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277)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282화(277/576)
제282화
[실패라니. 말도 안 돼.]잠시지만 나와 잭은 멍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봤다.
그리고 누가 먼저 이야기를 꺼낼지, 타이밍을 보는 차에 나는 먼저 말을 꺼냈다.
상대의 수가 궁금했다.
“잭, 이제 짹짹이의 다음 스텝은 뭐예요?”
“글쎄, 난 결과에 연연하지는 않는 편이라서요. 성국…. 그냥 이 과정이 무척 즐거웠고, 내가 만약 김여나를 놓친다고 해도 그건 어쩔 수 없는 거죠. 그 반대로 마찬가지고요. 성국, 안 그래요?”
“…….”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잭이 내 어깨를 토닥였다.
“성국은 언제나 이기잖아요. 나도 예전에는 그랬거든요. 지는 법이 없었어요. 그리고 항상 1등이었고요. 근데, 살아보니까 져야 하는 순간이 생기더라고요. 성국도 언제까지 이길 순 없으니까, 지는 연습을 해둬요.”
“…….”
나는 말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잭 더치도 조용히 카페를 빠져나갔다.
[잭, 당신은 이제부터 질 일만 있지만… 미안하지만, 난 아니야.]이때, 카페 종업원이 오더니 내 앞에 종이 하나를 내밀었다.
[한국에서도 날 다 알아보네….]나는 종업원을 바라보며 빙긋 웃었다.
“사인해 드릴까요?”
종업원은 살짝 당황하더니 이내 대답했다.
“우선 카드를 주셔야죠.”
“네에?”
“계산이요. 카드 주시고 사인하셔야죠.”
잠깐만!
“아무도 계산을 안 하고 갔어요?”
“아, 네….”
나는 이를 꽉 물고 카드를 꺼냈다.
그리고 잭 더치가 먹은 팥빙수를 쳐다봤다.
[혼자 제일 비싼 거 처먹다니! 용서 못 해! 잭 더치!]* * *
김여나 아버님을 만나고 난 뒤로 솔직히 긴장됐다.
전태국이 우리 부모님을 포섭한 것을 보고 따라 해 본 것인데, 김여나 부모님은 이런 얄팍한 수에 넘어오시는 분들이 아니었다.
[내가 설마 실수한 건가….]조금 초조했다.
“아들 무슨 일 있어?”
나 때문에 일찍 퇴근한 아빠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너 오늘 중요한 사람 만난다고 특별히 갓 나온 보쌈까지 바리바리 싸 들고 갔잖아. 그 일이 잘 안 풀린 거야?”
“잘 모르겠어…, 아빠.”
“무슨 일인데?”
“그게….”
[이런 일은 털어놔도 될까…]나는 일에 대한 일은 여태까지 단 한 번도 가족에게 털어놓거나 상의해본 적도 없다.
그저 내 판단에 의해서 결정하고 움직였다.
그래도 언제나 나는 옳은 판단을 했다.
왜냐하면 난 미래를 살다 왔으니까!
하지만 이번 경우에는 머리가 복잡했다. 가족이 연관된 일은 나에게 여전히 어려웠다.
이때, 아빠가 냉장고에서 차가운 소주를 꺼냈다.
“성국아, 한잔하면서 이야기하자….”
[아, 술 위험한데… 어제처럼 속내를 주저리주저리 떠들지 모르는데….]하지만 이미 목으로 침이 꿀꺽 넘어갔다.
아빠는 능숙하게 골뱅이 캔을 따더니 골뱅이 소면도 만들었다.
“성국아, 이거 너 아기 때 엄마랑 아빠랑 진짜 자주 만들어 먹던 거야. 우리가 이거 먹으면서 이야기 나누고 있으면 네가 눈을 땡그랗게 뜨고 쳐다보는 거야.”
[아빠, 다 기억난다고. 그땐 내 입맛에 그런 저급한 음식은 안 맞았지만….]지금은 입안에 침이 고였다.
어서 한 입 먹고 싶었다.
아빠는 곧 삶은 소면까지 양념에 슥슥 비비더니 그릇에 담아냈다.
그러곤 곧 차가운 소주를 내 잔에 따랐다.
“근데 아빠… 오늘 집이 왜 이렇게 조용해요?”
“응, 태국 군이 가족들 다 데리고 삼전호텔에 짜장면 먹으러 갔어. 민국이랑 지희랑 아주 신이 나서 따라갔어. 태군 군이 참 우리 가족들을 잘 챙겨.”
[의리 없는 것들… 내가 삼전호텔 짜장면 얼마나 좋아하는데….]아빠는 나를 지그시 쳐다봤다.
“다 나가서 또 우리 성국이랑 단둘이 이렇게 한잔하는 시간도 생기고 좋네. 어제는 가족들도 다 있고… 태국 군도 있고…. 우리 아들이랑 둘이 한잔하고 싶었거든. 이 아빠는.”
“아빠, 태국이 형 불편하면 앞으로 오지 말라고 할게요.”
“아니야. 태국 군이 지희나 민국이도 다 이뻐해 주고, 너한테도 많이 도움 주잖아.”
[아빠, 전태국은 내가 거의 키우는 수준이야….]나는 아빠의 잔에 소주를 따랐다.
“암튼 아들이랑 이렇게 가끔 오붓한 시간도 필요하단 말이었어.”
“응, 아빠….”
“자… 성국아, 아빠한테 고민되는 일 뭐든 털어나 봐. 아빠가 많이 배우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사회생활 오래 했고… 우리 성국이 고민이라면 뭐든 들어줄 준비가 되어 있어.”
“아니야, 아빠. 아빠, 우리 짠 하고 소주 원샷할까?”
“이 녀석이 어디서 그런 건 배운 거야?”
“어릴 적에 엄마랑 아빠랑 원샷했던 기억이 나.”
“암튼 머리 좋은 우리 성국이 못 당하겠어.”
[아빠… 나 사실은… 머리 나빠….]갑자기 서러움이 밀려왔다.
[어떻게 내가 전민국보다 머리가 나쁠 수 있단 말이야!]아빠는 얼른 잔을 부딪쳤다.
“자, 성국아. 원샷은 아빠 앞에서만 하고… 사람들하고는 천천히 마셔. 알았지?”
“응!”
나는 그대로 소주를 원샷했다.
[캬아- 저번 생에서는 쳐다보지도 않았던 소주인데… 이게 이렇게 달았나….]* * *
“아빠… 그러니까. 잭 더치인가 뭔가가 김여나 섭외하려고 한국까지 날아온 거야. 그래서 내가… 아빠 보쌈 사서 김여나 아버지가 한다는 철공소까지 간 거거든.”
“아이고, 우리 아들이 그래서 새벽까지 나와서 보쌈 들고 거기까지 갔어?”
“응. 나 엄청 힘들었어!”
“누가 우리 아들을 이렇게 힘들게 하는 거야! 아빠한테 다 말해! 아빠가 다 해결해줄게! 어?!”
그 순간, 세상 무엇보다 든든한 지원군이 생긴 것 같았다.
“아빠, 나 이번에 실패하면 어떻게 하지?”
아빠가 진지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성국아, 실패해도 괜찮아. 실패는 사람을 더 단단해지게 만들 거든. 그리고 우리 아들 뭘 해도 가족들은 언제나 성국이를 믿는다는 것만 잊지 마라.”
“아빠….”
나는 가슴이 벅차올랐다.
이때,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엄마와 지희 민국이 그리고 전태국이 들어섰다.
“자기야….”
엄마는 놀라서 할 말을 잊고 말았다.
테이블 위에 소주 다섯 병이 놓여있었기 때문이다.
“엄마, 오빠랑 아빠가 술을 얼마나 마신 거야?”
지희가 다다다 뛰어오더니 나와 아빠를 번갈아 봤다.
엄마는 얼른 전태국에게 부탁을 했다.
“태국 군, 나 애들 좀 재울게요. 저 두 사람 좀 말려줘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어머님!”
그리고 전태국은 바로 우리의 술자리에 합류했다.
* * *
30분 후.
“아버니임! 이 소주가 원래 이렇게 맛있는 겁니까?”
“태국 군, 소주 안 먹어 봤어요?”
“아버님, 제가 대한민국에서 제일 돈 많은 삼전 그룹의 후계자 아닙니까. 그냥 몇 번 입에 대본 적은 있었는데, 그냥 제 취향이 아니어서 안 마셨는데… 아버님이 비비신 골뱅이랑 먹으니 이거 대꿀맛있데요. 참, 아버님. 저 골뱅이무침 처음 먹습니다. 이렇게 서민 음식이 맛있는데, 우리 엄마는 입에도 못 대게 한 것일까요?!”
전태국은 술에 취해 아빠를 찬양하고 있었다.
달칵-
이때, 안방 문이 열리더니 엄마가 나왔다.
엄마의 얼굴은 이미 매섭게 변해 있었다.
“전성국 아버지 전지성 씨, 지금 당장 일어나서 샤워 안 하면 내일부터 집 비번 바꿔버릴 거야!”
“소영아….”
아빠가 애절하게 엄마의 이름을 불렀다.
“내 이름 부르지도 말고, 어서 일어나!”
“어, 알았어!”
아빠는 우사인 볼트보다 빠르게 안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태국 군, 지금 당장 자리에서 성국이 데리고 안 일어나면 앞으로 우리 집 출입 금지예요!”
“그건 안 되죠, 어머님!”
전태국은 술에 취해 휘청거리는 나를 일으켜 세웠다.
“성국아, 정신 차려! 방에 가서 자자. 너희 집 3월에는 보일러 안 틀잖아. 이러다 입 돌아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전성국!”
“네! 엄마!”
나는 거수경례까지 했다.
“얼씨구… 혼자 보기 아깝네. 전성국, 너는 앞으로 한국 들어오면 무조건 금주야. 알았어?”
“네! 엄마!”
나는 술김에 대답하고는 전태국에게 질질질 끌려서 방으로 들어갔다.
* * *
다음 날 아침.
속은 시끄러웠고, 머리는 망치로 맞은 듯 아팠다.
그리고 내 기억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태국이 형, 어제 제가 뭐라고 했어요?”
“성국아, 너 전혀 기억 안 나?”
“아빠랑 소주 다섯 병 먹고… 엄마가 들어와서 호통친 게 흐릿하게 기억나긴 하거든요.”
내 인생 최대의 굴욕이었다.
어젯밤 일들이 마치 뿌연 필터를 친 듯 흐릿했다.
“사실은 나도… 자리에 앉자마자 소주를 막 원샷해서 기억이 흐릿하긴 한데… 그건 똑똑히 기억나. 너희 어머님이 너 데리고 당장 방으로 안 들어가면 너희 집 출입 금지라고 한 거….”
[아쉽네. 서당 개 쫓아버릴 수 있었는데….]“그리고 너… 한국에 들어오면 이제부터 술 마시지 말라고도 엄마가 그랬어. 그리고 넌 알겠다고 대답했고….”
나는 머리털을 부여잡았다.
도대체 어제 내가 무슨 말을 한 거지?
아빠와 골뱅이 소면에 소주 한잔한다는 것이 어느새 두 병이 되고, 세 병이 되고… 그러다 김여나 아버지 만난 이야기까지 흘러나온 것 같았다.
아빠도 많이 취했으니 제발 기억 못 했으면 바랄 뿐이었다.
[저번 생에서도 이렇게 편하게 술을 마신 적은 없었는데.]그래서 아무래도 오버를 한 모양이었다.
전태국이 방문을 열어 밖을 빼꼼 내다봤다.
“성국아, 어머님 오늘 완전 저기압이야. 아버님은 아침도 못 먹고 출근하셨어. 우리 조용히 옷 입고 삼전 호텔 가서 해장하자. 거기서 오늘 저녁에 김여나 선수 만나기로 했잖아.”
“그래요, 형.”
나는 괜히 목소리까지 줄였다.
* * *
삼전 호텔 스위트룸.
해장을 마친 나는 초조하게 시간을 확인했다.
잭 더치는 김여나 측과 어떤 접촉을 시도했을까… 분명 내일 정식으로 만난다고 했는데…
온갖 생각이 머릿속을 헤집고 다녔다.
곧 박성희 비서가 저녁에 입을 옷을 준비해서 들어왔다.
“도련님이 특별히 주문하신 구씨 한정판 슈트입니다. 성국 군 사이즈도 있으니까, 이거 입으세요.”
“감사해요, 제 것까지.”
“별말씀을요.”
나는 박성희 비서가 가지고 온 구씨의 슈트를 입었다.
넥타이를 매고, 거울을 바라봤다.
얼굴이 말이 아니었다.
왠지 김여나 선수를 잭 더치에게 빼앗길 것 같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만약 이번에 진다면… 어쩌면 내 인생 최초의 실패일지도 몰랐다.
그래도 나는 최대한 어깨를 펴고, 넥타이를 다시 매만졌다.
[져도 최선은 다해보자, 전성국!]* * *
중식당의 문이 열렸다.
이미 예약된 식당 내부에는 전재형 회장과 김여나 선수 어머니가 함께였다.
나와 전태국은 깍듯하게 인사를 했다.
전재형 회장이 나와 전태국을 자연스레 소개했다.
“이쪽은 제 아들이자 삼전 그룹의 후계자인 전태국이라고 합니다. 얼마 전에 대학을 졸업하고, 삼전 그룹 샌프란시스코 법인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김여나와 그녀의 어머니는 전태국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이제 내 차례였다.
전재형 회장은 나를 있는 그대로 소개했다.
“이쪽은 미국에서 ‘페이스 노트’라는 젊은이들이 사용하는 SNS를 만들었고, 그 회사와 너튜브 동시에 대표로 있는 전성국 군이라고 합니다. 여나 씨는 이미 아시죠?”
“네, 밴쿠버 올림픽 때 사진도 같이 찍었어요. ‘페이스 노트’ 친구이기도 하고요.”
나는 최대한 빙긋 웃으며 김여나 선수에게 인사를 했다.
“김여나 양, 오랜만이에요.”
“성국 씨, 우리 본 거 불과 몇 주 전이잖아요. 잘 지냈죠?”
“그럼요.”
[사실은 당신 때문에 못 지냈어….]나는 의기소침함을 숨기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자, 이제 앉아서 식사하죠. 저희 삼전 호텔 중식당 요리가 아주 유명하거든요. 오늘은 특별히 셰프가 김여나 선수를 위해 저칼로리 중식 요리로 구성했다고 합니다.”
이제 세계선수권 대회까지 마치고 홀가분해진 김여나는 요리가 나올 때마다 짧은 감탄을 하면서 잘 먹었다.
요리를 먹는 사이사이 이야기는 계속됐지만, 그저 겉도는 이야기들뿐이었다.
[언제 김여나 어머니를 공략하지?]내가 공략 타이밍을 노리고 있을 때, 김여나 어머니가 먼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성국 군 이야기 여나한테 듣고 감탄했어요. 그 어린 나이에 미국에 홀로 가서 공부하고, 회사도 세운 거라면서요? 정말 대단해요.”
“네. 하지만 전 저보다 김여나 선수가 더 대단한 것 같은데요. 피겨 불모지인 우리나라에서 이런 선수가 나올 것이라는 거 아무도 예상할 수도 없었잖아요.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꿔준 신화 같은 존재죠.”
“어쩜 말도 이렇게 잘해요.”
김여나 어머님은 나에 대해서 호감을 표시했다.
딸 또래의 잘 성장한 다른 집안의 아들에 대한 호감이었다.
“참… 여나 아버지도 만났다면서요?”
“아, 네…. 그런데 제가 실수를 한 것 같습니다. 짹짹이보다 앞서서 김여나 선수를 ‘페이스 노트’ 모델로 모시고 싶어서 마음이 좀 앞선 것 같아요.”
내 말에 김여나 선수와 어머니가 빙긋 웃는 게 보였다.
왜 웃지?
“사실은… 오늘 아침에 성국 군 아버지께서 남편 철공소 찾아오셨다고 하더라고요.”
“네에?”
금시초문이었다.
아빠가 오늘 다른 날과 달리 일찍 출근하는 느낌이긴 했지만, 김여나 선수 아버님을 만나러 갈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성국 군, 성국 군 아버지가 여나 아버지 찾아와서 아들이 어제 여나 아버님 만나고 많이 힘들어했다면서… 그간의 이야기를 많이 했나 봐요. 천재 아들 키우면서 못난 아버지일 때도 있었고, 부족한 부모가 성국 군 앞길을 막는 것 같아서 아비 자격 없는 것 같았다고….”
[아빠….]“그런데 이번에 아들이 김여나 선수 모델로 꼭 데려오고 싶은데, 잘 안 될 것 같아서 아들이 많이 우울해 한다고… 아들이 이런 모습 보인 거 처음이라면서 여나 아버지랑 이야기 많이 했나 봐요. 우리 남편도 여나 키우면서 성국 군 아버지랑 똑같은 마음이었고요. 두 사람이 천재 아들과 천재 딸을 키우는 동병상련. 뭐, 그런 감정을 나눴나 보더라고요.”
이때, 김여나가 나를 보며 빙긋 웃었다.
“성국 씨, 전 ‘페이스 노트’ 열혈 사용자인데, 왜 짹짹이 광고를 하겠어요?”
“여나씨, 그 말은… 저희랑 계약하시겠다는 거죠?”
“그럼요!”
김여나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