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273)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278화(273/576)
제278화
– 삼전 가전 모델 최빈의 열애 상대는 바로 명진 그룹의 장녀 명해진 양!
– 밴쿠버 올림픽의 밀회. 벌써 3년간 이어온 사랑.
– 최빈의 빠른 열애 인정. 하지만 ‘나는 남자 신데렐라가 아니다.’는 최빈의 입장.
– 삼전 가전 최빈의 열애설에 따른 계약 해지. 사랑을 얻었지만, 상처뿐인 영광?
각종 기사가 아침부터 요란하게 인터넷 포털을 장악했다.
나는 안면이 있는 한국에 있는 기자들과 방무혁 라인을 통해서 명해진과 최빈과의 열애를 무조건 많이 터트렸다. 삼전에서도 손 쓸 수 없을 정도로.
그리고 어차피 삼전의 전태국와 명해진이 혼담 중이었다는 이야기는 일반인들은 모르는 것이라, 삼전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였다.
나는 기사들을 막 일어난 전태국에게 내밀었다.
“형, 이거 보세요.”
“흠…. 아주 요란하네. 남자 신데렐라라…. 성국아, 넌 명해진 씨가 정말 최빈이랑 계속 사귈 것 같아?”
“아니요. 아마 이 열애설 잠잠해질 때쯤이면 이별 기사 뜰 거예요. 대중의 관심이 무서웠다… 서로 바쁜 스케줄 등등. 이유는 많죠. 최빈은 명해진 씨와의 열애로 지금은 조금 힘들지 몰라도 대중의 인지도는 훨씬 상승한 상태일 거고요. 아마, 두 사람… 지금 이미 이별 상태이기도 하잖아요.”
“명해진 씨는 이 일로 자유를 얻고?”
“아마도요….”
전태국은 살짝 아쉬운 얼굴로 기사를 훑었다.
“성국아, 나도… 좋은 사람 만나서 사랑이라는 것을 할 수 있을까? 마크랑 리미미 씨처럼 말이야.”
“형,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아요. 미국의 중산층 집안에서 태어나 엘리트 교육만 받은 마크가 탈북한 리미미와 만나서 사랑에 빠질 확률이 얼마나 될 것 같아요?”
“0.00000001%?”
“그러니까요. 형은 그보다 훨씬 선택지가 많은 사람이잖아요. 돈도 많고, 직업도 든든하고… 외모는 마크랑 비슷하고.”
“전성국!”
“형, 아버지가 안 찾으세요?”
나는 말을 재빨리 돌렸다.
“아, 맞다. 핸드폰. 핸드폰 끄고 잤거든….”
이때, 호텔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박성희 비서의 다급한 목소리가 동시에 들렸다.
“도련님! 회장님이 찾으십니다.”
드디어 올 게 온 모양이었다.
“성국아, 나 안에 내복 몇 겹 입고 갈까?”
“최대한 많이요.”
전태국은 단단히 각오한 얼굴로 옷을 주섬주섬 입기 시작했다.
이제 드디어 서당 개가 협상에 나설 차례였다.
* * *
스위트룸의 문이 열리자 기다리고 있던 양 비서가 굳은 얼굴로 전태국을 맞았다.
이건 일종의 경고와 같은 것이었다.
양 비서의 얼굴이 웃고 있으면 별일 아닌 상황이었지만, 이렇게 굳은 얼굴은 상당히 불편한 상황이었다.
양 비서는 전태국의 겉옷을 받으며 속삭였다.
“회장님, 심기가 많이 불편하십니다.”
“네에…. 주의할게요.”
그때, 거실 쪽에서 전재형 회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양 비서, 모두 나가서 기다리라고 해.”
“네, 회장님.”
양 비서는 전태국의 겉옷을 걸고는 경호원을 비롯한 모두를 데리고 스위트룸 밖으로 나갔다.
달칵.
스위트룸의 문이 닫히자, 전태국의 등에는 소름이 돋았다.
전태국은 발소리도 죽인 채 거실로 들어갔다.
“아빠… 찾으셨어요.”
그 순간, 테이블 위에 있던 무언가가 전태국을 향해 날아왔다.
물론 전태국은 가볍게 오른쪽으로 몸을 틀어서 피했다.
쨍그랑.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크리스탈 잔이 깨져 있었다.
“아빠… 진정하세요.”
“내가 이런 쓰레기 같은 기사를 보고 진정하게 생겼냐!”
전재형 회장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전태국은 바로 무릎을 꿇었다. 우선 납작 엎드리는 일이 전재형 회장과의 협상에서는 중요했다.
전태국은 그리곤 얼른 고개를 조아렸다.
마치 왕 앞에 고개를 조아린 세자처럼.
“아빠… 오히려 잘된 거잖아요. 그런 여자 삼전 그룹에 들였다가는 나중에도 말 나와요. 신성 보세요. 며느리로 연예계 여자 들였다가 언론 스포트라이트만 받다가 결국, 이혼했잖아요.”
전재형은 잠자코 전태국의 변명을 들었다.
“사실 명해진 씨가 샌프란시스코에서부터도 이상해서 제가 사람 따로 붙인 거예요.”
“네가?”
“네… 분명히 저한테 먼저 사귀자고 해놓고는 뭔가 마음이 딴 데 가 있는 사람이더라고요.”
“네가 진짜 사람을 붙인 거냐?”
“네….”
전재형의 화가 점점 가라앉았다.
‘아무도 믿지 마라.’
삼전 그룹의 창립자이자 전재형 회장의 아버지인 전주신 회장이 항상 하던 말이다.
항상 바보같이 사람을 믿어서 전재형 회장의 속을 뒤집어놓던 전태국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다니, 조금 놀라웠다.
“일반인들은 모르지만, 재벌가에서는 네가 명진 그룹 딸과 혼담이 오간 건 다 아는 사실이야. 눈치 빠른 사람들은 아마 우리가 스폰하는 올림픽에 명진 그룹이 식료품 담당으로 들어간 것을 두고 이미 대충 어림짐작도 했을 것이고. 앞으로 어떻게 할 작정이야?”
“아빠… 저 사실은 한국 들어가는 거 좀 늦추고 싶습니다.”
“어떻게 졸업했는데, 늦추다니 무슨 소리야?”
“지금 겨우 대학교 졸업하고 삼전 본사에 들어가면 사람들 안 그래도 수군거릴 거잖아요. 제가 좋은 대학을 나온 것도 아니고… 그래서 샌프란시스코 삼전 지사에서 1년 정도 수습으로 일하고 싶습니다.”
전재형 회장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나쁘지 않은 생각이었다.
실무 경험도 적당히 쌓고, 회사의 분위기도 익히고 본사에 들어오는 것이 오히려 직원들에게는 편하게 다가갈 수 있었다.
거기다 1년이면 여러 이슈들도 잠잠해질 것이다.
“아빠… 1년 동안 샌프란시스코 지사에서 열심히 일해서 아빠 얼굴에 누가 되는 일 없게 할게요.”
마지막 멘트가 전재형 회장은 마음에 들었다.
여태 자신의 얼굴에 먹칠만 해온 놈이 이제 드디어 철이 든 것 같았다.
* * *
달칵.
호텔 문이 열리고… 전태국이 들어섰다.
생각보다 표정은 해맑았다.
“형, 괜찮아요?”
“성국아… 아빠가 오늘 말이야. 오늘… 두 대밖에 안 때렸어. 그것도 엉덩이를 발로 한 번 걷어차고, 주먹으로 명치 한 번 때리시고… 사건 사이즈에 비해서 나 완전 선방했지?”
[그것도 원래 안 때려야 하는 게 정상이야, 전태국.]하지만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
원래 폭력에 길든 사람에게는 지금 상황이 최선일 수 있었다.
“형, 협상은 잘했어요?”
“응! 나 1년 더 너랑 살 수 있게 됐어. 성국아, 좋지?”
[좋긴. 나도 이제 성인인데, 완벽하게 혼자 좀 살아보고 싶다고!]“형, 원래 제 아파트 월세는 내주기로 했으니까… 샌프란시스코 법인 가까운 데로 집 옮기는 거 어때요?”
“무슨 소리야. 내가 뭐 회사를 얼마나 자주 열심히 나가겠어. 집 먼 핑계라도 대야 지각이나 이런 거 해도 욕 덜 먹지.”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차를 다시 한 대 사야 할 것 같은데… 그래도 회사 사람들 눈이 있으니까, 포르샤 정도 뽑아야겠네. 참, 마크한테 준 내 구씨 양복들! 어쩌지… 돌려달라고 해야겠다!”
전태국은 마크에게 전화를 하면서 얼른 호텔 방을 빠져나갔다.
결국, 서당 개는 서당 개일 뿐이었다.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
* * *
“태국, 너무한 거 아니야? 줬던 거 다시 뺏는 게 어디 있어?”
“다시 다 달라는 게 아니잖아. 구씨 한정판만 다시 달라고. 그건 이제 구할 수도 없는 거라고….”
“태국, 알았다고. 제발 좀 집에 가서 이야기해.”
“마크, 나 일 년 동안 너희 집 바로 앞에 살게 된 거 좋지?”
“흠… 그건 좀 생각해 볼게.”
태국과 마크가 구씨 옷으로 아웅다웅하는 사이에 나는 호텔 밖을 나왔다.
멀지 않은 곳에 선수촌이 있어서인지, 경기를 끝낸 선수들의 모습이 종종 보였다.
스노우보드의 전설인 잔 화이트가 걸어가다니….
나는 흐뭇한 얼굴로 잔 화이트를 쳐다봤다.
스노우보드는 위험해서 잘 안 탔지만, 잔의 경기는 저번 생에서 모두 직접 가서 지켜봤다.
이때, 잔 화이트가 나를 보더니 달려왔다.
왜 저러지?
잔 화이트는 내 앞에 멈춰 서더니 몇 번 숨을 고르고 나를 쳐다봤다.
“저… 혹시… 성국?”
“어… 저를 어떻게 하세요?”
“왜 몰라요. 타임지에 얼굴 오르내리는 것 몇 번을 봤는데요. 그리고 저 ‘페이스 노트’ 사용자고요. 성국, 저랑 ‘페이스 노트’ 친구 하실래요?”
“물론이죠. 스노우보드의 전설이랑 친구라니, 당연히 해야죠.”
“전설은요….”
[앞으로 전설이 될 거야, 잔.]잔 화이트는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성국, 사진도 한 장 부탁해요. ‘페이스 노트’에 올리게요.”
“물론이죠.”
나와 잔 화이트가 사진을 찍을 동안 선수들이 우리 주변으로 줄을 길게 늘어섰다.
“성국, 나도요!”
그 긴 줄에는 미국의 아이스하키 선수 대표팀까지 있었다.
길 가던 사람들은 무슨 유명 선수가 지나가는가 싶어서 멈춰 서서 구경까지 했다. 그 바람에 일대가 잠시 혼란스러워졌다.
“저… 제가 다시 들어가 봐야 해서요. 저희 단체 사진 찍는 거 어때요?”
“좋아요!”
결국, 줄 서 있던 사람들과 나는 모두 모여서 단체 사진을 찍었다.
찰칵.
나는 얼른 같이 사진을 찍은 사람에게 외쳤다.
“제 ‘페이스 노트’에 올려놓겠습니다. 다들 가져가세요!”
* * *
나는 인파를 헤치고 겨우 한숨을 돌렸다.
이때, 누군가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익숙한 한국말이었다.
“저기요.”
뒤돌아선 곳에는 바로 김여나가 있었다.
“아, 안녕하세요.”
나는 바로 인사를 했다.
“저기… 혹시 ‘페이스 노트’ 맞으시죠?”
[내가 ‘페이스 노트’는 아니지만….]김여나 선수가 하는 말은 진리이므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김여나 선수, 맞으시죠?”
“네…. 아까 사람들이 단체 사진 찍을 때, 저도 그 사이에 있었어요.”
“진짜요?”
“네…. 사실은 인사드리고 싶어서 쫓아왔어요. 예전에 성국 씨 기사 많이 봤어요. 대한민국 사람으로서 정말 자랑스러웠거든요.”
“그건 김여나 선수한테 제가 드릴 말씀인데요. 대한민국 국민들을 대표해서 정말 감사드리고 싶어요.”
“아, 창피해요.”
김여나는 유쾌한 면이 있었다.
그리고 이 인연을 그냥 둘 수는 없었다.
나는 얼른 김여나에게 핸드폰을 내밀었다.
“이런 제안 어떠실지 모르겠는데요.”
내 말에 김여나가 눈을 초롱초롱 떴다.
“제안이 뭔데요?”
“저희가 한국에도 ‘페이스 노트’ 사업을 본격적으로 진출할 거거든요. 혹시 김여나 선수가 저희 ‘페이스 노트’의 모델이 되어주시면 어떨까 해서요. 에이전시 통해서 연락드려야 했는데, 죄송합니다. 마음이 너무 급해서요.”
“제가 애용하는 ‘페이스 노트’에다가 창업자도 대한민국 분이신데, 전 너무 좋아요. 그래도 우선 에이전시 통해서 연락주세요.”
김여나는 다행히 내 제안에 큰 흥미를 보였다.
“김여나 선수, 저 갈라쇼도 구경 가거든요. 관객석에서 열심히 응원하겠습니다! 김여나 선수, 파이팅하세요!”
나는 파이팅을 외치고 다시 호텔로 향했다.
* * *
마크와 전태국이 심각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김여나 선수랑 같이 사진도 찍고, 연락처도 교환했는데…. 같이 밥 먹자는 이야기는 한마디로 안 하고, 갈라쇼에서 응원하겠다고 파이팅 외치고 돌아섰다고?”
“네, 형.”
전태국이 한심한 눈빛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서당 개, 그건 마치 내가 널 볼 때 하는 눈빛인데….]마크도 이마를 짚었다.
“태국, 내가 말했잖아. 성국이는 분명 뭐가 문제가 있는 거야. 이건 대체 어느 병원에를 가야 하는 거야?”
“마크, 태국이 형. 대체 다들 왜 그러는 건데.”
“아니, 김여나 선수랑 그렇게 만났으면 그 자리에서 밥이라도 먹자고 해야지! 아니, 김여나 선수를 어떻게 그냥 보내?”
“갈라쇼도 하고, 일정도 남았으니 바쁠 거예요.”
[나 나름 배려해준 거라고. 선수들 얼마나 바쁘고, 몸 관리해야 하는데….]나는 두 눈을 끔뻑거렸다.
“아, 두 사람이 김여나 선수랑 밥 먹고 싶은 모양인데요.”
“내 말이! 그걸 이제야 이해한 거야?”
“성국, 미국인인 나도 엄청 같이 밥 먹고 싶다고!”
나는 싱긋 웃으면서 팔짱을 꼈다.
“제가 김여나 선수한테 한국 ‘페이스 노트’ 모델 제안했으니, 앞으로 만날 일은 많아요. 그때 같이 밥 먹어요!”
“대박!”
“전성국, 역시 완전히 바보는 아니구나!”
[그럼, 나 전성국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