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263)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266화(263/576)
제266화
논현동에 위치한 연습실.
지하로 내려가자 큼큼한 곰팡이 냄새가 났다.
크리스티가 조금 놀란 얼굴로 물었다.
“어머… 성국, 여기서 연습생들이 연습하는 거야?”
“아마도…”
“이렇게 곰팡이 냄새가 나는데?”
“이 회사가 좀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거든.”
“그러다가 연습생이 데뷔도 되기 전에 회사 망하는 거 아니야, 성국?”
“그럴 일은 없을 거야.”
[내가 있잖아!]덜컥- 연습실 문마저 삐걱거렸다.
문을 열자 방무혁이 이미 이재희와 함께 기다리고 있었다.
나를 발견한 이재희의 입가에 엷은 미소가 번졌다.
[흠… 나를 기억하는군, 이재희.]물론 나란 사람은 한번 보면 잊기 어려웠다.
크리스티가 옆에서 속삭였다.
“성국… 진짜 재희야. 대박… 실물로 보니까 더 귀엽다. 어떡해.”
[정말 널 어떡하지, 크리스티?]<세븐즈>가 등장하면 사람들은 나보다 민국이나 재희 같은 무대 위 아이돌을 보며 더 환호하게 될 것이다.
스포트라이트가 바뀌는 것에도 이젠 익숙해져야겠지.
그게 바로 성장이라는 거겠지?
방무혁이 반갑게 인사를 했다.
“성국아, 바쁜 일정에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거야?”
“아저씨, 저는 금방 다시 청와대로 돌아가 봐야 해요. 여긴 제가 소개해드리고 싶은 친구인데요. 이 친구가 재희 저 친구를 눈여겨보고 있었거든요.”
“재희를? 미국에서?”
방무혁은 꽤 놀란 눈치였다.
“이 친구가 한국 문화 완전 좋아해서요. 참고로 원래 백악관 인턴이었는데, 위안부 관련 글 올렸다가 오늘 잘렸어요.”
“저런…. 좋은 일을 했는데….”
“아저씨, 회사에서 해외 마케팅 쪽 사람 구하지 않아요?”
“그렇긴 한데… 설마 저 친구 추천하려고?”
“한국 드라마 많이 봐서 한국어 조금 해요. 똑똑하니까 금방 늘 거고요. 제가 중퇴한 하버드 졸업생이에요.”
“이런 고학력자가 우리 회사에 맞을지 모르겠네.”
방무혁은 조금 난감해했다.
크리스티 같은 고학력자에게 현재 방무혁의 제작사는 걸맞은 연봉을 줄 능력은 없었다.
“이 친구 아마 덕질만 실컷 하게 해준다면 연봉 협상은 수월할 거예요. 그리고 참고로 말하자면.”
이때, 크리스티가 끼어들었다.
“성국, 내 소개는 내가 할게.”
“그래.”
크리스티는 방무혁에게 한국식으로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곤 한국어로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크리스티 케네디입니다.”
“어… 진짜 한국어도 하시네요.”
“아주 조금이요.”
“근데… 성이 매우 익숙하네요. 사람들이 모두 미국 대통령 친척 아니냐고 하겠어요.”
방무혁의 말이 길어지자 크리스티는 어리둥절했다.
나는 얼른 방무혁의 궁금증을 해결해줬다.
“아저씨, 맞아요. 그 유명한 대통령이 큰아버지 되세요.”
“진짜?”
“네.”
크리스티도 방무혁이 놀란 이유를 어림짐작하는 것 같았다.
“아저씨, 우선 오디션 먼저 보죠.”
“그래….”
방무혁은 재희를 보고는 몇 가지 주문을 했다.
“재희야, 저번에 한 노래랑 춤에서 다른 버전 준비된 거 있지?”
“네…. 하나는 커버곡이고요. 나머지는 제가 예고 입학할 때 췄던 춤인데요. <백조의 호수>를 현대무용으로 재해석한 거예요.”
“그래… 한번 보자.”
재희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노래를 시작했다.
재희의 미성과 잘 어울리는 노래였지만, 목소리가 얇고 음역대가 커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분명 매력적인 보이스였다.
크리스티는 옆에서 호들갑을 담당했다.
“성국, 목소리 예술이야. 천사의 목소리 같아.”
“크리스티, 지금 오디션 중이잖아.”
“아… 미안.”
그리고 연이어 재희는 예고 입시에서 췄다는 <백조의 호수>를 현대무용으로 재해석한 춤을 선보였다. 남자지만 특히 선이 아름다워서 인상적이었다.
물론 옆에서 크리스티는 갖은 감탄사를 연발하고 있었다.
방무혁은 춤이 끝나자마자 일어서더니 박수를 쳤다.
“재희야, 정말 멋졌어.”
재희는 그제야 흐르는 땀을 닦았다.
“재희야, 정말 오늘 와줘서 고마워.”
“대표님, 저… 결과는….”
“아마 며칠 내로 갈 거야. 붙든 떨어지든 전화는 갈 거니까, 너무 기다리지는 마. 알았지?”
“네, 감사합니다.”
그리고 재희는 겉옷을 입더니 연습장을 무거운 걸음으로 걸어 나갔다.
나는 잠시 재희의 뒤를 따라갔다. 그리고 재희를 불렀다.
“이재희?”
그 순간, 재희가 흠칫 놀라면서 뒤돌아봤다.
“어… 저…요?”
“여기 기획사 일부러 찾아온 거지?”
재희가 머뭇거리는 동안 내가 먼저 치고 나갔다.
그러자 재희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어… 그게… 혹시 저… ”
“말 편하게 해.”
“그럼… 내가 기억하는 그 전성국 맞지? 나한테 집안을 일으키고 싶으면 찾아오라고 했잖아.”
“응, 맞아. 정확히 기억하네.”
재희의 두 눈에 눈물이 글썽거렸다.
“나… 기억하고 있었구나….”
“당연하지.”
[네가 특별한 게 아니라, 내가 머리가 좋아서 기억하는 거야. 착각하지 마, 이재희.]재희는 붉어진 눈시울을 손으로 꾹 눌렀다. 그러곤 애써 미소를 지었다.
“네 소식은 많이 들었어…. 사실… 아역 배우로도 포지션이 애매해지고, 점점 잊혀서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던 차에 네 동생이 여기서 연습생으로 있다는 이야기 들어서 여기까지 온 거야.”
말은 하지 않지만, 안 들어도 다른 큰 기획사에서 다 떨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오디션 멋졌어.”
“고, 고마워. 성국아.”
“참, 어머니 잘 계시지?”
“어… 어머니도 이제는 현실을 파악하시고 일 다니고 계셔. 예고는 장학금 받고 들어간 거거든.”
“그래, 볼 수 있으면 또 보자.”
“응. 성국아, 나 정말 최선을 다할 거야. 그러니까… 나한테도 기회를 줘.”
[누구한테 잘 보여야 하는지 아는 녀석이군.]나는 빙긋 웃었다.
“결정은 대표님이 하실 거야.”
“응. 내 마음이라도 잘 전해줘.”
“알았어.”
그렇게 재희는 다시 뒤돌아갔다.
남들 부럽지 않은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지만, 한순간에 쫄딱 망한 집안.
추억을 남기기 위해 도전한 연예계 일이 이제 그에게는 매달리지 않으면 안 될 절박한 생업이 됐다.
나는 걸어가는 재희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임선미 코 때려서 내가 발탁된 은혜는 갚을게, 이재희]* * *
“대표님, 저 열심히 할게요! 저 정말 여기 연습생들 너무 좋아요. 재희도 좋고요. 성국이 동생 민국이 너튜브는 옛날부터 보고 있었어요. 같이 연습하는 정우도 너무 멋있어요.”
크리스티는 어느새 방무혁과 영어로 수다를 떨고 있었다.
“정말 크리스티는 한국 연예계 모르는 게 없구나.”
“제가 어릴 적에 듄상아! 듄상아!하는 드라마 보고 한국에 빠져서 여기까지 왔어요.”
“대단한데.”
내가 인기척을 내자 그제야 두 사람은 수다를 멈췄다.
방무혁은 밝은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성국아, 나 이 친구 고용하고 싶어. 한국 문화에 대해서 누구보다 진심이야.”
“제가 괜찮은 친구라고 이야기했잖아요.”
“연봉은 협상해야겠지만…. 참, 재희는 어때?”
“전 너무 좋아요!”
크리스티가 옆에서 호들갑스럽게 대답했다.
“크리스티, 너무 팬심이 들어간 평가는 제외야.”
“성국, 야박하게 그러지 마. 누가 봐도 멋진 친구잖아.”
“아저씨는 어떠셨어요?”
“사실 두 번이나 다시 본 건 고민되는 지점이 있어서 그랬어. 아역 배우 출신이라 어설프게 이미지가 쌓인 것 같아서… 신선한 맛이 없으면 어쩔까 싶어서.”
“이미지는 변신시킬 수 있다고 생각해요. 어쩌면 재희가 아이돌로 무대에 섰을 때, 아무도 아역 배우 출신인 줄 모른다면 오히려 성공한 거 아닐까요?”
“그럴 수도 있지….”
방무혁은 여전히 고민 중인 모양이었다.
[하아, 방무혁. 크리스티가 열광하는 거 좀 봐. 재희는 나보다야 못하지만 여자들이 환장할 스타일이라고!]“아저씨, 얼굴은 조금 평범하지만 친근한 이미지가 있고. 목소리가 무척 매력적이었어요. 그리고… 춤선도 좋구요. 제 생각에는 연습생으로 안 들일 이유가 없을 것 같은데요.”
“사실은 저 친구… 이미 대형에서 몇 번 떨어진 경력이 있어.”
“아저씨, 객관적으로 대형에서 붙을 친구면 여기까지 안 오겠죠. 저희 같은 중소 기획사는 옥석을 가리는 일을 해야 하는 거잖아요. 이미 자신들의 색깔이 정해진 대형 기획사는 자신들의 이미지에 맞지 않은 연습생은 아예 처음부터 뽑지 않잖아요. 하지만 저희는 반대로 이미지가 정해지지 않은 친구들을 데려다가 이미지를 만드는 작업을 하는 거죠.”
방무혁은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재희 합격시키자! 내 저작권료 또 엄청 깨지겠네. 라면만 먹고 살지, 뭐!”
[지금의 고생으로 키운 것들이 미래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거야, 방무혁.]* * *
전태국이 사준 구씨의 정장을 입고 청와대에 도착했다.
기다리고 있던 게리 올드맨과 비서관 한 명이 청와대 안으로 안내했다.
“성국 군, 대통령님께서는 지금 정상 회담 중이라서요. 끝나는 대로 이동해서 대한민국 경제인들과 만남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제가 할 정확한 역할이 뭐죠?”
이미 통역은 양국에서 준비하고 있었다.
“아마 양쪽 나라의 통역들이 제대로 전달 못 하는 미세한 차이나… 혹은 편파적으로 통역된 내용에 대해서 궁금해하실 거고요. 동시에 성국 군이 이미 친분을 가지고 있는 두 그룹과 대화를 할 때 성국 군이 직접 통역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제가요?”
“사실 두 그룹은 대한민국에서 제일 큰 기업들 아닙니까. 해외에서도 두 회사의 이름은 누구나 다 알고 있고요. 지금 미국 경제가 어려운 상황 아닙니까. 대한민국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 유치를 원하시는 겁니다. 그 부분이 어려운 대화이다 보니까 각자 데리고 온 통역사가 아닌 미국에서 기업을 하는 성국 군이 부드럽게 전달을 해줬으면 하시는 걸 겁니다.”
“네, 알겠습니다.”
한국 전쟁 이후로 미국은 늘 이런 식이었다.
중국와 소련, 북한을 위로 둔 대한민국을 자기들의 진영 확보를 위한 군사 기지로 이용하기 위해서 구해줘 놓고는 나라가 성장하자 군비를 내놓으라고 윽박지르거나, 미국에 투자하지 않으면 경제 제재를 가하겠다는 등 각종 협박을 웃으면서 했다.
저번 생에서 나도 매번 미국 대통령 올 때마다 나서서 울며 겨자 먹기로 이행한 조항들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게리 올드맨이 나를 보더니 찡긋 미소를 지었다.
“오늘 정말 멋지네요, 성국 군.”
[난 항상 멋져, 게리.]나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연회장으로 들어갔다.
* * *
효진의 구수영 회장과 삼전의 전재형 회장이 웃으면서 대담을 나누고 있었다.
그 뒤로 익숙한 얼굴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화장품으로 한류를 이끄는 엘에스의 김수용 회장.
현성 자동차의 현성호 회장.
그리고 교복이나 만들다가 대통령 사위가 되면서 이동통신에 각종 이권 사업으로 대기업으로 성장한 선주의 최대선 회장의 얼굴도 보였다.
다른 3세들보다 승계를 일찍 했기 때문에 모두 저번 생에서 익숙하게 만났던 인물들이었다.
이때, 뒤에서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성국아!”
[이거 전태국 목소리인데….]뒤돌아선 자리에는 놀랍게도 전태국이 서 있었다.
“형이 어떻게 여기 와 있어요?”
“어제 너랑 밤에 통화할 때 공항이었어.”
“아직 시험 끝난 것도 아니잖아요.”
“아버지가 이 자리에 얼굴 내밀라고 하시더라고. 여러 사람에게 얼굴 도장 찍게.”
전재형 회장이 때마침 우리를 쳐다봤다.
“태국아, 이리 와서 인사드려라. 참, 성국이도….”
전태국은 나를 잡고 조용히 속삭였다.
“성국아, 아버지는 내가 이미 졸업한 줄 알아. 이거 정말 비밀이야.”
[하아… 전태국, 정말 이번 생에 내 동생으로 안 태어난 것을 행운으로 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