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276)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281화(276/576)
제281화
나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아… 방심하면 안 되겠어.]달칵-
안방 문이 열리면서 마침 엄마가 부스스한 얼굴로 나왔다.
“성국아, 너 아직도 술 마시는 거야?”
“남은 거 마시고 자려고, 엄마.”
“술 처음 배운 녀석이 이렇게 많이 마시면 어떡해! 완전 술고래 되는 거 아니야?”
따악-
동시에 날아오는 엄마의 매서운 손바닥.
“어서 들어가서 자. 근데… 태국 군은 어디 있어?”
“저기….”
나는 복도에 널브러진 전태국을 가리켰다.
“성국아, 태국 씨도 얼른 일으켜서 데리고 들어가. 정말 다들 술을 얼마나 마신 거야….”
“엄마, 내가 치우는 거 도와줄게.”
“됐어… 술 취해서 잔이라도 깨면 위험해. 엄마가 치울 테니까, 넌 들어가서 잠이나 자. 일도 많은 녀석이 술을 얼마나 마신 거야.”
엄마는 내 등을 떠밀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게 싫지 않았다.
엄마에게 떠밀리는 등도, 살짝 오른 취기도….
나는 복도에 널브러진 전태국을 깨웠다.
“형, 여기 복도예요. 여기서 자다가는 입 돌아가요. 우리 집 3월부터는 보일러 안 돌린다고요!”
“뭐어?”
전태국은 눈을 비비더니 일어났다.
“어쩐지… 꿈에서 내가 남극의 얼음 위에서 자고 있었는데… 갑자기 북극곰이 걸어오는 거야.”
“형, 남극이라면서요? 남극에는 펭귄이 살겠죠.”
“성국아, 앞뒤가 맞으면 그게 꿈이겠니?”
“형, 헛소리 그만하고 어서 들어가서 자요.”
나는 전태국의 등을 떠밀었다.
[서당 개가 요즘 점점 똑똑해지고 있는 느낌은 그저 나만의 느낌이겠지?]* * *
북어가 굵직하게 들어간 시원한 엄마표 해장국까지 먹고 나니 정신이 좀 들었다.
“성국아, 한 그릇 더 줄까?”
“괜찮아요.”
“어머니, 저는 더 필요합니다!”
“태국 군이 잘 먹으니 좋네요.”
전태국은 해장국 냄새가 벌떡 일어나더니 벌써 세 그릇째 해장국을 비웠다.
“성국아, 오늘 뭐 할 거야? 난 오늘내일 김여나 선수 만날 때 입을 옷 좀 사려고 하는데….”
“형, 오기 전에도 많이 샀는데… 또 사게요?”
“우리 김여나 선수를 만나는데, 단지 옷 몇 벌만 입어보고 만날 수가 있니? 그건 예의가 아니지….”
“전 오늘 할 일이 있어서요.”
“뭔데? 나도 따라갈까?”
[서당 개는 따라올 데가 아니야. 오늘 쇼핑이나 해.]“형, 저도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해요.”
전태국은 길게 한숨을 쉬었다.
“나는 혼자만의 시간 같은 거 안 필요한데… 박 비서나 너나 다 왜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거니. 나 외롭다고….”
문득 전태국은 민국이를 쳐다봤다.
“민국! 너 옷 안 필요하니?”
“형! 저 옷 너무 필요해요! 엄마, 아빠가 완전 짠돌이라 계절마다 외출복 하나만 사주거든요.”
“민국아, 오늘 형이랑 쇼핑가자. 이 형이 삼전 그룹 후계자 아니겠니… 그 말인즉슨 뭐다?”
“대한민국에서 돈이 제일 많고, 제일 잘 쓰는 사람이다. 형, 그 말이죠?”
“빙고!”
암튼 둘이 죽이 잘 맞아서 다행이었다.
* * *
나는 박성희 비서가 준 주소를 보면서 문래동의 오래된 철공소 골목으로 들어갔다.
이곳이 김여나 선수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철공소가 위치한 곳이었다.
좁은 골목을 들어가고 또 들어가니 그때, 어느 철공소 앞에 걸린 플래카드에 눈을 사로잡았다.
– 김여나 선수의 밴쿠버 올림픽 금메달을 축하합니다!
딱, 봐도 김여나 선수 아버지가 운영하는 철공소였다.
[저기구나!]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키가 크고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남자가 주변을 서성이는 게 보였다.
설마… 잭 더치?
그리고 남자가 뒤돌아보는 순간, 모든 것이 선명해졌다.
잭 더치가 분명했다.
잭 더치는 평소 즐겨 입는 검은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구부정한 자세로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어디라도 숨어야 하나….]하지만 이미 잭 더치가 나를 발견하고 말았다.
“성국!!!”
물론 나와 잭 더치는 초면이다.
하지만 내가 잭 더치의 얼굴을 알 듯, 잭 더치도 내 얼굴을 알았다.
[하아… 정말 원수는 때와 장소를 떠나서 나타나는군.]나는 한숨을 내쉬면서 잭 더치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전성국이라고 합니다.”
“이런… 여기서 이렇게 영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다니… 난 행운아야. 정말 이런 행운이 다 있나.”
[그 행운 오래 안 갈 거니까, 두고 봐.]“성국, 난 잭 더치. 짹짹이 대표 알죠?”
“그럼요.”
잭은 미소를 머금더니 나에게 다짜고짜 물었다.
“성국, 자네는 김여나 선수 아버지가 하시는 철공소 알죠? 한국 사람이니까 나보다 찾기 쉬울 거잖아요.”
“잭… 혼자 온 거예요?”
“당연하죠. 난 수행원들이 영 귀찮거든요.”
“그럼, 혼자 찾아보세요.”
잭이 유쾌하게 웃었다.
“성국, 이러기야. 우리 페어플레이 하자고.”
[페이플레이는 본인이 알아서 찾아가는 거지. 내가 알려주면 그게 페어플레이겠어?]나는 입을 꽉 다물고 괜히 딴 길로 걸어갔다.
눈앞에 김여나 선수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철공소를 잭 더치의 입에 그냥 집어넣을 수 없었다.
잭 더치는 처음엔 나를 슬쩍 따라오더니, 내가 좁다란 골목 안으로 들어가자 멈춰 서서 핸드폰으로 위치를 살피는 것 같았다.
[안 되겠는데….]이 좁은 골목에서 어차피 잭 더치를 따돌리기는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나는 얼른 잭 더치에게 다시 돌아갔다. 그리고 손을 내밀었다.
“잭, 잭이 말한 페어플레이. 해볼까요?”
“성국, 난 이미 마음의 준비가 됐어요.”
잭은 내 손을 잡았다.
“내가 김여나 선수 아버지의 철공소를 알려주면, 당신은 나한테 뭘 해줄 건가요? 하나를 줬으면 하나를 받아야 페어플레이라고 할 수 있죠.”
“역시 소문대로 뭐 하나 손해 보는 장사는 안 하는군요, 성국은. 좋아요. 김여나 선수 아버지의 가게를 알려주면, 나는 다른 거 하나를 주죠.”
“그 다른 거 먼저 주셔야죠.”
“그건 만난 다음에 줄게요.”
“전 외상 거래는 안 하는데요.”
잭 더치가 유쾌하게 웃었다.
잭 더치의 유쾌한 이 웃음은 속내를 숨기기 위한 제스처일 뿐이었다.
“알았어요. 이건 정말 유용한 정보인데… 성국, 김여나 아버지요. 손에 뭐 들고 오는 사람은 상대도 안 한대요.”
뭐라고?
잭 더치는 빈손을 자랑스럽게 들어 보였다.
그리고는 내 손에 들린 커다란 쇼핑백을 쳐다봤다.
“성국, 내가 달리 빈손이겠어요. 김여나 선수를 잡으려고 왔는데…. 내가 접촉한 한국 에이전시에서 그러더라고요. 김여나 선수도 훌륭하지만, 그 부모님은 더 훌륭하시다고요.”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잭, 한번 가서 부딪쳐보죠. 이건 뇌물이 아니거든요.”
“그럴까요, 과연?”
잭 더치는 만면에 미소를 지었다.
“근데… 김여나 선수 아버지 철공소는 어디에요?”
“바로 여기요.”
나는 플래카드가 걸린 철공소를 가리켰다.
잭은 황당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거의 다 왔는데! 성국, 너무한 거 아니에요? 코앞에 두고 헤매는 나한테 이것도 못 알려줘요?”
“잭, 이제부터 페어플레이해봐요. 서로 비슷하게 주고받은 거 같으니까.”
그리고 나는 재빨리 뒤돌아 김여나 선수 아버지의 철공소로 직진했다.
* * *
“안녕하세요!”
나는 한국어로 우렁차게 인사하며 김여나 선수의 아버지 철공소 안으로 들어갔다.
뒤이어 잭 더치도 지지 않고 어색한 한국어로 인사를 하며 들어왔다.
“안…냥…하세요!”
직원으로 보이는 남자 몇이 우리를 보더니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 그중에 한 남자가 우리를 맞았다.
“어떻게 오셨나요?”
[역시 피는 물보다 진하군….]나는 한눈에 김여나 선수의 아버지를 알아봤다.
“안녕하세요, ‘페이스 노트’의 대표 전성국이라고 합니다. 김여나 선수 아버님 되시죠?”
“아… 그런데요…. 무슨 일이신가요?”
나는 얼른 잭 더치도 소개했다.
“여기는 잭 더치 씨라고 합니다. 짹짹이라는 SNS 대표세요.”
“두 분, 일행이신가요?”
김여나 선수 아버지는 우리를 번갈아 봤다.
“아닙니다. 사실 저희는 경쟁자거든요.”
“네에?”
나의 솔직한 대답에 김여나 선수 아버지는 놀란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김여나 아버지가 그렇게 싫어한다는 뇌물도 내밀었다.
“저… 이건 뇌물이거든요.”
그리고 아주 대놓고 뇌물이라고도 뻔뻔하게 말했다.
“아… 잠깐만요. 무슨 일로 오셨는지 모르겠지만요. 이런 건 저는 안 받습니다.”
나는 빙긋 웃으면서 대답했다.
“혹시 <원아저씨 보쌈>이라고 들어보셨어요?”
“아, 네. 보쌈집이잖아요, 거기.”
이때, 뒤에서 작업복을 입고 있는 중년의 남자들이 <원아저씨 보쌈>에 반응했다.
“그 집 완전 맛집이잖아. 사장이 고아원 출신인데, 바닥부터 자수성가한 사람이잖아.”
“맞아! 나도 예전에 잠실까지 가서 먹은 집이라니까.”
“참… 그 집 아들도 대단한 사람이라고 하던데….”
그리고 모두의 시선이 내게 집중됐다.
[그 대단한 아들, 그게 바로 접니다.]나는 미소를 머금고 다시 인사를 했다.
“아버님, 이거 뇌물 아니고요. 저희 아버지 보쌈집 하세요. 그러니까 그냥 맛보시라고 가져온 겁니다. 성의로 봐주세요.”
“하아… 이걸 어쩌지.”
“김 사장! 맛집 보쌈 좀 먹자. 그거 얼마 안 하잖아.”
그리고 나는 말을 덧붙였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제가 딱 한 시간 전에 바로 삶은 고기 건져서 바로 포장해온 보쌈입니다. 이 보쌈은 이 집 아들 아니면 맛도 못 보는 거라고요.”
“김 사장! 마음에 걸리면 돈을 줘!”
뒤에서는 계속 독촉했다.
김여나 선수 아버님은 난감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김여나 선수가 대한민국을 빛냈잖아요. 저희 아버지도 너무 기쁘셔서 이건 정말 아무 대가 없는 보쌈입니다. 동료분들과 그냥 맛있게만 드셔주세요.”
“하아… 어쩔 수 없네요.”
김여나 선수 아버님은 보쌈을 받아서 동료들에게 건넸다.
“이거 우선 먹고 있어. 난 이분들이랑 이야기 좀 해야 할 것 같아.”
“우리는 먹고 있을 테니, 오래오래 이야기하고 오게!”
* * *
근처 작은 골목의 카페에서 나와 잭 더치는 김여나 선수의 아버지와 마주 앉았다.
“이렇게 찾아들 오셔서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
나는 지금의 상황에 대해서 짧게 이야기했다.
“아시다시피 지금 미국은 각종 SNS의 격전장이거든요. 그 SNS들이 이제 아시아에 시선을 돌리고 있고요. 잭이 창업한 짹짹이와 제가 창업한 ‘페이스 노트’가 모두 한국 시장을 공략하면서 김여나 선수를 모델로 삼고 싶어서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잭인지 이분은… 한국말도 못 하시면서 어떻게 혼자 오셨나요?”
내가 김여나 선수 아버지의 말을 통역하자, 잭이 빙긋 웃었다.
“이틀 후에 저랑 김여나 선수랑 미팅하기로 돼 있거든요. 미리 인사드리는 게 예의라고 생각했고, 말은 안 통해도 진심은 통한다고 믿거든요.”
그리고 나는 가감 없이 이 말도 그대로 통역했다.
[잭, 페어플레이? 그거 해보자고.]“암튼 두 분 다 저 찾아오신 건 감사하지만 소용없어요. 저는 그저 묵묵히 우리 여나 뒷바라지할 뿐이라서요.”
나는 준비한 자료를 하나 김여나 아버지에게 내밀었다.
“이게 뭔가요?”
“‘페이스 노트’ 사용자와 짹짹이 사용자의 미국 내 최근 증가량을 나타난 표와 자료들입니다. 김여나 선수는 이미 ‘페이스 노트’ 사용하고 있거든요.”
“아… 우리 여나랑 사진 찍은…? 그 친구 맞죠?”
“네, 아버님.”
“우리 여나가 정말 대단한 대한민국 사람이라고 칭찬 엄청하더라고요.”
그때,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잭 더치가 끼어들었다.
“아버님… 김여나 선수 짹짹이도 쓰잖아요.”
하지만 ‘페이스 노트’ 사용량에 비해서 미비했다.
나는 이 말도 고대로 전했다.
“그래서 두 분 다 우리 여나를 모델로 쓰고 싶어서 찾아오신 거죠?”
나는 잭 더치에게 이 말을 통역했고, 나와 잭 더치는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김여나 선수 아버지는 잠시 미소를 짓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두 분이 왜 찾아오셨는지, 충분히 알겠습니다. 하지만 광고 같은 건 제 의견보다는 여나 의견과 이미지를 고려해서 결정하는 편이에요. 그러니까 이렇게 오신 거 감사하지만, 두 분 다 헛수고세요. 그럼, 저는 가보겠습니다.”
그렇게 김여나 선수 아버지는 허무하게 카페를 나가 버렸다.
[잠깐… 나, 설마… 실패한 건가?]만약 김여나 선수를 ‘페이스 노트’의 모델로 잡지 못한다면, 나는 이번 생의 가장 쓴 고배는 마시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