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Make You a King as a Possessor RAW novel - Chapter (86)
빙의자가 왕으로 만들어 드립니다-86화(86/275)
파릭사는 당황했다.
‘뭐지? 방법? 설마 얘가 광장 나무를 되살릴 방법을 말하는 거야? 하지만 나무가 이렇게 될 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어. 이 아이들이 오자마자 이렇게 됐으니 다들 분노를 표출할 곳이 필요했던 거지. 하지만… 그렇다고 정말 얘네가 그 방법을 찾을 필요도, 찾을 이유도 없었던 말이야.’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애초에 어떻게 안 거지? 궁금하긴 하지만, 정말 그게 도움이 될까? 뭐라도 시도해보는 게 나쁜 건 아니겠지만.’
초 단위로 바뀌는 표정에도 유타는 꽤 냉정한 자세였다.
“어제 도서관에서 광장 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읽었거든요. 그게 왜 엘프국에 중요한 건지도 알았어요. 제가 스턴 왕국의 대표는 아니지만 그래도 제가 왔을 때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이 앞으로 외교 문제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파릭사가 손을 내저었다.
“유타… 그렇게까지 생각하지 않아도 괜찮아. 우린 정말로 스턴 왕국을 탓하지 않을 거야.”
“그건 모르는 일이죠.”
옆 방에서 세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오닉스도 배를 긁으며 등장했다. 보라색 머리가 터지듯이 부풀어 있었는데 오닉스는 그 머리가 꽤 익숙한 듯했다. 배를 긁던 손이 주머니에서 꼬리빗을 꺼냈다.
자연스레 머리를 뒤로 넘겨 정리한 오닉스가 다음 말을 이었다.
“엘프국 차원에서 복수라든가 공식적인 무언가를 하진 않겠지만 약간의 의심이 남을 수는 있잖아요.”
“음…….”
“그건 파릭사 선배님도 어떻게 못 하는 거고요.”
“그렇긴 해. 하지만 엘프들이 그렇게 멍청하진 않아. 다들 너무 놀랐을 뿐이야.”
오닉스는 오늘따라 더 피곤한 얼굴이었는데, 그래서인지 묘하게 침착한 분위기를 풍겼다. 오닉스의 말에 가세하듯 레이먼도 이어 대꾸했다.
“선배님, 저흰 도움이 되고 싶은 거예요. 친구인 엘프국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잠자코 있는 건 바람직한 행동은 아니니까요.”
“친구…?”
“선배님이요. 저희를 이렇게까지 챙겨주셨는데 친구가 아니면 뭐겠어요.”
…아.
파릭사는 무언가 깨달은 듯 눈을 반짝였다. 정수리 위로 바짝 솟은 머리카락 더듬이도 곧게 섰다.
파릭사에게 있어 공동체 생활은 엘프국을 제외하고선 포레스튼이 처음이었다. 즉, 다른 종족과 친분을 이 정도로 쌓아온 게 이번이 처음이었다.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을 느낀 파릭사는 결국 알겠다는 듯 답했다.
“그래, 좋아. 다만, 우리 아빠한테 말은 해봐야 해.”
***
“광장 나무를 되살릴 방법이 있다고?”
르바우 4세의 다이아몬드 눈동자가 세로로 가늘게 변했다. 파릭사는 저 표정을 알고 있었다.
‘…하긴 나도 믿을 수 없었으니까.’
게다가, 광장 나무다.
함부로 이름을 붙이는 것조차 몇백 년간 허락되지 않을 정도로 소중한 보물. 그 보물이 망가지기 시작할 때, 때마침 엘프국에 방문한 외부인이 보물을 되찾을 수 있게 해준다는 거니까.
“저랑 이 친구들이라면 할 수 있어요.”
“…너희들은 겨우 인간들 세상의 꼬맹이들이야. 자신이 넘치는 건 좋지만 광장 나무는 엘프국의 보물이다.”
르바우 4세는 인간에게 우호적이었으나 그렇다고 인간이 엘프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절대적인 우월감에서 오는 자신감이 그가 인간들에게 상냥히 대할 수 있는 이유였다.
그런데… 엘프들이 못하는 걸 저 꼬맹이들이 할 수 있다고? 이제 겨우 17살이 된 놈들이?
“엘프국은 너희들을 탓하지 않아. 그저 운이 없었을 뿐이다. 광장 나무가 수명을 다한 때에 너희들이 왔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야.”
르바우 4세의 말이 맞았고, 일리도 있었다. 그러나 유타는 제 의견을 꺾지 않았다. 왕자에겐 자신감이 있었다.
“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엘프국의 보물이 사라지는 걸 파릭사의 친구로서 가만히 보고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나름의 방법을 생각했고 이에 대한 자신도 있습니다. 기회를 주세요. 저희가 건드리지 않아도 사라질 보물이라면 적어도 시도는 해봐야 하잖습니까.”
“……어떤 방법이지?”
“…가서 보여드리기 전까지 믿으실 수 없을 거예요. 결코 해를 끼치진 않겠습니다.”
유타가 단호히 답했다.
“부탁드립니다. 이건 한 국가의 왕자가 아니라 파릭사의 친구로서 드리는 부탁이에요.”
마지막 부탁을 남긴 유타가 고갤 숙였다. 일국의 왕자가 아니라는 말도 이 때문에 넣은 것이리라.
‘꽤 하네.’
함께 허릴 숙인 레이먼도 속으로 감탄했다. 자신이야 그렇다 치고 유타는 이제 겨우 17살. 일국의 국왕, 그것도 일면식도 없던 엘프국의 국왕 앞에서 이 정도로 말발이라니.
르바우 4세는 한참을 고민했다. 끙끙 앓는 시름 소리도 냈으며, 황금빛 팔걸이를 손가락으로 몇백 번이나 톡톡 쳤다. 그 순간에도 유타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결국 먼저 꺾인 쪽은 르바우 4세였다.
하아. 긴 한숨과 함께 드디어 르바우가 입을 열었다.
“그래. 허가한다. 뭐라도 해보는 게 좋겠지. 파릭사, 이놈들을 광장 나무로 데려가.”
그 말과 함께 유타의 은빛 머리카락이 찰랑거렸다. 해결책을 증명할 기회를 얻은 왕자는 활짝 웃으며 큰 목소리로 외쳤다.
“감사합니다!!”
***
“그 방법 말이야, 정말 통하는 거 맞아?”
“어제 됐잖아.”
“그렇기는 하지.”
오닉스가 입을 쩍 벌려 하품했다.
다크서클이 얼굴 반만큼 내려온 그가 레이먼을 흘겨보았다. 이게 전부 저 자식이 어제 친 사고 때문이었다. 어떤 미친놈이 다른 나라에 놀러 와서 그 나라의 보물을 훔치는 것도 아니고 다짜고짜 망가뜨린단 말인가.
연구실에서 돌아온 오닉스가 광장 나무와 레이먼이 친 사고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땐, 귀를 의심했고 그다음엔 귀를 떼어내고 싶었다. 차라리 못 들은 걸로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 너 미쳤냐? 드디어 미친 거냐?
– 아니, 그래도 방법은 있어. 그렇지 유타?“
– …있기야 하지.
– 유타가 그걸 스스로 찾았더니 정말 기쁘다.
– 그게 뭔데.
– 근데 그 방법이 아직 정확한 건 아니라 실험해봐야 해. 그래서 네 방에서 기다리고 있던 거지. 이 중에 마력 양은 네가 제일 많잖아.
– …? 근데 왜 나를 기다려.
– 네가 해줘야 할 게 있으니까.
– …잘 거야.
– 하하하.
– ……잘 거라고!!
결국 오닉스는 물심양면 그들을 도왔다.
“그것 때문에 잠도 못 자고. 죽겠어.”
“그래도 우릴 도왔잖아. 이래서 우리가 널 좋아해. 오닉스.”
“…신은 널 안 데려가고 뭐 할까? 파업인가?”
“불경한 소리를 하네, 오닉스.”
“네가 천사 같다는 소리지, 레이먼.”
그들이 소곤거리는 소리에도 통 집중하지 못한 파릭사는 그들을 광장 나무 바로 앞까지 안내했다. 나무를 중심으로 1미터 정도 되는 거리에 출입 금지 팻말이 붙은 밧줄이 사각형으로 매여 있었다. 엘프들은 멀리서 광장 나무가 점차 썩어가는 모습을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혹여 자신들이 가까이 다가갔다가 마력의 흐름 때문에 광장 나무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칠까 우려했기 때문이다. 여태껏 아무 문제 없이 살아왔다 해도 실제로 문제가 생기면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생기기 마련이다.
“도착이야, 얘들아.”
“감사합니다.”
“이제 뭘 어떻게 하려고?”
“간단히 말하면 광장 나무의 마력을 빼내는 작업을 할 거예요.”
레이먼이 답했다. 유타가 찾은 답도 이와 같았다.
“마력을 빼내? 그리고?”
“빼낸 마력을 몸에 가둘 겁니다. 이건 서클을 가지지 않는 엘프 분들께선 불가능한 마법이셨을 거예요.”
“자, 잠깐만 얘들아-.”
파릭사가 손을 내저었다.
“그런 마법이 있는 건 알고 있어. 마력 폭주를 막는 방법에 쓰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그건 아주 소량일 때야 가능한 이야기야. 광장 나무는 몇백 년간 마력을 쌓아왔어. 그런 마력을 너희들이 제어하고 담겠다는 거야? 그건 8서클… 아니, 9서클이 와도 불가능해.”
맞아. 9서클이 와도 불가능하겠지. 누가 봐도 불가능할 거다. 아마 르바우 4세 앞에서 이런 말을 했다가 그는 시도조차 못 하게 그들을 막을 것이다. 오랜 세월, 마법이 어떻게 쓰이는지 봐온 그라면 누가 봐도 불가능하다는 걸 진즉 알고 있었을 테니까.
하지만 그 모든 논리는 ‘레이먼’이라는 존재에 의해 그 논리를 잃게 된다.
광장 나무가 이토록 빨리 망가진 이유는 그가 시스템이라는 별개의 힘을 사용했기 때문이니까.
“할 수 있어요. 믿어주세요.”
또한, ‘레이먼’의 원래 몸은 마법에 재능이 없었다. 이 역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엘프국으로 향하는 마차에서 서클이 작은 그에게 대정령 아모르가 해준 마지막 충고.
[ 엘프의 가호를 받기 위해선 일단 서클을 없애야 해. 그래야 가호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지. 하지만 대개… 아니, 모든 마법사는 그 모험을 하지 못한다. 가호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서클을 없애는 건 미친 짓이나 다름없기 때문이지. 붉은 치야, 내가 이 말을 너에게 왜 해주는지는 알고 있겠지? ]그렇게 말한 아모르는 엘프국에서 내내 모습을 감추었다. 마치 어떠한 마력도 사용하지 말라는 것처럼. 레이먼은 그 말을 지켰다.
‘서클을 파괴하고, 엘프처럼 흡수한 마력을 몸 안에 그대로 흘려보낼 거야. 이건 그 방법을 터득하는 과정이다.’
아마 유타와 오닉스도 이 계획까지는 모르고 있을 거다. 그저 마력을 뽑아내는 마법을 레이먼이 아주, 아주아주 능숙하게 사용하는 걸로 알고 있겠지.
그리고 실제로 유타는 지닌 마력에 비해 서클의 크기가 지나치게 컸다. 재능은 있으나 마법의 질이 좋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마력이 서클에 비례하는 자만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
오닉스는 어마어마한 마력의 양에 맞춰 서클도 컸다. 그는 몸 안의 마력을 들어내면서 동시에 마력을 다시 담아둘 수 있을 것이다.
“어제 연습한 대로 할 거야.”
어젯밤 세 사람은 오닉스의 방에서 몸에서 마력을 빼내는 연습을 했다. 그중 가장 많은 마력을 빼낸 사람은 레이먼이었다.
“그래, 좋아.”
그들은 밧줄을 넘어 안으로 들어갔다. 나무는 그들의 키보다 몇백 배는 컸다. 가까이 다가가기만 해도 느껴지는 방대한 양의 마력. 그 질 또한 좋았다. 양보다 질…이 아니라 양도, 질도 완벽한 정순한 자연의 마력.
8서클, 9서클 마법사들은 이미 제 몸에 맞춰진 마력의 양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이들처럼 행동할 수 없었다.
포레스튼의 1학년. 그중에서도 누구보다도 재능이 충만한 아이들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도전이었다. 파릭사는 모여든 엘프들을 뒤로 물렀다. 반경 5미터 정도가 빈 걸 확인한 유타가 말했다.
“그럼 할게요.”
세 사람이 천천히 눈을 감았다.
[ 흡수 ] [ 방출 ]첫마디는 저마다 달랐다. 흡수하기 시작한 유타, 그리고 몸 안의 마력을 먼저 방출하기 시작한 오닉스. 그리고 레이먼은 마법 대신 시스템 창을 켰다.
시스템은 이 세계에 반하는 힘은 아니지만 섞이지도 않는 힘. 이곳을 더 이상 망치고 싶지 않다면 시스템 역시 레이먼이 원하는 대로 행동할 수밖에 없다.
‘시스템 창. 일반 특성에 사용된 힘을 회수한다.’
[ 사용된 힘을 회수한다고 해서 일반 특성 사용이 없던 일로 돌아가진 않습니다. 그래도 회수하시겠습니까? ]‘그래. 해. 빨리.’
다른 아이들한테 이 힘이 섞여 들어가면 골치 아프니까.
[ 힘의 회수가 시작됩니다. 이는 사용자에게 죽음만큼 힘든 고통을 선사합니다. ]회수와 동시에, 서클. 울컥 솟아나는 피를 억지로 삼키며 레이먼은 몸 안의 서클에 집중했다. 그리고 서클을 잡아낸 그는 억지로 서클 안에 시스템의 힘을 집어넣었다.
[ 회수가 절반 이상 완료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레이먼의 서클이 파괴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