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249)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251화(249/576)
제251화
나는 공항 주차장으로 향했다.
샌프란시스코의 하늘은 맑았고, 바람은 신선했다.
하지만 걱정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신종 인플루엔자로 추측되는 환자와 비행기 안에서 밀접 접촉을 한 상태였다.
그렇다면 나도 신종 인플루엔자에 걸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나는 주차장에 주차된 구수영 회장이 선물한 포르샤의 시동을 걸었다.
[하아… 전태국의 부가론만 아니었어도….]아쉬운 마음을 달래면서 핸들을 잡았다.
내가 지금 가야 할 곳은 바로 ‘페이스 노트’ 사옥이었다.
* * *
막 햄버거를 다 먹은 리미미가 일어나면서 쓰레기를 치웠다.
“마크, 사장님은 언제 오는 거야?”
“좀 전에 공항에 도착했다고 전화 왔어.”
“바로 회사 나오신대?”
“당연한 말을 왜 물어, 미미.”
“아, 가서 커피 한잔하고 또 일 시작해야겠네. 마크, 이따 퇴근 때 봐.”
리미미는 평상시처럼 점심을 먹자마자 일하러 갔고, 마크는 사무실을 오가며 직원들을 살폈다.
직원들은 오픈된 공간의 사무실에서는 늘 그렇듯 자유롭게 일하고, 토론하고 간식도 먹고 있었다.
유독 그중에 피곤해 보이는 사람 둘이 보였다. 바로 샘과 애덤이었다.
“샘, 피곤해 보이는데 괜찮아요?”
“네, 마크… 괜찮아요. 성국이 너튜브 스트리밍 속도 좀 올리라고 워싱턴 가기 전에 지시해서 그것 때문에 3일 동안 집에 못 간 거 빼고는요.”
“샘, 건강도 중요해요. 잠도 좀 자고요.”
“네에, 마크.”
샘은 대답을 하면서도 연신 하품을 했다.
물론 애덤도 만만치 않았다.
“애덤, 집에는 가고 있죠?”
“가서 잠만 자고 겨우 나오고 있어요. 성국이 인스타그림을 내년에 론칭하고 싶다고 난리잖아요. 일정 못 맞추면 저랑 화분이랑 같이 퇴출이라고 했거든요.”
“애덤 일정 맞추는 것도 중요하지만요…. 그래도 건강은 챙겨요.”
“고마워요, 마크.”
성국의 푸시로 다들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때, 사무실 문이 열리면서 성국이 들어섰다.
성국의 손에는 이상한 물건이 가득 들려 있었다.
* * *
“마크, 나 좀 도와줘!”
마크가 의아한 얼굴을 하고 다가왔다.
“어… 성국, 그게 다 뭐야?”
“이건 체온 측정기고… 이건 생강차야.”
“이게 왜 필요한 거야?”
“마크, 질문은 나중에 하고, 직원들 불러서 체온 측정기는 사무실 출입구마다 설치하고. 다들 싫든 좋든 생강차 마시라고 해.”
마크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내가 사 온 체온 측정기와 생강차를 받아들었다.
“성국, 이유를 좀 알아야 직원들에게 말을 하지.”
“비행기 안에서 열병 환자를 만났는데… 뭔가 심상치 않았어. 스페인 독감처럼 뭔가가 유행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거든.”
“독감이야 매번 유행하긴 하잖아. 근데 지금은 3월 말이고… 유행할 때가 아닌데.”
“마크, 만약 독감이 유행하고 직원들이 독감에 걸리면 우리가 추진 중인 일에 무리가 생기는 거잖아. 그 전에 예방하는 차원이지.”
리미미는 내가 들고 있는 생강차를 보더니 반겼다.
“사장님, 이거 생강차잖아요! 와, 어릴 적에 북조선에서도 많이 마셨어요.”
“미미, 이게 어디에 좋은 거야?”
“감기 예방도 하고, 몸에도 좋은 거야. 마크, 내가 한잔 타 줄게. 마셔봐.”
“마크, 내가 한인 마트에 있는 생강차는 다 사 왔으니까 어서 직원들에게 한 잔씩 마시라고 해! 그리고 모두 모여서 체온 측정하고!”
나는 얼른 ‘페이스 노트’ 직원들에게 공지를 띄웠다.
– 아무래도 독감이 대유행할 것 같네요.
‘페이스 노트’ 사옥 중앙에서 한국식 감기 예방차인 생강차를 나눠주고 있습니다.
직원들은 모두 체온 측정하고, 생강차 받아 가세요.
강요는 아니지만, 감기에 걸리면 불이익이 있겠죠?
공지에 웅성거리던 직원들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모여들거나,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어쩔 수 없이 모여들었다.
나는 리미미와 한국식 생강차를 타서 직원들에게 나눠주기 시작했다.
“성국, 이게 뭐예요?”
“생강차인데, 한국식으로 만든 거예요. 너무 쓰면 옆에 있는 꿀을 듬뿍 넣어 먹어요.”
“잘 먹을게요.”
“참, 체온 측정하는 것도 잊지 말아요. 그리고 이상 체온 나온 사람들은 오늘부터 모두 재택근무로 전환합니다.”
그 말에 일부러 열을 내려는 직원들도 보였지만 체온계는 정확했다.
이때, 마크가 나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다.
“성국….”
“왜에?”
“지금 너만 체온이 높아.”
“뭐라고?!”
“너만 38.1도야.”
나는 그 자리에서 생강차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 * *
주차장으로 향하는 내내 마크가 내 뒤를 쫓았다.
“성국, 혼자 병원 갈 수 있겠어? 이미 열이 많이 오른 것 같은데…. 내가 병원까지 데려다줄게.”
“마크, 내가 혹시 독감에 걸렸으면 너라도 멀쩡해야지 회사가 돌아가지. 대표 둘 다 자리를 비우면 안 되지.”
이때, 뒤에서 애덤이 뛰어나왔다.
“성국… 내가 데려다줄게요.”
“애덤, 당신은 우리 ‘페이스 노트’의 극비 프로젝트 인스타그림의 주요 프로그래머예요. 내년에 출시하려면 아프면 안 된다고요!”
“하, 하지만…. 성국, 체온이 너무 높아요. 그 상태에서 운전하면 위험하다고요.”
[애덤, 난 당신 운전 실력이 더 무서워. 내가 운전면허 딴 이유를 아직도 모르겠어?]나는 뒷걸음질 치며 소리쳤다.
“아직 운전할 만하고, 다들 나한테서 멀리 떨어져요. 그리고 두 사람 사무실 들어가자마자 손 씻고 생강차 꼭 먹어요.”
그리곤 얼른 차 문을 닫아버렸다.
* * *
병원으로 향하는 차 안.
핸드폰이 울렸다. 모르는 번호였다.
누구지?
나는 얼른 핸드폰을 받았다.
– 성국? 성국 군, 전화 맞죠?
“누구시죠?”
– 저… 비행기에서 만났던 노아 브라운이라고 해요. 기억하죠?
[아하, 그 내과 의사?]“네, 근데 무슨 일이세요?”
– 비행기에서 쓰러졌던 환자가 호전되고 있거든요. 성국의 말대로 토미플루가 말을 들은 모양이에요. 그래서 성국 군과 연락을 하고 싶다고 해서요.
“의사 선생님, 그보다 제가 먼저 말씀드릴 게 있는데요.”
– 어서 말해 봐요.
“제가 지금 열이 오르고 있어서 병원으로 향하고 있거든요. 저한테 토미플루 처방해주실 수 있죠?”
– 지금 샌프란시스코 종합 병원에 있어요. 이쪽으로 오세요. 진료받고 바로 처방할 수 있게 제가 부탁해 놓을게요.
“아, 감사합니다….”
전화를 하는 도중에도 온몸에 열이 오르는 느낌이 계속해서 들었다.
신종플루의 사망률은 0.3%대.
코로나나 다른 전염병에 비해서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분명 걸리면 아프고, 재수 없으면 죽을 수도 있는 병이기도 했다.
나는 핸들을 꽉 잡고 노아 브라운이 있는 샌프란시스코 종합 병원으로 향했다.
* * *
나를 본 노아 브라운의 눈이 커졌다.
[반응 보니 내 상태도 안 좋은 모양이네….]“성국! 괜찮아요? 얼굴이 완전 불덩이예요!”
“열이 많이 오르는 것 같아요. 저도 토미플루를 처방받아야 할 것 같아요, 선생님.”
“여기 제 친구가 일하는 병원이에요. 걱정 말아요. 비행기에서 만난 환자도 같은 증상으로 토미플루 먹고 좋아졌단 이야기를 했거든요. 잠시만요.”
노아 브라운은 나를 친구 의사에게 안내했고, 의사는 내 상태를 확인하더니 미간을 구겼다.
“노아, 비행기에서 온 그 환자도 그렇고, 이분 증상도 저번 주에 샌디에이고에서 발생한 환자랑 증상이 비슷한 것 같아.”
“샌디에이고에서 발생한 환자 병명이 뭔데?”
“독감의 한 종류인 것 같은데, 여태껏 보지 못한 거야.”
[그래, 의사. 지금 이게 바로 신종 인플루엔자야! 어서 토미플루나 처방해 달라고!]노아 브라운은 친구 의사를 잡고 부탁했다.
“우선 토미플루 처방해줘. 비행기에서 만난 환자랑 증상이 비슷한데, 토미플루 먹고 안정됐거든.”
“그래… 새로운 독감이라 치료법이 없는 상황이긴 한데… 그 환자가 많이 안정됐으니까, 우선 토미플루 처방하고 안정 취하도록 병실 비워둘게. 병실은 시간 좀 걸릴 거야. 그전까지 응급실 간이침대 사용하도록 해줄게.”
“고마워, 리암.”
나는 막 일어나는 의사를 잡고 물어봤다.
“선생님, 샌디에이고에서 이 독감이 시작됐다고 하셨죠?”
“최초 발병 기록은요. 하지만 어디서 시작된 건 정확히 모르고요. 최근에 전해 들은 소식입니다. 비슷한 환자인데, 전염 속도가 무섭다고 하더라고요.”
“아직 치료제는 없는 거 확실하죠?”
“네, 찾고 있는 중이예요. 토미플루가 효과를 보였으니, 환자분도 드셔보시고 상황을 지켜보죠.”
“네….”
* * *
나는 뜨거워진 몸을 이끌고 간이침대로 향했다.
“성국, 내가 약이랑 가져올게요. 병실 빌 때까지 여기 좀 있어요.”
“고마워요, 노아.”
노아 브라운이 사라지고, 나는 얼른 마크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제 신종 인플루엔자의 유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연결음이 몇 번 울리고 마크가 다급히 전화를 받았다.
– 성국아, 병원이야? 몸은 괜찮아?
“우선 약을 처방받았어. 아무래도 병원에서 하루 보내고 상태 봐서 재택근무를 해야 할 것 같아.”
– 그 정도로 안 좋은 거야? 내가 지금이라도 갈까?
“마크, 이 병은 공기로 전염되는 거야. 회사에서 내내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내가 회사에 바이러스를 퍼트리고 다녔을지도 몰라. 어서 환기하고, 소독 업체 불러서 전체 소독하고… 그리고 직원들 체온 재서 높은 사람 다 재택근무로 돌려. 마지막으로 생강차들 꼭 먹으라고 하고!”
– 성국, 지금 네 몸이나 걱정해. 안 되겠다, 내가 지금 당장 병원 갈게.
“마크, 넌 ‘페이스 노트’의 대표야. 내가 아프면 네가 그 자리를 잘 지켜줘야지. 마크, 이제 ‘페이스 노트’는 우리 둘이서 기숙사 방에서 만들고 웃고 떠들면 되는 그런 게 아니잖아. 너나 나한테 직원 수백 명의 생계가 달려 있다고.”
– 성국….
“마크, 마지막으로 부탁이 있는데.”
– 성국, 마지막이라니… 무슨 말이야? 독감 그까짓 거 네가 못 이길 게 아니잖아. 넌 젊고 튼튼하잖아!
“마크, 알겠고… 내 부탁은 말이야.”
– 뭔데, 어서 말해.
“나 돈 좀 빌려줄 수 있어?”
– 뭐어? 갑자기 무슨 돈을 빌려달라는 거야?
“이유는 병 다 나으면 말해줄게. 마크, 빌려줄 수 있는 돈 얼마나 돼?”
– 흠… 지금으로서는 한 5만 달러.
“그거 다 빌려줄 수 있어?”
– 당연하지.
순간 마크에게 감동을 받았다.
역시 인간관계는 돈 앞에서 적과 동지가 선명해졌다.
“마크, 그것 좀 다 내 계좌로 송금해줘.”
– 성국, 대체 그걸로 뭐 하려고?
“콜록- 콜록- 콜록-.”
나는 괜히 기침을 몇 번 더 했다.
그리고 굉장히 아픈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마크, 그냥 이유는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빌려줘.”
– 어, 그래. 바로 송금할게.
“고마워, 마크. 마크… 내가 없는 동안 회사 잘 부탁해.”
– 성국, 시간 날 때마다 전화할 테니까 전화 꼭 받아. 알았지?
“응….”
* * *
전화를 끊고 얼마 후 마크는 정말 5만 달러를 송금했다.
그리고 나는 노아 브라운이 가져온 토미플루를 먹고 간이침대에 누웠다.
노아 브라운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병실이 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하네요. 성국, 따로 보호자는 없어요? 제가 일이 있어서 가봐야 할 것 같아서요.”
“선생님, 일 보세요. 전 혼자서도 괜찮아요.”
“친구라도 없어요?”
“친구는 회사를 지켜야 하거든요. 선생님, 난 정말 전 괜찮아요. 그러니 걱정 마세요.”
토미플루를 먹었더니 슬슬 잠이 쏟아졌다.
“참, 병실은 낮에 비행기에서 쓰러졌던 그 환자랑 같은 병실이에요. 잠시 후에 간호사들이 와서 옮겨줄 거예요.”
[노아, 어서 좀 가줘. 잠들기 전에 할 일이 있다고….]“참, 그 환자한테 성국 군 이름은 알려줬어요. 그리고 그 환자는….”
노아 브라운은 비행기에서 쓰러진 환자의 이름을 말하고는 사라졌다.
나는 쏟아지는 눈꺼풀을 들어 올리며 노트북을 꺼냈다.
그리고 주식창을 열어 길리언 사이언스 주식 5만 달러를 매수한 다음에야 편안히 침대에 누웠다.
[하아… 근데 노아가… 말한 환자 이름이 뭐였더라… 크리스토퍼 놀랜? 흠… 익숙한 이름인데….]나는 더 생각할 여유도 없이 깊은 잠에 스르륵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