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268)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273화(268/576)
제273화
압둘은 자신의 ‘페이스 노트’에 나에게 산 부가론 사진을 올렸다.
– ‘페이스 노트’와 너튜브 대표 전성국이 타던 차가 이제 내 손에. 신의 가호가 함께하기를.
부가론 앞에서 압둘과 나는 악수를 하면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 성국 손만 닿으면 다 비싸지네.
– 부가론을 팔다니! 성국, 제정신이야!
– 부가론만 있으면 난 영혼이라도 팔 거야.
– 니 영혼은 아무도 안 사니까, 문제지.
‘페이스 노트’는 또 시끌시끌했다.
압둘은 이 관심을 즐기는 것 같았다.
그는 어쩌면 부가론을 산 게 아니라 120억에 이 관심을 산 것인지도 몰랐다.
* * *
부가론을 팔아서 정리하고, 900만달러가 생겼다.
나는 명해진이 남기고 간 필립카텍 시계를 바라봤다.
[흠. 이것만으로도 애플 주식 꽤나 사겠지만.]하지만 나는 조금 욕심을 버리고 전태국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주기로 했다.
이게 다 전생의 업보였다.
어쨌든 저번 생에서 명진 그룹과의 결혼을 추진한 것은 내 아이디어였다.
저번 생에서도 맺어줬으니, 이번 생에서도 맺어줘야지.
나는 필립카텍 시계를 상자에 넣고 닫았다.
그리고 전태국의 방 앞에 가서 섰다.
똑. 똑.
“누구야?”
“형, 저예요.”
“성국아, 들어와.”
나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전태국은 한국에 갈 준비로 여념이 없었다.
물론 전태국이 짐을 싸는 것은 아니었지만, 자신이 아끼는 물건들은 본인이 챙기기는 했다.
전태국은 양복들을 쭉 훑더니 나를 흘깃 바라봤다.
“성국아, 넌 아무래도 내 양복은 안 맞겠지?”
“아마도요.”
[내가 너보다 키도 더 크고 기럭지도 더 길다고.]“그럼, 마크 주고 가야겠다.”
“형, 구씨 건데요?”
“구씨 같이 너무 브랜드 티 나는 거 아부지가 입지 말래. 삼전 출근할 때는 아주 아주 비싼 건데 브랜드는 표시 안 나는 거, 그런 거 입으래.”
“흠.”
그러고 보니 나도 그랬다.
어디 브랜드인지 잘 모르지만, 사람들이 익히 아는 명품 브랜드와는 가격조차 비교할 수 없는 비싼 옷을 입는 게 삼전가 사람들이었다.
전태국은 구씨 양복을 보고는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구씨가 내 취향인데.”
“형, 구씨 창업주의 아들이 청부 살해당한 거 알아요?”
“뭐어?”
전태국이 놀라서 나를 쳐다봤다.
“마우리치오 구씨라고 구씨 브랜드를 만든 가문의 후계자였는데 청부 살해당했거든요. 그것도 자기 집 앞에서요.”
“마우리치오 구씨를 죽인 사람이 누구야? 아니지, 청부 살해를 의뢰한 사람이 누구야?”
“바로 전 부인이요.”
“뭐어? 전 부인이 시켰다고? 말도 안 돼!”
“네. 심지어 두 사람은 신분을 뛰어넘는 사랑이었거든요. 세탁소집 딸과 법대생이 첫눈에 반해서 신분을 뛰어넘는 사랑을 한 거죠.”
“그래서?”
“당연히 마우리치오는 가문의 반대를 무릅쓰고 세탁소집 딸과 결혼을 하죠. 구씨가의 며느리가 된 세탁소집 딸은 사치와 허영으로 물들고, 법대생이었던 남자는 첫눈에 사랑에 빠졌던 여자에게 질리기 시작하는 거죠.”
“뭐야, 완전 아침 드라마잖아. 그래서 어떻게 되는 거야?”
“결국, 남자는 처음엔 여자의 매력이라고 생각했던 그 모든 게 싫어져요. 발랄함은 천박함으로 변질되죠. 사랑은 그렇게 식고, 여자는 위자료를 받고 이혼하지만 마우리치오의 아내는 구씨가의 며느리 자리를 그리워하는 거죠. 남자의 마음을 되돌리려고 애쓰고요.”
전태국은 넋을 놓고 내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되는 거야?”
“마우리치오 구씨는 마음을 안 돌리고, 여자는 자신에게 돌아올 가망성이 없는 남자를 청부 살인하죠.”
“하아… 사랑은 역시 변하면 무섭구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사랑은 무서운 거야, 전태국.]전태국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얼른 옷장을 뒤적였다.
“형, 뭐 해요?”
“구씨 옷이고, 양말이고, 팬티고. 다 마크 주고 가야겠어.”
“형, 팬티랑 양말은 그냥 버리세요!”
“아, 내가 너무 흥분해서… 그런데, 성국. 너 구씨 이야기하려고 온 거야?”
“아니요.”
나는 태국이에게 시계 상자를 내밀었다.
“성국아, 그게 뭐야?”
“필립카텍이요.”
“필립카텍? 시계?”
“네.”
전태국은 갑자기 감동 어린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성국아, 이거 설마.”
[왜 이러지, 불길하게.]“성국아, 이거 설마… 내 졸업 선물이야?”
“그게….”
순간, 나는 당황해서 할 말을 잊고 말았다.
사실 나는 명해진이 나에게 이 시계를 선물한 사실을 말하고, 명해진을 삼전 그룹의 며느리로 받을지 말지 고민하라고 말할 생각이었다.
명해진이 마우리치오 구씨와 결혼한 세탁소집 딸은 아니지만, 그 여자만큼 무서운 존재라는 사실을 알릴 작정이었다.
선택은 전태국의 몫이었지만, 어쨌든 저번 생의 업보를 갚는 의미로 알려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전태국은 지금 무척이나 행복해 보였다.
맨날 삥이나 뜯던 내가 이런 비싼 선물을 준비했다는 사실에.
[흠, 모르는 게 약일까?]전태국은 이미 시계 상자를 열어서 손목에 차보며 행복해하고 있었다.
“성국아, 이거 정말 마음에 들어. 이거 안 그래도 사려고 눈여겨보고 있던 건데….”
명해진의 안목은 뛰어났다.
백화점에 확인하니, 1억이 넘는 시계였다.
나는 정말로 팔아서 주식을 사고픈 유혹에 엄청나게 시달렸지만, 꾹 참고 전태국에게 내민 것이었다.
선물은 아니었고, 진실을 말하고 전태국에게 이 시계를 버릴 것인지 아니면 이런 여자라도 안고 갈 것인지 고민하라고 말할 생각이었다.
그 순간, 전태국이 나를 와락 안았다.
“성국아, 진짜 고마워. 난 네가 이렇게 날 생각해주는지 몰랐어.”
“형, 전 언제나 형 생각해요.”
내 전생의 업보로.
어쨌든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가야 할 것 같았다.
“성국아, 나 완전 감동 먹었어. 너 같은 짠돌이가 이렇게 비싼 시계를 주다니.”
[짠돌이라니. 끄응.]나는 어금니를 꽉 물었다.
어쨌든 나는 이번 일은 입을 닫기로 했다.
아마 명해진도 전태국이 자신이 내게 준 시계를 찬 것을 본다고 해도 입도 벙긋 못할 것이다.
나는 그저 전태국의 등을 도닥였다.
“형, 졸업 축하해요.”
“성국아, 진짜 고마워. 이 시계 삼전 출근할 때마다 찰게.”
“네, 형.”
“참, 내일 저녁에 해진 씨가 저번에 저녁 얻어먹어서 미안하다고, 2009년 마지막 날 저녁 산다고 그러더라고. 성국아, 너 시간 되지?”
“그럼요.”
나는 전태국이 찬 시계를 본 명해진의 얼굴이 무척 궁금했다.
* * *
2009년 12월 31일.
‘페이스 노트’와 너튜브의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 활기찼다.
‘페이스 노트’ 사용자는 8억 명에 육박했고, 너튜브는 흑자 전환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마지막 날을 기념하기 위해서 마크와 리미미는 피자와 샴페인을 회사 어디서든 먹을 수 있게 뒀다.
“성국, 저번에 온 그 여자가 오늘 저녁 산다는 거지?”
“응. 피자 적당히 먹어. 엄청 좋은 레스토랑 예약했더라고.”
명해진은 조미료로 일어선 기업의 딸답게 레스토랑 하나는 기가 막히게 좋은 곳으로 예약했다.
“알았어. 미미한테도 말해야지.”
마크는 리미미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나는 샴페인을 들고 애덤에게 향했다. 그리고 애덤에게 샴페인을 내밀었다.
“애덤, 한잔해야죠.”
“성국, 고마워요.”
나는 애덤의 책상에 놓인 화분을 봤다.
연봉 협상을 하고, 정리해고를 하던 날 애덤이 내게 들고 왔던 화분이었다.
이제 제법 자랐고 잎은 더 커졌다.
“애덤, 이 녀석 잘 자라네요.”
“그럼요. 여기가 무척 마음에 드나 봐요. 이제 마음 놓고 뿌리내리고 있어요.”
그건 애덤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나는 그동안 헌신한 애덤을 위해서 연봉을 두 배 가까이 올려줬다.
하지만 애덤은 여전히 자신의 애마 제니는 바꾸지 않았다.
“애덤, 제니 좀 바꿔야 하지 않아요? 제니는 생명을 위협한다고요.”
“성국, 제니는 제 첫 차라고요.”
“그거 운전 연습용 아니었어요, 애덤?”
“그렇긴 한데요… 이제 정이 들어 버렸어요.”
“애덤, 난 애덤의 상사로서 애덤의 목숨이 제일 중요해요. 애덤, 나랑 오래 이곳에서 일할 거면 잘 생각해 봐요.”
그 말에 애덤은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이때, 지나가던 샘이 애덤과 나를 쳐다봤다.
“성국, 애덤. 오늘 저녁에 뭐 하세요?”
“전 오늘 약속이 있어요.”
“성국, 데이트해요?”
샘과 애덤이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데이트 아니고, 마크랑 친구들끼리 저녁 먹기로 했어요.”
그 순간, 샘과 애덤은 안심하는 눈빛이 됐다.
[뭐지, 이 두 사람?]“애덤, 오늘도 일할 거죠?”
“아마도요, 샘.”
“샘, 애덤. 둘 다 제발 오늘은 일하지 말고 집에 가서 쉬어요. 2009년의 마지막 날이잖아요. 다른 사람들이 보면 내가 악덕 기업주인 줄 안다고요.”
나는 두 사람을 말렸다.
하지만 두 사람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성국, 걱정 마요. 오히려 전 회사에 있는 게 좋아요. 괜히 이런 날 집에 가봤자 TV에서는 새해 맞아 키스하는 커플이나 잡아주잖아요.”
“맞아요. 성국. 우리 걱정은 마요. 아마 나랑 샘. 그리고 우리 회사의 솔로들은 모두 여기 남아서 남은 피자랑 샴페인 마시면서 새해 맞을 거예요.”
“너무 취하지나 마요. 그리고 새해 복 많이 받아요. 이건 한국식 인사예요.”
“성국도요!”
* * *
명해진이 예약한 레스토랑에 마크와 리미미와 함께 들어섰다.
일찍 온 전태국이 우리를 반겼다.
“성국아, 마크, 리미미 씨, 여기요!”
우리는 안으로 들어가서 자리에 앉았다.
“형, 명해진 씨는요?”
“곧 도착한대.”
전태국은 예상대로 내가 준 시계를 차고 있었다.
그리고 곧 명해진이 도착했다.
명해진은 누가 봐도 한껏 꾸민 모습이었다.
리미미가 마크에게 속삭이는 말이 살짝 들렸다.
“해진 씨, 진짜 이쁘다. 마크, 안 그래?”
“미미, 내 눈에는 미미밖에 안 보여.”
나는 일부러 후드티의 팔목을 살짝 걷어 올렸다.
내 손목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명해진에게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명해진은 나의 텅 빈 손목을 보고는 살짝 표정이 굳었다.
그리고 이때 전태국이 손목을 걷어 올리더니 필립카텍의 시계를 찬 손목을 우리에게 내밀었다.
“해진 씨, 이 시계 어때요?”
“…무슨 시계예요?”
“성국이가 졸업 선물로 줬어요.”
“태국, 진짜야? 짠돌이 성국이가 진짜 이 비싼 시계를 줬어?”
마크도 놀라서 물었다.
“진짜래두.”
“와, 우리 사장님 돈 쓸 땐 쓰는 사람이구나.”
물론 내 돈 아니지만, 맞는 말이다.
이때, 명해진이 갑자기 전태국의 손을 꼭 잡았다.
놀란 것은 전태국뿐이 아니었다. 지켜보던 나와 마크, 리미미도 모두 놀랐다.
그리고 명해진은 보란 듯이 전태국을 보며 말했다.
“태국 씨, 우리 사귈까요?”
“어… 그게….”
“싫어요?”
“아니요. 아니요! 너무 좋아요!!!”
전태국은 레스토랑이 다 울리게 소리쳤다. 결국, 우리는 소란스럽다는 이유로 미슐랭 레스토랑에서 쫓겨났다.
* * *
명해진은 전태국의 차로 떠났고, 마크와 리미미도 차에 올라탔다.
마크가 차창을 내리고 다시 나에게 물었다.
“성국, 진짜 우리 집에서 새해 카운트다운 안 볼 거야?”
“커플 사이에는 안 껴.”
“사장님, 어디 가실 거예요?”
“저를 반겨주는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요. 그러니까 걱정 말고 두 사람도 오붓한 시간 보내요!”
나는 그렇게 마크와 리미미까지 보내고 차에 올라탔다.
* * *
문을 열고 들어서자 샘과 애덤이 막 맥주를 꺼내 들고 있었다.
“성국….”
“피자 남은 거 있어요?”
“물론이죠. 성국, 근데… 오늘 약속 있던 거 아니에요?”
“솔로들끼리 모여서 보는 카운트다운이 더 재미있을 것 같아서요.”
샘이 피자를 내밀었다.
피자는 다 식어서 눅눅했지만, 시장이 반찬이었다.
내 주변으로 사무실에 남아있던 솔로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한 명이 큰 모니터에 새해 카운트다운을 켰다.
애덤이 빙긋 웃으며 내 어깨에 손을 둘렀다.
“성국, 그래도 성국처럼 잘생긴 남자도 솔로라는 사실이 위안이 되네요.”
나는 그저 피자를 먹었다.
그렇게 솔로들과 내 인생의 20살을 맞이했다.
띠링.
이때, 메시지 알람이 들렸다.
누구지?
엄마와 아빠였다.
– 사랑하는 아들. 미국 시간에 맞춰 보내느라 엄마, 아빠 고생 좀 했어. 우리 자랑스러운 아들, 스무 살 된 거 축하해!
“성국, 이제 카운트다운 해요!”
솔로들은 모두 어깨동무하고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10, 9, 8, 7 … 4, 3, 2, 1! Happy New Ye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