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234)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234화(234/576)
제234화
“형아, 이 사진 좀 봐. 내가 진짜 마이클 잭숀이랑 사진 찍은 거 맞지?”
“지금 사진 보고 있잖아.”
“보고 있어도 도대체 믿기지 않아.”
민국이는 밥 먹는 내내 마이클 잭숀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며 싱글벙글 웃어댔다.
사실 소냐 뮤직을 만나러 온 건 요식 행위였다.
하워드 페이지는 빠르게 바뀌는 음악 시장에도 한발 뒤처져서 투자하는 바람에 소냐 뮤직의 퇴보를 이끄는 인물이었다.
당연히 너튜브 같은 곳에 관심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소냐 뮤직에 자연스럽게 들어와서 마이클 잭숀과 민국이의 만남을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나 역시 어쨌든 투자자들을 찾아다니는 시늉은 해야 구굴의 임원진들과 세르게이 브릭을 속일 수 있었기 때문에 미팅을 진행한 것이다.
내가 원하는 것은 따로 있었다.
마침 피터에게서 연락이 왔다.
– 성국, 소냐 뮤직과의 일은 잘 해결됐어?
“아시잖아요.”
– 하워드는 아직 이 시장을 모르지. 너무 보수적이야.
피터도 하워드 페이지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피터, 제가 부탁한 건 어때요?”
– 내일 점심 때 만나서 이야기할까?
“좋죠. 피터, 미리 힌트라도 주세요.”
– 분위기는 좋아. 하지만 뭐든 확답할 수 없는 게 이 바닥 아닌가.
[물론이지. 사인하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아닌 게 이 바닥이니까.]나는 피터와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민국이는 여전히 마이클 잭숀의 사진을 보면서 싱글벙글했다.
“형아, 근데 마이클 너무 마른 거 같지 않아?”
[당연하지. 지금은 나이도 먹고… 많이 힘들 때지.]나는 사실 마이클 잭숀의 미래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저번 생에서 나름 마이클 잭숀의 팬이라 너무 잘 기억하는 날짜.
마이클 잭숀은 2009년 6월에 죽는다.
채 1년도 안 남은 기간.
건강하던 그가 죽음까지 이르게 된 데에는 무성한 추측만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영원한 팝의 황제가 죽는다는 사실이다.
“형아, 무슨 생각을 그리 해?”
“아무것도 아니야. 민국아, 마이클 잭숀 만나서 좋은 이야기 많이 들었어?”
“어… 마이클 잭숀이 가수로서 사는 게 어떤 것인지. 어떤 마음가짐이어야 하는지 다 말해줬어.”
[역시 돈 쓴 보람이 있군.]나는 흐뭇한 얼굴로 커피를 마셨다.
[그래서 네 생각은? 가수 다시 하고 싶어?]이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참았다.
방무혁이 이런 시기에는 적당히 무관심해져야 한다고 했다.
나는 말없이 연어 베이글을 먹었다.
이때, 다시 핸드폰이 울렸다. 모르는 번호였다. 누구지?
“여보세요.”
– 안녕하세요. 전 낮에 본 마이클 매니저 테디인데요. 성국 군 핸드폰 맞죠?
“네, 맞습니다.”
테디가 무슨 일이지?
“무슨 일이세요?”
– 마이클이 내일 점심에 시간이 되면 같이 밥을 먹자고 하거든요.
“혹시 내일 저녁은 어려울까요? 제가 점심은 선약이 있어서요.”
– 마이클이랑 상의하고 연락드릴게요.
그리고 곧 테디에게서 전화가 왔다.
– 성국, 한인 타운에 큰집이라는 한식집 알아요?
“네, 잘 압니다.”
– 마이클 잭숀이 비빔밥 먹고 싶어 해서요.
“사람들 많을 텐데 괜찮으시겠어요?”
– 흠… 다시 조율해서 보낼게요.
“테디, 마이클이 묵는 호텔에서 봐요. 비빔밥은 제가 큰집에서 포장해서 갈게요.”
– 그렇게 해줄 수 있어요?
“물론이죠.”
– 그럼, 6시에 플라밍고 호텔로 와요. 이 번호로 전화하면 내가 바로 나갈게요.
“네.”
나는 테디와의 전화를 끊고 민국이를 바라봤다.
“민국아, 내일 저녁은 마이클 잭숀이랑 같이 먹을 것 같은데. 어때?”
“형아, 내일 저녁 비행기 타고 우리 돌아가는 거 아니었어?”
[내가 지금 너에게 꿈과 사랑의 나라로 인도하기 위해서 돈 수억 쓰고 있다는 것만 알아라… 전민국. 나중에 세븐즈 돼서 다 갚아야 한다.]나는 속마음과 다르게 어깨를 으쓱했다.
“호텔 하루 더 연장하지, 뭐. 민국이가 원한다면.”
“형아! 형아, 진짜 형아밖에 없어!”
민국이는 나를 와락 껴안았다.
역시 저번 생이나 이번 생이나 동생이 나를 사랑하게 만드는 방법은 딱 하나였다.
바로 돈!
* * *
나는 민국이에게 주의 사항을 알려주고 있었다.
“민국아, 절대 혼자 호텔 밖으로 나오면 안 돼. 점심은 룸서비스 시켜 먹고, 알았지?”
“응, 알았어. 형아는 언제 돌아올 건데?”
“점심 약속이라 두 시간이면 돼. 전민국, 혼자 호텔에 있을 수 있지?”
“물론이지, 형아! 나 마이클 잭숀 노래 들으면서 호텔 방에 있을 테니까, 걱정 말고 다녀와.”
나는 민국이만 호텔에 남겨두고 나가려니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불안한 마음에 호텔 로비에서 전화를 하자 민국이는 버럭 승질을 냈다.
– 형아! 나 음악 듣는 중이야! 형아, 나 좀 있으면 고등학교 간다고! 나 좀 가만히 냅 둬, 제발!
“아, 알았어.”
[치이, 지 걱정해준 건데.]이렇게 동생도 자라는 거겠지….
나는 쌀쌀한 뉴욕 날씨에 패딩을 꼭 싸매고 피터와의 약속 장소로 향했다.
* * *
약속한 레스토랑에 피터가 미리 와서 있었다.
“성국, 여기.”
“일찍 나오셨네요.”
“우선 뭐 좀 시킬까.”
피터는 살짝 말을 돌렸다.
[뭐야, 피터? 왜 말을 돌리지?]나는 우선 자리에 앉아서 메뉴를 골랐다.
“피터, 전 스테이크요.”
“역시 소화 잘되는 십 대군.”
곧 피터는 스테이크를 주문하고 나를 바라봤다.
“난 자네 같은 포커페이스가 안 된단 말이야.”
[내가 포커페이스 유지하려고 속으로 엄청 주절거리는 거야, 피터.]나는 물을 한 모금 마셨다.
“피터, 어서 말해주세요.”
“성국, 이제 마음 놓고 ‘페이스 노트’ 직원도 뽑고 확장하게. 믿을 수 있는 투자자들을 찾았어.”
피터는 그제야 마음 놓고 미소를 지었다.
“성국, 안 기쁜가?”
[기쁘기야 하지만, 난 ‘페이스 노트’가 잘될 걸 이미 알고 있었다고!]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피터, ‘페이스 노트’는 이제 곧 대세가 될 거예요.”
“암튼 못 말린다니까. 근데 소냐 뮤직보다는 유니버스가 좀 더 이런 쪽으로는 관심이 많은데… 유니버스 뮤직 쪽 라인 알아봐 줄까?”
“피터, 그럴 필요 없어요.”
“지금 너튜브 투자가 필요한 거 아닌가, 성국?”
“제가 원한 것은 세르게이와 구굴이 너튜브에 대해서 최악의 평가를 하도록 만드는 거예요.”
“그게 무슨 말이지, 성국?”
피터가 의아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마침 스테이크가 나왔다.
나는 스테이크를 칼로 자르면서 피터를 쳐다봤다.
“피터, 먹으면서 이야기해요.”
“어….”
“피터, 아마 하워드 페이지가 너튜브 투자를 거절했단 이야기는 이미 세르게이의 귀에 들어갔을 거예요.”
“그렇겠지.”
하워드 페이지의 동생이 구굴의 임원 중 한 명이었다.
내가 소냐 뮤직의 하워드 페이지를 콕 집어서 만난 이유는 그것이었다.
“세르게이와 구굴의 임원들은 아마 너튜브가 회생 불가능한 회사라고 여길 거예요. 소냐 뮤직에게도 거절당했으니까요.”
“그럴 수 있지.”
피터는 고개를 끄덕였다.
“전 모레쯤 세르게이 브릭에게 연락을 해서 ‘페이스 노트’의 개발자를 투입해서 너튜브를 살리고 싶다. 하지만 그러려면 명분이 필요하고, ‘페이스 노트’가 너튜브의 지분을 가져야 투자자들을 설득할 수 있다고 말할 거예요.”
피터가 씨익 웃더니, 스테이크 먹는 것마저 멈췄다.
“성국, 너튜브의 자네 개인 지분이 꽤 많은 것으로 아는데… ‘페이스 노트’까지 너튜브 지분을 가지게 하겠다는 말이지?”
“네.”
“성국, 하지만 너튜브에 너무 많은 투자를 하는 게 아닌지 나도 좀 조심스럽네.”
“피터, 앞으로는 사진과 영상이 대세가 될 거예요. 그리고 그때 너튜브만 한 좋은 채널도 없고요.”
피터는 빙긋 미소를 지었다.
“성국, 내 생각에는 말이야….”
“…….”
나는 피터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곧 다가올 시대에는 자네가 세계를 이끌어 나갈 것 같네.”
피터는 빙긋 웃었다.
[피터, 당연한 말 고마워!]* * *
저녁이 되자 날은 더 추워졌다.
나와 민국이는 패딩으로 무장을 하고 한인타운의 큰집에서 미리 주문한 비빔밥을 들고 마이클 잭숀이 묵는 호텔로 걸어갔다.
“형아, 마이클 잭숀이 진짜 비빔밥 좋아해?”
“응. 예전에 한국 왔을 때 비빔밥 먹고 좋아했어.”
“형아는 가끔 말할 때 보면 꼭 자기가 겪은 일처럼 말하더라.”
[그때 마이클 잭숀이랑 같이 삼전 호텔 한식당에서 비빔밥 먹으면서 대화했으니까, 잘 알지!]“근데, 형아….”
“왜?”
“이렇게 추운 날, 형아가 직접 비빔밥까지 포장해서 가는 거 다 나 때문이지?”
“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마이클 잭숀 좋아하니까… 형아가 잘 보이려고 그러는 거 아니야?”
내가 말이 없자, 민국이는 내 패딩 주머니 속에 손을 푹 밀어 넣더니 내 손을 꼭 잡았다.
“형아, 고마워.”
“민국아….”
“응?”
“아까 룸서비스로 햄버거에 콜라 그리고 스테이크까지 야무지게 시켜 먹었더라.”
“응, 형아가 룸서비스로 시켜 먹으라며?”
“민국아, 그거 네 용돈에서 제할 거야. 그렇게나 알아둬.”
민국이가 어이없단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형아, 그거 알아?”
“뭐?”
“형아는 정말 감동 파괴범이야!”
* * *
“성국, 나를 위해서 한인타운까지 가서 이 비빔밥을 사온 거예요?”
“마이클이 비빔밥 좋아한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거든요.”
오늘은 돈도 안 들였는데, 저녁 식사하자고 해서 일부러 사온 것이긴 했다.
“성국, 너무 고마워요.”
“근데 오는 길이 너무 추워서 밥이 딱딱할 것 같아요.”
그러자 마이클은 익숙한 듯 밥을 테디에게 내밀었다.
“테디, 밥 좀 데워줘.”
테디는 곧 밥을 데워왔고, 우리는 테이블에 둘러앉아 비빔밥을 먹기 시작했다.
“정말 비빔밥은 언제 먹어도 맛있는 것 같아.”
마이클은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민국이는 비빔밥을 먹다가 문득 마이클을 쳐다봤다.
“마이클, 근데 콘서트 계획 없어요? 나 마이클이 무대에 직접 서는 거 보고 싶어요. 아까 낮에 호텔 방에서 마이클 노래 계속 들었거든요. 그 노래를 마이클이 직접 부르는 거 보고 싶어요, 마이클.”
민국이의 뜬금없는 제안에 마이클은 조금 놀란 듯했다.
이제 마이클도 50대였다.
거기다 몇 년 동안 각종 루머와 소송으로 마이클은 음악 활동을 거의 하지 않고 있었다.
마이클은 잠시 생각하더니… 민국이를 보고 웃었다.
“생각해 보니… 민국이처럼 어린 친구들은 내가 직접 노래하는 무대를 본 적이 없었다는 생각이 드네. 그렇지?”
“네, 다 옛날 영상들만 봤어요.”
“그래, 한번 생각해 볼게, 민국아.”
“진짜죠?”
“응. 대신 민국아, 너도 네가 진짜 잘할 수 있는 일 꼭 찾아야 해. 알았지?”
“네, 마이클.”
민국이는 고개를 웅장하게 끄덕였다.
* * *
이른 아침.
민국이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호텔 커튼을 걷었다.
나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며 부은 눈을 비볐다.
“전민국, 공항 가려면 시간 여유 좀 있어.”
“형아….”
민국이는 뭔가 대단한 결심을 한 듯 나를 쳐다봤다.
“말해….”
“형아, 나 다시 연습생 시작할래. 다시 노래하고 춤춰서 마이클 잭슨처럼 될래!”
“전민국, 너 다시 말 바꾸면 호적에서 파버린다.”
“절대 안 바뀔 거야. 절대로!”
나는 뿌듯한 얼굴로 다시 침대에 몸을 눕혔다.
[하아… 드디어 바람 잘 날 없는 가지 하나 제거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