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Make You a King as a Possessor RAW novel - Chapter (81)
빙의자가 왕으로 만들어 드립니다-81화(81/275)
1학년 마법진, 마법식, 완드 개발 (2), 마법 추리학 수업까지, 2학기가 끝난 시점.
레이먼은 이번에도 1학년 전체 1등을 차지했다. 2등, 3등에는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
“1등일 줄 알았는데.”
“1등은 무슨. 2등도 논란 있는 거 알지?”
“논란 같은 소리 하네.”
바로 오닉스가 2등으로 올라온 것이다.
마법 추리학 마지막 수업 때 마탑 역사 퀴즈가 변수였다. 마탑에서 일하지 않았다면 알 수 없는 퀴즈가 문제로 나와버린 거다. 형평성 문제는 있었지만 결국 추가 점수를 얻은 사람은 오닉스뿐이었다. 물론, 레이먼도 틀렸다.
“대체 그런 퀴즈를 왜 낸 거야?”
결국 그 추가 점수 2점이 2등과 3등을 결정지었다. 유타가 불만 섞인 표정으로 오닉스에게 항의했으나 바뀌는 건 없었다.
“억울하면 네가 마탑에서 일을 했어야지. 왕성에만 있으면 뭘 해?”
“그래, 왕자로 태어난 게 죄지.”
“너도 마탑 꼭대기에서 살아볼래? 24시간 내내 최저 시급으로 일해봐.”
여기도 최저 시급이라는 게 있나 보네.
“얘들아, 참아.”
“참고 있는 거야.”
“너희 짐은?”
2학기가 끝난 방학맞이에는 싸야 할 짐이 많았다.
2학년부턴 성적에 따라 다시 새로운 방을 배정받기 때문이다. 성적이 좋은 레이먼이나 유타, 오닉스는 여전히 개인실을 쓰겠지만 다른 학생들은 1학년 성적에 따라 3인 1실까지 밀려날 가능성도 있었다.
성적으로 보면 그럴 경우가 있을 수 없었지만, 개인실이 무너져 내리는 일말의 가능성까지 고려해 레이먼은 자질구레한 짐까지 모두 챙겨 가방에 쑤셔 넣었다.
‘여기는 왜 아공간 주머니 같은 게 없지?’
판타지 소설에는 보통 끝없이 들어가는 가방이나 인벤토리 같은 게 있었는데.
“레이먼, 너 방학 때 뭐할 거야?”
“나? 방학 때? 글쎄, 아직 안 정했어. 아드리안이랑 마법 공부나 할까 싶은데.”
왕성에서 하는 프로그램은 이번 방학에는 없는 것 같고.
‘아마 에글린턴 때문이겠지.’
아마 9월에 맞춰 함께 개교할 것 같으니까….
건물부터 체계까지 모두 신경 써야 하다 보니, 프로그램을 주관하던 3왕자도 시간을 내지 못한 모양이었다. 덕분에 챈들러, 크리스, 디찬 선배 모두 이번 방학은 영지 구석의 별장에서 쉬는 듯했고.
그러자 유타가 잘 됐다는 듯 목소릴 높였다.
“그럼 같이 놀러 갈래?”
“…어딜?”
“파릭사 선배네 집. 오닉스한테는 이미 말해둠.”
“이응.”
“파릭사 선배? 엘프국을 말하는 거야?”
따로 국가명이 없는 엘프국은 스턴 왕국에서 공중선으로 꼬박 이틀은 가야 도착할 수 있었다.
공중선으로 이틀이라니. 이미 엄청난 거리였지만 엘프국에 가기 위해선 또 다른 준비가 필요했다.
바로 엘프국행 티켓이었다. 이 티켓은 엘프국의 왕족이나 혹은 그에 준할 정도로 높은 작위를 지닌 엘프만이 끊어줄 수 있었다. 이런 과정에서 볼 수 있듯이 엘프국은 인간에게 개방되긴 했지만 실제로 들어가긴 매우 어려운 국가라는 소리다.
“응. 좀 전에 파릭사 선배가 물어봤어.”
“갑자기 왜?”
“첫째는 내가 왕족이고, 둘째는 내가 엘프국에서 평판이 좋고, 셋째는 네 정령 얘기가 재밌어서. 그렇지, 렌스?”
“네, 분명히 그렇게 전하셨습니다. 공식 초청 문서를 통해 따로 확인했습니다.”
얘길 듣던 오닉스가 불쑥 끼어들었다.
“그런데 하나만 묻자. 네가 뭘 했다고 평판이 좋아? 그것도 엘프국에서?”
“정확히 말하면 나랑 너희야. 내가 왕족이라서 대표로 초청 문서를 받은 거고.”
우리?
“그게, 저번 방학 때 파릭사 선배가 컨닝 사건이랑 밀리포레에 대한 이야기를 했나 봐. 엘프국에 전해져 내려오는 인간에 대한 유구한 편견이 있잖아. ‘악한 인간’이랑 ‘정의로운 인간’. 다른 인간들은 몰라도 정의로운 새싹들은 언제나 환영이라면서 초대하라 하셨다던데?”
뭐, 엘프국의 현 왕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파릭사 선배의 말로는 현 왕은 인간 문명에 굉장히 호의적이며 인간의 마법에도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라고 했다. 쇄국정책을 펼치는 전전 왕하고는 확연히 다르다고.
‘5왕자라고 해도 왕족이니, 유타와 친해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은 거지. 서머셋의 학년엔 연결 지을 만한 건더기도 없고.’
오닉스가 고개를 갸웃했다.
“파릭사 선배는 왜 왕이랑 대화를 하는데?”
“뭐야, 오닉스 너 몰랐어? 그 선배 왕족이잖아.”
“뭐…?”
“몰랐어?”
“맞아, 몰랐어?”
“뭐야, 나만 몰랐어?”
오닉스는 큰 충격을 받은 듯 입을 금붕어처럼 뻐끔댔다.
사실 오닉스가 이상한 것은 아니었다. 레이먼 역시 파릭사가 엘프국의 왕족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건 라 디밀레에서 그녀가 직접 말해줬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파릭사 선배가 권유하셨는데, 갈 수 있어?”
“거기 혹시 아드리안도 데려갈 수 있나?”
“네 동생도? 음, 아마 될 거야.”
***
“생각보다 많구나?”
유타가 내민 엘프국 방문자 리스트를 받아 든 파릭사가 이름들을 쭉 훑으며 말했다.
“안 되나요?”
“음, 아냐. 이 정도면 괜찮을 거 같아. 다들 우리나라에 초대할 수 있어서 정말 기쁘다.”
“주의할 점 같은 건 없나요?”
휴게실 원형 테이블에 옹기종기 모여 선 학생들 사이로 레이먼이 물었다. 파릭사의 뾰족한 귀가 쫑긋 섰다. 그 부분은 생각도 못 했다는 얼굴이었다.
“대외적으로 지켜야 하거나 그런 건 없어. 그냥 너희들이 다른 곳에 놀러 갔을 때 하면 안 되는 거랑 비슷한 거야. 도둑질이나 우리 문명에 대한 비난, 뭐 그런 거. 따로 지킬 게 있으면 가는 날에 말해줄게.”
“네.”
“출발 날짜는 방학하고 일주일 뒤야. 엘프국행 티켓이 열리는 날은 정해져 있어서.”
“좋아요.”
“좋아, 다들 그때 보자. 즐거운 여름 방학 보내.”
***
“우리 아들!”
집에 도착하자마자 어머니가 반갑게 웃으며 레이먼을 껴안았다.
레이먼은 사샤를 볼 때마다 전 레이먼에 대해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이 새끼는 이렇게 좋은 엄마가 있는데 방에 틀어박혀 있었던 거야?’
명랑한 목소리의 사샤는 레이먼의 양 볼을 붙잡고 얼굴을 이리저리 돌렸다. 라 디밀레 때 있었던 상처를 한 번 더 확인하는 듯했다.
“시험은 안 힘들었고? 몸은 좀 어때? 아픈 곳은? 얼굴은? 막 무너질 것 같고 그러진 않았니?”
“괜찮아요. 아버지는 안에 계세요?”
레이먼이 복도를 두리번거렸다. 변한 테리안이라면 아들을 보러 복도까지 나와 있을 줄 알았다.
“아버지는 지금 영지 사찰을 하러 가셨단다. 저녁쯤엔 돌아올 테니 그땐 아버지와 함께 저녁을 먹자구나. 그럼… 레이먼, 방학 때는 우리와 식사할 거지?”
아.
“네. 그럴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어머니.”
“그래, 아들. 일단 들어가서 쉬렴. 아드리안도 널 아주 많이 보고 싶어 했단다.”
“네.”
도련님-! 어서 들어가요-! 온갖 짐을 혼자 메고 있던 니콜이 레이먼을 들볶았다. 원래도 팽팽한 근육이 아주 빵빵해져 있었다. 짐이 정말로 무거웠던 모양이다. 카펫이 깔린 푹신한 계단을 타고 올라가면 레이먼의 방이 있었다.
오랜만에 돌아온 방은 여전히 먼지 한 톨 없이 깔끔했다. 짐 정리는 생각보다 일찍 끝났고 니콜은 녹초가 되어 터덜터덜 방을 떠났다.
“무슨 일 있으시며어어언… 불러주세효오오오.”
아무래도 저녁 시간까지 뭘 시키긴 그른 것 같다.
레이먼은 책상에 앉아 전 레이먼의 일기장을 펼쳤다. 이제 일기장의 마지막은 전 레이먼이 아닌 제가 채운 글자로 빼곡했다. 생각을 정리하는 데엔 이 종이에서 느껴지는 질감이 나쁘지 않았다.
스턴력 461년. 처음 이 일기장을 발견한 이후, 거의 1년이 흘렀다.
461년의 레이먼은 어땠을까.
일기장의 내용은 대부분 밝지 않았고, 도움이 되지 않았기에 레이먼은 일기장의 내용을 늘 까먹고 다시 읽어야만 했다. 쓸데없는 정보는 머리에서 지워버리는 전생의 습관이 여전했기 때문이다.
본래의 역사에서 461년의 레이먼은 꽤 우울했다. 그는 1학년 수업 중 실기는 전혀 따라가지 못했다. 아버지는 성과를 내지 못하는 레이먼을 무시했으며, 어머니가 몰래 부쳐주는 학비로 겨우 학업을 이어 나갔다. 학생들은 뒤에서 레이먼을 욕했지만 앞에서는 함부로 나서지 않았고, 레이먼은 점점 고립되어 갔다.
[ 이럴 거면 오는 게 아니었는데. 괜히 한 자리를 차지하겠다고 설친 거 같다. 돌아가고 싶다. 원래 있던 곳으로. ] [ 하지만 동생이… ] [ 파릭사는 내게 큰 도움을 주었다. ]‘파릭사….’
그녀의 이름이 일기장에 종종 등장할 때마다 일기장의 내용은 밝아졌다. 파릭사는 언제나 착했다.
‘엘프국이라….’
엘프국에 관한 정보는 시중에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레이먼도 엘프나 엘프국에 대한 정보는 포레스튼의 도서관에서 와서야 얻을 수 있었다.
그런 레이먼이 잘 알지도, 얻을 것도 뚜렷하지 않은 엘프국행을 쉽게 동의한 이유는 ‘대정령’과 ‘엘프의 가호’ 때문이었다.
[ 붉은 치야, 엘프국에 가는 건 정해진 거냐? ]방구석 모서리에 쭈그려 앉아있던 아모르가 그제야 목소릴 냈다.
“아모르 님. 왜 거기 계십니까? 놀랐습니다.”
[ 여기가 안정되는 자리라 그렇다. 원래 정령마다 선호하는 구역이 있어. 그런데 넌 전혀 놀라지 않은 얼굴인데? ]“놀랐습니다. 왜 자꾸 사라졌다 나타났다 하시는 겁니까? 정령이 일관성도 없게.”
[ 그거야 네 마력이 얼마 없으니 이 모습으로 현현하기 힘들지 않니, 이 재능 없는 붉은 치야. 그런 네가 엘프국이라니 아주 좋은 기회구나. ]“그렇죠?”
대정령 아모르가 저렇게 말하는 까닭은 앞서 말한 ‘엘프의 가호’가 인간이 지닌 서클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엘프의 몸엔 인간과 같은 서클이 없다.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의 가호를 받은 그들이 바로 자연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엘프는 인간처럼 서클을 통해 마력을 순환시키는 게 아니라, 그들 몸 전체에 언제나 마력이 흐르고 있는 것이다. 마치 무한한 마력을 지닌 자연처럼.
레이먼의 몸에 있는 서클은 여전히 크진 않았다. 1학년 시험까지야 괜찮았지만 2학년, 3학년, 아마 학년이 올라갈수록 한계에 부딪힐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엘프의 가호’가 꼭 필요했다. 엘프국의 국왕만이 내려줄 수 있는 그 가호가 말이다.
‘책을 읽었을 땐 꼭 무협지에 나오는 무공 같았는데.’
책에서 본 엘프의 가호는 무협지 속 고수의 도움으로 막힌 혈을 뚫어 몸 안의 정순한 기를 혈관을 타고 돌게 하는 것과 꽤 비슷했다.
[ 얼굴은 이제 완전히 괜찮아진 것 같구나. ]방구석 대정령이 어느새 허공에 둥둥 떠다니며 자리에 앉아있던 레이먼을 내려다보았다.
아모르의 말대로였다.
영법에 당했던 레이먼의 얼굴은 완벽하게 이전으로 돌아왔다. 초초 교수의 축복 마법은 확실히 효과가 좋았다. 여기저기 줄을 대는 인간성과 별개로 포레스튼의 정교수 자리를 유지 중이라는 것은 그 실력을 보장하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아모르 님, 영법이라는 게 언제부터 있었던 건지 아세요?”
[ 응? 모르는 게냐? ]“어떤 책에도 영법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적혀 있지 않아서요.”
[ 하긴. 그런 영법은 아주 오래전 있었던 흑마법의 일종이니… 그럴 수 있겠구나. 그런 거라면 엘프국에 가는 게 더욱 도움이 되겠구나. ]“엘프국에 영법에 대한 자료가 있는 겁니까?”
구름처럼 허공에 둥둥 떠다니던 아모르가 레이먼의 코를 콕 찔렀다. 작은 별빛이 얼굴 위로 후두둑 떨어졌고, 얼굴 전체에 기분 좋은 온기가 감돌았다. 아모르가 말했다.
[ 그게 아니라. ]“…?”
[ 엘프의 마법과 영법의 뿌리가 같기 때문이지. 몰랐느냐? 정말? ]***
그 시각, 영지 사찰에 나가 있어야 할 테리안은 땅 위에 있지 않았다.
“내리시죠.”
딸깍. 시종인이 열어준 마차에서 내린 테리안이 우수에 젖은 눈으로 포레스튼을 올려다보았다. 간만에 홀로 오는 모교였다. 그러나 테리안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그가 말했다.
“가지.”
그는 애초부터 영지를 시찰하기 위해 사랑스러운 아들이 돌아온 집을 비운 것이 아니었다. 포레스튼을 족치러 온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