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238)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238화(238/576)
제238화
샌프란시스코 공항.
나와 전민국은 초조하게 게이트가 열리기만을 기다렸다.
“형아, 엄마, 아빠한테 나 혼나지 않게 말 잘해줘야 해. 알았지?”
“그러게 왜 가출은 하고 그래?”
“형아, 가출을 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라 슬럼프였다니까.”
“슬럼프는 마이클 조던 같은 사람들이나 빠지는 거야. 자신의 분야에서 큰 업적을 이룬 사람들. 너는 이룬 것도 없으면서 무슨 슬럼프야?”
“앗, 저기 문 열린다.”
나는 게이트를 쳐다봤지만, 게이트는 여전히 열리지 않고 있었다.
[하아… 전민국에게 속다니.]민국이는 나를 보곤 혀를 날름거렸다.
“형아 같은 사람은 나 평생 이해 못 해.”
그리고 이때, 진짜로 게이트가 열리면서 기다리고 기다리던 엄마와 아빠 그리고 지희가 나왔다.
“오빠아아아!”
[이게 얼마 만에 들어보는 오빠야!]나는 얼른 달려가서 지희를 들어 안았다.
“오빠, 우리 진짜 백악관 가는 거야? 미국 대통령 집?”
“응.”
“와, 신난다!”
지희는 내 품에 안겨서 바동거렸다.
그리고 뒤에서는 전민국이 야단맞는 소리가 들렸다.
“전민국! 너 엄마, 아빠한테 혼 좀 나야겠어.”
“아빠, 집에 가서 이야기해. 여기 공항이잖아.”
이제야 가족들이 모인 게 실감이 났다.
[역시 가족은 지지고 볶아야 제맛이지.]* * *
전재형 회장은 양 비서에게 보고를 받고 있었다.
“도련님이 성국 군과 함께 버락 오마하 취임식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삼전 그룹 회장인 나도 초대받지 못한 자리를 태국이가 간다고?”
“성국 군이 초대받았는데, 도련님이 명단에 같이 올렸다고 들었습니다.”
전재형 회장은 관자놀이를 손가락을 긁적였다.
“성국 군이 태국이를 그 자리까지 데리고 가는 이유가 뭘까?”
“글쎄요.”
양 비서는 이런 질문에는 답을 아꼈다.
전재형 회장은 지금 질문을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내 생각에는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 같네.”
“회장님, 어떤 것을 보여준다는 말이세요?”
“자신의 위치를…. 자신이 지금 어디에 있는 사람인가를. 삼전 그룹도 초대받지 못하는 자리에 갈 수 있는 사람인 동시에, 자신이 원하는 사람까지 데리고 갈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말이야.”
“회장님… 성국 군을 너무 나쁘게 보시는 거 아닌가요?”
전재형 회장은 고개를 저었다.
만약 자신이 전성국이었다면 분명 이런 이유로 전태국을 데리고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갔을 것이기 때문이다.
“양 비서, 박 비서 통해서 이번 워싱턴 방문 비용 일절 대주게. 그 식구들에게도 모두….”
“굳이 그러실 필요가 있을까요?”
“우리 태국이가 어떤 사람인 가를 잊지 말라는 경고일세.”
* * *
박성희 비서는 회사에서 내려온 전달 사항을 알려주고 있었다.
“성국 군, 워싱턴까지의 비행기 퍼스트 클래스. 그리고 숙소는 물론 그곳에서 머무르실 동안 드는 경비 일정 삼전에서 책임지겠습니다.”
“흠….”
사실 삼전에서 왜 이렇게 나오는지는 너무 뻔히 읽혔다.
전태국이 따로 초대를 받은 게 아니라 내 덕분에 끼어서 따라가는 것이 전재형 회장의 심기를 건드린 모양이었다.
내가 전태국을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데리고 가는 의도가 삼전에게 나의 위치를 알려주고 싶었던 것처럼, 전재형 회장은 아직 너는 삼전에 안 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은 것이었다.
저번 생의 아버지였고, 그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오래 지켜본 사람이었다.
이 정도 예상은 쉽게 가능했다.
“고마워요, 비서님. 다 내주시겠다는데, 마다할 이유는 없죠. 삼전 그룹의 제공이니까, 최고급으로 부탁드릴게요.”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이 정도면 된 거겠지?
전재형 회장의 가장 큰 단점은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서 때로 허세를 부린다는 점이었다.
그 허세 덕분에 이번 가족 여행은 한층 흥미로울 것 같았다.
벌컥- 문이 열리면서 전태국이 들어섰다.
<인턴>에 출연해서 빌런 역할로 전국에 얼굴을 알린 전태국은 요즘 셀럽으로 정신없이 사는 중이었다.
“성국아, 나 이번에 또 다른 리얼리티 프로그램 제의가 들어왔거든. 이거 한번 볼래?”
“뭔데요?”
“소핫이라고 리얼리티 연애 프로그램이야. 뭐, 고립된 섬 같은데 남녀를 가둬두고 짝을 고르는 프로그램인데… 성국아, 나 여기 나가면 연애할 수 있을까?”
“형… 여기는 형 같이 연애 초짜들이 나가는 데가 아닌 것 같은데요. 그리고 이미 <인턴>으로 인기 얻어서 여자들이 줄을 서지 않아요?”
세상에는 전태국을 좋아하는 여자들이 많았다.
물론 그의 배경과 <인턴>이라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통해 만든 이미지 때문이지만.
“성국아, 나 오히려 <인턴> 이후로 아무나 못 만나겠어. 사실 빌런 캐릭터는 다 만들어진 거잖아.”
“형, 저라면 이 프로그램 안 나가겠어요. <인턴>이야 나중에 형이 후계자가 됐을 때, 도움이 될 프로그램이지만 이런 삼류 연애 프로그램은 오히려 쌓았던 이미지마저 무너뜨릴 게 뻔해요.”
“그럴까?”
소핫이라는 이 프로그램. 예전에도 이름은 들어봤는데, 남녀가 거의 헐벗고 나와서 섹스어필하는 것밖에 없었다.
“형, 형은 삼전 그룹의 후계자예요. 알몸 유출 사건 <인턴> 프로그램으로 이미지 회복한 지 얼마 안 됐잖아요.”
“하아… 어쩔 수 없지. 성국, 그나저나 버락 오마하 대통령 취임식 때 뭐 입고 갈 거야? 그 자리에 후드티 입을 건 아니지?”
“흠….”
사실은 입고 싶지만, 그건 또 예의가 아니었다.
전태국이 내 목덜미를 끌었다.
“옷이나 사러 가자.”
이때, 방문을 열고 지희가 걸어 나왔다.
지희는 동그란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오빠, 어디 가?”
“옷 사러 가려고.”
“지희도 따라가도 돼?”
지희의 말에 나보다 먼저 반응한 것은 전태국이었다.
“지희야, 가자! 이 오빠가 옷 사줄게. 아니지, 우리 지희 원하는 거 다 사줄게!”
* * *
“우리 성국이 이제 진짜 어른 다 됐네.”
엄마는 슈트를 입은 나를 뿌듯한 얼굴로 바라봤다.
“키가 도대체 몇이야?”
“184cm 정도 되는 것 같아.”
이때, 아빠가 내 곁으로 와서 섰다.
“이제 아빠보다도 크네.”
[아빠도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서 잘 먹고 컸으면 나보다 더 컸을 거야.]아빠는 내 어깨를 토닥였다.
“아빠, 아빠랑 엄마 옷도 사 왔어. 나는 잘 몰라서 쇼핑 도와주는 분이 추천한 대로 사 왔어.”
“성국아, 근데 우리가 너무 태국이한테 신세 지는 거 아니니?”
[아빠, 전태국 사람 만든 건 나라고. 그리고 오늘 쓴 돈 전태국 통장에서 불어나는 한 시간 이자도 안 돼.]벌컥- 문이 열리면서 슈트를 입은 민국이도 나왔다.
민국이도 슈트를 입혀놓고 보니 제법 근사해 보였다.
“엄마, 아빠. 어때?”
“우리 민국이도 근사하네. 말만 조금만 더 잘 들으면 더 좋을 텐데.”
“엄만 맨날 나만 가지고 그래.”
아무래도 또 민국이의 사춘기의 반항이 시작될 조짐이 보여서 나는 얼른 말을 돌렸다.
“엄마, 아빠. 민국이 마이클 잭숀이랑 사진도 찍었어. 민국아, 그거 보여드려.”
“아, 맞다!”
민국이는 방으로 얼른 뛰어가더니 디지털카메라를 들고나와서 자랑을 했다.
“엄마, 아빠. 마이클 잭숀이랑 비빔밥도 같이 먹었어. 마이클 잭숀이 이제 콘서트도 다시 열고 그럴 거래. 내가 막 무대 보고 싶다고 했거든.”
“진짜 마이클 잭숀이네.”
“엄마, 나 한국 가면 보컬 트레이닝 좀 더 열심히 받아볼까 봐.”
“보컬을? 원래 민국이는 에미넘 같은 랩퍼가 꿈이잖아.”
“마이클 잭숀이 자신의 노래에 위로받는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해서,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졌어.”
민국이는 랩할 때도 음색이 좋은 편이어서 보컬로의 가능성도 보였다.
“형아, 마이클 잭숀한테 안부 문자 종종 보내줘. 나 꼭 가수 돼서 돌아오겠다고도 전해주고.”
“어….”
민국이의 말을 듣고 보니 마이클 잭숀의 죽음이 다가오고 있었다.
2009년 6월 25일.
저번 생에서도 팬이어서 마이클 잭숀의 죽은 날짜는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 * *
모두가 잠든 깊은 밤, 나는 마이클 잭숀에게 메시지를 하나 보냈다.
– 마이클, 성국이에요. 통화 가능해요? 새해 인사하려고요.
메시지를 보내자마자 마이클에게서 전화가 왔다.
– 성국, 안 그래도 그 이후에 소식 궁금했어.
“민국이가 이제는 노래를 하고 싶다고 하네요. 근데, 마이클 이 시간까지 안 잔 거예요?”
– 내가 좀 예민해. 요즘 들어서 특히 잠이 잘 안 와서 거의 아침에야 눈을 붙이거든.
나는 평생 마음속에 담아둔 말을 꺼냈다.
“마이클, 주치의를 바꿔보는 게 어때요?”
– 주치의를?
“요즘은 약도 다양하고, 적절하게만 사용하면 수면이나 우울증에 크게 도움이 되거든요. 한 주치의한테 너무 오랫동안 치료를 받아서 그가 사용하는 약에 내성이 생긴 것일 수도 있거든요.”
– 흠… 그럴 수도 있겠네. 하지만 난 익숙한 사람이 좋아서.
탑의 자리에 오른 스타들은 이런 실수를 종종 한다.
다들 주변에서 돈 뜯어내려는 사람들만 꼬이다 보니, 한번 믿음이 간 사람들을 잘 바꾸려고 하지 않았다.
나는 낮은 한숨을 쉬었다.
“마이클, 때로는 변화가 필요할 때도 있어요.”
– 고마워, 성국. 한번 생각해볼게.
그리고 우리는 짧게 안부를 묻었다.
마이클 잭숀은 콘서트에 나와 민국이를 꼭 초대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나는 먹먹한 심정으로 어두운 창밖을 쳐다봤다.
[마이클이 내 말을 들을까?]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 * *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이 전태국을 향해서 카메라 플래시를 터트렸다.
딱 봐도 대부분 한국 언론사들의 워싱턴 주재원들이었다.
미국 언론사에서 나온 기자는 한 명도 없었다.
[전재형 회장 머리 좀 쓰는데?]삼전 그룹으로부터 돈을 먹은 게 분명한 기자들이 전태국을 향해서 질문을 쏟아냈다.
“전태국 씨, 이번에 버락 오마하 대통령 취임식에 VIP 초대받았다고 들었는데, 기분이 어떠신가요?”
보통은 버락 오마하 대통령 취임식 같은 대단한 일에 VIP로 초대받은 기분을 물을 게 아니라 어떻게 초대받은 경위에 대해 묻는 게 기자로서 맞는 질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미 저들은 나 때문에 전태국이 어부지리로 버락 오마하 대통령 취임식에 VIP 초대받은 것을 알고는 교묘히 질문을 돌렸다.
아마 저 질문도 삼전 그룹에서 나갔을 것이다.
“뭐, 영광스러운 자리에 참석하게 돼서 좋습니다.”
곧이어 다른 질문들이 쏟아졌다.
“전태국 씨, <인턴> 프로그램에서 안타깝게 떨어졌는데요. 그 프로를 통해서 이미 후계자 수업이 시작된 게 아니냐는 말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질문들은 갈수록 가관이었다.
그리고 보지 않아도 내일 한국 신문에 나갈 기사 헤드라인이 그려졌다.
– 삼전 그룹의 후계자 버락 오마하 대통령 취임식에 VIP 초대.
– <인턴> 프로그램으로 삼전 그룹 후계자의 자질 입증!
나는 가족들과 조용히 공항을 먼저 빠져나왔다.
마크와 리미미도 뒤를 따랐다.
일정 조율 문제로 이미 와있던 박성희 비서가 우리를 맞았다.
“성국 군, 가족들과 함께 먼저 호텔로 모시겠습니다.”
“부탁드려요.”
그리고 차에 올라타려는 순간, 누군가 나를 향해서 달려왔다.
“성국! 전성국! 맞죠?”
“누구시죠?”
“타임지의 마크 헤밍웨이예요. 이번에 성국 군에 대한 특집 기사를 싣고 싶어서요.”
“저에 대해서요?”
“버락 오마하 대통령 특집호인데요. 제가 보기에 버락 오마하의 지지율을 급상승시킨 건 딕과 함께 햄버거 먹는 사진 한 장이었거든요. 저는 전성국 군이 버락 오마하를 대통령으로 만든 사람이라고 생각되거든요.”
[흠… 드디어 제대로 된 기자를 만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