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Make You a King as a Possessor RAW novel - Chapter (99)
빙의자가 왕으로 만들어 드립니다-99화(99/275)
쿨럭, 쿨럭. 다른 학생들이 보일 때마다 레이먼은 일부러 크게 기침하며 공간을 요리조리 지나갔다.
“레이먼, 너 어디 아파?”
친절한 2학년 친구들이 종종 레이먼에게 말을 걸어왔지만 그는 깡그리 무시했다. 대신 창백한 낯빛에 잔뜩 찌푸린 눈썹을 보여주면 그들은 금세, “레이먼이 정말 많이 아픈가 봐-.” 라며 고갤 돌렸다.
‘우리 보고 얼른 꺼지라는 표정이야.’
‘레이먼은 아프면 혼자 있고 싶어 하는구나.’
[ 이봐. 붉은 치. ] [ 레에이이먼, 너 왕성에 가려는 거지? ]그런 계약자를 내려다보던 아모르가 질문했다.
[ 그럼 질문 하나 하겠는데, 뭘 타고 가려고 그러는 거지? ]영법사들 덕분에 외부인의 출입이 더욱 엄격해진 포레스튼과 지상을 오가는 교통수단은 이제 거의 끊기다시피 했다. 아직 2학년에 불과한 레이먼이 타고 갈 마차나 해마, 양탄자가 없는 건 당연했으며 빗자루 역시 대여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었다.
‘그거야 대정령님이 도와주셔야죠. 지금까지 저한테 해주신 게 아무것도 없잖습니까.’
[ …내가? ]‘말을 빌릴 겁니다. 뿔이 달린 말은 투명 효과도 함께 있으니 왕성까지 갈 수 있을 거예요.’
[ 뿔 달린 말은 어떻게 빌리게. ]‘어떻게라뇨? 그걸 도와줘야죠.’
***
“레이먼, 정말 너니까 빌려주는 거야. 알았지? 오늘따라 네가 너무 불쌍하고 그래서…. 그러니까 절대 들켜서는 안 돼?”
마법 실습에 필요한 동물이나 식물, 도구를 통합적으로 모아두는 또 다른 창고는 범죄자들이 들렀던 예배당 창고의 뒷길에 있었다. 워낙 보관할 게 많아 규모가 큰 탓에 행인들의 시선을 끌지 않을 만한 깊숙한 안쪽에 숨겨둔 것이다. 그리고 그곳을 지키는 창고지기는 매번 바뀌는데 이 역할은 대개 교수님들이 담당했다.
그리고 이번에 창고지기를 맡은 교수는 4학년 수업을 담당하는 시아누였다. 그는 소심하고 겁이 많아 축복 마법 외에 모든 공격 마법을 익히지 않았다. 다행히 축복 마법이 적성에 맞아 대사제까지 오른 엄청난 엘리트였지만.
“감사해요, 교수님.”
“으, 응. 이상하다, 난 오늘 너를 처음 봤는데….”
“…….”
“너는 믿어도 될 거 같아. 뭔가 좋아….”
대정령의 힘이란 강력하네. 이럴 줄 알았으면 매번 이용할 걸 그랬나.
[ 쯧쯧, 대정령을 이용해 먹을 생각부터 한다니. 정령의 눈을 가진 놈이 이래서야 되겠나. ]“정령하고 계약하는 마법사는 마음이 순수해야 한다는 법이라도 있나 봐요?”
아모르의 비아냥거림에 작은 목소리로 받아친 레이먼이 뿔 달린 말의 고삐를 쥐고는 뒷문 쪽으로 걸어갔다. 아모르는 턱을 괸 채 말했다.
[ 기분이 안 좋아, 기분이. 내 계약자 성격이 더러우면 나까지 그런 기분이니까. 참고로 말하지만, 오늘 쓴 마법은 네 마력을 3분의 1쯤 썼다. ]놀란 레이먼이 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
‘진짜요?’
[ 힘들진 않을 게다. 넌 엘프의 가호를 받았으니까. 그래도 곧바로 마력이 돌아오는 건 아니니 앞으로 정 사용하고 싶을 땐 생각하고 써라. ]‘그래야겠네요.’
마법을 연이어 사용하거나, 고위 서클의 마법을 사용할 때는 주의해야겠어.
[ 그건 그렇고, 너. 말을 타본 적은 있느냐? ]‘없습니다.’
[ 근데 말을 빌린 게냐? 차라리 빗자루를 빌릴 것이지. ]‘학생들이 말을 빌릴 때는 수업 이외엔 없다시피 하니, 걸릴 확률이 빗자루보다 적습니다. 혹시 모르니 위험 부담은 조금이라도 더 줄여야죠.’
제법 그럴듯한 말이었지만 아모르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어쨌든, 지금 이 계약자는 말을 탈 줄 모른다는 거 아닌가.
뒷문을 나선 지 5분쯤 지나자 구름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정확히 말하면 포레스튼 아카데미를 보호하고 있는 결계의 끝이었다.
뿔이 달린 흰 말의 별명은 ‘천사’였다. 새하얀 털에 하늘을 날 수 있다는 의미에서 학생들이 붙인 이름이었다. 이 천사는 언제나 특별대우를 받은 덕분에 성격이 매우 더러웠다. 초심자 레이먼에게 잘 훈련된 다른 말이 어울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에겐 선택권이 없었다. 포레스튼에서 타는 순간 투명해지는 말은 천사가 유일했기 때문이다.
후.
‘말 타는 법은 책에서 읽은 적이 있어.’
하지만 그 전에-.
레이먼을 천사를 타기 전 그 앞에 섰다. 동그란 두 눈이 레이먼을 바라보았다.
“푸르르르-.”
그리고 곧장 투레질하며 레이먼을 무시했다. 이대로 이놈의 등 뒤에 올라탔다가는 분명 자신을 바닥으로 내던져버릴 것이 분명했다. 그나마 그게 바닥이면 다행이지 하늘 위에서 던져버리는 순간, 평범한 2학년들은 작은 희망조차 없이 그대로 죽을 거다. 챈들러 선배에게 비행 마법을 배우긴 했지만 안정적인 사용이 불확실할 것 같은 마법은 레이먼의 계획에서 안전한 수로 계산하지 않았다.
즉, 레이먼은 먼저 이 말을 길들여야만 했다.
“야.”
“푸르르-.”
“야, 이쪽 봐.”
“푸르르르르?”
스으으윽-.
천사의 고개가 천천히 레이먼 쪽으로 돌아갔다. 커다란 두 눈에 이젠 공포가 가득했다. 말은 생애 처음으로 엄청난 공포를 느꼈다.
“떨어뜨리면 죽인다.”
“……!!”
“날 죽이려고 떨어뜨려도 죽인다.”
“…푸, 푸르르?”
“알아들었어?”
마생 처음으로 느끼는 최고의 공포! 천사가 다급하게 긴 목을 끄덕였다.
끄덕! 끄덕! 끄덕!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아모르는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 어쩌자고 정령의 눈을 가진 놈이 저런 썩어빠진 영혼을 지녔는지… 참으로 의문이로다. ]“좋아, 착하다. 역시 우리 천사는 착하구나.”
“……?”
아모르의 빈정거림을 가볍게 무시한 레이먼이 천사의 털을 자연스레 쓰다듬었다.
“그럼 한 번 왕성까지 같이 가볼까? 들키면 너도 같은 죄로 뒤지는 거야? 알겠지? 우리 천사, 아빠랑 끝까지 같이 가는 거야??”
그렇게 이어지는 레이먼의 말에 천사는 이 인간이 착한 놈인지 나쁜 놈인지는 알 수 없으나, 말을 듣지 않으면 죽는다는 것 하나만큼은 확실히 인지했다.
얌전히 다리를 접은 천사의 모습에 레이먼은 방긋 웃으며 승마대 위로 올라탔다. 가볍게 말 위에 올라타는 모습은 얼핏 숙련자처럼 보이기도 했다.
레이먼은 다리를 단단히 말의 몸에 고정한 뒤, 가볍게 발을 굴렀다.
“푸르르-!”
콧방귀를 뀌며 천사가 구름 밖으로 내달렸다.
후욱-. 부유하는 감각이 온몸을 지배했다. 시원한 바람이 레이먼을 덮쳤다. 마차를 타고 올 때와 전혀 다른 홀가분한 느낌. 흰 구름 사이를 헤치고 천사는 수도를 향해 날았다. 성냥개비처럼 작게만 보이는 지상의 사람들을 한참 지나쳤을 때쯤, 왕성의 정문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쪽이 아니야.’
하지만 레이먼이 이번에 향할 목적지는 왕성의 정문이 아니었다. 레이먼이 가볍게 고삐를 돌려 방향을 조절했다.
‘지난번, 리트리를 마주친 곳은 정원이 있는 쪽. 정문에서 꽤 먼 곳이었다.’
푸르르르.
천사의 투레질 소리와 함께 왕성의 하늘 위에서 레이먼은 잠시 멈춰 섰다. 공중에서도 왕성 전체에 쳐진 결계가 희미하게 보였다. 마법식과 마법진이 몇 개나 중첩되어 만들어진 결계는 깨기 어려울 거다.
한 국가의 왕성이 쉽게 침입을 허락하는 것도 이상하긴 하지.
레이먼은 다른 방법은 택하기로 했다, 레이먼은 왕성 주위를 돌며 주변을 살핀 뒤, 다시 정문 쪽으로 날아갔다.
“조용하고 얌전하게 기다려라.”
“푸르르…!”
“조용하라고.”
“푸르……”
정문을 지키는 기사들이 보이지 않는 숲 안쪽 샛길에 천사를 묶어둔 뒤, 마법으로 입고 있는 옷을 에글린턴의 교복으로 바꾸었다. 리트리가 보내준 편지와 함께 동봉된 사진에는 그들의 교복이 찍혀 있었기 때문에 쉽게 형상화할 수 있었다.
흰 재킷, 흰 바지에 빨간 테두리는 포레스튼의 칙칙한 교복과는 정반대였기에 기억하기도 쉬웠다.
새로운 교복으로 갈아입은 레이먼은 자연스레 정문으로 걸어갔다. 당연히 문지기 기사들에 의해 막혔다.
“누구지?”
“안녕하세요, 기사님들!”
레이먼이 환하게 웃었다. 경계심을 무너뜨릴 만큼 순진한 웃음이었다.
“에글린턴의….”
“…?”
“에글린턴의 무시기입니다.”
“…이름이 특이하군. 에글린턴이라면 매너스 전하가 세우신 그 아카데미를 말하는 건가?”
기사는 레이먼의 옷을 위아래로 훑었다. 자신이 봤던 다른 에글린턴의 학생들과 비교하는 듯했다. 그리고 경계심이 무너지는 한순간, 레이먼은 특성을 발동했다.
[ 양심이 쓰레기 특성을 발동합니다. ]“에글린턴의 학생 한 명이 아직 왕성 도서관에 있다는 소식을 들어서요. 길을 잃은 거 같아 데리고 돌아가려 합니다.”
[ 당신의 거짓말이 진실처럼 들립니다. ]“그 친구가 아직 많이 부족한 친구라 조금 걱정이네요.”
[ 당신의 거짓말이 진실처럼 들립니다. ]“3왕자 전하께서 세우신 에글린턴 아카데미의 학생이 왕성을 마음대로 휘젓고 다니는 소문이 나면 안 되니까요. 그렇죠?”
[ 당신의 거짓말이 진실처럼 들립니다. ]레이먼의 씨익 웃었다.
3왕자 매너스의 이야기에 기사의 몸이 돌처럼 굳었다.
레이먼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평소 그에게 보여줬던 젠틀한 모습과 달리 매너스는 전장의 악마라 불리는 사내였다. 호쾌한 말투와 웃음처럼 그의 전투 스타일은 시원시원했다. 허공을 가르는 마검을 따라 적의 목도 바닥으로 나가떨어졌다.
그런 남자를 왕실 기사단의 기사들이 따르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니 당연히, 그에게 밉보이고 싶지도 않을 터.
방실방실 웃고 있는 레이먼을 얼굴을 기사는 한참을 살폈다. 얼굴은 잘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며칠 전 에글린턴 학생 한 명이 왔을 때 입었던 옷이 분명 지금 이 소년이 입은 옷과 일치했다.
‘끄응….’
안으로 들여보내면 분명 잔소리를 들을 텐데.
“이봐.”
“…응?”
그때, 에글린턴 교복을 입은 학생 뒤로 기사 한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마찬가지로 처음 보는 얼굴이었지만, 사내는 왕실 기사단의 정복을 입고 있었다.
‘왕실 기사단…!’
왕성에는 두 분류의 기사단이 존재한다.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는 일반 기사단, 그리고 마법을 사용할 줄 알고 엘리트만 들어갈 수 있는 왕실 기사단. 게다가, 갑옷이 아니라 정복이라는 건 문지기인 자신이 감히 쳐다볼 수도 없을 정도로 신분이 높은 기사라는 의미였다.
문지기 기사는 곧장 양발을 모으고 경례했다.
“와, 왕실 기사단을 뵙습니다!”
“이 애는 내가 데리고 들어가겠다. 문을 열어주도록.”
“예, 예!”
“…대답만 하고 뭐 해? 얼른 열어.”
“네, 넵!!!”
다행이다아-. 문을 지키던 기사는 속으로 안도하며 정문을 열어젖혔다.
“감사합니다.”
레이먼은 활짝 웃으며 문 안으로 들어갔다. 레이먼을 안으로 들여보내 준 기사는 긴 머리를 어깨 뒤로 넘기며 말했다.
“레이먼, 이런 상황도 예상하고 내게 숲 뒤에 숨어 있으라고 한 게냐.”
“대충은요. 감사합니다, 아모르 님.”
“쯧쯧. 대정령의 현현을 이렇게 사용하는 놈은 없을 거다. 네가 부탁한 것도 마쳤으니 난 이만 돌아가겠다. 이 정도로 견고한 실체화는 마력 소비가 너무 심해.”
“네.”
“이제 더 도와주기 힘드니 알아서 잘 헤쳐 나가도록.”
“안녕히 주무세요.”
레이먼이 깊게 고개를 숙였다. 아모르가 사라지고 레이먼은 왕성 복도에 홀로 남았다.
‘기사가 문을 열어주지 않을 때를 대비하길 잘했군.’
문을 지키는 말단 기사가 의심이 적을 경우, 에글린턴의 교복만 봐도 문을 열어줬을 것이다. 하지만 의심이 많고, 책임을 지기 싫어하는 기사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만약 문을 열어줬다 사고가 생긴다면 자신이 어떤 처벌을 받을지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레이먼은 미리 아모르에게 부탁을 해두었다.
– 이 사진 속 기사단의 옷을 입어달라고? 그것도 인간의 모습으로 말이냐?
– 네. 그리고 제가 1분 이상 얘기를 나눠도 성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면 제 쪽으로 와서…… 이런 식으로 말해주세요.
– …흠.
– 대정령이 설마 이것도 못하-.
– 한다.
중간 과정이야 어쨌든 성안으로 들어온 레이먼은 숨을 한 번 고른 뒤, 발걸음을 옮겼다. 그의 발걸음이 향할 곳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