으, 으아아악, 사, 살려줘- 우린 그냥 시키는 대로-”
“응, 응. 나중에 다 말하면 돼.”
퍽-! 퍽-! 퍽-! 레이먼의 주먹이 시원하게 그의 얼굴을 갈겼다.
한쪽 시력을 잃은 채로 레이먼은 남자를 신명나게 팼다.
그 모습에 감명받은 유리페가 제자리에서 팔짝팔짝 뛰며 제 친구 마리아의 등짝을 때렸다.
“마리아! 쟤 진짜 매력 있다!”
“……저게?”
그때, 레이먼은 깨닫지 못했다.
[ 유리페 스테디움 스턴의 친밀도가 올랐습니다. ] [ 새로운 왕 후보가 등록됩니다. ] [ 두 번째 왕 후보 : 유리페 스테디움 스턴 ]***
초초와 에튼, 클레임 교수가 달려온 건 사태가 마무리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
이 얼마나 무능한 교수들인가! – 라고 욕하고 싶었지만 그들도 최선을 다한 게 느껴졌다. 라 디밀레의 인파와 귀족, 왕실 마법사들이 그들을 쉽게 보내주진 않았겠지. 그렇다고 포레스튼에 범죄자들이 왔다는 거 대외적으로 알릴 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사이에 낀 입장을 레이먼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초초 교수는 레이먼의 얼굴을 보자마자 팔짝 뛰었다.
“영법! 이거 영법이잖아요! 세상에, 레이먼. 너는 지금 당장 치료받아야 해! 얼른 보건실로 가자. 다 비켜, 다 비켜!”
다행히 포레스튼의 축복 마법 담당 교수는 초초 교수였다. 그녀가 온 게 천운이었다. 피부와 눈동자가 검게 변해 흘러내리는 레이먼을 데리고 초초 교수는 곧장 예배당으로 달려갔다. 테디 베어릴의 뒤에 있던 아드리안도 형을 따라 떠났다.
클레임 교수는 남은 범죄자들을 한데 모았다. 클레임은 속박 마법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6서클의 마법을 사용해 그들을 묶어두었다. 예배당에 걸린 영법 마법진은 에튼 교수에 의해 사라졌고 챈들러와 블랭킷이 그 안에서 기어 나왔다.
“하아, 다리 저려.”
“…흐아아아. 살았다.”
서머셋은 블랭킷과 챈들러를 챙기기 위해 예배당으로 향했다.
예배당 안쪽 창고에는 유타와 오닉스, 그리고 테디, 마리아, 유리페만이 남았고 클레임 교수는 학생들의 상태를 눈으로 한 번 훑었다.
유타와 오닉스는 흙먼지를 뒤집어썼고 보이는 곳곳에 상처가 있었다. 마리아와 유리페, 그리고 테디 베어릴은 크게 다친 건 없어 보였다.
“늦어서 미안하구나.”
그는 가장 먼저 사과를,
“너희를 도울 수 있도록 최대한 상세히 상황을 설명해주길 바란다.”
그리고 도움을 구했다.
***
레이먼의 소식을 들은 테리안은 불같이 화를 내며 보건실로 향했다. 포레스튼의 보건실은 생활관 1층 휴게실 옆에 자리해 있었다.
드르륵-
문을 열자마자 사샤 이브 스플린은 그대로 주저앉았다. 제 아들의 얼굴의 반이… 반이….
“여, 여보.”
“아버지.”
“이게 대체!! 무슨 일입니까!!”
우레와 같은 호통이 보건실 전체를 울렸다. 그 소리가 어찌나 컸는지 초초 교수가 깜짝 놀라 축복 마법이 중간에 무너질 정도였다. 아드리안 역시 잔뜩 쫀 상태로 제 형 옆을 지켰다. 사샤는 여전히 놀라 드레스 품에서 일어나지 못했으며 니콜은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채 레이먼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테리안이 넓은 보폭으로 저벅저벅 레이먼에게 걸어왔다.
말문이 막힌 초초 교수를 대신 레이먼이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사고를 쳤어요.”
“……”
“성적에는 영향이 없을-”
테리안의 눈썹이 움찔 떨렸다. 그가 소리쳤다.
“지금 그게 중요해?! 공작가의 장남이 다쳤는데!! 레이먼의 상태는 나을 수 있는 겁니까?!”
“아, 아! 네! 물론이죠! 영법 때문에 이렇게 보이는 건데 축복 마법에 노출된 상태로 30분 정도 있으면 말끔하게 나을 겁니다. 너무 염려하지 마세요.”
초초 교수가 다급하게 말했다. 테리안은 잔뜩 성난 얼굴로 아들놈을 내려다보았다. 그런 아버지의 표정을 반은 검어진 얼굴의 아들이 한쪽 눈으로 물끄러미 올려다보았다. 테리안은 정말로 속이 상한 것처럼 보였다.
“아버지.”
레이먼이 물었다.
“제가 걱정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