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265)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270화(265/576)
제270화
전태국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전태국, 명해진 내 스타일 절대 아니야! 걱정하지 마!]전태국은 나를 날 선 눈으로 잠시 지켜보더니 눈짓했다.
“성국아, 해진 씨 기다리잖아. 어서 전화번호 안 드리고 뭐 하는 거니?”
“네?”
나는 놀라서 반사적으로 되물었다.
[전태국, 저 명해진의 눈빛 모르겠어? 네가 아니라 나한테 관심 있는 거잖아. 제발, 정신 차려!]“성국아, 해진 씨 손 아프다. 어서 번호 드려.”
“아… 네, 형.”
나는 얼른 명해진의 핸드폰에 내 번호를 입력했다.
“미국 번호예요.”
“저도 그 정도는 알죠. 미국에서 유학 생활 오래 했거든요. 종종 연락드려도 되죠?”
“용건 있으실 때만요. 제가 바빠서요.”
나는 우선 철벽을 완벽히 쳤다.
저번 생의 가족과 얽힐 생각도 없었고, 명해진은 정말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걱정 마세요. 저도 바쁘거든요.”
명해진도 만만치 않았다.
“태국 씨, 밑에 차가 대기하고 있어서요. 멀리 안 나오셔도 돼요.”
“무슨 말이세요, 해진 씨. 제가 당연히 호텔 입구까지 데려다드려야죠.”
전태국은 명해진을 극진하게 호텔 입구로 안내했다.
[흠… 저 정성이었으면 벌써 예전에 연애했을 텐데… 드디어 제대로 된 짝을 만난 건가.]나는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면서도 걱정이 됐다.
제발 명해진이 나에게 빠지지 않았기를 바라면서. 그러기 쉽지는 않겠지만!
전태국이 명해진과 나가고 엄마가 곁에 오더니 미소를 지었다.
“성국아. 태국 군, 드디어 임자 만난 것 같아.”
“엄마가 그걸 어떻게 알아?”
“니네 아빠가 나랑 연애하고 싶을 때 저 눈빛으로 바라봤거든.”
“소영아, 아들 붙잡고 무슨 이야기 하는 거야!”
뒤에서 아빠가 핀잔을 줬다.
“자기야, 우리 성국이도 다 컸어. 그렇지, 우리 아들.”
그러면서 엄마는 내 엉덩이를 톡톡톡 두드렸다.
“엄마, 엄마 아들 다 컸다고. 이제 엉덩이 토닥이지 좀 마.”
“아이고, 이제 다 컸다고 앙탈 부리긴.”
이때, 지희가 오더니 내 엉덩이를 토닥였다.
“우리 오빠, 다 컸지.”
“나도, 나도!”
민국이까지 합세해서 내 엉덩이를 동네북처럼 쳐댔다.
“우리 형아, 다 컸지. 우쭈쭈.”
“정말 다들 그만해!”
하지만 싫지만은 않았다는 것은 안 비밀이었다.
* * *
엘리베이터 안.
전태국과 명해진 사이에는 기분 좋은 긴장감이 살짝 맴돌았다.
“해진 씨, 성국이네 가족 되게 화목하죠?”
“네, 그런 것 같아요. 근데… 태국 씨는 성국 씨네 가족이랑 더 친근한 느낌이네요.”
“성국이네 가족들이랑 있으면 굉장히 마음이 푸근하거든요. 다들 친아들처럼 잘 챙겨주시기도 하고요.”
“그 기분 알 것 같아요.”
명해진도 삼전 그룹 가족의 분위기가 어떤지는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다.
“근데… 성국 씨는 진짜 여자 친구 없어요?”
명해진은 최대한 무심한 척 은근히 물었다.
“자기 말로는 미성년자라서 아직 없다고 하지만, 미국에서 저 나이면 다들 여자 친구 만나고 헤어지기를 몇 번씩 하잖아요. 제 생각에는 성국이는 자신을 가장 사랑하거든요. 그걸 깨줄 여자를 만나기 전까지는 연애 죽어도 못할 거예요.”
“눈이 높다는 말이군요.”
“안 높을 수 없죠. 성국이는 완벽하잖아요. 잘난 외모에, 똑똑한 머리에. 거기다 저 나이에 이룬 것을 보세요. 넘사벽이라는 말이 성국이를 두고 하는 말이잖아요.”
전태국은 왠지 명해진 앞에서 속내를 쉽게 털어놓게 됐다.
그리고 이렇게 속을 터놓고 보니 시원하기도 했다.
명해진은 전태국의 팔을 두 번, 아주 살짝 터치하며 토닥였다.
“태국 씨, 참 마음이 넓은 사람인 것 같아요. 자기보다 나이 어린 사람을 그렇게 인정하기 쉽지 않잖아요.”
전태국은 명해진의 짧은 터치와 칭찬에 입이 귀에 걸리기 직전이었다.
“해진 씨도 참….”
“태국 씨, 곧 다시 미국에 돌아가는 거죠?”
“네! 하지만 곧 다시 나올 거예요. 이제 졸업식만 남았거든요.”
“제가 다음 달에 미국 일정이 있어서요. 놀러 가도 될까요? 연말을 미국에서 보낼 생각이거든요.”
“당연하죠! 제가 호텔부터 시작해서 끝까지 다 모실게요.”
전태국은 이미 명해진이 친 덫에 단단히 걸려들었다.
땡-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했다.
“태국 씨, 어서 올라가 보세요.”
“아니에요, 제가 로비까지 데려다드려야죠.”
“저희 미국에서 볼 거잖아요. 이렇게 조금 아쉽게 헤어져야 좋죠. 미국에서 봤을 때, 더 애틋하게.”
“아… 그럼….”
전태국이 멍 때리는 동안 명해진은 해맑게 웃으면서 로비로 걸어 나갔다.
* * *
가족들이 모두 잠든 깊은 밤.
똑. 똑.
침실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
나는 몸을 뒤척였다.
그러자 문이 슬쩍 열리면서 전태국이 고개를 빼꼼 내밀곤 낮은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성국아, 나야. 자는 거 아니지?”
“형, 무슨 일이에요?”
“나 좀 들어가도 돼?”
“안 된다고 해도 들어올 거 아니었어요?”
“그렇긴 한데….”
[차라리 말을 말지.]전태국은 슬금슬금 들어왔다.
한 손에는 이미 와인 잔이 들려 있었다.
“성국아, 너도 술 마실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내년부터 한국에서는 마셔도 되는 나이에요.”
“그럼, 지금부터 마셔도 되지 않을까?”
“그건 아직 불법이고요.”
나는 강력하게 철벽을 쳤다.
지금 전태국과는 우호적인 관계였다. 하지만 언제 어떻게 틀어질지도 몰랐다. 그렇다면 최대한 빈틈을 보이지 않는 게 좋았다.
전태국은 침대 끝에 앉더니 한껏 센치한 표정으로 와인을 들이켰다.
“성국아… 나 말이야… 사랑에 빠진 것 같아.”
[그건 말 안 해도 아는 사실이고.]“명해진 씨요?”
“응. 어떻게 알았어?”
“사랑과 재채기는 숨길 수 없단 명언이 있거든요.”
“역시… 우리 성국이는 연애도 책으로 배웠구나.”
나는 이를 꽉 물었다.
[나 저번 생에서 너보다 여자 많이 만났거든!]전태국은 황홀한 눈빛으로 와인을 한 모금 더 마셨다.
“명해진은 내가 여태까지 만나본 재벌가 여자 중에서 제일 멋진 여자야.”
그 말에 나도 절반쯤 동의했다.
명해진은 아버지의 보쌈을 먹으면서 나름 똑 부러지게 자신의 의견을 내기도 했다.
“성국아, 해진 씨 진짜 괜찮지 않아?”
“저야 명해진 씨를 오늘 처음 봐서 잘 몰라요. 그전에 들은 내용도 없고요.”
물론 나는 명해진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저번 생에 전재형 회장이 전태국의 부인을 고를 때 나도 여러 프로필을 비교하고, 삼전 그룹에 가장 필요한 사람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명해진은 모자란 전태국을 보필할 최고의 며느릿감이었다.
“성국아, 이게 어떤 신호인지 한 번 네가 듣고 판단해봐.”
“형, 저… 모쏠인데요.”
“그건 아는데… 내가 지금 여기서 상의할 사람이 너밖에 없거든.”
“박성희 비서님은요? 정희 누나랑 썸 타는 사이잖아요.”
“그 이야기는 하지도 마!”
정희는 박성희 비서와 썸인지 뭔가를 타긴 했는데, 어쨌든 결론은 전태국을 찼다는 거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정희는 현명한 여자였다.
돈으로 남자를 보지 않고, 그 남자의 실체를 봤으니.
그리고 명해진은 야망 가득한 여자였다.
명해진은 지금 나와 전태국을 손안에 넣고 자신이 좌지우지하고 싶어 했다.
“형, 명해진 씨가 어떻게 했는데요?”
“글쎄… 엘리베이터에게 내 팔을 두 번 슬쩍 터치했어.”
[하아….]단전에서부터 올라오는 깊은 한숨.
[그건 명해진이 너 꼬시려고 일부러 그런 거잖아!]하지만 전태국은 심각했다.
“성국아, 이거 해진 씨가 나 좋아하는 거 맞지?”
나는 일부러 전태국의 팔을 두 번 터치했다.
“형, 이러면 제가 형한테 관심 있는 건가요?”
“너랑 해진 씨는 다르지.”
“뭐가 다른데요?”
“넌 남자고… 해진 씨는 여자잖아.”
“형, 이것만 기억하세요. 상대의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이 애정 관계에서는 약자라는 사실을요.”
“어? 그게 무슨 말이야?”
“이야기를 하면서 상대를 슬쩍 터치하는 것은 누구나 가능한 일이라고요. 지희도 형의 손을 꼭 잡고 이야기할 때가 있잖아요. 민국이도 저에게 자주 안기고요. 그런 작은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이미 감정적으로 지배당하고 있는 약자라는 의미이죠. 지배하는 사람은 그런 작은 행동에 절대 의미를 부여하지 않거든요.”
전태국의 얼굴이 갑자기 굳었다.
“성국아…”
“왜요, 형?”
“나… 진짜 사랑에 빠졌나 봐.”
전태국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사랑에 빠진 남자의 얼굴을 했다. 그러곤 마치 하느님에게 구원받은 길 잃은 어린양처럼 무릎을 꿇고 앉았다.
“성국아! 나! 드디어 내 인생의 짝을 찾았어!”
“…….”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실 명해진은 나가면서 나에게 아주 작게 속삭였다.
“성국 씨, 또 만나요.”
마치 당연히 또 만날 것처럼.
* * *
에어 포스 원.
다들 피곤한 얼굴로 자리에 앉았다.
중국과 일본, 마지막으로 한국을 도는 정말 빡빡한 일정이었다.
게리 올드맨이 내 곁으로 다가와서 앉았다.
“성국, 크리스티는 한국에 눌러앉는 거예요?”
“네, 직장도 구했다는 거 같아요.”
크리스티 케네디는 결국, 방무혁의 회사에 취직했다.
그리고 재희는 최종 합격해서 방무혁의 사무실에 연습생으로 출근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게리 올드맨은 피곤한 듯 큰 손으로 얼굴을 밀어 올리며 말을 이었다.
“크리스티도 대단하네요. 난생 살아보지 않은 대한민국에서 일자리를 얻다니.”
“크리스티는 잘 해낼 거예요. 저도 살아본 적 없는 미국에서 살고 있지만, 괜찮거든요.”
“그러고 보니 성국 군도 진짜 그러네요. 암튼 두 사람 다 대단해요.”
“보좌관님, 크리스티 자르신 거 후회하시는 거 아니죠?”
“아니긴요. 당연히 후회하죠.”
게리 올드맨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성국도 알다시피 케네디 가문에 대한 우리 미국 사람들의 사랑은 특별하잖아요. 어쨌든 크리스티가 있었다면 좀 더 이번 정부에도 유리하게 작용했을 거예요. 지금은 어쩔 수 없긴 하지만요.”
게리 올드맨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곤 나를 쳐다봤다.
“성국 군, 근데 나… 궁금한 게 있어요.”
“뭔데요?”
“성국 군의 다음 행보는 도대체 뭐예요?”
“네?”
나는 놀라서 물었다.
“이미 그 나이에 ‘페이스 노트’와 너튜브의 대표잖아요. 미국 사람들이 제일 기대하는 10대이기도 하고. 버락 오마하의 특사… 도대체 어떻게 그걸 20살도 안 돼서 다 이룰 수 있죠? 개인이! 난 정말 성국 군이 아직 못 이룬 것을 알고 싶어요.”
“그거야….”
나는 잠시 뜸을 들였다.
게리 올드맨은 잔뜩 궁금한 얼굴이었다.
“연애가 아닐까요?”
“뭐라고요?”
게리 올드맨은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미성년자가 벗어나면 나도 연애를 해야지. 다들 왜 이렇게 놀라지?]게리 올드맨은 웃음을 멈추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성국 군도 인간적인 면이 있네요. 나는 성국 군이 당연히 뭐, 다음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이런 말 정도 할 줄 알았거든요.”
“전, 정치는 관심 없거든요.”
“그럼, 세계에서 제일 부자가 되든가요.”
“그건 이미 진행 중인 계획이라서요.”
“역시….”
게리 올드맨은 갑자기 핸드폰을 꺼내더니 핸드폰에 저장된 사진 몇 장을 보여줬다.
“성국 군, 우리 딸들이에요. 성국 군 또래인데, 어때요?”
“게리, 전 자연스러운 만남을 추구해요. 소개팅은 거절할게요.”
“성국 군, 앞으로도 연애하기 꽤 어려울 것 같네요.”
“악담도 거절할게요.”
“그래요, 그래.”
게리는 웃으면서 머리를 의자에 기댔다. 그러곤 곧 잠이 들었다.
그 순간, 내 핸드폰이 울렸다.
인터넷이 되는 에어 포스 원에서는 메시지가 자유롭게 오갔다.
나는 핸드폰의 메시지를 살폈다.
바로 명해진의 메시지였다.
– 성국 씨, 다음 주에 태국 씨 보러 미국 갈 거예요. 우리 또 만나겠네요. 미성년자 벗어나는 걸 축하해주고 싶은데, 마지막 날 같이 보내는 거 어때요?
물론 나는 답하지 않았다.
[하아… 이놈의 마성의 매력이란… 저번 생의 제수씨까지 빠지게 만드니, 이것도 참 곤란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