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262)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265화(262/576)
제265화
내가 저번 생에서 전태국에게 얼마나 못되게 군 것일까?
잘나고 완벽한 나의 뒤를 이어 삼전 그룹의 둘째로 태어난 전태국.
키도 나보다 작았고, 누가 봐도 인물도 떨어졌다.
거기다 성격은 옹졸했고, 머리는 더 나빴다.
나보다 머리도 나쁘고 공부도 못하는데, 노력도 하지 않는 전태국을 난 항상 무시했다.
한국에서 인 서울은커녕 전국 어느 대학도 제대로 들어갈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 외국으로 갈 때 나는 이렇게 말했다.
– 너 같이 미국으로 가는 애들을 도피 유학이라고 그러는 거야. 나가서 나라 망신시키지 말고 쥐 죽은 듯 다녀.
물론 저번 생의 전태국도 한성격 해서 내 말에 욱했지만, 삼전 그룹 장남에게 대드는 것은 집안에서 용납하지 않았다.
그런 전태국은 미국에서 유학하는 도중에도 낙제는 물론 각종 약물에도 손을 댔다.
한국에서 쓰레기는 미국에서도 쓰레기였던 것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경멸의 시선으로 전태국을 바라봤고, 전태국은 더더욱 삐뚤어져 나갔다.
결정적으로 우리 사이에 종지부를 찍은 사건은 전태국의 반란 때문이었다.
미국에서 겨우 대학을 졸업하고 돌아온 전태국에게는 삼전 그룹의 계열사 하나가 맡겨졌다.
전태국의 경영 능력을 테스트하기 위해서였다.
엘리트 코스를 밟은 내가 삼전 그룹의 본사 기획팀부터 시작한 것과는 출발부터 달랐다.
하지만 아버지나 어머니는 내심 문제아인 전태국이 경영에는 능력이 있기를 바라기도 했다.
물론 기대는 완전히 어긋났다. 전태국은 계열사를 움직이면서 각종 비리와 청탁은 물론, 약과 술에 쩔어서 제대로 출근도 못 했다.
나는 그런 전태국의 약점을 하나하나 다 모아서 금고에 넣어두고 있었다.
친동생이기 때문에 먼저 칼을 빼 들지 않는 이상 나 역시 칼집의 칼을 꺼낼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이 세상에서 제일 멍청한 건 주제 파악을 못 하는 인간이었다.
전태국은 자신의 무능력은 모른 채 나의 약점을 찾아서 끌어내리려는 시도를 했다.
나에게 미행을 붙이고, 아버지와 어머니도 모르게 셋째 전미진과 짜고 주식을 차명으로 사들이려는 시도를 했다.
[하아… 지금 생각해도 멍청하네…. 삼전 그룹의 전재형 회장이 모를 것이라고 어떻게 생각하지!]양 비서의 추적에 걸린 전태국과 전미진은 결국, 끌려 나와서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전태국은 무릎을 꿇고 분에 못이겨 눈물을 흘렸지만, 나는 용서해줬다. 겉보기에는.
그리고 얼마 후, 전태국이 홧김에 또 약을 하러 간 날 조용히 경찰에게 전태국의 루트를 일러줬다.
다음 날, 전태국은 각종 일간지 일면을 장식했고, 그대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전미진은 그나마 그 사건을 보고 깨달은 게 있는지 그 뒤로 나대는 일은 없었다.
– 성국아, 왜 대답이 없어? 강의해줄 거지? 어?
전화기 너머로 전태국의 애타는 목소리가 들렸다.
“하아….”
나는 일부러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 성국아… 진짜 내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내가 대답 안 하는 것은 전태국이 답답해서도 있었지만, 전태국에게 내밀 조건을 생각하는 중이기도 했다.
세상에 공짜는 당연히 없다.
“형, 강의할게요.”
– 정말? 성국아! 정말이지?
“네, 형. 대신.”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전태국이 치고 나왔다.
– 조건은 내가 말할게.
[흠… 이미 전태국도 나에 대해서는 빠삭하군. 한번 어디 들어볼까.]– 성국아, 만약 나 이번에 졸업 못 하면 정말 호적에서 파일지 모르거든. 네가 특별 강연만 해준다면… 내 부가론 한국 갈 때 너 주고 갈게. 그리고 너 결혼하기 전까지 지금 아파트도 계속 사용해도 돼. 내가 그동안 월세 계속 낼게. 집 사기 전까지 계속 써, 그냥!
[나쁘지 않은 조건이군.]하지만 난 다른 게 필요했다.
“형, 저는 다른 조건이 필요한데요.”
-그럼, 먼저 말을 하지.
– 어서 말해봐. 뭐야?
“형, 저도 이제 2년 후면 군대에 가야 할 적령기가 다가오잖아요.”
– 아하, 성국아. 그 문제였어? 그래, 너도 결국 군대 가기 싫은 거지? 우리 의사 선생님 소개해줄게. 난 허리디스크니까, 너는 십자인대 파열. 뭐, 이런 거로 할까? 근데 이건 내가 저번에 그냥도 해준다고 한 거잖아.
“그거 말고요.”
– 그럼, 뭐?
“삼전 계열사 중 IT 쪽으로 병역특례업체 하나 지정해주세요. 그럼, 제가 지원할게요.”
– 군 면제 말고… 병특으로 지금 군대 가겠다고? 성국아, 정말 그거면 돼?
[당연하지, 나 전성국이야. 내가 지원하는데, 안 뽑는 게 이상하지 않아.]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단, 조금의 언질은 필요할지도요.”
– 알았어. 아버지한테 말해볼게. 진짜 그거면 되는 거지?
“형, 물론 처음 말한 것들도 모두 포함이에요.”
– 알았어. 부가론 플러스 월세! 성국아, 진짜 고마워!
[전태국, 네가 잘 모르나 본데… 고마워해야 할 사람은 나야.]나는 저절로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삼전 그룹의 IT 쪽 병역특례업체에서 일하게 되면 내 전공을 살릴 수 있는 데다가, 산업 기능 요원으로 복무하면 일과 후에 개인 사업과 아르바이트도 병행이 가능했다.
정말 나에게 딱 필요한 자리였다.
거기다 이번 생에서는 처음으로 삼전 그룹 깊숙이 들어가 현재 상황을 파악할 수도 있는 기회였다.
그런데 어느새 나는 어깨춤을 추고 있었다.
내가 어깨춤을 추는 이유는…. 생각만 해도 미소가 절로 나오는 전태국의 부가론 때문이었다.
꿈의 차 부가론이 강연 한 번에 내 것이 되다니!
어깨춤이 도대체가 멈추지 않았다.
똑. 똑. 똑.
이때, 노크 소리가 들렸다.
누구지?
나는 화들짝 놀라서 올라가는 어깨를 한 손으로 밀어 내리고 얼른 문을 열었다. 거기에는 크리스티가 서 있었다.
“크리스티, 무슨 일이야?”
“성국, 나 좀 쓰고 싶은 게 있는데 말이야. 네가 좀 도와줘야 할 것 같아.”
“뭔데 그래?”
“여기서 이야기하기는 좀 그렇고.”
“그럼, 들어와.”
“아… 그게… 남자 혼자 있는 방에는 들어가는 게 아니잖아.”
[흠, 내가 좀 멋있긴 하지. 난 나를 100퍼센트 제어할 자신이 있지만, 크리스티가 자신을 100퍼센트 제어하긴 힘들지.]“성국, 우리 부모님이 남자는 갇힌 공간에서 짐승이라고 하셨거든.”
“크리스티, 난 아직 미성년자라고.”
“아무튼. 여기 보좌관들 눈도 있고…. 호텔 로비로 갈까?”
“그래….”
* * *
“크리스티, 지금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 쓰고 싶다고?”
“응.”
크리스티는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걸 써서 어디에 올릴 생각이야? 혹시 백악관 ‘페이스 노트’에?”
“그러고 싶어.”
“지금 이 예민한 시기에 이런 글을 쓴다는 게 어떤 파장을 불러일으킬 줄은 알아?”
“알아. 아마… 백악관 인턴 자리에서 쫓겨날지도 모르지.”
“잘 아네.”
“근데… 꼭 써보고 싶어. 하버드에서부터 이 문제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어. 나는 전쟁에서 가장 인격적으로 파괴되는 게 여성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
크리스티는 자신의 생각을 평소와 달리 조리 있게 말하기 시작했다.
“역사를 공부하면서 이렇게 잔인하게 인격을 유린한 사건을 접한 것도 처음이었고, 아직도 그 생존자분들이 계시다는 것도 놀라웠어. 그래서 이 문제에 대해서 꼭 써보고 싶어.”
“일본은 아직도 국가적으로 이런 일을 했다는 것을 부인하고 있는 거 알지?”
“응.”
“그리고 한국의 생존자들은 일본의 국가적인 사과를 원하고?”
“나도 그 점은 잘 알아. 난 당연히 일본이 이 문제에 대해서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해. 전쟁 중에 일어난 위안부가 어떻게 국가의 승인 없이 존재할 수 있겠어? 심지어 일본이 국가적으로 주도한 자료도 수두룩하잖아.”
“좋아… 크리스티, 네 생각이 그렇다면 내가 뭐든지 도와줄게.”
“고마워, 성국.”
우리는 그 후로 한 시간도 넘게 자료를 찾고, 한국어도 된 자료들을 내가 크리스티에게 영어로 설명해줬다.
“성국, 이 문제에 대해서 나는 최대한 객관적으로 쓰긴 할 거야.”
“알아. 하지만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약자의 역사를 가장 강대국의 시민인, 거기다 케네디가의 사람인 네가 다뤄준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이슈가 될 거야. 각오는 한 거지?”
“응, 백악관에서 쫓겨나고… 아버지에게 욕 좀 먹겠지?”
크리스티 케네디는 빙긋 웃었다.
“쫓겨나면 내가 빈방 하나 빌려줄게.”
“쫓겨나면 난 당당히 한국 가서 덕질할 거니까, 걱정 마.”
역시 크리스티다운 발상이었다.
한국의 연예인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는 것이 끝이 아니라 한국의 역사와 문화, 음식까지 이어지는 것을 보니 역시 <세븐즈>를 키우는 건 잘한 일인 것 같았다.
무럭무럭 자란 <세븐즈>는 국위선양도 하고, 나에게는 돈도 벌어다 줄 것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번 생의 아픈 손가락 전민국도 밥값 좀 하겠지!
* * *
이제 드디어 마지막 일정인 한국으로 에어 포스 원이 이륙했다.
비행기에 오르자마자 크리스티가 옆자리에 앉더니 찡긋 윙크를 했다. 무슨 의미인지 알 것 같았다.
“크리스티, 글 올렸어?”
“응…. 비행기에 타기 바로 직전에.”
“에어 포스 원은 인터넷도 다 되잖아.”
“그래도… 나보고 비행기에서 당장 뛰어내리라고는 못 할 거 아니야.”
그리고 정확히 30분 후에, 대통령 보좌관 게리 올드맨이 화난 얼굴로 다가오더니 크리스티에게 윽박질렀다.
“크리스티! 당장 뛰어내려!!!”
* * *
게리 올드맨은 화난 얼굴로 좁은 통로를 오갔다.
“크리스티, 네가 지금 무슨 짓을 한 줄 알아? 미국은 지금 일본의 지지가 필요한 상황이야. 근데 위안부 문제라니. 일본이 그 문제에 얼마나 민감한 줄 알아?”
“저는 한일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해서 일본을 떠나서 한국에 도착하는 사이에 올린 겁니다.”
크리스티는 지지 않고 당당하게 대답했다.
그럴수록 빡치는 건 게리 올드맨이었다.
“아우, 이 화상. 도대체 너 누구 빽이야? 뭐 믿고 이러는 거야?”
“저희 집안이 케네디가잖아요.”
그리고 갈수록 뻔뻔하기까지 했다.
“와우, 크리스티 케네디. 넌 한국 땅에 내리는 순간 인턴직 해고야. 그리고 알아서 미국으로 돌아가!”
“걱정 마세요, 게리.”
“정말 돌아버리겠네! 내가 이래서 빽으로 들어온 것들한테는 일 맡기지 말라고 하는 건데!”
게리 올드맨은 결국 혼자 폭발해서는 자리로 돌아갔다.
크리스티는 나에게 승리의 브이 자를 들어 올렸다.
“성국, 내 계획이 완벽하게 들어맞았어.”
“무슨 소리야, 크리스티?”
“사실… 은근 한국에서 좀 눌러앉을 핑계를 찾고 있었거든.”
“뭐라고?”
크리스티는 빙긋 웃으면서 나에게 몇 개의 채용 공고를 보여줬다.
“한국에서는 영어 선생님 많이 구하더라고.”
“크리스티, 이렇게 나온 거면 넌 취업 비자도 없고 아무것도 없어서 취업하기 힘들어.”
“우선은 일 알아보고, 미국 다녀오면 되지. 우리 집 케네디가야, 성국. 내가 돈이 없어서 미국 못 돌아가는 거 아니니까, 걱정 마.”
크리스티는 다시 편안한 얼굴로 인터넷 서핑을 하며 일자리를 찾았다.
그리고 왠지 딱 어울리는 자리가 있어 보였다.
* * *
게리 올드맨은 지친 얼굴로 나에게 약속 시간을 알려줬다.
“성국, 청와대에서 저녁 5시부터 한국 경제인들과의 만남이 있어요. 늦지 말아요.”
“네!”
“그리고 웬만하면 크리스티 케네디랑 어울리지 말아요. 그 여자 정말 언제 어떻게 튈지 몰라요. 나쁜 쪽으로요.”
“주의할게요.”
나는 말과 달리 호텔을 뛰어나오자마자 기다리고 있던 크리스티와 함께 택시를 탔다.
“성국, 나 진짜 재희 볼 수 있는 거지?”
“응… 그리고 이건 내가 제안하는 거야.”
“뭘?”
“그 회사에서 해외 마케팅을 담당할 직원을 뽑고 있거든.”
“설마… 성국… 그 자리에 나를 추천하는 거야?”
“대표가 너를 마음에 들어 하긴 해야지.”
“성국, 넌 나의 구세주야!”
크리스티가 나를 와락 안았다.
[구세주긴… 케네디가의 공주님이 <세븐즈>의 덕후이자 마케팅 담당이라는 것만큼 홍보하기 좋은 게 또 어디 있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