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Make You a King as a Possessor RAW novel - Chapter (82)
빙의자가 왕으로 만들어 드립니다-82화(82/275)
라 디밀레 이후 한 달 동안 몇 번의 교수회의가 이뤄졌다. 대부분은 포레스튼에 침입한 범죄자와 영법에 대해서였다.
“라 디밀레의 외부인 참가를 막으면 될 일 아닙니까?”
“지금 그게 중요합니까? 라 디밀레 자체를 없애면 됩니다.”
“그것 또한 맞는 말씀이지요.”
대체 뭐가.
초초와 클레임은 대안이라고 나온 말의 꼬라지에 난색을 표했다. 애초에 논점이 잘못됐다. 지금 이 자리는 라 디밀레가 아니라 범죄자들의 침입이 문제시되어야만 했다.
외부인의 참가를 허용하는 날이었기 때문에 예외적으로 범죄자가 들어왔다고?
만약 관계자로 위장한 범죄자가 포레스튼 안으로 들어온다면 그땐 포레스튼을 아예 폐교시킬 작정인 건가?
원인이 아닌, 결과가 일어난 장소를 없애버린다는 엄청난 문제 해결법에 충격받은 안경테를 고쳐 쓰며 클레임이 말했다.
“라 디밀레가 문제가 아닙니다. 애초부터 라 디밀레에 들어오는 외부인은 명단을 작성하게 되어있고 들어오면서 소지품 검사 및 마법 파훼식까지 걸어둡니다. 위장 마법은 4서클 아래이기 때문에 무조건 파훼될 수밖에 없고요. 라 디밀레가 문제가 아니라 저희가 바뀌어야 하는 겁니다.”
초초 교수가 이에 동의했다.
“영법도 문제입니다. 몇 년 동안 보이지 않던 영법 관계자가 보이기 시작했고 1학년이 크게 다쳤어요.”
“그 공작가 출신 말씀이시죠?”
“소문으로는 분명 마법에 재능이 없다고 들었었는데 성적을 보니 전혀 그렇지 않더군요.”
“그 학생은 지금 괜찮은 겁니까?”
“네, 발견 즉시 축복 마법을 썼어요.”
영법은 멸망한 고대 국가의 흑마법에서 파생된 마법이다. 즉, 영법으로 난 상처를 치료할 수 있는 건 그에 대응하는, 고대 국가의 신성 마법에서 파생된 축복 마법뿐이었다. 그때 초초 교수가 발견한 게 천운이었지, 만약 그녀가 아닌 다른 교수가 자리에 있었더라면 레이먼의 반쪽 얼굴은 영영 돌아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영법의 출현은 마법사에 있어 중요한 일이었다.
“그럼 혹시 테리안 공작도 보신 겁니까?”
교수 중 한 명이 물었다.
“예, 보셨고 불같이 화를 내셨습니다.”
“저 같아도 그럴 거예요. 여긴 아카데미입니다. 학생들을 보호하지는 못할망정 상황이 다 끝나서야 아이들을 찾는 교수들이 어딨습니까?”
“하지만 그 아이들이 그곳에 왜 있던 겁니까? 애초에 우리도 모르는 정보를 왜 그 아이들이 알고 있어요.”
“그게 중요합니까?”
교수들의 열띤 대화가 이어졌다. 이젠 대화가 아니라 거의 개가 짖어대는 수준이었다. 에튼 교수는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귀마개를 착용했다.
조용히 앉아 이야길 듣던 학장이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이번 학기가 끝나고 테리안 공작께서 아카데미에 들르기로 하셨습니다. 3왕자님과 마탑주님께서도 오기로 하셨으니 이 문제에 대해서는 그때, 한 번 더 논의하기로 하겠습니다.”
그리고 시간은 빠르게 흘러 학장이 언급했던 ‘그날’이 되었고 테리안은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아카데미로 나선 것이다.
‘영법. 영법. 영법.’
테리안은 생각할수록 꼴이 받았다. 어떻게 아카데미 관리를 그딴 식으로 할 수 있단 말인가. 테리안이 다닐 적만 하더라도 포레스튼 아카데미는 허가를 받은 외부인 외에는 뚫린 적 없는 철옹성 같은 곳이었다. 그런 곳이 이렇게 쉽게 뚫리다니.
내부에서 누가 길을 터주지 않고서야 이건 불가능했다.
‘목을 딸 것이다.’
만약 그런 놈이 있다면 그렇게 할 것이다.
감히, 내 아들을 건드려?
악마 같은 불이 끓어오르는 속과 달리 테리안의 얼굴은 고요했으며 발걸음에서 평정심마저 느껴졌다.
테리안의 발걸음은 교무실 안쪽 회의실로 곧장 이어졌다. 시종인과 함께 회의실로 들어서자 기다렸다는 듯 매너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테리안!”
“테리안 반 스플린, 전하를 뵙습니다.”
매너스가 테리안의 어깨를 팡팡 치며 말했다.
“이야, 정말 오랜만이야! 왕실에 아무리 초대를 해도 꿈쩍도 안 하더니 아들 일이면 한 번에 달려오는구나?”
그런 3왕자에게 익숙한 테리안이 능숙하게 그의 손을 치우며 답했다.
“전하께선 전쟁을 잘 마치셨습니까?”
“응? 바텔바흐를 말하는 건가? 그건 내가 참전하지 않았어. 애초에 그 전쟁으로 바텔바흐를 먹을 생각도 없으니 말이야. 형님도 계신 곳인데 어떻게 그래?”
“그렇군요.”
테리안은 왕족을 기피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좋아하지도 않았다. 공작가가 어떤 특정 인물과 친하게 지낸다면 권력이 한쪽으로 쏠릴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에 그는 위치상 중도를 지켜야 했다.
그다음으로 학장이 테리안에게 인사를 건넸다. 학장과 마탑주, 매너스와 테리안, 그리고 상황을 가장 처음 목격했던 교수들이 회의를 시작했다.
“죽일 겁니다.”
테리안의 의견은 단호했다. 잡힌 범죄자들을 죽여야 한다.
“제 아들을 다치게 했습니다. 그것도 영법으로요. 영법은 죄악입니다. 그 죄악으로 제 아들의 몸을 더럽혔단 말입니다.”
“예, 그러겠습니다.”
학장은 부드럽게 답했다. 그녀 역시 테리안의 의견에 적극 맞장구를 쳤다. 그 자리에 있는 누구도 공작의 의견에 반대할 수 없었다.
“테리안 말이 맞아. 놈들은 죽을 거야. 대신 시간을 좀 주면 좋겠어.”
그때, 매너스가 말했다.
“마탑에서 범죄자들을 고문 중이야. 원래 그놈들은 불법 완드 소지죄에 마법 살인죄 명목까지 가중해서 왕실에 갇혀있던 놈들이지, 영법으로 잡혀 온 놈들이 아니야. 죽이더라도 어디서 그걸 배웠는지 알아내고 죽여야 해.”
“마탑에선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에글린턴에서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아예 외부인 출입을 금지할 거야.”
이건 포레스튼에서 반려된 정책이었다. 그러나 매너스의 의지는 강력했다.
“영법은 사용 전까진 마법과 차이점을 알 수 없어. 걸러낼 방법이 없다면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할 거다. 포레스튼도 같은 임시 교칙을 세웠으면 해.”
매너스의 말은 일견 타당했다.
결계와 같은 방편으로는 영법을 막거나 색출할 수도 없었다. 교내에서 영법이 발생한다면 찾을 수는 있겠으나 그게 다였다. 이번처럼 이미 시전된 이후라면 레이먼처럼 다치는 학생들이 발생할 뒤일 수 있다.
“…3왕자 전하께서도 그런 생각이라면 어쩔 수 없죠. 라 디밀레를 제외하고는 포레스튼에서도 최대한 외부인의 출입을 막도록 하겠습니다. 필요한 마법 재료 역시 각 가문의 시종인들이 직접 가져오는 걸로 하죠. 평민의 경우엔 포레스튼에서 직접 공수하겠습니다.”
말 그대로 임시방편.
“그래. 나도 다른 방법을 생각해보지.”
매너스가 부드럽게 웃었다. 테리안은 뒷말을 덧붙이지 않았다. 그는 그 범죄자들을 족치겠다는 약속으로 족했다. 그리고 이 이상은 제 착하디착한 아들 녀석도 원하지 않을 터.
“회의가 끝났으면 가보겠습니다.”
드르륵-
테리안이 자리에서 먼저 일어나고 회의실을 나섰다. 그런 테리안을 뒤이어 따라온 자가 있었다. 어딘가 익숙한 보라색의 머리. 바로 오닉스의 아버지, 마탑주였다.
“…탑주님께서도 제게 볼 일이 있습니까?”
“공작께 볼일이 있는 건 아닙니다.”
마탑주에겐 실제 작위는 주어지지 않았으나 후작에 상당하는 것으로 여겨졌기에 귀족 취급을 받았다. 또한, 마법 의회의 중심축이 되는 이였기 때문에 왕족이나 공작까지는 아니었어도 꽤나 권한이 있는 이였다. 즉, 콧대가 높다는 소리다.
그런 마탑주가 뒤에서 테리안을 쫓아 그의 이름을 불러 세울 정도라면 꽤나 중한 이유일 게 분명했다.
테리안은 일단 인상을 썼는데, 이는 마탑주의 기세에서 눌리지 않기 위해서였다. 마탑주는 긴 보라색 머리 한쪽을 뒤로 넘기며 말했다.
“…그쪽 아들이, 제가 아는 놈이랑 친해서.”
“뭐요…?”
“담화를 좀 나누고 싶습니다.”
.
.
.
“제 아들의 친구가 마탑에서 일하고 있단 말씀이십니까?”
“네. 아주 훌륭한 아이입니다.”
마탑주와 테리안은 포레스튼에서 나오는 마차를 함께 탔다.
“마법 연구 실적 역시 우수하게 내고 있어 졸업하고 나면 아주 탄탄대로가 펼쳐질 아이죠.”
“그렇군요. 그런 아이가 제 아들과 친하다니 다행입니다.”
테리안은 마탑주의 이야기를 들을수록 의아했다.
‘마탑주가 이렇게까지 아끼는 학생이 있었나?’
의회에서 마탑주는 오로지 마탑 연구에만 힘을 쏟는 인물처럼 보였다. 또한, 그에게 있어 마탑 소속 마법사들은 챙겨야 할 대상이지 자랑할 만한 대상은 아니었다. 그런 마탑주가 일개 학생을 이렇게까지 추켜세워?
1학년 전체 1등을 차지한 내 아들보다 더?
테리안은 마탑주가 말한 그 아이가 누구든지 간에 속에서 왠지 모를 열불이 차오르는 걸 막지 못했다.
“하지만 레이먼이 1학년 1등입니다. 오히려 그 아이가 제 아들 곁에 있으면서 배우는 게 많겠지요.”
“일전에 레이먼 학생을 마주친 적이 있습니다. 확실히 우수한 아이더군요. 하지만 서클이 작아 한계가 있을 겁니다. 알고 계실 텐데요.”
“원래 마력도 못 쓰던 놈이 그렇게 성장한 겁니다. 분명 서클에 대한 것도 알아서 잘 해결할 겁니다.”
“마탑도 해결하지 못한 겁니다. 타고난 마력이 커야지요. 오닉스 학생처럼요.”
“그 오닉스가 누군지 모르겠지만 제 아들은 정령과도 계약했습니다.”
“걔도 할 겁니다.”
“그러시겠죠.”
마차 안의 기 싸움이 여전히 난무하는 가운데 하늘을 날던 마차는 덜컹 소릴 내며 땅에 도착했다. 스플린 가문의 마차였기 때문에 마탑주가 중간에 내려야 했으나 테리안은 부득불 우겨 왕실까지 함께 마차를 탔다. 제 아들에 대해 좀 더 자랑할 거리가 남았기 때문이다.
두 학부모의 만남은 썩 유쾌하진 않았다.
***
“그게 무슨 말이에요?
[ 말 그대로의 의미다. 엘프의 마법과 영법은 원리가 같아. 그것도 모르고 마법을 쓰는 게냐, 쯧쯧. ]마치 침대에 옆으로 누운 것처럼 턱을 괸 채 한쪽 다리를 세모나게 세운 그 모습은 영락없는 미운 백수의 꼬라지였다. 그러나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영법은 사악한 거 아닙니까?”
[ 붉은 치야. 붉은 치야. ]“이제 제발 이름으로 부르십쇼.”
[ 네 이름이 뭐였더라? ]“…늙어서 기억력이 안 좋은 거였군요. 레이먼입니다.”
그래, 레이먼아 – 그렇게 말한 아모르의 손가락 하나가 위로 올라갔다. 대정령의 손가락 끝이 연두색으로 빛났다. 손가락은 허공에 천천히 동그라미 하나를 그렸다.
[ 이게 서클이다. 인간은 마법을 어떻게 사용하지? ]“서클 개수를 늘려, 자연의 마력을 저장할 수 있는 창고를 만들고, 저장된 마력을 통해 마법을 사용합니다. 저장된 마력을 끌어오기 위해 수식을 통해 계산 기하학 무늬, 즉 ‘마법진’이 필요한 것이고 마법진을 통해 마력을 원하는 형태로 만들어내는 것이 ‘마법 주문’입니다.”
레이먼은 책에 쓰여 있던 그대로 읊었다.
[ 옳다. 그럼 엘프는 어떻게 사용하지? ]“서클이 아니라 자연에서 순환하는 마력을 이용합니다.”
[ 그럼 서클이 필요한가? ]“필요 없습니다.”
[ 그렇다면 영법은 어떻지? ]영법?
“영법에 대해 자세히 쓴 서적은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영혼을 갉아먹는 마법, 그래서 영법으로 불린다.’라는 것밖에 모릅니다.”
[ 그럼 영혼의 사용에는 서클이 필요한가? ]“……마법과 같으니 필요한 게 아닌가요?”
[ 쯧쯧, 거기서부터 생각이 틀렸다. 붉은 치야. ]레이먼의 이름은 다시 붉은 치로 돌아갔다. 아모르가 고개를 살래살래 저으며 말했다.
[ 그들은 마력을 사용하는 게 아니라 영혼을 사용하는 것이니 서클을 사용하지 않아. 자연 상태의 영혼을 사용하는 것. 즉, 엘프가 마법을 사용하는 방식과 비슷하지. ]“……그럼.”
[ 네 생각이 맞다. ]레이먼의 표정이 썩어들어갔다.
[ 너는 영법을 배우기에 아주 적합한 몸이란다, 레이먼. ]그렇게 말한 아모르가 씨익 웃었다. 아모르의 눈빛이 묘하게 상냥해졌다.
레이먼이 인상을 찌푸렸다.
‘…뭘 그렇게 봅니까. 악당 키우는 사람 같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