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247)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247화(247/576)
제247화
퇴근 시간이 다가오자 여느 날처럼 마크가 회의실의 문을 두드렸다.
“성국, 퇴근하자.”
“응. 리미미 씨는?”
“일이 있어서 늦게 퇴근할 것 같아. 내 차 주고 가려고.”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하면서 회의실 문을 닫은 마크는 문이 닫힌 것을 확인하더니 숨을 몰아쉬면서 속삭였다.
“성국, 진짜 괜찮을까?”
“우선 가봐야지, 안 그래. 마크?”
“성국…. 나 지금 심장이 너무 떨려.”
“마크, 위험할 수도 있으니까… 너는 리미미 씨랑 같이 퇴근해.”
“무슨 소리야. 너 혼자 못 보내지.”
“태국이 형 있잖아.”
“그리고… 미미가 너를 사지로 혼자 보내는 친구랑은 평생을 할 수 없다고 나에게 반협박했어. 나는 지금 아시아인 여자친구한테 협박당하는 미국인이라고.”
리미미가 의리 하나는 투철했다.
“마크, 마지막 기회야. 진짜 나랑 같이 퇴근할 거야?”
“어차피 너랑 같이 안 가면, 난 오늘 미미한테 쫓겨나.”
나는 마크에게 조끼를 던졌다.
“이게 뭐야?”
“방탄조끼.”
“이거 입어야 하는 거야?”
“대비해서 나쁠 건 없잖아. 나도 입을 거야.”
마크와 나는 비장한 얼굴로 방탄조끼를 입고 권총을 품에 품었다.
“성국, 그 권총은 뭐야?”
“태국이 형 건데, 하나 빌려왔어. 혹시 몰라서….”
“너 총 쏠 줄 알아?”
[저번 생에서 나름 사냥 좀 다녔던 몸이야.]“조준하고 발사하면 되는 거 아니야?”
내 말에 마크의 얼굴이 사색이 됐다.
“성국, 너 절대 총 쏠 생각도 마.”
“총 쏠 일이 없었으면 좋겠네.”
나는 방탄조끼 위로 점퍼를 입었다.
“자, 그럼. 오늘도 라이브 방송을 켜볼까?”
나는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라이브를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전성국입니다. 오늘 낮에 기쁜 소식이 있었어요. 아시아계 기업인들을 노린 테러범들이 잡혔다는 뉴스였는데요. 안타깝게 범인들이 서로를 제보하는 바람에 현상금은 받아 갈 수 없게 됐습니다. 오늘은 범인 잡힌 기념으로 편안하게 집에 가는 길 라이브를 시작하려고요.”
나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노트북을 챙기고 가방을 멨다.
“그동안 비싼 경호원 쓰느라 모아둔 돈 엄청 썼거든요. 그래서 범인 잡혔다는 소식 듣자마자 바로 비싼 경호원들도 계약 해지했어요. 오늘은 평상시처럼 마크랑 편하게 퇴근하려고요.”
나는 여유롭게 사무실을 벗어났다.
그리고 직원들과 평상시 퇴근길처럼 인사를 나눴다.
“성국, 오늘부터는 다리 뻗고 자겠어요?”
“난 그 테러범들 금방 잡힐 줄 알았어요.”
괜히 너스레도 떨면서 사옥을 빠져나왔다.
사옥 외부에는 아직 철거하지 않은 경찰들이 보였고, 경호원들이 막 해산 준비 중이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테러범이 나타나기는 어려워 보였다.
나는 경호원들에게 깍듯하게 인사를 했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어요!”
“성국, 잘 지내고 필요하면 언제든 불러줘요.”
일상적인 대화와 인사.
정말 여느 퇴근길과 다름없었다.
이때, 사옥 앞으로 박성희 비서가 모는 차가 도착했다.
뒷좌석 창문이 열리면서 전태국이 손짓했다.
“성국아, 어서 타.”
“오늘은 저의 하우스메이트인 삼전 그룹의 후계자 전태국 형의 차를 타고 집에 갈 거예요. 마크랑요.”
마크와 나는 전태국의 차에 올라탔고, 박성희 비서가 뒷좌석을 돌아봤다.
“자, 그럼. 집으로 모시겠습니다. 도련님.”
“박 비서, 나 많이 피곤해. 빨리 집으로 가자고.”
“네, 도련님.”
두 사람은 라이브로 시청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일부러 영어로 말하고 있었다.
– <인턴>에 나온 그 빌런 전태국이 운전기사까지 있는 부자였어?
– 생긴 건 빈티 나는데.
– 와, 정말 드라마 같은 삶이네. 도련님이라니!
“성국아, 얘들 뭐라는 거니? 어? 누가 빈티 나게 생겼다고?”
댓글을 읽은 전태국이 실시간으로 반응하자, 댓글창은 더 난리가 났다.
범인이 잡힌 평화로운 퇴근길.
<인턴>의 빌런 전태국의 특별 출연.
저 멀리 붉은 노을이 지고 있었다.
그렇게 모든 것이 평화로운 순간이었다.
나는 그럴수록 품 안의 총에 손을 가져다 댔다.
원래 평화는 가장 아름다울 때 깨지는 법이니까.
* * *
전태국의 차가 집으로 향하는 사거리에서 멈춰 섰다.
이 사거리에서 좌회전을 하면 이제 우리가 지내는 콘도의 지하 주차장으로 이어졌다. 거기서부터는 외부인은 출입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만약 범인이 나타난다면 전태국의 차가 지하 주차장에 도착하기 전일 것이다.
“이제 5분 후면 집에 도착하는데요. 태국이 형이 오늘 범인 잡힌 날이라고 맛있는 거 사준다네요. 대한민국 재벌이 사주는 맛있는 건 뭘까요?”
“뭐긴…. 피자지. 난 미국 와서 먹은 것 중에 피자가 제일 맛있어.”
– 재벌이면 프랑스 코스 요리 정도는 사줘야지.
– 하아, 난 캐비어를 생각했는데….
– 전태국이 빌런 중의 빌런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 재벌이 사주는 피자 먹방 플리즈, 성국!
댓글들도 평화로웠다.
이제 긴장감이 사라진 라이브는 접속자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이제 집에 슬슬 다 도착해가네요. 이게 아마 마지막 라이브가 되겠죠?”
댓글창에서는 아쉬움을 토로하는 댓글들이 연달아 올라왔다.
– 성국, 일상 동영상 올려줘요. 잘생긴 얼굴 매일 보고파요.
– 나 한국어도 배우고 싶어! 성국, 한국말 강의 좀 해줘.
– 성국, 그냥 화장실 갈 때 빼고 라이브 켜놓고 살아!
“아쉬워해 주시는 건 감사하지만, 저도 사생활이 있죠. 자… 이제 신호가 바뀔 때가 된 것 같은데요.”
그 순간이었다.
바로 우리 옆으로 오래된 은색 캐딜락이 서더니 운전석에서 복면을 쓴 괴한이 내렸다.
나는 이 장면을 핸드폰으로 바로 잡았다.
긴장감을 잃었던 라이브 창은 순식간에 폭주했고, 접속자 수도 치솟았다.
괴한은 핸드폰을 든 나를 발견하고는 그대로 나를 향해서 총을 발사했다.
탕! 탕! 탕! 탕! 탕!
총소리에 몸이 덜덜 떨렸지만, 나는 온 힘을 다해 핸드폰을 붙잡고 이 모든 상황을 생중계했다.
당연히 나는 죽지 않았고, 당황한 범인의 모습이 라이브를 통해서 중계되었다.
범인은 총알을 다 쏘고 나서야 이 차가 방탄차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고는 차에 올라타려고 했지만, 이미 위장을 한 채 전태국의 차를 뒤따르던 경호원들이 삽시간에 달려와서 테이저건으로 범인을 제압했다.
그리고 곧 경찰차 소리가 들렸다.
* * *
늦은 시각, 난 너튜브 라이브를 켰다.
경찰 조사로 지친 상태였고, 총소리 때문에 아직도 이명이 들리는 듯했다.
하지만 너튜브 독자들에게만큼은 진실을 알려야 할 것 같았다.
“안녕하세요. 전성국이에요. 오늘 많이 놀라셨죠? 잠시만요. 목이 타네요. 물 좀 마시고요.”
나는 생수를 그대로 들이켰다.
목이 안 탈 수 없는 상황이었다.
실시간으로 접속자 수가 미친 듯이 올라갔다.
다들 이미 뉴스 특보를 본 후였을 것이다.
“다들 뉴스 특보 보셨죠? 저를 노린 마지막 범인이 드디어 잡혔습니다.”
격려와 흥분의 댓글이 실시간으로 너무 빨리 올라와서 제대로 읽어 내릴 수조차 없었다.
“오늘 상황이 어떻게 된 건지 궁금하시죠?”
나는 잠시 생수를 마시면서 접속자 수가 오만 명이 돌파하는 것을 확인하고는 오늘 일에 대해서 풀기 시작했다.
“사실 범인이 서로를 지목했다는 것을 알고 나서 범인이 한 명 더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는데요. 그 이유는 바로 애덤 덕분이었어요.
애덤의 차를 타고 시속 40km로 이동하던 날, 다른 차들은 모두 제가 탄 차를 추월해서 가는데… 딱 한 대만 저를 따라왔거든요.
그래서 다음 날, 막도날드 드라이브스루도 일부러 들러봤어요. 제가 서른 개의 막모닝 세트를 시킬 동안에도 유일하게 기다린 차가 전날 봤던 차랑 동일 차량이라는 것을 확인했죠.”
나는 차가운 생수를 들이켰다.
“살아서 먹으니 물맛이 꿀맛이네요. 암튼…. 그 오래된 은색 캐딜락이 수상했는데, 범인 두 명이 잡힌 후에 확인한 결과 은색 캐딜락을 소유한 범인은 아무도 없더라고요.
그래서 그 은색 캐딜락이 나를 노렸구나… 뭐, 그렇게 뒤늦게 안 거죠. 그리고 그 녀석은 나를 아직도 노리고 있다! 잡힌 두 명의 범인은 나머지 한 명의 범인이 나를 잡게 하기 위해서 희생한 것! 뭐, 이런 유추를 나름 한 거죠.”
– 역시 천재!
– 와, 그렇다고 FBI 따돌리고 저런 계획 짠 배짱 봐봐.
– 간이 배 밖으로 나왔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거지?
“사실 저도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는데요.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FBI가 만약 테러범 색출에 나서면 분명 저를 노리던 범인도 종적을 감출 것이고. 그렇게 되면 나는 평생 두려움 속에서 살아야 한다는 거죠. 그렇다면 FBI를 속이더라도 범인을 잡는 게 낫다는 생각에 좀 무모하지만, 오늘 같은 일을 벌였어요.”
댓글은 물론 나의 용기에 칭찬과 무모함에 대한 욕설이 공존했다.
– 그럼, 범인이 어떻게 행동할 것을 알고 방탄차까지 준비한 건가요?
“흠… 예전에 굉장히 유명한 프로파일러를 만난 적이 있는데요.”
[저번 생에서 말이야….]“그때, 그 프로파일러 분이 그러시더라고요. 범죄자의 입장에서 범죄를 좇다 보면 답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요. 그래서 저를 죽이려는 그 범인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봤죠. 어디서 언제 어떻게 나를 죽일 것인가.”
나는 생수를 한 모금 들이켰다. 그리고 천천히 말을 이었다.
“제가 범인이라면 저를 죽이고 도망가기 가장 좋은 곳을 선택할 것 같았거든요. 그곳은 바로 저희 집으로 들어가는 사거리. 신호에 멈춰선 차에 탄 저에게 총을 쏘고 바로 도망가면 외곽으로 빠져나가는 도로에, CCTV도 없어서 경찰들이 바로 따라잡지 않으면 잡기 힘들거든요.”
나는 댓글을 쭉 읽으면서 다음 말을 이었다.
“그래서 저의 재벌 친구인 태국이 형한테 방탄차를 가지고 데리고 와달라고 했어요. 만약 내가 범인이라면 제 라이브를 보면서 쫓을 테니까, 일부러 경호원 계약 해지한 사실도 이야기하고요. 그런데 그 예상이 얼추 다 맞아떨어졌고, 범인은 잡혔고, 저는 다행히 살아있습니다.”
오늘 사건의 경위를 다 말하자 갑자기 졸음이 쏟아졌다.
나는 하품을 쩍 하고는 화면을 바라봤다.
“이제 자야 할 것 같아요.”
– 성국이 범죄를 저지르면 완전범죄겠어.
– 앞으로도 성국 계속 보고 싶어요. 라이브 계속해줘요.
“한번 생각해볼게요. 이거 나름 재미있네요.”
[흠, 오늘 조회 수 보니까 용돈벌이 좀 되겠어.]이때, 눈에 띄는 질문이 하나 있었다.
– 성국. 범인 두 명은 자폭했고, 나머지 한 명은 성국이 잡았는데. 그 현상금은 성국이 가지는 건가요?
나는 이 질문을 누가 한 건지 알 것 같았다.
“흠… 어쨌든 어떤 식으로든 테러는 나쁜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소중한 사람이잖아요. 제가 죽으면 슬퍼할 사람이 적어도 세상에 네 명은 존재하거든요. 엄마, 아빠… 그리고 남동생과 여동생. 그래서 테러를 반대하는 사회단체에 기부할 생각입니다.”
역시 성국다운 생각이라면서 나를 치켜세우는 글들이 댓글창을 도배했다. 뭐, 간간이 끝까지 잘난척한다는 글도 있었지만 악플은 안 읽는 게 정신 건강에 좋다고 저번 생부터 배웠다.
“그럼, 전 이제 진짜 자러 가볼게요!”
나는 드디어 라이브를 껐다.
그리고 세르게이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 세르게이, 돈은 세르게이가 쓰고 생색은 내가 내서 미안해요.
현상금에 대해 물은 것은 아마 세르게이일 터였다.
곧 세르게이에게서 답이 왔다.
– 성국, 목숨값이잖아. 그리고 정말 멋지게 살아 돌아온 거 축하해.
나는 졸린 눈을 비비며 침대에 쓰러졌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하아… 졸려 죽겠는데, 누구야? 여긴 워싱턴 지역번호인데….]“여보세요.”
– 성국, 내 목소리 기억하지? 나 버락이야.
“당연하죠, 버락.”
– 사실은 부탁이 있어서 전화했는데. 성국, 한 달 후쯤 백악관에서 연설 하나 좀 해줄 수 있겠나?
“무슨 연설이요?”
– 요즘 일어나는 아시아계 혐오 범죄에 대한 자네의 입장을 말해주면 좋을 것 같아서. 방금 자네 라이브 봤는데, 자네만큼 적임자가 없는 것 같아. 전장에서 살아 돌아온 영웅 아닌가. 어떤가?
“흠… 물론 해야죠. 근데 일정 좀 미룰 수 있을까요?”
– 왜?
“운전면허 먼저 따려고요.”
– 운전면허 따는 대로 연락 주게.
“네, 버락.”
그리고 나는 전화를 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