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264)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269화(264/576)
제269화
백태환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셀카 사진을 바로 자신의 ‘페이스 노트’에 올렸다.
– 내가 이용하는 ‘페이스 노트’의 대표와 한 수영장에서 수영하는 영광이!
이런 멘트로 덧붙이더니, 곧 나를 쳐다봤다.
“성국 씨, 혹시 시간 되면 로비에서 커피 한잔하실래요? 제가 살게요.”
“올림픽 영웅한테 얻어먹을 수는 없죠. 제가 살게요.”
그리고 나는 조용히 다시 한번 말했다.
“눈감아주신 대가입니다.”
“그럼, 잘 얻어먹겠습니다.”
나는 젖은 머리를 탈탈 털고 탈의실을 나섰다.
이때, 탈의실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가족들이 나와 백태환을 보더니,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머, 백태환 선수잖아.”
엄마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고, 민국이와 지희도 속닥였다.
“와, 대박. 백태환 선수야, 지희야.”
“오빠, 나도 봤어.”
[잠깐만, 지금 다들 나, 전성국을 두고 백태환 선수보고 눈에 하트 동동 떠다니는 거야?]나는 어이없는 얼굴로 우리 가족들을 쳐다봤다.
이때, 지희가 다가오더니 내 손을 꼭 잡았다.
[역시 오빠한테는 우리 지희밖에 없구나.]“오빠, 백태환 선수랑 사진 한 장만 찍게 해줘.”
감동은 와장창 무너졌다.
이 말을 들은 백태환 선수는 자연스럽게 미소를 짓더니 지희의 나머지 한 손을 잡았다.
“와, 성국 씨 동생들은 다 예쁘네요. 이름이 뭐야?”
“지희요. 전지희.”
“이름도 이쁘네. 지희야, 오빠랑 같이 사진 한 장 찍을까?”
“네에! 오빠!”
[지희야, 너에게 오빠는 나랑 민국이뿐이라고!]이 틈을 놓치지 않고 민국이도 달려왔다.
“백태환 선수, 저도요! 저도 같이 찍고 싶어요.”
“그럼, 우리 다 같이 찍어요.”
그리고 나에게 민국이가 자연스레 핸드폰을 내밀었다.
“형, 이걸로 찍어줘. 친구들한테 올림픽 영웅이랑 사진 찍었다고 자랑해야지.”
[전민국, 내가 누군 줄 알아? 최연수 하버드 입학생이자, ‘페이스 노트’와 너튜브 대표이자….]“형, 어서 안 찍어주고 뭐 해.”
[… 결국, 가족들의 찍사….]나는 씁쓸한 얼굴로 핸드폰을 들고 외쳤다.
“하나, 둘, 셋, 김치!”
* * *
명해진은 엄마가 골라준 단아한 원피스를 입고, 잘 우려낸 녹차를 마셨다.
커피는 혹시 입술에 착색이 될지도 모른다는 엄마의 조언에 따랐다.
약속 시간보다도 15분 일찍 나왔다.
어쨌든 삼전 그룹은 대한민국 최고였다.
명진 그룹은 내수가 탄탄하고, 재정 부분에서 흠잡을 데 없는 재벌가라고는 하지만, 이 바닥이야 원래 내가 아니라 집안이 가진 게 서열이 되는 세상이었다.
삼전 그룹에는 무조건 숙이고 들어가라는 것이 오랜 세월 재벌가의 사람으로 살아온 엄마의 부탁이었다.
어릴 적부터 받은 대한민국 최고의 교육. 최고 학벌은 재벌가 결혼 시장에서 아무런 스펙이 되지 못했다.
재벌들끼리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사람이 아닌 배경이다.
삼전 그룹은 가전을 잘 만들지만, 자식은 별로라는 우스갯소리를 재벌가 사이에서 종종 할 정도로 전태국의 개인 스펙은 별 볼 일 없다.
하지만 어느 재벌가 후계자도 삼전 그룹 후계자인 전태국만큼 가진 사람은 대한민국에 없다.
곧 저 멀리서 구씨의 신상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빼입은 전태국이 들어오는 게 보였다.
명해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태국은 살짝 거만한 표정과 어딘가 모르게 어리숙함이 공존했다.
그게 명해진이 전태국에 대한 첫인상이었다.
“안녕하세요, 명해진이라고 해요.”
그리고 명해진은 자신을 소개했다.
전태국은 이 첫 만남이 조금은 신선했다.
보통 여태껏 만나온 재벌가의 여자들은 대부분 자신이 누구인지 뻔히 알면서도 절대 먼저 인사를 하는 법이 없었다.
전태국은 옷깃을 매만지고 명해진에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전태국이라고 합니다. 아직은 학생이에요.”
“그것보다 중요한 건 삼전 그룹 후계자시잖아요.”
이렇게 되받아치는 여자도 처음이었다.
전태국에게 명해진은 모든 게 처음인 여자였다.
옆에서 박성희 비서가 멍한 전태국의 옆구리를 슬쩍 찔렀다.
“그럼, 좋은 시간 되십시오.”
전태국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자리에 앉았다.
“저희 앉죠.”
“네….”
명해진이 자리에 앉는 것을 보고야 전태국은 자리에 앉았다.
전태국 소개팅 역사상 처음으로 일어난 일이었다.
* * *
백태환 선수와 호텔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웅성거리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미국에서라면 나에게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였겠지만, 대한민국에서는 올림픽 영웅을 이길 수 없었다.
곧 구석 자리에 앉자 직원마저 설레는 얼굴로 우리 테이블에 다가왔다.
“백태환 선수 팬이에요. 혹시 사진 한 장만 부탁드려도 될까요?”
“나갈 때 찍어드려도 되죠?”
“그럼요, 감사합니다.”
곧 주문한 음료와 시키지도 않은 서비스 케이크까지 나왔다.
“이 케이크는 제가 샀어요. 저희 호텔 케이크 정말 맛있거든요. 백태환 선수, 꼭 드셔보세요.”
“아… 이러지 않으셔도 되는데.”
“정말 팬이에요. 아, 근데… 같이 오신 분도 수영 선수세요? 와, 너무 잘생기셨어요. 역시 유유상종 이런 거죠?”
[나 전성국이라고! ‘페이스 노트’와 너튜브의 대표이자, <다섯 남자와 아기 바구니> 몰라?! 그리고 백태환보다야 내가 잘생겼잖아. 객관적으로!]백태환은 다정하게 웃으며 나를 소개했다.
“여기는 ‘페이스 노트’ 대표세요. 저보다 세계적으로 더 유명하신 분이에요.”
“어머… 저도 ‘페이스 노트’하는데요.”
[그럼, 이제 세상은 ‘페이스 노트’를 하는 사람과 하지 않는 사람으로 나뉜다고.]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직원의 나를 향한 찬사를 기다렸다.
“제가 수다가 너무 길었네요. 필요한 거 있으면 편하게 말씀 주시고요. 좋은 시간 되세요.”
[어랏, 그냥 가는 거야?]그렇게 직원은 나에 대한 찬사 한마디 없이 자신의 자리로 들어갔다.
뭔가 대한민국은 나에게 꼭 김 빠진 콜라 같은 곳이었다.
이때 내 시야에 소개팅을 하고 있는 전태국이 들어왔다.
그리고 오늘 전태국의 모습은 이번 생에서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마치 거친 뿔을 숨기고 앉은 숫양과 같이 참한 모습이었다.
[저번 생에서도 그럼 명해진에게 처음부터 반했던 건가…. 그러고 바람피웠으니, 뭐… 양심은 없었네.]나는 명해진에게 시선을 돌렸다.
내가 정확하게 기억하는 얼굴과 모습 그대로였다.
엘리트 교육을 받았고, 단아한 미모에 키도 대한민국 표준 이상이었다.
대화를 깊게 나눈 적은 없었는데, 분명한 건 여러모로 전태국에게 정말 아까운 여자라는 것이었다.
내가 빤히 전태국 쪽을 바라보자 명해진이 나를 슬쩍 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이런, 오해하면 곤란하지….]나는 얼른 시선을 돌려 백태환과 유쾌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리고 전화번호도 교환했고, 다음에 수영도 같이하기로 약속했다.
* * *
[케이크나 사갈까.]직원이 준 케이크는 직원의 말대로 정말 맛있었다.
이럴 때 가족 생각이 나는 것 보면 나도 참 가족에 한해서는 구제 불능이었다.
“저… 아까 주신 케이크랑 같은 것으로 하나 포장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이때, 뒤로 전태국과 명해진이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전태국은 약간 상기된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성국아….”
“네, 형.”
“케이크 사 가려고?”
“네, 저녁에 가족들이랑 먹으려고요.”
명해진이 나를 살피는 시선이 느껴졌다.
전태국은 얼른 나를 자랑스러운 어투로 소개했다.
“해진 씨, 여기는 전성국이라고.”
“네, 알아요. ‘페이스 노트’와 너튜브 대표시잖아요. 미국에서는 각종 잡지에서 앞으로 가장 기대되는 미성년자 타이틀 가지고도 계시고요.”
명해진은 생각보다 나에 대해서 잘 알았다.
“안녕하세요. 미국에서 태국이 형이랑 집을 셰어했거든요.”
“그런 사이인 줄은 몰랐네요.”
“내가 거의 먹여주고, 재워주고… 키워줬지.”
[전태국, 그 반대인 거 같은데…. 암튼 여자 앞이라고 허세는.]하지만 어쨌든 전태국인 명진그룹의 명해진이랑 결혼하는 것은 정해진 미래이므로 나는 그냥 입을 꾹 다물었다.
“형, 두 분이서 저녁 드시러 가실 거예요?”
“그러려고.”
“그럼, 맛있게 드세요. 전 가족들이 기다려서요.”
“성국아, 우리도 너희 부모님이랑 먹을 건데.”
“네에?”
[이게 지금 무슨 소리야?]“너희 부모님 스위트룸에서 보쌈 가지고 기다리시잖아. 해진 씨가 너희 집 보쌈 안 그래도 평소에 궁금했대.”
“저희 집안이 대대로 식품으로 유명하잖아요. 맛집 탐방을 평소에도 좋아하는데, <원아저씨 보쌈>은 아직 못 가봐서요.”
전태국은 명해진에게 안내까지 했다.
“그럼, 이쪽으로 가시죠. 해진 씨.”
나는 얼른 명해진을 따라가는 전태국의 등을 잡았다. 그러곤 속삭였다.
“형, 마음에 들면 따로 밥을 먹어야죠.”
“성국아, 연애도 한번 못 해본 네가 뭘 알아. 가족 같은 사람들을 소개해주는 가정적인 남자. 어때? 이게 오늘 내 콘셉트야.”
[하아, 이번 생의 모쏠이지만 저번 생은 아니었다고!]전태국은 내 어깨를 토닥이더니, 거만한 표정으로 명해진의 뒤를 따라갔다.
이때, 직원이 날 불렀다.
“여기 케이크 포장이요.”
“네, 감사합니다.”
그리고 나는 어쩔 수 없이 가족들에게 줄 케이크를 들고 스위트룸으로 향했다.
* * *
“명진 그룹 제품은 저희도 애용해요. 아무래도 역사와 전통을 가진 조미료다 보니 고객들이 이미 명진 그룹 제품에 입이 길들어 있거든요. 저번에 양념 만들 때, 새로 나온 타사 제품 썼는데… 고객들이 금방 맛이 달렸다고 아시더라고요. 전에 게 더 낫다고 하시면서요.”
아빠는 명해진에게 <원아저씨 보쌈>을 운영하면서 있던 일화를 들려줬고, 명해진은 주의 깊게 들었다.
그리곤 아빠 보쌈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정말 이렇게 부드럽고 냄새 안 나는 보쌈 처음이에요. 도대체 어떻게 삶으시는 거예요? 이건 영업 비밀이시죠?”
“과찬이세요. 영업 비밀은 아닌데… 별거 없어요. 잡내 제거하는 방법도 다른 업체랑 크게 다르지 않아요.”
“결국 정성이 다른 건가요?”
명해진은 적당히 아빠를 치켜세워주기까지 했다.
“저는 앞으로 1인 가구가 늘어나면 <원아저씨 보쌈> 편의점 버전처럼 다양한 음식에 대한 요구가 늘어날 거라고 보거든요.”
역시 명해진이 전태국보다는 확실히 똑똑하고 사업가 기질도 보였다.
그리고 명해진에게 반한 게 분명한 전태국은 그런 명해진을 보면서 고개만 입을 헤벌쭉 벌린 채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나는 전태국의 옷깃을 슬쩍 잡아당겼다.
“형, 제발 입 좀 다물어요.”
“성국아, 해진 씨. 정말 다른 여자들이랑은 다른 것 같아. 멋있지 않아?”
“삼전 그룹은 며느리의 대외 활동을 찬성하지 않는 가풍 아니에요?”
“어…”
순간, 전태국이 의아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성국아…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형네 가계도를 보면 다 보이죠. 아무도 대외적으로 사업에 참여하는 분 없잖아요.”
“아, 그렇지… 근데, 성국아. 너도 명해진 씨가 나랑 잘 어울린다고 보는 거지? 벌써 결혼 이야기하는 거 보니까.”
“형, 말이 그렇다고요. 그리고 결혼은 형의 노력 여하에 달린 거겠죠.”
“그치그치. 내가 정말 노력해야지.”
이제 드디어 전태국도 임자를 만난 건가.
앞으로 나에게 들러붙을 일은 점점 줄어들 것 같았다.
“제가 가족들만의 시간인데, 너무 오래 앉아 있었네요. 이렇게 맛있는 보쌈 맛보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다음에 제가 저희 호텔로 한번 모시겠습니다.”
“아, 아니에요.”
명해진은 기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 제발 가족들끼리 보내게 전태국이랑 사라져줘.]나는 전태국을 자리에서 일으켜 세우며 속삭였다.
“형, 어서 데려다줘야죠.”
“아참, 그렇지.”
전태국이 자리에서 막 일어나려는 찰나, 명해진이 내가 오더니 핸드폰을 내밀었다.
“성국 씨… 전화번호 좀 주세요.”
“제 번호요?”
“네, 미국 갈 일 자주 있는데 연락드릴게요.”
그 순간, 나와 전태국의 눈이 마주쳤다.
이렇게 당황스러운 순간은 이번 생에서 처음인 것 같았다.
[제수씨, 이러면 안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