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241)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241화(241/576)
제241화
나는 차분하게 물었다.
“리암, 지금 당장 결정할 일은 아니죠?”
– 당연하죠, 성국. 하지만 대한민국은 성인이 되면 모든 남자들이 군대를 가야 하잖아요. 그전에 결정하면 성국 군에게 유리하지 않을까요? 우리는 언제나 성국 군에게 열려 있으니 편하게 연락 주세요.
“네….”
나는 결정을 보류한 채 전화를 끊었다.
물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군대를 갈 생각이다.
하지만 어쨌든 버락 오마하가 시민권을 줄 정도로 나를 여긴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문제가 생겨도 생각보다 내가 유리한 입장에서 풀어나갈 수 있단 의미였다.
* * *
부엌에서는 아빠의 보쌈 삶는 냄새가 솔솔 풍겼고, 거실은 시끌벅적했다.
전태국과 박성희 비서를 비롯해서 마크와 리미미, 거기다 방무혁 대표까지 한자리에 모였기 때문이다.
다들 아빠의 요리를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다.
“성국아, 넌 정말 복 받는 거야. 이런 요리를 마음만 먹으면 먹을 수 있잖아.”
전태국이 나를 부러운 듯 쳐다봤다.
대한민국 최고의 재벌 삼전 그룹의 후계자가 이런 것을 다 부러워하다니.
정말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다.
나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태국이 형, 형이나 저나 미국에 있잖아요. 미국에서 이런 요리 먹는 거 어렵잖아요.”
“말이 그렇다고. 근데… 성국아, 너 낮에 군대 문제 물어보던데. 군 면제야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 내가 양 비서한테 말해볼까?”
그 말에 좌중의 시선이 나에게 쏟아졌다.
전태국 눈치 없는 건 정말 저번 생, 이번 생 다 그랬다.
[눈치 볼 일 없는 재벌이라 그런가….]나는 어금니 꽉 물고 전태국을 쳐다봤다.
“형… 그건 우리 다음에 천천히 이야기하죠.”
“뭘 더 천천히 이야기해. 너도 내년이면 한국 나이로 20살이잖아. 20살이면 신검도 받고 이제 군대도 가야지. 나처럼 그냥 허리디스크 할래? 아니면 대성그룹처럼 십자인대 파열로 갈래?”
그 말에 엄마가 놀란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성국아, 지금 이게 무슨 말이야?”
“엄마, 내가 그러겠다는 게 아니고….”
그 순간. 타악!
엄마가 내 등짝을 때렸다.
“전성국! 너 지금 대한민국 사람으로서 군대를 안 가겠다는 거야?!”
“엄마… 그게 아니라….”
타악!
엄마의 매서운 손길이 또다시 내 등을 강타했다.
역시 애 셋 키운 엄마의 손길은 남달랐다.
거기다 막 보쌈을 삶아온 아빠도 가담했다.
“전성국, 무슨 말이야? 군대를 안 가겠다고?”
“아빠, 그게 아니라….”
이때, 타악-
등을 날리는 아빠의 스매싱.
“아빠는 고아라서 군대 면제였지만, 너는 멀쩡한 부모, 동생 다 있는데… 군대를 안 가면 안 되지.”
전태국은 아빠의 수육을 제일 먼저 탁 집어 입에 넣으면서 아빠를 쳐다봤다.
“아저씨, 고아는 군대 안 가요?”
“응…”
아빠는 무겁게 대답했다.
그리고 전태국은 눈치 없이 대답했다.
“아, 나도 고아로 태어났으면 괜히 허리디스크 조작하고, 돈 쓰고 그럴 일 없었을 텐데. 우리 아부지가 나 군대 안 보내려고 정치자금 트럭으로 보냈거든요.”
[하아… 정말 전태국….]이때, 지희가 나에게 오더니 손을 꼭 잡았다.
“오빠, 오빠 군대 가면 한국 오는 거지?”
“응.”
“그럼, 오빠 군대 가자. 한국 오면 오빠 매일매일 볼 수 있잖아.”
“지희야, 군대 가면 미국에 있을 때보다 더 못 봐.”
“진짜?”
이때, 방무혁이 끼어들었다.
“군대 대신 방위산업체에서 대체 복무도 할 수 있잖아. 너 정도 인재면 서로 오라는 데 많을 거야. 그러면 출퇴근도 하고… 가족들과 오랜만에 같이 지낼 수도 있고, 하겠네.”
“그래, 성국아. 그쪽으로 한번 알아보자.”
아빠까지 가세했다.
“에이, 정말 다들 왜 이래요. 성국아, 그냥 허리디스크로 하자. 내가 좋은 의사 선생님 소개해줄게.”
딱- 나는 젓가락을 소리 나게 내려놨다. 그리고 모두를 쳐다봤다.
“저… 너튜브랑 2년 계약이라 그전까지는 어디로 못 갑니다. 그러니까 다들 군대 이야기는 그만했으면 좋겠습니다!”
* * *
모두가 떠나고 적막한 밤이 됐다.
그리고 제일 무서운 시간이 찾아왔다.
“성국아, 아빠랑 이야기 좀 하자.”
군대 이야기 때문인지… 내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엄마는 지희를 재우러 들어갔고, 민국이는 또다시 헤드폰 끼고 음악 듣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빠, 무슨 할 말 있어요?”
나는 괜히 걱정이 되어 평상시에는 잘 안 쓰던 존댓말이 나왔다.
“그게….”
아빠는 낮은 숨을 쉬더니 말을 이었다.
“우리 보쌈 체인 말이야.”
아빠의 보쌈집은 그동안 강남 1호점을 시작으로 대도시에 몇 군데 직영점으로 퍼져나갔다.
다들 아빠의 보쌈집에서 오래 일하신 분들이 분점을 맡아서 나가는 케이스였다.
재료부터 시작해서 관리까지 아빠가 하는 본점이 중심이 되어 돌아가는 구조였다.
물론 대기업 마인드인 내가 봐서는 정말 비효율적인 시스템이었다.
레시피를 계량화해서 전국에 프랜차이즈를 쭉 내는 게 쉽고 돈은 더 잘 벌 텐데, 아빠의 고집은 어쩔 수 없었다.
“아빠, 체인점에 문제 있어요?”
“최근에 제안을 하나 받아서…. 미국 오는 김에 너랑 상의 좀 해보려고. 아빠가 너만큼 사업은 모르잖니.”
[아빠, 나 인정해주는 거야?]역시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더니, 어깨가 한껏 올라갔다. 그래도 침착하게.
“아빠, 받은 제안이 뭐예요?”
“효진 푸드 측에서 지금처럼 본사에서 프랜차이즈 사업을 해보자고 해서…”
역시 대기업은 나랑 생각이 똑같았다.
“근데 아빠는 좀 걱정이 되는구나. 프랜차이즈를 시작하면 레시피를 계량화해야 할 텐데, 솔직히 그렇게 되면 본점이나 지금처럼 직영점에서 먹는 맛은 아닐 것 같아서.”
저번 생의 나였다면 당연히 아빠에게 화를 냈을 것이다.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인데, 수단과 방법이 뭐가 중요하냐고!
“아빠는 계속해서 직영점을 확대하고 싶으신 거죠?”
“확대라기보다는 우리 집에서 오래 일한 사람들한테 혜택을 주고 싶은 거지. 그래야 일도 성심성의껏 배우고, 돈도 벌어서 가족들 건사하지. 수유 본점 사장님 덕에 내가 그랬듯이.”
“아빠, 사업가 입장에서 당연히 효진 푸드와 손잡고 프랜차이즈 사업하라고 하고 싶죠. 하지만 아빠는 그러고 싶지 않으신 마음이 더 큰 거잖아요.”
“그렇지….”
“아빠, 하기 싫으면 하지 마세요. 그걸 왜 고민하세요?”
“너 어린 나이에 미국으로 유학 보내놓고, 남들 다 못 가는 하버드 들어갔는데… 그 좋은 학교 뛰쳐나온 게 아빠 때문인 것 같아서.”
나는 의아한 얼굴로 아빠를 쳐다봤다.
“사실… 우리 집이 가난해서 네가 사업에 뛰어든 게 아닌가 싶어서. 아빠는 네가 하버드 졸업 못 한 게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거든.”
나는 팔짱을 꼈다.
아빠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가난한 이 집안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서 ‘페이스 노트’에 들어간 것이다.
그리고 하버드야 ‘페이스 노트’ 상장하면 당연히 명예 졸업장 줄 것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빠, 저는 일하는 게 좋아요. 대학보다 사회에서 더 많이 배울 것도 있고요. 그리고 아빠가 사업으로 돈을 많이 버신다고 제가 하버드에 다시 들어가진 않을 거예요.”
“흠….”
아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빠, 내일 저랑 어디 좀 가실래요?”
“어디?”
“보여드릴 데가 있어요. 거기 보면 아빠 마음도 달라지실 거예요.”
“그래…. 오늘은 시간도 늦었는데, 이만 자자.”
아빠는 여전히 무거운 걸음으로 방으로 들어갔다.
아무래도 아빠는 내가 하버드를 뛰쳐나와 사업을 하는 게 마음에 걸리시는 모양이었다.
* * *
“성국아, 여긴 햄버거집이잖아.”
놀란 아빠가 나를 쳐다봤다.
“아빠, 여기 치즈버거 맛있어요. 드실래요?”
“어… 그래.”
나는 치즈버거 세트 두 개를 주문해서 자리에 앉았다.
“아빠, 여기 버거 드셔보세요.”
아빠는 치즈버거를 한 입 드시더니 약간 감탄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성국아, 이 집 버거 정말 맛있네. 재료도 신선한 거 같고….”
“아빠, 여기는 막도날드와 달리 직영점만 운영하는 버거집이거든요. 그래서 동부에는 없고, 서부에만 좀 몰려 있어요.”
“진짜? 미국은 프랜차이즈의 나라 아니니?”
“미국은 프랜차이즈의 나라가 맞긴 한데요, 이런 집도 있어요. 여기 창업주의 철학이 매일 신선한 재료로 버거를 만들어서 판다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아하… 이런 집도 있구나.”
아빠는 매장 내부를 둘러보며 치즈버거를 연신 먹었다.
“아빠, 저는 아빠가 하시는 원아저씨 보쌈이 이런 형태면 어떨까 해서요.”
“네가 말한 대로 직영점 위주로 운영해서 음식 맛을 유지하는 쪽으로 말하는 거지?”
“네.”
그리고 사실 지금 이 버거 매장의 순이익만 보면 막도날드 부럽지 않은 수준이다.
한마디로, 내실이 탄탄한 기업이라는 의미였다.
아빠는 드디어 원아저씨 보쌈의 미래에 대한 해법을 찾은 듯 보였다.
“근데 이 집 진짜 맛있구나.”
“음식점은 역시 맛이잖아요.”
“그래, 성국아. 음식점은 결국 맛이지. 조금 유명해졌다고 맛 변하는 집들 많이 봤어. 그러다 프랜차이즈 한다고 사업만 키우다가 오히려 망하는 집도 많이 봤고.”
“아빠, 그럼 아빠 문제는 해결된 거죠?”
“근데 사실은 말이야….”
문제가 또 있는 건가?
아빠는 콜라를 쭉 들이켜더니 말을 이었다.
“사실은 직영점으로 운영하다 보니 생각보다 경비가 많이 들기도 해서… 지금 당장은 다들 장사가 잘돼서 견디고 있지만, 혹시 매출이 떨어지거나 하면 고민이 될 것 같아서.”
나는 버거를 한입에 밀어 넣고 꿀꺽 삼켰다.
“아빠… 아빠는 싫어하실 수 있겠지만요. 이게 다 아빠가 지금 유지하고픈 사업을 위해서라는 것만 알아주세요.”
“그래, 성국아. 편하게 말하렴.”
“아빠, 결국 위기에도 끄떡없으려면 아빠가 가진 자산이 많아야 된다고 생각해요. 특히 이런 직영점 운영에서는요. 보통 음식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게 월세나 그런 유지 비용이잖아요.”
“그렇지.”
지금 대한민국은 리먼 브라더스 사태 이후 집값이 하락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무리한 주식과 부동산 투자로 줄도산이 이어지는 중이기도 했다.
“아빠, 직영점들이 들어설 자리의 부동산을 매입하는 방법을 써보는 건 어떠세요?”
“모두 다?”
“네….”
이건 막도날드의 전략이기도 했다.
사실 막도날드가 햄버거를 팔아서 번 돈보다 부동산 투자로 번 돈이 더 많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지금 한국은 리먼 사태 이후에 경제적으로 좋은 상황이 아니잖아요. 요지의 건물이나 땅이 앞으로도 많이 나올 거예요.”
앞으로 딱 10년 동안 대한민국 부동산은 바닥을 치고 반등하기 시작한다.
“지금 본점은 아빠가 매입하셨지만, 월세를 내고 있는 가게들은 한번 고려해보세요.”
“흠… 그래야겠구나. 가게들이 안정적으로 장사를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사실 음식의 맛은 유지될 수 있거든. 월세 올라가고, 재료비 상승하면 솔직히 단가 낮추는 방법을 고민하게 되는 게 음식 장사니까.”
아빠도 내 말을 이해한 것 같았다.
“그리고 아빠… 이제 내년이면 저도 성인이잖아요.”
“참, 세월 빠르네. 네가 성인이라니….”
아빠의 얼굴에도 세월이 보였다.
탱탱하던 아빠의 얼굴도 조금 쳐졌고, 새치도 언뜻언뜻 보였다.
“성국아, 정말 몇 년 후면 내가 너 낳았을 때 나이가 되는구나.”
“아빠…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요. 저도 이제 성인이 되면 서울 들어가서 지낼 집이 필요할 것 같아서요.”
“왜… 우리랑 같이 지내면 좋지 않니.”
나는 투자라고 하면 또 아빠가 반대할 것 같아서 다른 이유를 댔다.
“아니면 결혼해서 살 집을 지금 사두면 좋을 것 같아서요.”
“그래, 그건 빨리 사두면 좋지. 우리 성국이 장가가서 지낼 집은 아빠가 사주마.”
이건 의외의 대답이었다.
“아빠, 정말?”
“당연하지. 아빠가 어디에다가 집 사줄까?”
“아빠… 압구정 현성 아파트 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