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251)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253화(251/576)
제253화
크리스토퍼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성국, 정말 그 영화에 투자하고 싶단 말이에요? 그 영화에 대해서 알고는 있어요?”
“할리우드 통신지 같은 데서 본 적이 있어요. 내용이 흥미로워서요. 다른 사람의 꿈에 들어가서 생각을 바꾸는 뭐 그런 내용 아닌가요?”
“네, 맞아요. 내년 개봉 예정이라 사실 지금 후반 작업 때문에 정신없는데… 신종 인플루엔자라니… 나도 내가 너무 한심하네요.”
크리스토퍼 놀랜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크리스토퍼 한국 속담에 이런 말이 있어요. 급할수록 돌아가라. 토미플루 열심히 먹으면 신종 인플루엔자는 걱정 없을 거예요. 이 기회에 나나 크리스토퍼나 한숨 돌리면서 일을 진행해 봐요.”
“그 말을 들으니 진짜 그래야 할 것 같아요. 사실 요즘 정신이 하나도 없었네요. 성국, 우리 근데 아까 <인터스타> 이야기 좀 더 할까요?”
“저야 좋죠!”
그렇게 난 밤새도록 크리스토퍼와 <인터스타> 이야기를 나눴다.
* * *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마크였다.
나는 졸린 목소리로 마크의 전화를 받았다.
– 성국, 괜찮은 거야?
“응, 난 괜찮아. 회사 사람들은 어때?”
– 어제 전체 소독하고, 생강차 계속 마시게 했어. 그리고 아침에 체온 높게 나온 사람들은 죄다 재택근무로 돌리고….
“마크, 너는 괜찮아?”
– 미미가 집에서도 계속 생강차 먹이고 해서 난 괜찮아.
“부럽네, 여자친구 있으니 챙겨도 주고….”
– 그러니까. 내가 걱정돼서 병원 간다고 했잖아. 병원 밥은 잘 나와?
“규칙적으로 맛없는 밥은 잘 나와.”
– 몸은 괜찮아?
“이제 열은 안 나는 것 같은데, 혹시 모르니까 며칠 더 병원에 있어야 할 것 같아.”
– 성국, 네가 없으니까 회사가 말이 아니야.
“마크, 그게 무슨 소리야? 공동 대표인 네가 회사에 있잖아.”
마크의 낮은 한숨 소리가 들렸다.
– 난 뭐 그동안 프로그램 개발이나 했지… 네 부재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잖아. 회사 직원 단속이나 이런 것도 네가 다 했고.
[나의 카리스마를 능가할 순 없지.]– 막상 네가 없으니까 뭐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어.
어쨌든 내가 한국에서 군대를 가게 되면 2년 동안 ‘페이스 노트’는 나 없이 돌아가야 했다.
“마크… 이 기회에 내가 없는 동안 ‘페이스 노트’ 운영을 네 스타일대로 해봐. 물론 네가 나처럼 카리스마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너만의 친근한 이미지가 있잖아.”
– 성국, 어쩜 아프면서도 잘난 척은 끊이질 않는 거야? 아니지, 그게 없으면 또 전성국이 아니지. 네가 옆에서 종알거리지 않으니까, 회사 같지가 않아.
“마크, 환자한테 하소연 그만하고. 내가 병원에서 나가면 인스타그림의 초기 작업물을 봤으면 좋겠어.”
– 정말 못 말린다니까. 알았어, 내 스타일로 직원들 독촉해볼게. 근데 이제 미국 전역이 신종 인플루엔자로 난리 나서 우리 회사 업무에도 차질은 생길 거야. 그러니까 너무 몰아붙이지 마. 그리고! 네 건강 제일 먼저 생각하고!
“고마워, 마크.”
마크와의 전화를 끊자 노크 소리가 들렸고, 병원의 아침이 도착했다.
나는 크리스토퍼 놀랜에게 아침을 건넸다.
“크리스토퍼, 몸은 좀 괜찮아요?”
“토미플루가 잘 듣는 것 같아요. 몸이 어제보다 한결 가벼워요. 성국은 어때요?”
“저도 그래요.”
“근데 이 토미플루가 신종 인플루엔자 치료제는 아니죠?”
“치료제는 아닌데, 적절하게 듣는 건 맞는 것 같아요.”
토미플루는 신종 인플루엔자 발생 전에 이미 나온 독감 치료제였지만, 신종 인플루엔자 치료제가 인식되면서 이후에 완전 떡상하게 된다.
“만약 이 토미플루가 진짜 신종 인플루엔자 치료제가 된다면… 그 주식 가지고 있는 사람들 좋겠네요. 지금이라도 여기 제조사 주식 좀 사둘까요? 어떻게 생각해요, 성국? 어제 당신에 대해서 찾아보니까, 실패한 사업이 없던데요?”
“없긴요. 아직 일으켜야 할 사업이 더 많아요.”
“조언 좀 해줘요. 주식 살까요? 말까요?”
“저는 사긴 했습니다. 이 말이면 될까요?”
크리스토퍼 놀랜은 박장대소를 했다.
“대단하네요. 아픈 와중에 그 생각을 한 거예요?”
“크리스토퍼가 깨어있는 동안에는 계속 영화 생각을 하듯, 저는 깨어있는 모든 순간에 돈 버는 생각을 하거든요.”
“성국 말 들으니, 난 그냥 영화 생각이나 해야겠네요.”
크리스토퍼 놀랜은 힘없이 웃었다.
[뭐든 자신이 잘하는 걸로 돈 버는 게 빠른 법이야, 크리스토퍼. 당신은 영화를 잘하니 영화로 돈 벌고, 나는 원래 사업가니 사업으로 돈 버는 거지.]나는 또다시 맛없는 병원 빵을 뜯었다.
* * *
격리 3일 차.
병원의 맛없는 식사. 그리고 토미플루의 연속이었다.
열이 더 오르거나 하는 증상은 없었지만 신종 인플루엔자의 확산으로 격리 기간이 길어지고 있었다.
크리스토퍼 놀랜은 이곳에서 <인터스타>의 시나리오를 거의 완성할 지경이었다.
나는 그 옆에서 화상으로 업무 보고를 받거나 지시를 했다. 그리고 내 너튜브에 올릴 영상도 간간이 찍었다.
크리스토퍼는 너튜브에도 굉장히 관심을 보였다.
“성국, 그 너튜브라는 것 말이에요. 보통 영상을 얼마 길이로 올려요?”
“저는 한 10분 내외로 올려요. 사람들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이 정도 되는 것 같아서요.”
“흠… 생각보다 짧네요.”
“영화야 극장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사람들이 집중할 수 있는 최선의 공간에서 보는 거지만, 너튜브는 다르잖아요. 집에서, 공부하다가, 혹은 이동 중에. 틈새에 보는 게 이 너튜브잖아요.”
순간, 아이디어 하나가 떠올랐다.
“크리스토퍼, 혹시 너튜브에서 10분 영화 제작 같은 거 하면 한번 참여해보실래요?”
“10분 영화요? 대학 졸업하고 감독 지망생 때 찍었던 그런 단편 영화 같은 거요?”
“그것보다 더 짧아도 괜찮을 것 같아요. 크리스토퍼 어때요?”
“재미있는 기획이네요. 근데 아무리 짧은 영화라고 해도 기획과 제작, 촬영 등 제작비가 만만치 않을 거예요.”
“그건 걱정 말아요. 너튜브에서 책임질 거예요.”
그리고 이런 제작에 가장 관심을 기울일 또 한 명도 떠올랐다.
“잠깐만요, 아마 이런 기획에 또 가장 관심 있는 사람이 한 명 더 있어요. 그 회사랑 협업하면 더 완벽하겠는데요.”
“그게 누군데요?”
나는 대답 대신 전화를 걸었다.
전화기 너머로 찰리 잡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 성국, 오랜만이야. ‘페이스 노트’ 보니까 신종 인플루엔자 걸렸다던데, 몸은 괜찮은 거야?
“네, 찰리…. 찰리는 요즘 어때요?”
묻기도 미안했다.
찰리는 지금 췌장암과 싸우고 있었다.
– 난 괜찮아, 성국. 사람들한테 췌장암에 걸렸다고 하면 다들 곧 죽을 사람처럼 나를 보지만 난 벌써 몇 년째 멀쩡하게 살고 있잖아. 근데 갑자기 무슨 일이야? 병원에서 나한테 전화를 걸고….
“찰리… 지금 나랑 같은 병실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 줄 알아요?”
– 글쎄. 전성국은 미합중국의 대통령과도 친한 사이라 누가 나와도 놀라울 것 같지 않은데.
“크리스토퍼 놀랜이에요.”
– 박쥐맨의 크리스토퍼 놀랜? 그 또라이 감독 말이야?
“네, 찰리.”
크리스토퍼 놀랜은 옆에서 찰리가 누군인지 엄청 궁금해 했다.
“성국, 찰리가 누구예요?”
“찰리 잡스요.”
내가 조용히 말하자, 크리스토퍼의 두 눈은 휘둥그레졌다.
“아플의 찰리 잡스요?”
“네, 우선 전화 좀 할게요.”
“어서 해요.”
크리스토퍼는 입을 딱 다물었다.
나는 다시 찰리 잡스와의 통화를 이어갔다.
– 성국, 크리스토퍼 놀랜 감독이랑 같이 있는 거야. 그것도 지금 한 병실에?
“네, 같이 신종 인플루엔자에 걸렸거든요.”
– 세상에. 두 사람 다 괜찮은 거야?
[지금 남 걱정할 건 아닌 것 같은데, 잡스.]“네, 괜찮아요. 신종 인플루엔자는 초기에 토미플루를 먹으면 괜찮아지는 것 같아요.”
– 그 말 들으니 나도 주치의한테 처방받아서 토미플루나 잔뜩 사둬야겠어.
찰리 잡스는 애써 유쾌하게 전화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이전과 달랐다.
아주 천천히… 죽음이 그에게 다가가는 느낌이었다.
“참, 찰리… 내가 재미있는 제안을 하나 하려고요.”
– 성국이 한다니까, 기대되는데. 그게 뭔가, 성국?
“크리스토퍼 놀랜 감독이 아플폰으로 영화를 찍어서 너튜브에 올리면 어떨까요?”
내 말을 듣자마자 전화기 너머로 찰리 잡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웃음을 멈춘 찰리 잡스가 유쾌하게 답했다.
– 성국, 자넨 가끔 아니지… 항상 너무 천재 같잖아. 아마 내가 이 세상에서 사라지면 자네가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이 될 거야. 동시에 가장 괴팍하고!
“찰리 말을 들으니 제가 이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이 되려면 한참 남은 것 같네요.”
– 그러게 말이야. 성국, 내년에 아플폰 4세대가 나올 건데, 그 모델 홍보 겸해서 크리스토퍼 놀랜을 포함한 유명 감독들이 아플폰 4로 영화를 찍는 프로젝트를 해보면 어떨까? 물론 공개는 너튜브를 통해서만 하고.
“찰리, 역시 당신은 천재예요!”
– 그 말을 들으니, 내가 확실히 자네보다는 오래 살 것 같은데. 그럼, 이 프로젝트 진행해 보지. 자네는 우선 크리스토퍼 놀랜 감독을 설득해봐. 제작비야 당연히 아플과 너튜브가 대면 되는 거잖아.
“크리스토퍼는 할 거예요.”
– 퍼펙트하군. 성국, 병원에서 나오면 밥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자고.
“네, 찰리.”
[찰리… 제발 이번 생에서는 오래 봐요.]나는 마지막 말은 차마 하지 못하고 찰리 잡스와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크리스토퍼 놀랜은 나를 믿기지 않는 눈으로 쳐다봤다.
“성국, 진짜 지금 아플의 찰리 잡스랑 통화한 거 맞죠?”
“네… 찰리가 사실 저 ‘페이스 노트’ 설립 과정에서 도움 많이 줬어요.”
사무실도 무상으로 임대해 주기도 했다.
그리고 찰리가 유일하게 인정한 또라이기도 했다.
“성국… 당신… 정말….”
“대단하다고요?”
“동시에 너무 대단해서 재수도 없고요.”
“그런 말 자주 들어요, 크리스토퍼.”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 * *
격리 4일 차.
크리스토퍼 놀랜과 나는 맛없는 병원 빵을 벌써 4일째 먹고 있었다.
크리스토퍼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나가자마자 샌프란시스코에서 제일 맛있는 레스토랑에 가서 최고급 코스를 시켜서 먹고 말 테야, 성국.”
“흠… 우리 진짜 그래볼까요?”
“그게 무슨 말이야?”
“말만 하지 말고, 실제로 그러면 되죠.”
“그러기엔 거긴 예약이 몇 달 치씩 차 있더라고. 희망 사항이긴 한데….”
“크리스토퍼, 이건 내년 아플폰 4로 영화 찍는 것에 대한 계약금 중 하나라고 생각해 줘요.”
구두로만 한 계약이라 살짝 불안하기도 했다.
[뭐든 먹여놔야 뒷말이 없는 법이지.]나는 말을 마치자마자 전태국에게 전화를 걸었다.
– 성국! 너 도대체 내 전화는 왜 안 받는 거야?!
화가 잔뜩 난 전태국의 목소리가 들렸다.
“형, 저 괜찮아요. 마크한테 이야기 다 들었을 거 아니에요?”
– 그래도 전화는 받아야지. 나 얼마나 서운한 줄 알아?
“형, 대신 제가 병원에서 나가자마자 제일 처음 만나는 사람이 형이었으면 해요.”
– 진짜?
전태국은 순진하게 대답했다.
“네, 제가 병원에서 4일 동안 먹은 게 정말 최악이거든요. 형이 제일 좋아하는 레스토랑 좀 예약해줄 수 있어요?”
– 성국, 뭐야? 결국, 또 나를 이용해 먹는 거야?
전태국은 볼멘소리를 했다.
물론 지금 나는 전태국을 이용해 먹는 거였다.
솔직히 전태국은 그 용도 외에는 별로 쓸모가 없었다.
“형, 대신 제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감독님도 데리고 갈게요.”
– 아, 맞다. 너 <박쥐맨> 크리스토퍼 놀랜 감독이랑 같이 있지?
“네. 어때요?”
– 성국아, 365일 24시간 언제든 나를 이용하라고 내가 말하지 않았니!
전태국 역시 박쥐맨의 광팬이었다.
전화를 끊고 나는 크리스토퍼를 쳐다봤다.
“크리스토퍼, 레스토랑도 예약 완료했어요. 내년에 저희 같이 영화 찍죠!”
“이 빵만 더 안 먹게 해준다면, 지금 난 그보다 더한 것도 할 거예요, 성국!”
크리스토퍼는 환하게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