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274)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279화(274/576)
제279화
– 밴쿠버 올림픽은 이 단 한 장의 사진으로 설명된다!
– 밴쿠버 올림픽, 영광의 얼굴들이 페이스 노트에 등장!
– 미국 하키팀부터 스노우보드 전설이 될 잔 화이트와 김여나 여왕님까지! 이들을 모두 불러들인 전성국이라는 남자는 누구인가!
다시 돌아온 실리콘밸리는 밴쿠버의 한파에 비해서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온화했다.
그리고 나는 전태국이 한국으로 가고 혼자 지내기로 했던, 아파트를 쭉 둘러봤다.
방 세 개, 욕실 세 개.
아늑한 거실과 주방.
거실에서 보이는 나지막한 실리콘밸리의 전경.
이곳에서 이제 홀로 저녁이면 사색을 하고, 성인이 된 나는 와인도 한 잔쯤 마실 수 있을 것이라 여겼는데….
“으아악!”
전태국은 기지개를 피면서 방에서 나왔다.
“성국아, 커피 마실래?”
“제가 내려놨어요.”
“넌 왜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하고 그러니.”
[시키지도 않은 일이 아니고, 아침에 내가 항상 먼저 일어나니까 어쩔 수 없는 거지!]나는 그저 커피를 마셨다.
언제쯤 나에게 마음의 평화가 찾아올까.
“형, 샌프란시스코 지사는 언제부터 출근해요?”
“한… 2주 있다가. 그 전에 차도 사야 하고… 구씨 가서 양복도 다시 사고… 마크한테 한정판도 가져오고…. 할 일이 너무 많네…. 한 달 후에 출근한다고 할까 봐. 성국아, 넌 회사 바로 출근할 거지?”
“네….”
“참, 네 기사 또 엄청 났더라. 그 사진은 어떻게 찍은 거야?”
“그냥 길 가다가 찍었어요.”
이게 진실이기도 했다.
“암튼 운도 더럽게 좋아. 길 가다가 어떻게 올림픽 영웅들이랑 단체 사진을 찍냐. 거기다 김여나 선수까지. 참, 김여나 선수 한국 ‘페이스 노트’ 모델로 섭외할 거지?”
“올림픽 이제 끝났으니, 서서히 작업 들어가야죠.”
나는 커피를 마저 마셨다.
이제 ‘페이스 노트’의 한국 진출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타이밍이었다.
* * *
‘페이스 노트’ 사옥 회의실.
“미국에서 ‘페이스 노트’의 사용량은 이제 짹짹이를 가파르게 추격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아직 아시아 지역에서는 짹짹이에 비해서 인지도나 사용자 수에서 많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대대적으로 아시아 지역 진출을 위해서 광고를 진행하려고 합니다.”
마크가 번쩍 손을 올렸다.
“모델은 퀸여나가 하는 거 맞죠?”
“에이전시에 이미 접촉했고, 개인적으로 물밑 작업 중입니다.”
샘과 애덤도 들뜬 얼굴이었다.
“성국, 우리도 그 경기 다 봤어요. 완전 여신, 아니 여왕님이시던데요. 아시아 지역 모델로 하면 딱일 것 같아요. 모두에게 사랑받는 선수잖아요.”
“그리고 김여나 선수도 ‘페이스 노트’를 사용 중이거든요.”
나는 자신 있게 대답했다.
“기사도 다 봤어요. 둘이 서로 친구도 되고, 사진도 찍었잖아요!”
나보다 샘과 애덤이 더 들떠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아직 계약서에 도장 찍은 건 아니에요.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광고 모델 섭외하겠다는 겁니다.”
똑. 똑. 똑.
회의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마케팅팀의 에밀리가 들어왔다. 그런데 표정이 좋지 않았다.
“에밀리, 무슨 일 있어요?”
“성국… 김여나 에이전시에 연락했는데요. 지금 짹짹이가 아시아 지역 광고 모델로 김여나랑 접촉 중이래요.”
“뭐라고요?”
나보다 샘이 먼저 놀라서 물었다.
“아무래도 성국이 ‘페이스 노트’에 올린 사진 보고 급하게 섭외에 들어간 거 같아요. ‘페이스 노트’ 대표랑 서로 친구에다가 사진도 찍었는데, 광고 모델은 짹짹이를 한다! 아마, 그들이 노리는 게 이런 거 같아요.”
“에이전시 측에서는 뭐라고 해요?”
“김여나 선수의 의견이 중요하지만, 아시잖아요. 짹짹이가 저희보다 거금을 제시한다거나… 그러면 이게 김여나 선수 혼자 결정하는 문제가 아니라서요. 김여나 선수 부모님이랑 에이전시랑 여러 가지가 얽힌 거잖아요.”
“안 돼!”
마크도 절규했다.
“성국, 우리 꼭 김여나 선수 모델로 해야지!”
“아, 그리고… 이건 제가 개인적으로 입수한 정보인데요.”
모두의 시선이 에밀리에게 향했다.
“짹짹이 대표 잭 더치가 직접 한국으로 갈 예정이라고 해요.”
나는 미간을 구겼다.
[잭 더치, 이 더티한 놈!]잭 더치는 짹짹이의 창립자이자 대표였다.
깡마른 몸에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르고, 취미 생활을 하겠다며 조기 퇴근을 하는 등 괴짜로 통하는 인물이었다.
에밀리는 말을 이었다.
“성국, 짹짹이가 한창 잘나가고 있다가 요즘 미국 내 성장이 주춤한 상황이잖아요. 이제 미국 내 성장은 끝났다고 보는 게 업계의 정설이고요. 그래서 아시아 지역의 성장에 주목한다는 게 업계 이야기예요. 특히 한국은 IT 강국이라 신흥 SNS의 격전지잖아요.”
“에밀리, 좀 더 디테일한 정보 없어요? 김여나랑 만나는 약속을 잡은 거예요?”
“아마, 김여나 선수는 바로 열리는 세계 선수권 때문에 정신없을 거라서 부모 쪽을 공략할 거라는 말이 있어요.”
“흠….”
이제 결단을 내려야 할 순간이었다.
“에밀리, 한국행 티켓 제일 빠른 거로 끊어주세요.”
이때, 마크가 손을 번쩍 들었다.
“성국, 나도 이 기회에 한국 들어갔다 올래.”
“마크, 갑자기 무슨 소리야. 대표 두 명 다 자리를 비우면 곤란하지….”
“아, 그게… 그건 따로 이야기하자.”
마크는 손을 내렸다.
“그럼, 성국. 두 사람 비행기 티켓 예매할까요?”
“잠시만요…. 방금 생각난 사람이 있어요.”
[이럴 때 써먹으라고, 서당 개가 있는 거거든.]나는 얼른 전태국에게 전화를 걸어, 지금의 상황을 설명했다.
내가 아는 서당 개는 심지어 밴쿠버 올림픽 공식 스폰서인 삼전 그룹의 후계자이기도 했다.
– 성국, 짹짹이가 김여나를 광고 모델로 뺏길지도 모른다는 거야?
“잭 더치라고, 짹짹이 대표가 직접 한국으로 가서 김여나를 모델로 잡으려고 하는 것 같아요, 형.”
– 아, 그럼. 우리도 가야지. 박성희 비서 시켜서 가장 빠른 비행기표 예매할게. 퍼스트 클래스는 항상 자리가 있을 거야.
나는 전화를 끊었다.
그런데 약간 뭐가 이상했다.
[우리라고? 그럼, 전태국도 간다는 이야기인가?]* * *
마크와 리미미가 거대한 캐리어를 들고 우리 집으로 들어왔다.
“성국, 특별 휴가 고마워.”
“사장님, 저도요.”
마크가 이번에 한국에 들어가야 하는 이유는 바로 리미미 씨의 부모님 때문이었다.
탈북 후에 리미미가 있는 미국이 아니라 한국에 정착한 리미미의 부모님이 딸이 동거한다는 사실을 얼마 전에 알았고, 그 사실을 알고 당장 동거하는 남자 인사 안 시키면 인연을 끊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리미미 씨, 그럼 그동안 마크랑 동거한다는 사실까지는 모르셨던 거예요?”
“뭐, 제가 코쟁이랑 사귀는 건 아셨는데… 아시잖아요. 북조선 부모들 보수적인 거요.”
“한국 부모님들은 다 마찬가지죠. 암튼 이 기회에 마크랑 인사 잘 드리세요.”
마크는 뭔가 즐거운 듯 헤벌쭉 웃으면서 한국말 인사를 몇 개 늘어놨다.
“안.냥.하…세요. 저는 마아크입니다. 어때? 성국. 나 한국말 완전 잘하지?”
“응. 완전 구려.”
“암튼 저 입에서 칭찬이 나올 리가 없지. 태국이는 같이 안 가는 거야?”
“그럴 리가….”
나는 한숨을 내뱉었다.
“태국이 형, 지금 백화점에 가 있어.”
“백화점은 왜?”
“김여나 선수랑 밥 먹을 때 입고 나갈 옷 산다고….”
나는 시간을 확인했다. 그리고 고개를 저었다.
“마크, 리미미 씨. 그냥 우리끼리 공항 가죠. 태국이 형은 바로 공항으로 오라고 할게요.”
* * *
전태국은 비행기 이륙 전 아슬아슬하게 퍼스트 클래스에 입성했다.
물론 각종 쇼핑백들은 덤이었다.
“형, 한국 가서 사도 되잖아요.”
“한국 가서도 좀 더 사야 해. 생각보다 여기 핏이 딱 내가 원하는 핏이 아니라서. 아시안 핏으로 좀 더 봐야 할 것 같아요.”
“형…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은 모레 저녁 딱 두 시간이라고. 그 시간을 위해서 너무 많은 돈은 쓰지 말아요.”
밴쿠버 올림픽의 스폰서였던 삼전 그룹의 후광으로 김여나 선수와 부모님과 저녁 식사 약속을 겨우 잡을 수 있었다.
공식적으로는 밴쿠버 올림픽 공식 스폰서였던 삼전 그룹과의 저녁 식사였지만, 어쨌든 나는 김여나 선수와 부모님에게 확언을 받아야 하는 자리였다.
긴장감으로 목까지 뻐근했다.
간혹 거물급 광고 모델을 잡기 위해서 저번 생에서도 발로 뛴 적이 있었지만, 오늘처럼 긴장된 것은 처음이었다.
그만큼 ‘페이스 노트’의 한국 진출을 위해서는 김여나가 꼭 필요했다.
“성국아, 와인 마실래? 너도 이제 성인이잖아.”
물론 긴장감을 와인으로 풀고 싶었지만, 나는 꾹 참았다.
서당개한테 술 배웠다가는 개가 될 게 뻔했다.
“형, 저는 아버지한테 술 배울 거예요.”
“그래… 술 배우고 나면 바로 말해. 내가 진탕 먹여줄게.”
“…네.”
그리고 나는 다시 김여나의 자료를 확인했다.
나보다 한 살 연상.
김여나의 성장에는 부모님의 공이 컸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님과 에이전시를 설득하는 것이 이번 광고 모델 섭외의 열쇠였다.
* * *
공항에 내리자마자 마크와 리미미는 인사를 했다.
“성국, 나도 모레 저녁에는 시간 맞춰 갈게.”
“마크, 리미미 씨 부모님께 인사 잘 드려. 선물은 잘 챙겼지?”
“응, 정말 고마워… 난 이런 거 생각도 못 했는데….”
한국의 정서를 모르는 데다가 인간관계는 더 모르는 마크를 대신해서 나는 리미미 씨 부모님에게 드릴 고급 양주와 각종 선물을 따로 챙겼다.
[정말 마크 장가보내기 힘드네….]“사장님, 암튼 인사 잘 드릴 테니까 걱정 마세요.”
“리미미 씨, 마크 잘 부탁해요.”
“사장님이 꼭 마크 장가보내는 것 같네요.”
“비슷한 심정이에요.”
그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뒤에서 마크는 신이 나서 발을 동동 굴렀다.
“성국, 한국은 언제 와도 신나는 거 같아.”
“마크, 네가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제발 두 번 생각하고 말해. 알았지?”
“성국, 그건 내가 하고픈 말이야. 어, 택시 온다!”
마크와 리미미는 택시를 타고 떠났다.
그리고 나는 전태국과 함께 준비된 차량에 올라탔다.
“형… 저 잠실 저희 집에 데려다주세요….”
“응, 안 그래도 가려던 참이었어.”
“형, 설마….”
“설마 너희 집에 머물 거냐고?”
내 눈이 가늘어졌다.
“참, 어이가 없네….”
이번에는 아닌가?
“성국, 당연한 것을 왜 물어! 나에게는 한국 들어오는 날이 곧 명절이잖아. 그리고 공항 뜨기 전에 부모님께 모두 전화드렸어. 너는 왜 한국 가는데, 부모님께 연락도 안 하니?”
[그걸 지금 네가 왜 하냐고?]“형, 형이나 부모님께 그렇게 해봐요.”
“우리 엄마, 아빠는 바쁘셔. 박성희 비서가 그러는데 엄마 또 프랑스 가 있대. 아빠는 김여나 선수랑 밥 먹을 때 보면 되는 거지.”
띠링.
이때, 전태국의 핸드폰 메시지 알림이 울렸다.
전태국은 메시지를 확인하더니 빙긋 웃었다.
“성국아, 아버지가 수육 지금 포장하신대. 어서 가자.”
“형… 우리 부모님이랑 따로 연락도 해요?”
“어… 네가 연락 자주 안 한다고 하도 그러셔서… 내가 자주 상세히 너에 대해서 말씀드리고 있지.”
“뭐라고요?!”
전태국이 빙긋 웃었다.
“부모님을 포섭하는 게 너 포섭하는 거보다 쉬웠거든.”
순간, 전태국을 나는 다시 봤다.
[서당 개, 천재였어?]그리곤 나는 바로 앞에 앉은 박성희 비서에게 부탁을 했다.
“박 비서님, 죄송한데요. 혹시 김여나 선수의 부모님에 대해서 삼전 그룹의 정보력을 이용해서 상세히 조사해 주세요.”
“넵, 바로 조사 들어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