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Make You a King as a Possessor RAW novel - Chapter (80)
빙의자가 왕으로 만들어 드립니다-80화(80/275)
드르르륵- 탁.
– 그럼 내가 누굴 걱정해.
그렇게 말한 테리안은 보건실을 떠났다.
‘생각보다… 좋은 사람?’
이제 와서 생각하면 테리안이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처음에야 삐뚤어져서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지만.
생각해보면 테리안은 잘못한 게 없었다. 마법 명가에서 재능 없는 장남이 힘들지 않도록 보호해줬고, 포레스튼에 입학하지 않아도 모든 지원을 해준다고도 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레이먼이 나아질 수 있는지 걱정했을 뿐.
“레이먼, 아버지는 널 언제나 걱정하고 계신단다. 너무 미워하진 마.”
“…네.”
그렇게 말한 어머니는 아버지를 따라나섰다.
“너희 가족은… 뭔가 너를 닮았네.”
초초 교수가 말했다.
“…칭찬이죠?”
“그렇지. 자, 여기서 1시간 정도만 푹 자면 더 이상 아프지도 않고 한쪽 눈도 잘 보일 거야. 누우렴.”
“네.”
그동안 라 디밀레와 밀리포레를 준비하느라 제대로 잠도 자지 못한 참이었다. 드디어 달콤한 휴식 시간. 레이먼은 푹신한 침대에 따뜻한 이불보 밑으로 기어들어 갔다. 초초 교수는 물 한 잔을 머리맡 협탁에 올려주며 말했다.
“우리가 늦어서 미안했어.”
그녀는 진심으로 미안한 듯했다. 하지만 레이먼은 정말로 괜찮았다. 애초에 별 기대도 하지 않았고, 이 건에 대해 포레스튼엔 전달된 바가 없었던 것 같으니 말이다.
“괜찮아요.”
뭔가 더 묻고 싶었지만 축복 마법 덕분인지 눈이 솔솔 감겼다.
***
레이먼이 정신을 차린 것은 어느새 뉘엿뉘엿 해가 지기 시작한 늦은 오후였다.
창문 너머로 주황색 물결이 넘쳐 들어왔다. 눈을 뜬 레이먼이 주위를 먼저 둘러보았다. 다행히 시력이 돌아와 있었다. 썩어들어가듯 흘러내리던 피부 역시 원래대로. 레이먼이 몸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 한쪽 팔을 움직이자 옆에 있던 아드리안과 니콜이 그걸 도왔다.
“아드리안? 니콜? 있었어?”
“도련님! 있었냐니요! 당연히 도련님 곁에 있어야지요.”
“아버님도 밖에 아직 계십니다.”
“……그래.”
끙끙거리며 일어난 레이먼은 니콜이 준비한 새 옷으로 갈아입고 라 디밀레가 한창인 광장으로 향했다.
오후 6시가 다 되었는데도 라 디밀레는 여전히 북적였다. 범죄자들이 포레스튼에 침입했다는 사실은 알려지지 않은 듯했다.
레이먼은 아드리안과 니콜을 데리고 1학년 구역으로 넘어갔다. 다행히 사랑의 구슬은 아직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레이먼 대신 유타가 사람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오닉스와 테디, 그리고 마리아와 유리페가 손님 응대를 도왔다.
‘유리페 왕녀는 왜?’
“레이먼, 왔구나.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와, 넌 진짜 안 죽는구나?”
“오닉스는 표현을 참 나쁘게 하는군. 환영한다, 레이먼.”
“내가 뭘 나쁘게 말해.”
“네 곁에 있고 싶었는데 환자 옆에 있는 것보다 여기 있는 게 널 돕는 거라고 클레임 교수님이 그러셨거든.”
“그래? 난 괜찮아.”
레이먼은 자연스레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
[ 붉은 치야, 네 눈은 정말 소중한 거야. 그런 식으로 다룰 거면 나한테 주거라. ]‘…세상에 어떤 대정령이 눈을 달라해요? 무슨 악령도 아니고.’
라 디밀레는 총 이틀에 걸친 축제였다. 그러나 외부인의 방문이 허락되는 건 첫날뿐. 밀리포레의 ‘사랑의 구슬’ 아티팩트는 마탑, 왕실, 마법 기사단, 그리고 스플린 가문이 하나씩 나눠 갖게 되었다.
“이 구슬은 깨도 되나?”
“밀폐된 공간에 있어서 숨결이 보관되는 거라 깨는 순간 날아갈 거예요.”
“사랑의 정령과 계약은 어떻게 했나? 대정령은 봤어?”
“못 봤어요.”
[ 붉은 치야! ]“그분이 좀 까다로우셔서. 게다가 아직 1학년이라 마력 양도 많지 않아 대정령님을 직접 소환하긴 힘들더라고요.”
“흠, 그렇긴 하지. 어쨌든 우리는 자네를 언제나 환영한다네. 이번 방학 때도 원한다면 왕성에 방문할 수 있도록 힘써보지. 이번엔 네 친구들도 함께.”
“감사합니다.”
여름방학 땐 좀 쉬고 싶은데.
‘하지만 매너스를 만나려면 왕성에 가는 수밖에 없나.’
에글린턴 애들도 올 줄 알았는데 오지 않았고. 아무래도 개교 준비로 매너스나 에글린턴 애들이 많이 바쁜 모양이었다.
레이먼은 저번 예배당 일 이후, 가능하면 매너스도 왕 후보에 넣기로 했다. 인생은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저녁 8시가 되자 사람들이 슬슬 떠나기 시작했다. 북적거리던 하늘 위 마차와 거대한 공중선은 사람들을 태우고 다시 출발했다. 자식들을 보러 온 부모들 역시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포레스튼을 떠났다.
“몸조심하고.”
“우리 레이먼,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아서 엄마는 너무 기쁘다.”
“형님, 방학 때 또 뵙겠습니다.”
레이먼 또한 가족들을 배웅하고 다시 부스로 돌아왔을 때였다. 부스 앞에는 렌스가 서 있었다.
“렌스, 유타는?”
“식사를 사러 간다고 하셨습니다. 제겐 구슬을 지키라고 명하셨습니다.”
“따라가지 않아도 되는 거야?”
“예. 그리 명하셨다면 명하신 걸 따라야 합니다.”
렌스는 시무룩한 강아지처럼 구슬을 바라보았다. 아마 유타가 다친 모습에 죄책감을 가졌겠지. 뭐, 기사라고 해서 만능은 아니니 주인을 다치게 할 수도 있지.
“구슬, 써볼래? 좋아하는 사람은 있어?”
“아…… 없습니다.”
“거짓말.”
“기사는 거짓말을 하지-”
“그럼 너는 기사가 아니네.”
“……하지 않는데. 하아.”
자, 자자. 계속해서 레이먼이 구슬을 들이미는 통에 렌스는 결국 그가 내민 구슬을 받아 들었다. 그리고 그가 구슬을 손에 쥐자마자 숨결은 오색 빛깔의 뭉게구름을 만들어내다 이내 하얀 구름으로 피어났다.
“네가 좋아하는 사람은 엄청 좋은 사람인가 보네. 이렇게 깨끗한 색은 처음이야.”
레이먼이 말했다. 렌스는 귓불을 잔뜩 붉히며 답했다.
“…예, 좋은 분이죠.”
누굴 좋아하는 거지? 호기심에 물어보려는 찰나 한편에서부터 낯익은 음성들이 들려왔다.
“렌스, 식사 가져왔어-! 어? 레이먼도 왔네? 이러면 한 사람 분량이 부족한데.”
“그러니까 내가 고기를 좀 더 챙기자고 했잖아.”
“채소도 먹어야 키가 크니, 채소를 먹어라.”
“와, 너 시비 터냐? 테디, 너 이런 애였어?”
“너랑 있으면 이렇게 되는 것 같은데…”
그는 유타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얼른 구슬을 주머니에 집어넣고 그녀를 돕기 위해 뛰어갔다. 늦은 저녁이었지만 오후에 있었던 일 때문에 그들 모두 배가 고팠다. 허겁지겁 저녁을 다 먹은 뒤에야 유리페와 마리아가 부스로 다시 한번 찾아왔다.
“얘들아, 혹시 구슬 남은 거 있어?”
“왕녀님, 안녕하세요.”
“안녕, 레이먼! 아까 전에는 정말 멋지더라. 보건실로 가고 싶었는데 서머셋이랑 같이 학장님께 붙잡혀 있었거든. 서머셋 걔는 그런 중요한 걸 왜 말을 안 했는지 몰라, 그렇지?”
분명 유리페보다 서머셋이 한 살 많았을 텐데.
‘눈앞에 없으면 ‘오빠’라는 말을 쓰지 않는 모양이군.’
“그래도 크게 다친 곳은 없으셔서 다행입니다.”
“너야말로 얼굴이 괜찮아져서 다행이야. 그래서? 구슬은?”
“남았는데 써보시겠어요?”
“응, 좋아.”
유리페가 레이먼이 준 구슬을 손에 들자마자 구슬 안은 파란 구름으로 변했다. 그녀는 “정말 신기하다, 이게 정령의 숨결이 들어간 거란 말이지?”라고 말하며 구슬을 곧장 주머니에 챙겨 넣었다.
“하나 가져도 돼?”
주머니에 이미 넣고 묻는 건 어느 나라 순서지…?
살짝 의문이 들었지만 겨우 이런 것으로 유리페와 분란을 만들 생각은 없었다.
“네. 어차피 남은 거라서요.”
“고마워! 레이먼! 넌 정말 좋은 애구나. 우리 유타가 좋아할 만해.”
“네, 누님. 정말 좋은 친구예요.”
“우리 유타가 학교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게 도움 좀 줘. 우리는 서로 다가가기 껄끄러워서.”
“왜요?”
“왕족끼리 모여 있으면 의심을 사. 입학식 때부터 유타를 너무너무 챙겨주고 싶었는데 우리 애가 너무 눈에 띄지 뭐야. 난 조용히 졸업하고 조용히 결혼해서 여길 떠나고 싶은데.”
하긴. 제대로 알기 전까지만 해도 유리페 왕녀가 이런 성격인 줄은 몰랐으니.
그녀는 정말 그녀가 말한 대로 조용한 학교생활을 보내는 듯했다.
“그래도 네가 있으면 유타랑도 가끔 만날 수 있겠어. 유타, 종종 만나러 올게. 괜찮지?”
유타가 생긋 웃었다.
“네, 누님. 저는 누님이 제일 편하니까요.”
“그럼, 나도 네가 제일 좋아. 자… 그럼 고학년이 계속 끼어 있으면 불편하니 우리는 이제 그만 가볼게. 다들 즐거운 라 디밀레 보내!”
유리페의 검은 머리카락이 허공을 한 번 휙 돌았다. 그녀는 떠나는 길목에서 자신을 향해 인사하는 렌스를 향해 작게 속삭였다.
– 렌스, 너 아직도 우리 유타를 좋아하는구나?
– …….
렌스는 그 자리에서 그대로 주저앉을 뻔했으나 겨우 버텼고 마리아 스웨인은 “질 나쁜 장난이야. 무시해.”라고 말하며 자리를 떴다.
***
둘째 날. 외부인이 모두 떠난 라 디밀레는 재학생들의 축제였다. 그들은 자신이 만든 아티팩트를 자랑하기 위해 신나게 돌아다녔다. 어제처럼 예의를 차리는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특히나 크리스가 가관이었는데, 그는 어제 일에 자신이 참석하지 못한 것을 분해하며 오늘은 더욱 열심히 일할 거라 외쳐댔다.
즉, 마법 결투에 더욱 매진할 거란 뜻이었다.
레이먼은 오늘 하루는 방에서 쉬고 싶다 얘기하고 생활관으로 돌아와 창문으로만 라 디밀레를 구경했다. 다행히 광장 쪽 벽면에 창문이 나 있는 방이었기에 레이먼은 침대에 편하게 앉아 축제를 구경할 수 있었다.
레이먼은 침대에 드러누워 자연스레 시스템 창을 펼쳤다.
그가 이 목록을 확인한 건 오늘 오전 식당에서였는데, 보자마자 스튜를 뿜어 그대로 오닉스의 얼굴에 명중시켰다.
덕분에 왕을 만들기도 전에 죽을 뻔했다.
[ 왕 후보 선별 완료 ] [ 왕이 될 자격이 있는 자 중 당신과 감화한 대상자에게 왕 후보 자격을 부여합니다. ] [ 왕 후보 :1. 유타 스테디움 스턴
2. 유리페 스테디움 스턴
3. ???
.
. ]
설마 유리페 왕녀가 왕 후보로 들어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하지만 그녀는 쓸 만한 패는 되지 못했다. 그녀 스스로가 왕위를 노리지 않았고, 왕이 될 생각도 없었으며 공식적으로 이미 잘 알려진 ‘왕녀’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도움은 되겠지.’
그녀는 다른 혈족들보다 유타를 상당히 아끼는 듯했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나마 추측해보자면 아마 유타가 막내이기 때문이겠지.
한 가지 확실한 건, 왕 후보를 자연스레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매너스와 유리페 전까지는 추측에 불과했지만 이제 확신이었다.
처음엔 유타에만 매달렸다면 레이먼에게는 이제 많은 선택지가 있었다. 그렇다고 그 선택을 지금 당장 내려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친구로서 버려진 왕자라는 별명을 가진 건 마음이 너무 아프니까.’
졸업 전까지 레이먼의 계획은 여전했다. 밀리포레로 유타에 대한 이미지를 좋게 만들 것, 그리고 왕 후보를 늘려 다양한 살길을 만들어 둘 것.
이제 곧 1학년이 끝난다. 1년 동안 두 명의 왕 후보를 만들어뒀으니 5학년 때까진 왕 후보를 더 늘릴 수 있겠지.
“수고했다, 레이먼. 수고했어, 유태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