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233)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233화(233/576)
제233화
민국이는 텅 빈 공간으로 다가갔다.
담당자가 의아한 얼굴로 민국이의 뒤를 따랐다.
“오늘 일정이 없는데….”
그때, 민국이의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한마디로 경이로움이었다.
마이클 잭숀이 홀로 음악을 듣고 있었다.
물론 문 앞에는 거대한 경호원이 있었다.
경호원은 민국이와 담당자를 보자 앞을 가로막았다.
“출입 금지입니다.”
“아, 전 소냐 뮤직의 마케팅 담당자 리지예요.”
“그래도 여기는 출입 금지입니다.”
이때, 민국이가 어눌한 영어로 마이클 잭숀을 불렀다.
“마이클! 마이클 잭숀! 나는 당신의 엄청난 팬이에요. 저 한국에서 왔어요!”
경호원은 얼른 민국이를 제지했는데, 이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섬세하고 아름다운 목소리.
“잠시만….”
그 말에 민국이와 담당자 모두 얼음이 됐다.
마이클 잭숀이 지금 잠시만이라고 말한 건가?
두근두근.
민국이는 심장을 부여잡고 기다렸다. 마이클 잭숀이 나타나기를.
그리고 드디어 마이클 잭숀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민국이는 그저 입을 떡 벌린 채 마이클 잭숀을 올려다봤다.
“안녕. 네가 한국에서 왔니?”
“네… 마이클.”
민국이는 자신이 무슨 이야기를 주절거리고 있는지도 알 수도 없었다.
* * *
소냐 뮤직의 투자 담당자인 하워드 페이지는 깐깐한 얼굴이었다.
웃고 있었지만, 분명 나를 경계하는 게 눈에 선했다.
“그 유명한 성국 군을 직접 보게 되나니, 무척 영광이네요.”
“저야말로 소냐 뮤직을 직접 와봐서 영광입니다.”
“프로필을 보니 뉴욕에도 계셨던데, 여기 와보신 적 없으세요?”
[이미 내 뒷조사도 끝냈군.]나는 빙긋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뉴욕에 있을 때는 너무 어린 나이였고. 그 이후에는 일 때문에 와서 소냐 뮤직을 지나쳐가기만 했거든요.”
“그렇죠. 이곳에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으니까요.”
하워드 페이지는 꽤 거들먹거렸다.
“근데… 성국 군, 오늘 저희를 찾아오신 것은 ‘페이스 노트’때문이죠?”
[모르는 척하긴.]나는 이미 소냐 뮤직 측에 너튜브 활성화를 위한 투자를 부탁하러 간다는 공문을 보낸 후였다. 그런데 하워드 페이지는 너무나 당연하게 ‘페이스 노트’를 입에 올렸다.
그 말은 지금 너튜브는 정말 최악이라는 소리였다.
“하워드, 난 당신에게 너튜브 투자에 대해서 상의하러 간다고 이야기했는데. 자료가 잘못 갔나요? 아니면 당신이 게을러서 제가 보낸 자료도 못 본 건가요?”
“아하… 물론 봤죠. 게을러서가 아니라 누가 봐도 성국 군의 메인 무대는 ‘페이스 노트’잖아.”
“이제 슬슬 메인 무대를 옮겨보려고요.”
하워드 페이지는 어깨를 으쓱하며 웃었다.
“솔직히 ‘페이스 노트’는 투자할 만하지만, 너튜브는 모르겠는데요.”
“만약 너튜브에서 소냐 뮤직 소속 가수들의 모든 뮤직비디오를 틀 수 있다면 어떨까요?”
“너튜브에서 틀지 않아도, 우리에겐 뮤직 채널이 많아요.”
“하지만 그 채널들은 시간을 꼭 맞춰서 보거나 재방송을 기다려야 하잖아요? 하지만 너튜브는 동영상이 올라가면 내가 원하는 날짜와 시간에 뮤직비디오 같은 것을 무한으로 재생할 수 있어요.”
“하지만 너튜브가 아직 그럴 정도의 스트리밍과 화질을 서비스하고 있지 않잖아요.”
“제가 그 서비스를 하려고 지금 여기 뉴욕까지 온 거 안 보이세요?”
나는 저돌적으로 물었고, 내 질문에 하워드 페이지는 슬쩍 미소를 보였다.
원래 강자는 상대가 강하게 나갈수록 흥미를 보이는 법이었다.
* * *
마이클 잭숀은 경호원에게 이야기했다.
“약속 시간도 남고… 나 이 친구와 이야기 좀 할게요.”
“네, 그러시죠. 마이클.”
마이클은 경호원의 답이 떨어지자 환하게 웃었다.
“자, 들어와. 오늘 하워드를 만나기로 했는데… 투자 문제 때문에 시간을 바꿨는데, 내가 깜빡하고 일찍 와버렸어.”
“마이클, 그럼 저랑 놀아주실 수 있어요?”
“놀아주는 건 모르겠고, 이야기는 할 수 있지.”
“마이클, 전 그거면 돼요!”
민국이가 손을 번쩍 들었다.
“저는 음료수 좀 가져올게요. 마이클은 생수죠?”
“네.”
“민국이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부탁드려요.”
담당자가 사무실을 빠져나가고 민국이와 마이클 잭숀만이 서로를 마주 보고 있었다.
마이클은 수줍게 웃으며 민국이를 쳐다봤다.
“이름이 뭐야?”
“민국이요. 전민국.”
“민국. 이름이 엄청 듬직하네. 민국이는 여기 왜 온 거야? 뭐, 음반 관련 계약 때문에 온 거야?”
“저 사실은….”
민국이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연습생 힘들어서 도망 왔다가 형 따라왔다고 말하면 마이클 잭숀에게 면박만 당할 것 같아서였다.
“민국아, 편하게 말해.”
“흠….”
민국이는 긴 한숨을 내쉬곤 말을 이었다.
“저는 대한민국에서 가수가 되기 위해서 연습생이라는 것을 하거든요.”
“연습생이 뭐야?”
“정식으로 데뷔하는 가수가 되기 위해서 연습하는 신분의 준비생들을 말하는 거예요.”
“대한민국에는 그런 것도 있구나.”
마이클은 민국이의 이야기를 신기해했다.
“근데 여긴 왜 온 거야?”
“사실은 연습생이 너무 힘들어서 형아한테 도망 왔다가요, 형아가 여기 볼일이 있다고 해서 따라왔어요.”
“이런….”
마이클은 진심으로 민국이를 걱정해 줬다.
“민국아, 가수 하기가 싫어?”
“그건 아닌데요… 마이클, 마이클도 가수를 하기 싫었던 적이 있어요?”
민국이의 질문에 마이클의 얼굴은 과거를 더듬는 것 같았다. 마이클은 잠시 생각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
“사실은 난 가수를 하기 싫었던 적이 없었던 것 같아.”
“진짜요?”
“더 정확히 말하면 가수 외에는 다른 인생을 꿈꾸도록 누구도 날 가만두지 않았거든.”
그때부터 마이클은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민국이는 귀를 쫑긋 세우고 마이클의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 집에는 선택권이라는 게 없었어. 말을 하기 시작한 때부터 아버지가 가수가 되기를 강요했거든.”
“마이클, 마이클이 원한 게 아니에요?”
“글쎄. 아마 어렸을 때는 누가 내 노래를 들어주고, 칭찬해주고 하는 게 좋았던 것 같아. 그걸로 돈도 버니까 가족들은 행복하고….”
마이클은 과거를 더듬던 눈으로 민국이를 바라봤다.
“그냥 노래를 잘한다는 이유로 사람들 앞에 섰는데, 어느 순간 나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인기가 생겨버린 거야. 그 뒤로는 어떻게 인생이 흘러간 지 솔직히 기억도 안 나. 나는 그냥 미친 듯이 노래했고, 무대에 올랐고… 사람들의 함성에 중독된 채 살았거든.”
“마이클… 안 힘들었어요?”
민국이는 마이클을 걱정스러운 눈으로 쳐다봤다.
“사실은 엄청 힘들 때가 있었어. 인기와 돈… 물론 필요하고, 중요한 거지. 근데 그런 것들이 너무 많다 보니까 내가 뭘 하는지 전혀 모르겠더라고. 이미 돈을 죽을 때까지 써도 부족하지 않은데, 내가 왜 이걸 하고 있지? 난 왜 또 무대에 서서 노래를 하지? 그런 생각에 한동안 목소리도 안 나오기도 했어.”
“마이클, 그런 이야기는 처음 들어요.”
“내 슬럼프도 회사에서 관리하거든.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마이클은 잠시 쓸쓸한 표정을 지었다.
“마이클, 난 정말 당신이 위대한 가수라고 항상 생각했어요. 팝에는 마이클 잭숀. 랩에는 에미넘.”
“고마워, 민국.”
민국이는 잠시 숨을 가다듬더니 용기내서 물었다.
“마이클… 혹시 그 슬럼프를 이겨낸 방법 좀 알려주실래요?”
“슬럼프를 이겨낸 방법이라….”
마이클은 곰곰이 생각하더니 민국이를 바라봤다.
“너무 괴로워서 정처 없이 떠돌던 어느 날이었어. 아무도 못 알아보게 얼굴도 꽁꽁 싸매고 다닌 날이었어. 그냥 어느 허름한 벤치에 앉아있는데, 옆 벤치의 노숙자가 내 음악을 듣는 거야. 그래서 내가 용기 내서 물었어. 그 가수 좋아요?”
“그랬더니요?”
“그랬더니 그 노숙자가 그러더라. 마이클 잭숀의 목소리는 자신을 치유한다고.”
민국이의 눈이 커졌다.
그리고 마이클은 계속 말을 이었다.
“난 그때까지 나와 가족들의 부귀영화를 위해서 노래를 부른다고만 생각했지, 누군가 내 목소리를 듣고 마음을 치유한다는 생각은 못 한 거였어.”
마이클은 생수를 한 모금 마셨다.
“난 노숙자에게 조심스럽게 물었어. 이 음악이 왜 당신을 치유하냐고? 이 사람 당신보다 백 배, 아니 천 배는 더 잘 산다고. 그랬더니 노숙자가 웃더라고. 당연히 자신을 치유해줬는데 돈도 잘 벌어야 하지 않겠냐고.”
“마이클, 그 사람 진짜 노숙자 맞아요? 성자 아니에요?”
“지나고 보니까 진짜 성자가 아니었나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해. 왜냐면 그 사람이 그랬거든. 누구든 한 가지 재능은 가지고 태어난다. 그 재능으로 다른 사람을 위로할 수 있다면 그것보다 더 좋은 재능이 어디 있겠느냐고. 그리고… 이 노래를 부른 가수는 자신도 위로하는 재능을 가진 사람이라 만약 만난다면 자신의 전 재산이라도 다 주고 싶다고 했어. 노숙자가….”
마이클은 그 이야기를 하면서 눈물을 글썽였다.
“마이클….”
민국이는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오늘 민국이도 마이클 잭숀에게 위로를 받고, 용기를 얻었기 때문이다.
* * *
나는 하워드 페이지와 마지막 담판을 짓고 있었다.
하워드 페이지는 너튜브에서 뮤직 비디오를 트는 게 무슨 미래가 될까,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제 이 미래는 정말 곧 시작된다.
“하워드, 너튜브에 지금 투자하지 않으면 아마 이 기회는 영원히 다시 오지 않을 거예요.”
“성국, 난 그런 것에 미련은 없어요.”
[그럼, 됐어!]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와 회사에 가치를 몰라주는 사람과는 말할 이유가 없었다.
“하워드, 마지막 기회였는데 안타깝네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나는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민국이가 있다는 16층으로 향했다.
* * *
“마이클, 그럼… 누군가 내 목소리를 듣고 위로를 받을 수 있다면 그건 정말 멋진 일이네요.”
“민국아, 너는 내 노래 들으면서 그런 적 없어?”
“물론… 많아요. 마이클 잭숀의 노래가 저를 많이 위로해 줬거든요.”
“민국아, 그 노숙자의 말대로 누군가를 위로할 목소리와 재능을 타고났다면 그건 이번 생의 가장 큰 행운인 거야.”
“마이클…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아요.”
민국이는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이때, 문이 열리면서 형인 성국이 들어섰다.
* * *
“민국아….”
나는 잠시 마이클 잭숀을 보고 놀랐다.
“마이클 잭숀? 아니, 전 민국이 형이에요.”
“아하, 오늘 여기 약속이 있어서 왔다는 그 형이군요.”
“네, 마이클….”
나는 너무 놀라서 멈춰 섰다.
사실 마이클 잭숀은 나에게도 영웅이었다.
나는 얼른 민국이를 쳐다봤다.
“민국아, 무슨 이야기하고 있었어?”
“마이클이 나한테 좋은 이야기 엄청 많이 해줬어.”
마이클은 싱긋 웃었다.
“민국이가 워낙 똑똑한 녀석이라 제 말을 잘 알아듣네요.”
이때, 마이클의 매니저가 들어오더니 우리를 보고 놀랐다.
“아니, 다들 여기서 뭐 하세요?”
“테디, 성질내지 마. 다들 여기 일 있어 온 사람들이야.”
“그래도 함부로 이야기 나누면 안 되지!”
마이클은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곤 민국이에게 말했다.
“민국아, 유명해진다는 건 항상 조심해야 하고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거 잊지 마.”
“네, 마이클. 마이클, 저랑 사진 한 장 찍으면 안 돼요?”
그러자 매니저가 앞을 가로막았다.
“우리는 중요한 비즈니스 중입니다. 사진은 안 됩니다.”
그때, 마이클을 나섰다.
“테디, 나 이 친구하고만은 사진 찍어주고 싶어. 미래에 나보다 더 유명한 가수가 될지도 모르잖아.”
“마이클 하지만….”
“내가 다 책임질게.”
마이클은 그렇게 말한 뒤 나와 민국이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찰칵- 셔터 소리가 들리고 마이클은 곧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민국이는 사진을 보면서 깡충깡충 뛰고 있었다.
“형아, 나 마이클 잭숀이랑 사진 찍은 거 진짜 맞지? 꿈 아니지?”
[그럼, 진짜 맞지. 내가 마이클 잭숀 섭외하려고 돈을 얼마나 쓴 줄 알아! 전민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