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261)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264화(261/576)
제264화
크리스티 케네디는 커다란 카메라를 들고 베이징의 길거리로 나를 인도했다.
이번 순방 기간 중 한중일 세 나라 길거리를 취재해서 백악관의 ‘페이스 노트’에 올리는 게 크리스티 케네디의 업무 중 하나였다.
저번 생에서 중국은 여러 번 왔지만, 이렇게 길거리를 돌아다니면서 가까이 볼 일은 없었다.
사람들은 외국인인 크리스티 케네디를 신기한 눈으로 쳐다보곤 그 옆의 나를 보고 놀라곤 했다.
크리스티 케네디가 속삭였다.
“성국, 아무래도 너 잘생겨서 보는 것 같아.”
학교 동창이라 우리는 서로 말도 편하게 하기로 했다.
“크리스티, 난 이런 시선 익숙해.”
“와, 역시… 존잘의 삶이란 이런 거구나.”
역시 크리스티 케네디는 덕후 같은 언어들을 쏟아냈다.
“크리스티, 너도 케네디란 성이 뒤에 붙으면 다들 놀라지 않아?”
“정말 그거랑 비슷하네! 근데 내가 케네디라고 하면 다들 정말? 니가? 약간 놀라서 되묻고는 해. 다들 케네디가 하면 우아하고 멋질 거라 여기지만, 난 아니잖아.”
“크리스티, 넌 성격이 좋잖아.”
“그 말도 꼭 다들 하더라. 치이.”
[사실인데.]하지만 크리스티 케네디는 굴하지 않고 수다를 늘어놨다. 역시 성격 좋은 건 사실이었다.
“성국, 너는 사람들이 외모 볼 때마다 감탄하지?”
“솔직히 주변 사람들은 이젠 나에게 너무 익숙해져서 감탄하지 않아. 그냥 다들 그런가 하지.”
“성국… 근데, 진짜 아이돌 같은 거 할 생각 없어?”
“내가 왜? 난 얼굴 팔리는 거 싫어.”
“그런 사람치고는 너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벨라> 화보도 찍고. 거의 우리 집안사람들처럼 너도 전 세계 셀럽이잖아.”
[정곡을 찔렸군. 그렇다면….]“이미 그보다 돈 더 잘 버는데?”
“정말… 성국, 네가 그래서 여자친구가 없구나! 뭐랄까. 사실이긴 한데, 엄청 재수 없게도 들려.”
[사람들은 꼭 사실을 말하면 재수 없어 하더라.]“난 네가 노잼이라 소개팅에서 차인 거란 글을 봐도 믿지는 않았거든. 아니, 이렇게 잘생겼는데 좀 재미없으면 어때. 매일 이런 얼굴 보면서 내가 웃기면 되지.”
[내 말이 그거야. 나처럼 완벽한 외모에 일로 바쁜 사람이 재미있기까지 하면 그건 신의 실수지. 잠깐, 내가 노잼이라는 거 인정하는 건가. 아니라고! 나 존잼이라고!]크리스티 케네디는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솔직히 난 얼굴 덕후라…. 네 얼굴만 뜯어먹고 살아도 세상이 행복할 것 같았거든. 재수 없는 것도 참아줄 만해. 네 얼굴이라면.”
[그렇지? 크리스티?]왠지 크리스티 케네디랑은 말이 은근 잘 통하는 것 같았다.
* * *
베이징 시내.
크리스티 케네디는 중국 사람들이 주로 다니는 현지인들이 많은 시장으로 나를 데리고 갔다.
“성국, 내가 중국에서 지낼 때 여기 자주 와서 밥 먹고 쇼핑도 했어.”
“너 생각보다 소박하구나.”
중국에서 이런 서민 체험을 해보는 건 지난 생을 합쳐 처음이었다.
“난 이런 시장에 와서 사람들 구경하는 게 좋거든. 맛있는 것도 먹고. 성국, 저기 가서 저것 좀 사자.”
크리스티 케네디를 나를 어느 상점 앞으로 끌어당겼다.
중국의 전통 복장을 파는 가게였다.
“성국, 난 이번에 한중일 세 나라 모두 갈 때마다 전통 의상을 사서 그 나라의 가장 상징되는 건물 앞에서 사진 찍으려고.”
크리스티 케네디는 순방 뒷이야기 취재를 온 게 아니라 관광을 온 게 분명했다.
“성국, 내가 네 것도 사줄게. 어때? 같이 사진 찍자.”
[공짜는 마다하지 않는 나지만….]“크리스티, 나중에 중국에서 한복이 자기네 전통 의상이라고 우기거든.”
“나중에?”
[앗, 실수.]“중국이 동북아에 대한 자신들의 영향력을 강화하려고 하잖아. 그렇다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역사 왜곡이거든. 만약 나처럼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이 중국 전통 의상을 입고 찍은 사진이 남으면 나중에 어떤 식으로 이용할지 모르거든. 예를 들면 나 같이 잘난 사람이 사실은 한국의 혈통이 아니라 중국의 혈통이다. 그러니까 이 옷 입고 사진 찍은 거 아니냐. 이런 식인 거지.”
“헐, 진짜? 중국이 정말 그럴까?”
[공산당놈들은 원래 그래.]“암튼 난 어디든 도용당할 사진은 안 찍을래. 한국 가서 나랑 한복 입고 사진은 같이 찍자. 경복궁 앞에서.”
“너무 좋아! 그래도 나는 하나 살게.”
크리스티 케네디는 더듬더듬하는 중국어로 상인과 흥정을 했다.
몇 달 있던 것 치고는 잘했지만, 거의 간단한 단어로만 흥정이 오가는 수준이었다.
이때, 뒤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다른 가게의 남자가 뭐라고 중얼거리는 게 들렸다.
“아이고, 가격을 몇 배나 부르는 거야. 완전 오늘 호구 하나 잡았네.”
[흠, 내가 중국어도 잘한다는 사실을 이제 밝혀야 할 때인가.]나는 얼른 크리스티 케네디의 어깨를 잡았다.
“성국, 왜?”
“가격이 어떤 것 같아?”
“어… 글쎄, 난 잘 모르겠어. 근데 좀 비싼 거 같긴 해. 500위안짜리로는 안 보이는데….”
500위안이라고?
거의 9만 원이 되는 돈이었다.
“아니, 이게 무슨 500위안입니까? 저 뒤에서 다른 상인이 몇 배를 비싸게 부른다고 그러던데요. 우리를 완전 호구로 본 겁니까?”
나는 나도 모르게 중국어가 튀어나오고 말았다.
[하아, 이렇게 또 나의 능력 하나를 세상에 내놓게 되는군.]크리스티 케네디가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성국, 너 중국어 할 줄 알았어?”
“조금.”
“조금이 아닌데.”
“크리스티, 여기서 사지 말고 저 뒤로 가서 사자.”
“어, 그래.”
나는 크리스티 케네디를 끌고 좀 전에 혀를 끌끌 차며 가격을 몇 배 올려 부른다던 남자의 가게로 향했다.
“와, 여기 옷도 더 다양해.”
나는 남자에게 중국어로 또다시 흥정을 시작했다.
“아까 하신 말 다 들었어요. 솔직히 얼마에요?”
“200위안만 주세요. 끝나면 저 앞 가게 친구한테 술이라도 한 잔 사줘야죠. 미안하잖아요. 손님 빼앗아서.”
남자는 허허 웃으면서 말했다.
“크리스티, 200위안이라는데 어때? 여기도 완전 싸게 부른 것 같지는 않은데, 나쁘지 않은 가격 같아.”
“그래, 500위안 듣다가 200위안 들으니 엄청 싼 거 같아.”
크리스티 케네디는 선뜻 200위안을 건넸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중국 전통 의상을 사곤 활짝 웃었다.
* * *
– 전성국과 함께한 베이징 탐험.
– 전성국과 함께한 도쿄 탐험.
크리스티 케네디의 ‘페이스 노트’에는 연일 나와 함께한 일정이 올라왔다.
[이거 묘하게 이용당하는 것 같은데….]거기다 크리스티 케네디가 들고 다니던 거대한 카메라로 어쩜 나만 그렇게 포커싱 되어 나왔는지.
이건 거의 홈마 수준으로 나를 찍고 있는 느낌이었다.
거기다 포토샵으로 다듬기까지 해서 화보처럼 나온 사진들이 대부분이었다.
댓글들도 칭찬 일색이었고, 백악관 ‘페이스 노트’의 팔로우 숫자도 배로 늘었다.
이때, 호텔 문을 두드리는 노크 소리가 들렸다.
똑. 똑.
그리곤 게리 올드맨의 목소리가 연이어 들렸다.
“성국, 게리예요.”
나는 곧 문을 열었다.
“밤늦게 무슨 일이세요?”
“성국, 내일 오전에 한국으로 가잖아요. 지금 대통령님이 오셔서 같이 이야기하자고 하시네요.”
“준비해서 바로 가겠습니다.”
* * *
버락 오마하는 심각한 얼굴로 각종 자료를 보고 있었다.
이번 아시아 순방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미국 입장에서 중국을 견제하고, 한미일 관계를 돈독하게 하는 것이었다.
미국의 목적은 뻔했다.
한일의 과거 역사 때문에 계속해서 지연되는 한미일 협정을 조속하게 이루는 거였다.
그리고 그가 보기에 일본은 경제 대국이었지만, 한국은 여전히 성장하는 나라로 동북아의 안전에 일본이 더 중요하다고 여겼다.
버락 오마하는 내가 자리에 앉자마자 말을 꺼냈다.
“성국, 솔직하게 말할게요. 일본은 우리에게 우호적이에요. 미국과 긴밀하게 협조해서 동북아의 평화에 기여하겠다는 입장이에요. 근데… 한국은 어떨 것 같아요?”
“당연히… 일본과의 어떤 협정에도 우호적일 수가 없습니다.”
“그게 식민지배에서 온 영향인가요? 솔직히 인도도 영국의 지배를 오래 받았고, 남미도 스페인의 지배를 오래 받았지만… 한국과 일본만큼 현재 관계에 대해서 적대적이지는 않거든요.”
“독일은 세계 2차 대전 항복을 선언하고 자신들이 저지른 만행에 대해서 사죄했습니다. 그리고 전범들에 대한 처형도 신속하게 처리했고요.
전쟁을 일으킨 역사적 과오가 단지 그런 사죄와 전범 처벌로 용서되는 것은 아니지만, 일본은 그것마저 하지 않았어요. 아직까지 위안부와 징용에 대해서는 모르는 일이라고 발뺌만 하고 있고요. 과거를 인정하지 않는 자와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요?”
“흠… 어려운 문제네요.”
버락 오마하는 큰 손으로 얼굴을 쓸어 올렸다.
“성국, 내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처신하면 좋을까요? 하아… 내가 아니죠. 미국이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한국과 일본 두 나라의 힘이 모두 필요한 거 아닙니까?”
“맞아요. 하지만….”
버락 오마하는 말을 멈췄다.
하지만 뒤에는 물론 일본이 더 필요하단 의견이 붙을 것이다.
“버락… 미국이 일본의 과거사 사죄 문제에는 관여하지 마세요. 그게 한국을 적으로 돌리지 않는 방법일 겁니다.”
나는 최대한 가능성 있는 조언을 해줬다.
“어려운 문제네요….”
하지만 알고 있다.
버락 오마하는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 움직일 것이고, 대한민국의 정치인들은 국민이 아니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움직일 테니까.
“참, 성국, 효진 그룹과 삼전 그룹을 비롯한 경제인들과의 만남은 내일 저녁이에요. 성국이 많이 도와줘요.”
“물론이죠.”
* * *
호텔 방으로 돌아오자 긴급히 연락을 바란다는 메시지가 남아 있었다.
뭐지?
발신자는 전태국이었다.
나는 핸드폰을 확인했다.
버락 오마하와 대화 중이어서 전화기를 꺼놓는 바람에 전화가 온 지도 몰랐다.
전태국에게서 부재중 통화가 열통이 넘게 와 있었다.
그리고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설마… 낙제한 건가….
나는 얼른 전태국에게 전화를 걸었다.
연결음이 끊기자마자 전태국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 성국! 뭐 하는 거야? 왜 이렇게 연락이 안 돼!
“형, 제가 특사 자격으로 해외에 나와 있는데, 연락이 잘되는 게 이상한 거 아닌가요?”
– 하아, 그런가… 미안… 내가 너무 급해서.
“형, 설마… 시험 망친 거예요?”
– 그게… 성국아, 그게 말이야. 나는 정말 정답을 적어 냈거든.
말이 길어지고 있다는 것은 불길한 증조였다.
– 그게 무슨 문제였냐면. 현재 ‘페이스 노트’ 같은 SNS의 5년 후 전망에 대해서 논하시오, 였거든.
“그래서요?”
– 그래서… 내가 ‘페이스 노트’의 대표인 전성국에게 물어보고 답해주겠다고 썼어.
“뭐라고요? 누가 시험 답을 그렇게 써요!”
– 아니, 난 제일 정확한 답을 쓴 거잖아. ‘페이스 노트’를 운영하는 네가 그 미래와 발전 가능성에 대해서 제일 잘 알겠지. 교수라고 알겠어?
“그래서요? 뭐, 재시험이라고 쳐야 해요?”
– 그게… 사실은 다른 시험은 대충 쳤는데, 이것만 거의 낙제할 것 같아서… 교수님 찾아가서 내가 정말 뇌물도 내밀고 다 했는데. 몽땅 거절하고, 교수가 이 질문의 답을 전성국에게 직접 듣게 해주면 안 되겠냐고 하더라고.
“그게 무슨 말이에요?”
– 성국아, 혹시 우리 학교에 와서 특별 강연 한 번만 해줄 수 없을까?
나는 단전에서부터 올라오는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나는 종교를 믿지 않는다.
하지만 전생의 업보가 있는 것만은 확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