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260)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263화(260/576)
제263화
– 형, 결과 나오는 대로 연락주세요.
하지만 전태국에게서 답이 오지 않았다.
“성국 군, 이제 탑승하시죠.”
“네….”
나는 영화에서만 보던 에어 포스 원에 올랐다.
버락 오마하의 아시아 방문에 함께하는 보좌관들과 기자들이 이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나는 게리 올드맨이 안내한 창가 자리에 앉았다.
버락 오마하가 마지막으로 비행기에 올랐다.
그리고 비행기가 곧 이륙했다.
첫 방문지는 중국이었다.
* * *
버락 오마하는 당연히 여러 보좌관들과 방문하는 나라에서의 일정과 논의해야 할 문제에 대해서 비행시간 내내 회의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기자들은 틈틈이 그런 상황을 정리했고, 나는 오랜만에 잠시 일에서 해방됐다.
보고는 계속 받고 있었지만, ‘페이스 노트’는 마크가, 너튜브는 샘이 일을 맡아서 하기로 했다.
어쩌면 버락 오마하의 아시아 순방은 나에게는 휴가와 같은 기간이었다. 그것도 실로 오랜만에 맞는 휴가.
비행기가 태평양 어딘가를 지나갈 즈음 버락 오마하가 커피를 들고 내 자리로 다가왔다.
“성국, 오랜만에 여유가 있어 보이네요.”
“일을 좀 쉬고… 생각을 정리 중이거든요.”
“중국이나 일본 일정은 여유가 있으니까, 성국 군은 쉬면서 한국 방문 때 한국 대통령과의 가교 역할 좀 잘해줘요.”
“물론이죠.”
버락 오마하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더니, 뭔가 할 말이 있다는 듯이 나를 쳐다봤다.
[버락, 뭐든 말해보라고.]“사실… 성국… 내가 미국 역사상 가장 돈이 없는 대통령이라는 소리를 듣는 거 알아요?”
“…….”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작년에 일어난 리먼 브라더스 파산으로 미국 경제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이때 대통령이 된 버락 오마바가 가용할 돈이 부족한 건 당연했다.
“버락, 그래도 당신은 미국의 대통령이잖아요.”
“하아… 그렇긴 하지만…. 솔직히 이전의 미국 대통령이 경제를 무기로 다른 나라와의 관계를 이야기했다면, 나는 그럴 수가 없는 입장이에요.”
[버락, 나도 당신 정책 뭔지 다 알아.]버락 오마하는 경제가 무너진 미국의 대통령이었기 때문에 다른 나라의 약점이나 관계를 이용해서 미국의 이익을 추구했다.
한일관계에서 위안부 문제를 단지 정치적 이슈로 이용했다.
그리고 임명백을 이어서 정권을 잡게 되는 전 대통령의 딸 백근희 대통령의 무능과 정치적 과오를 약점으로 삼아서 일본과의 과거사 청산 협의를 강요하기도 한다.
과연 이번 생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봤다.
“버락 오마하, 내게 원하는 게 뭐예요?”
사실 특사로 함께 아시아 순방에 동반한 이상 버락 오마하는 나에게 원하는 게 있을 것이었다.
“솔직히 나는 아시아에 대한 경제적인 지식이나 문화 전반에 대해서 완벽히 이해한다고는 할 수 없어요. 내가 현재 가장 원하는 것은 중국을 견제하고, 한미일의 관계를 돈독하게 하는 거예요. 특히 한국은 중국과 일본, 거기다 위로는 북한을 두고 있잖아요. 한국 문화와 역사적인 관계를 내게 알려주면 좋을 것 같아요.”
“그건 걱정 마세요.”
“그리고… 성국이 효진 그룹의 장학생이었단 이야기를 들었어요. 효진과 삼전은 이제 대한민국뿐만이 아니라 세계적인 기업이잖아요. 한국의 경제인들과의 자리에서 성국이 나를 많이 도와줬으면 해요.”
“물론이죠.”
[버락, 하지만 난 한국 사람이야. 그것만 기억해.]나는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미소를 지었다.
* * *
에어 포스 원이 베이징에 도착했다.
국가적인 환영 행사가 끝나고 나서야 나를 포함한 보좌관과 기자들은 에어 포스 원에서 내렸다.
이때, 뒤에서 누군가 내 어깨를 톡톡 건드렸다.
뒤를 돌아보니 안경을 쓰고 짧은 단발머리의 여자가 나를 부른 것이었다.
“무슨 일이시죠?”
“아까부터 말 걸고 싶었는데요. ‘페이스 노트’랑 너튜브 대표 전성국 맞으시죠?”
“네.”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에 백악관에서 일을 막 시작한 인턴 보좌관이거든요. 해외순방을 처음 수행하게 됐는데, 사실 크게 할 일은 없어요.”
여자는 두서없이 말하는 스타일이었다.
어떻게 이런 여자가 백악관에서 일하지?
거기다 인턴이 미국 대통령 순방까지 쫓아왔다고?
나의 의문은 여자가 이름을 말하는 순간 바로 깨지고 말았다.
“참, 제 이름은 크리스티 케네디예요.”
“혹시… 케네디라면?”
크리스티는 히죽히죽 웃으면서 속삭이듯 대답했다.
“네… 저희 큰할아버지가 존 F 케네디 대통령이셨어요.”
케네디가는 미국에서는 여전히 왕족과 같은 존재였다.
크리스티는 계속해서 말을 걸었다.
“사실 저… 성국이랑 대학 동창이에요. 몰랐죠?”
“하버드요?”
“네…. 물론 저는 성국을 너무 잘 알고 있지만, 성국은 저를 모르는 게 당연할 거라고 생각해요.”
“하버드는 워낙 짧게 다녀서 친구가 많지 않았어요.”
“그래도 성국 주변에는 지금 ‘페이스 노트’ 같이 하는 마크랑 영화 감독 지망생인 데니스가 항상 있었잖아요. 아, 그리고… 지금 <벨라>에서 기자 하는 제시도요.”
“저에 대해서 잘 아시네요?”
[설마 스토커 아니지?]크리스티 케네디는 배시시 웃었다.
“제가 좀 덕질을 잘하거든요. 성국이 너무 멋있어서 항상 맴돌았어요. 물론 막 이상한 스토커는 아니었어요!”
[점점 더 수상한데….]크리스티는 내 표정을 보더니 손사래를 쳤다.
“성국… 그냥 왜 그런 정도 있잖아요. 관심 있는 남학생이 있으면 주위를 맴돌게 되고,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아는 거요.”
“혹시 이 자리도 그렇게 만들어진 건 아니죠?”
“물론 아니에요! 전 정말 인턴으로 백악관에 들어왔고요. 저희 집안이 케네디다 보니 아버지가 순방 가는 데 손을 좀 쓰셨거든요.”
[미국도 빽은 어쩔 수 없군.]“내가 왜 이렇게 이런 말까지 하지.”
크리스티 케네디는 창피한지 혼잣말을 했다.
“크리스티, 그러니까 요점은. 백악관 인턴으로 일하는 중에 순방에 아버지 빽으로 같이 오게 됐고, 하버드 재학 시절 관심 있던 저까지 만나게 됐단 이 말이죠?”
“맞아요! 성국!”
그러더니 크리스티 케네디의 얼굴이 사색이 됐다.
“어머… 내가 관심 있단 거 들켰네요.”
“제가 관심 없으니 괜찮아요.”
“와… 성국의 이 말을 이렇게 듣게 되다니… 영광이에요.”
“저… 솔직히 제가 아직 제 역할을 잘 몰라서 크게 바쁘지는 않은데, 성국도 마찬가지죠?”
“한국 들어가기 전까지는 그렇게 바쁘지 않을 거예요.”
“그럼, 저랑 중국이랑 일본에서 같이 다니실래요? 다른 보좌관들은 정신없이 바쁘거든요. 전 그분들 호출 올 때만 가면 돼서요.”
케네디 가문이랑 알아둬서 나쁠 건 없어 보였다.
“그럼, 그렇게 하죠.”
“참, 성국… 제가 대학 때 중국이랑 일본, 한국에서 몇 달씩 살았거든요. 심지어 한국은 6개월이나 있었어요.”
“혹시 저 때문인가요?”
“처음엔 성국 때문에 한국에 관심이 생겼는데요… 미안한데. 이제 성국 덕질은 안 하거든요.”
[뭐지? 이 여자? 왜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하는 거야.]“그럼, 누구 덕질 중이에요?”
“제가 성국을 통해 K-컬처에 관심을 가지게 됐거든요. 그러다가 우연히 드라마를 보다가 제 운명의 이상형을 만나고 말았어요. 보여줄까요?”
“그러시던지요.”
나는 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나 전성국 말고 덕질할 사람이 대한민국에 또 있단 말이야?]크리스티 케네디는 핸드폰에 저장된 사진 하나를 내밀었다.
“이름은 이재희고요. 아역부터 시작해서 성국이랑 비슷한 나이 같아요. 이 친구가 제가 본 <초가을 동화>에서 남자 주인공 아역을 맡았거든요. 아역이라고 해서 어린 아역 아니고요. 고등학생 정도 되는 아역이요. 근데… 너무 매력 있지 않아요?”
[설마… 이 친구가 내가 아는 이재희일까?]“크리스티, 덕질 했으니까 이 친구 프로필도 잘 알죠?”
“당연하죠. 원래는 덕풍 제지라고 탄탄한 중견 기업의 손주였는데요. 할아버지가 꽃뱀 같은 여자에게 넘어가서 자식들에게 돈 한 푼 안 주고, 죽는 바람에 어릴 적부터 소년 가장으로 살았어요.”
[역시… 내가 아는 그 이재희가 맞군.]내 인생에 처음으로 쓴맛을 보게 해준 동시에 임선미 코를 한 방 가격해서 내게 인생 최대의 기회를 준 그 이재희였다.
크리스티 케네디는 옆에서 계속해서 중얼거렸다.
“근데 제가 본 <초가을 동화> 이후에는 활동이 뜸하더라고요.”
“크리스티, 근데 이 친구가 왜 매력적이에요?”
솔직히 나와 같은 나이가 된 이재희는 배우로 뜨기에는 살짝 부족한 외모였다.
[예전에도 외모는 나에게 한참 안 됐지.]“귀엽잖아요!”
“귀여운 남자가 좋아요, 크리스티는?”
“성국은 잘생기고 멋있어서 좋았는데… 이 친구는 보면 그냥 이웃집에 살 거 같이 친근한 느낌이 들어서 좋아요.”
[미국 이웃집에 어떻게 이재희 같은 애가 사냐고!]크리스티 케네디는 이재희 사진을 보면서 히죽히죽 웃었다.
“성국, 한국 가면 나 막 길 가다가 이 친구 볼 수 있을까요?”
“살아봐서 알겠지만, 대한민국 그렇게 좁은 데는 아니에요.”
“하아… 슬프네요.”
“근데 제가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떻게요?”
크리스티 케네디의 눈이 동그래졌다.
“제가 아는 분이 연예계에 계시거든요. 건너면 연락처를 알 수도 있을 것 같아서요.”
그리고 이제 이재희를 만나봐야 할 타이밍이었다.
* * *
호텔 방에 도착해서 나는 방무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 성국아, 너 지금 중국이지?
[하아… 내 소식이 이미 그곳까지 간 것인가. 이놈의 인기는….]“무혁이 아저씨, 어떻게 아셨어요?”
– 어떻게 알긴. 네가 일정을 ‘페이스 노트’에 다 올렸잖아.
[끄응. 기사에 난 게 아니군.]곧 방무혁의 낮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 기사에도 좀 나긴 했어. 이번 버락 오마하 아시아 순방에 한국인인 네가 특사로 참여한다고 난리이긴 해. 그리고 너 <벨라>에 난 화보 있잖아요. 한국에서 완판이야. 근데… 무슨 일이야?
“무혁이 아저씨, 혹시 제가 사람 한 명 찾을 수 있을까 해서요.”
– 갑자기? 그리고 내가 어떻게 찾아?
“연예계에 있던 친구거든요. 혹시 <초가을 동화>라고 보셨어요?”
– 당연하지! 그 드라마 보면서 얼마나 울었다고. 거기 여자 주인공이 어릴 적에 같이 자란 오빠가 있는데, 그 오빠가 알고 보니까 친오빠가 아닌 거야!
방무혁은 신이 나서 <초가을 동화>의 줄거리까지 다 이야기했다.
– 나중에 그 여자 주인공이 오빠 등에 업혀서 죽는데… 나 그날 정말 대성통곡했어.
[<초가을 동화>인지 뭔지 전혀 내 취향은 아니군.]– 근데, 그 드라마는 왜?
“그 드라마에서 남자 주인공 아역 했던….”
– 이재희?
내가 채 말을 끝내기 전에 방무혁이 되물었다.
“아저씨, 아세요?”
– 재희 얼마 전에 우리 소속사 오디션 보러 왔어.
“진짜요?”
– 어… 녀석이 귀여운 느낌도 있고, 혼자는 무리지만 팀으로는 괜찮을 것 같아서 고려 중이야. 거기다 무용을 전공해서 그런지 춤선이 남다르기도 해.
“아저씨, 재희 제가 한번 볼 수 있을까요? 그 친구 팬이 있거든요.”
– 안 그래도 다시 볼 생각이긴 했어. 근데… 재희 팬이 누구야?
“크리스티 케네디요”
– 혹시?
“네, 케네디 대통령이 큰아버지 되는 케네디 가문의 친구에요.”
– 어… 그럼, 내가 얼굴 한 번 더 보자고 할게. 너 한국 오는 일정 맞춰서 약속 잡으면 되지.
“네, 그렇게 해주세요.”
그렇게 약속을 정하고 나는 얼른 크리스티 케네디에게 연락을 했다.
– 성국! 대박! 고마워요! 뭐, 정말 성국이랑 있으면 안 되는 게 없군요. 이 은혜를 어떻게 갚지.
“은혜는 무슨.”
– 성국, 내가 우선 오늘 저녁 살게요. 나랑 같이 나가요.
“좋아요!”
[앞으로 은혜는 오늘의 밥 말고 네 인맥으로 차근차근 갚으면 돼.]사실 호텔에 오자마자 크리스티 케네디에 대해서 조사를 했다.
크리스티 케네디는 미국 내 K-컬처 덕들 사이에서도 꽤 유명한 존재였다.
케네디라는 가문의 인지도와 함께 꽤 훌륭한 정보력을 가진 덕후 중 한 명이라는 평가였다.
이제 슬슬 방무혁의 아이들 <세븐즈>가 모이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그들이 미국 진출을 하게 되는 계기는 바로 미국 문화 내 K-컬처 덕후들 덕분이었다.
앞으로 크리스티 케네디가 그 역할을 톡톡히 해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다.
[크리스티, <세븐즈> 잘 부탁해! 내 동생도 멤버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