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266)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271화(266/576)
제271화
주차장에 주차된 전태국의 부가론을 보고 있었다.
전태국의 부가론은 작년에 나온 에디션으로 부가론 시리즈 중에서도 최상위급 모델이었다.
아마 원화로 하면 100억 정도 될 것이다.
슈퍼카 중에서도 슈퍼카.
돈이 있다고 살 수가 있는 차도 아니었다.
부가론은 부와 명예 그리고 권력까지 있어야지만 손에 넣을 수 있는 그런 차였다.
전태국이 이 셋 중에 스스로 얻은 것은 단 하나도 없다.
하지만 삼전 그룹의 아들로 태어난 순간, 전태국은 이 모든 것을 이미 얻은 것이었다.
전태국이 나오더니 주차장에 선 내 어깨를 툭 잡았다.
“성국아, 미래의 네 차 보고 있는 거야?”
“네, 형. 부가론 정말 멋있네요.”
“그렇지? 어차피 한국 들어가면 국민들 정서 고려해서 이런 차 못 타잖아. 기사 딸린 국산 차 타봤자 뭐 몇억 하는 거 탈 텐데. 성국아, 나 왠지 이 동네가 너무 그리울 것 같아. 이곳에서의 자유 말이야.”
전태국은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실리콘밸리에서의 마지막을 그리운 시선으로 훑었다.
“형, 이 차 저 주는 거 정말 괜찮아요?”
“성국아, 대학만 졸업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한 것도 기부했을 거야. 그러니까 신경 쓰지 마. 어차피 내가 이 차를 들고 한국에 들어갈 수도 없잖아.”
“아쉽네요.”
“참, 오늘 강연 준비는 잘 된 거지?”
“형, 저….”
“전성국인 거 알아.”
전태국이 내 대사를 가로챘다.
[끄응. 그 말은 나만 할 수 있는 거라고. 전태국!]“형, 혹시 제가 학교까지 부가론 운전해도 되요?”
“그럴래?”
“네, 그렇게 해보고 싶어요.”
전태국은 나에게 부가론의 키를 건넸다.
* * *
부가론만의 엔진 소리가 잦아들었다.
차 문을 열자 지나가는 대학생들의 시선이 모두 집중됐다.
웅성거리는 소리도 여기저기서 들렸다.
나는 얼른 전태국에서 차 키를 던졌다.
“형, 잘 몰았어요.”
“성국아, 그냥 이제부터 차 키 가지고 있어. 어차피 오늘 강연만 하면 나 졸업이잖아.”
“형, 제가 강연을 망칠 수도 있고. 그래서 형이 졸업을 못 할 가능성도 있잖아요.”
“그럴 가능성이 있을까?”
“세상일은 모르는 거잖아요, 형. 그리고 제발, 뭐든 끝나기 전에는 어떤 것도 베풀지 마세요.”
“치이, 꼭 우리 아빠처럼 말하네. 알았다, 알았어. 들어가자.”
전태국은 앞장섰다.
[저렇게 흐리멍덩해서야 어떻게 삼전을 이끌겠다는 건지….]나는 늘 입는 후드티를 매만지고 강의실로 들어갔다.
* * *
최대 3천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강의실에 빈자리가 보이지 않았다.
전태국은 나를 강의실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교수에게 소개했다.
“여기가 전성국이라고… ‘페이스 노트’와 너튜브 대표입니다.”
“잘 알죠. 실물이 훨씬 잘생기셨네요.”
[사진도 예술인 거 다 알아.]“교수님,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정말요? 영광인데요.”
들은 이야기는 없었다. 단지, 어색한 분위기를 깨기 위한 스몰 토크였다.
“태국 군도 자리를 잡고 앉아야겠는데요. 빈자리가 없어요.”
“네, 전 들어가서 강의 들을 준비 하겠습니다.”
전태국이 들어가고, 교수가 빙긋 웃더니 말을 이었다.
“전태국 군이 답안지에 그런 답을 적을 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거든요.”
“덕분에 이렇게 좋은 학생들 앞에서 강연도 하게 됐으니까요. 근데… 정말 이 조건만으로 전태국 씨를 졸업시켜 주시는 건가요?”
교수는 찡긋 미소를 짓더니 내가 조용히 속삭였다.
“사실은 졸업 학점은 겨우 됐습니다. 다만, 제가 성국 군의 강연을 직접 듣고 싶어서요. 이건 전태국 군에게 비밀입니다.”
[뭐야, 이 여우 같은 교수 같으니라고….]어쨌든 강연을 한다는 것은 나쁘지 않았다.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내게 쏟아질 테니. 그리고 나는 이미 오래전부터 준비된 유능한 강연자였다.
* * *
나는 강의실 스크린에 미리 준비한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띄웠다.
이번 강의의 주제는 <5년 후, SNS의 미래>였다.
나는 3천여 명이 들어찬 강의실을 쭉 훑었다. 그러자 강의실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나는 여유롭게 목을 한번 살짝 풀고,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감탄 어린 여자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예열을 마치고, 나는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페이스 노트’ 창업자이자 현재 너튜브와 ‘페이스 노트’의 대표를 맡고 있는 전성국이라고 합니다.”
동시에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들렸다.
나는 손을 들어 박수를 잠재웠다.
“제가 오늘 이 강의를 맡게 된 이유를 아시나요?”
대부분의 학생들은 모르는 눈치였다.
“흠… 다들 모르시는군요. 그렇다면 지금부터 다들 핸드폰으로 제 ‘페이스 노트’나 너튜브에 접속하셔서 그 이유를 찾아보시겠어요?”
다들 처음엔 어리둥절하더니 곧 곱슬머리 남학생이 손을 번쩍 들었다.
“경영학과 전태국이요!”
남학생의 말에 학생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이유는요?”
나는 차분하게 물었다.
“어… 그게… 전태국 군과 친분이 있어서 아닌가 싶어서요. 사실은 제가 팬이라서 ‘페이스 노트’랑 너튜브 모두 구독하는데, 전태국 군도 자주 나오더라고요.”
나는 빙긋 웃으면서 박수를 쳤다.
“정답입니다.”
동시에 자리에 앉은 전태국에게 모두의 시선이 향했다.
전태국은 거만한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했다.
나는 그리고 강연을 다시 진행했다.
“여러분이 만약 이 학교에 막 들어온 신입생이라고 상상을 해보세요. 이곳에는 아는 사람 한 명 없고, 강의도 대부분 혼자 들어야 하는 상황인 거예요. 강의실에 들어가면 모두 친한 것처럼 인사를 하고 있어서 그 사이에 끼어들기도 힘들어요.”
학생들은 점점 내 말에 빠져들고 있었다.
“만약 SNS가 없던 세상에서 이 학생은 어떻게 대학 생활을 했을까요?”
“자퇴했을 것 같아요!”
“그냥 조용히 학교 다니지 않았을까요?”
“에이, 아니지. 얼른 여자 친구부터 사귀어야지.”
여기저기서 다양한 대답들이 나왔다.
“그렇죠. 만약 SNS가 없던 세상에서라면 우리는 내가 원하는 것을 찾기 위해서 직접 발로 뛰어야 합니다. 친구를 사귈 때도 그 사람을 알아가기 위해서 많은 시간을 써야 하고요. 하지만 지금 여러분은 모두 핸드폰을 손에 들고 있고, 그 안에는 각종 SNS가 있잖아요. 그렇다면 지금 이 학생이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면 되죠?”
“SNS로 내가 관심 있는 클럽에 가입할래요.”
“학교 네트워크에 들어가서 같이 점심 먹을 친구 구할래요.”
여기저기서 이런 이야기가 튀어나왔다.
“여러분은 이제 이 작은 핸드폰 속의 다양한 SNS로 나와 성향이 비슷한 사람. 나와 같은 학교를 다니는 사람. 혹은 나와 점심을 같이 먹을 사람들을 모두 구할 수가 있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물론 간혹 폐해도 있죠. 가면을 쓴 사람들도 있고요. 혹은 여러분들을 속이려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위험은 꼭 SNS에서만 있었던 게 아니죠.”
한 여학생이 손을 들었다.
“이제 우리는 SNS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SNS가 5년 후에도 계속 인기 있을 거란 말씀이세요?”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영원한 SNS는 없을 것입니다.”
내 말에 학생들은 웅성거렸다.
‘페이스 노트’의 창업자인 내가 영원한 SNS가 없다고 말하다니, 믿기지 않는 눈치였다.
모자를 쓴 남학생이 손을 들고 물었다.
“영원한 SNS는 없다는 게 대체 무슨 말이세요? ‘페이스 노트’가 망하기라도 한다는 건가요?”
“‘페이스 노트’는 내 생각 등을 글로 쓸 수도 있고, 평소의 인간관계를 한눈에 볼 수도 있다는 장점이 있죠. 이 인간관계가 이어지고 이어져서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내 친구가 될 수도 있고요.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몇 년은 이 인간관계에 사람들은 열광할 거예요.”
나는 잠시 생수를 한 모금 마셨다.
“하지만 사람들은 익숙해지면 금방 또 새로운 것을 찾기 마련이에요. 예를 들면 어떤 사람들은 ‘페이스 노트’가 너무 말이 많다고 생각할 수도 있거든요.”
“맞아요! 다들 글을 너무 길게 써요!”
한 학생의 말에 모두들 웃음을 터트렸다.
“그렇죠. 벌써 불만을 가진 세력이 존재하잖아요. 하지만 우리는 이미 SNS에 중독이 아니라 생활화가 되어버려서 이것을 버릴 수가 없거든요. 여러분은 에어컨 없는 샌프란시스코의 여름을 생각해 본 적 있나요?”
“그건 지옥이죠!”
“맞아요. SNS도 마찬가지로 우리에게는 이미 정서에 필요한 생필품이 되어버린 거예요. 그렇지만 에어컨도 진보하듯이 SNS도 우리의 요구에 따라 진보할 것이라고 저는 보는 거죠.”
“그럼, 다음의 SNS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흠… 그래서 제가 오늘 이 자리에서 ‘페이스 노트’에서 새로 만든 SNS를 공개하려고 합니다.”
그 말에 학생들은 다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사실 이 강연을 맡은 것은 다 이유가 있었다.
가장 SNS를 많이 활용하는 20대 초반의 대학생들에게 ‘페이스 노트’의 새로운 SNS를 선보이는 것만큼이나 매력적인 강연 장소는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학생들 사이에는 내가 이미 연락한 기자들이 사이사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들은 이미 상황을 녹화하거나 사진으로 남겼다.
“자, 여러분에게 이제 SNS는 여름날의 에어컨 같이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인데요. 이제 우리 새 에어컨을 한번 볼까요?”
“좋아요!”
“어서요!”
여기저기서 재촉을 시작했다.
나는 스크린 화면에 그동안 개발에 매진한 ‘인스타그림’을 올렸다.
간단한 사진만 올라가는 사진첩 같은 모양.
물론 반응은 예상대로 조용했다.
“그냥 핸드폰 사진첩이잖아요?”
“정확해요! 핸드폰 사진첩이요. 그런데 이 사진첩은 불특정 다수 및 내가 아는 모두와 공유가 된다는 차이점이 있죠!”
나는 ‘인스타그림’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고개를 갸웃하면서 회의적인 표정을 짓기도 했다.
“남의 사진첩은 안 보고 싶은데요.”
“남의 사진첩은 안 보고 싶지만, 가끔 그럴 때 있지 않나요? 여행을 가서 너무 아름다운 석양을 보는데… 이걸 내가 알고 있는 사람 혹은 여러 명과 나누고 싶다. 여러분은 그런 욕망이 없나요?”
끄덕이는 학생들.
격하게 고개를 젓는 학생들의 모습이 섞여서 보였다.
“아마, 여러분은 지금은 반신반의하실 거예요. 하지만 영원한 SNS는 없습니다. 인간의 욕망은 계속해서 진화하고 변하거든요. 지금은 다들 의아해하겠지만 여러분들은 5년 후에 제가 한 말을 분명히 믿게 될 겁니다.”
박수는 터져 나왔지만, 처음만큼 크지 않았다.
오늘 온 기자들이 써 내려갈 내일 기사가 궁금하기 시작했다.
* * *
부가론 앞에 서자 전태국이 열쇠를 건넸다.
“성국, 나 드디어 졸업이야! 이제 부가론은 완전히 네 거야!”
“형, 고마워요.”
“근데 성국… ‘인스타그림’ 반응 별론데. 안 그래?”
“아마 몇 년은 고전할 거예요. 원래 사람들은 변화를 갈망하면서도 두려워하거든요.”
“암튼 어려운 말만 해요.”
나는 부가론을 가리켰다.
“형, 명의 이전은 언제 완료되나요?”
“성국아, 넌 나를 띄엄띄엄 볼 때가 있더라. 이미 샌프란시스코 삼전 법인에서 완료했어. 보험도 다 들었고….”
“그럼, 이제 완전히 제 거네요.”
“당연하지.”
드디어 부가론이 내 손안에 들어왔다.
나는 활짝 미소를 지었다.
“성국아, 포르샤는 팔 거지?”
“아니요.”
“그래, 맨날 부가론 타는 건 좀 오바일 수도 있지.”
“형, 저 부가론 팔 거예요.”
“뭐어어어?”
전태국인 놀라서 물었다.
“야! 그럼, 왜 부가론 달라고 했어?”
“팔아서…”
“팔아서?”
“주식 사게요.”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