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279)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284화(279/576)
제284화
나는 세수를 하고 나와서 겉옷을 챙겼다.
“엄마, 아무래도 마크한테 가봐야 할 것 같아.”
“무슨 일 있어?”
“마크가 리미미 씨 부모님께 큰 실수를 했다는데, 도대체 뭔지 모르겠어. 아마 의사소통에 좀 문제가 있었던 것 같아.”
“미미 씨, 영어 잘하잖아.”
“잘하는데. 마크가 좀 독특한 면이 있거든. 그것까지 잘 설명했는지는 모르겠어.”
내가 나가려고 하자 엄마는 목 뒷덜미를 잡았다.
“아들, 엄마가 끓인 해장국 먹고 가야지. 마크 일도 마크 일인데, 엄마는 네 빈속이 더 걱정이야. 알지?”
[그럼, 알지!]나는 엄마가 차려준 해장국을 마시듯 먹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엄마, 다녀올게.”
“오늘은 술 마시지 말고 들어와. 알았지?”
“응!”
* * *
성국이 나가고 난 뒤 성국의 엄마는 성국이 아빠를 깨우러 안방에 들어갔다.
정말 오랜만에 곤한 잠을 자고 있는 성국의 아빠였다.
“성국이 아빠, 좀 일어나봐.”
“으어. 성국이는?”
“성국이는 아침 먹고, 마크 때문에 나갔어.”
“벌써?”
“응.”
“역시 젊으니 좋네. 술을 그렇게 마시고도 괜찮고.”
성국이 엄마는 성국이 아빠 등을 한 대 매섭게 내려쳤다. 따악- 소리가 났다.
“소영아, 아파. 살살 좀 해라.”
“아프라고 때리지! 성국이 데리고 며칠째 술을 그렇게 마시면 어떻게 해. 성국이도 성국인데, 당신도 매일 일해야 하잖아. 당신도 이제 나이 마흔이 넘었다고요. 어릴 적이랑은 달라.”
“알지. 근데 성국이랑 이 술 저 술 다 마시면서 가르쳐주고 싶어서 그랬어. 그래야 어디 가서 실수 안 하지.”
“정말 못 말려. 이제 다 마셨어?”
“아니야, 아직 막걸리랑 소맥 남았어.”
따악- 성국이 엄마는 다시 성국이 아빠 등을 때렸다.
“그만해, 좀.”
“아들 이러려고 키웠지. 근데 소영아. 넌 말이야. 성국이가 우리 아들인 게 믿겨져?”
“갑자기 무슨 소리야.”
성국이 아빠는 성국이 엄마의 허리를 꼭 껴안았다.
“어떻게 우리한테서 저렇게 똑똑하고, 의젓하고… 대단한 녀석이 나온 걸까. 안 그래?”
“성국이 아빠, 난 성국이 자랄수록 당신 닮아가는 것 같은데.”
“나를? 말도 안 돼. 나 저 나이 때, 사회 원망만 하고…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것도 없었잖아. 지금 성국이랑은 완전히 다르지.”
“무슨 소리야? 그때 내가 봤을 때 성국이 아빠 정말 멋있었어. 어려운 환경에 좌절해서 나쁜 길로 빠지는 친구들도 많았잖아. 그런데… 성국이 아빠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도 찾고, 어떻게든 스스로 일어서려고 했잖아. 만약 성국이 아빠가 좀 더 좋은 환경에서 태어났다면 아마 더 크게 됐을 거야.”
“성국이만큼?”
“그건 아니지. 우리 성국이는 천재잖아.”
성국이 엄마가 피식 웃자, 성국이 아빠가 성국이 엄마를 와락 안았다.
“소영아, 우리… 넷째도 태어나면 성국이 같이 천재일까?”
“무슨 소리야, 징그럽게.”
달칵.
이때, 노크도 없이 안방 문이 열렸다.
“엄마, 아빠. 뭐 해?”
민국이었다.
“어, 아무것도 아니야.”
“엄마, 아빠… 내가 말해두는데, 난 위로 형 한 명. 아래도 동생 한 명이면 족해. 잘난 척하는 두 사람 때문에 중간에 끼여서 이미 벅차니까, 앞으로 서로 1미터 이상 떨어져 있기를 바래.”
쾅, 민국이는 문을 소리 나게 닫고 나갔다.
* * *
리미미의 부모님이 계시는 곳은 신림 부근의 작은 아파트였다.
리미미가 착실하게 돈을 모아서 마련해준 보금자리였다.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마크가 쭈그리고 앉아 있는 게 보였다.
아마도 지금의 마크를 누군가 본다면 ‘페이스 노트’의 대표이자, 미래 갑부라는 사실을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
마크는 나를 보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성국!”
“마크, 대체 무슨 일이야? 여기는 왜 나와 있는 거야? 설마 쫓겨난 거야?”
“쫓겨난 건 아닌데, 집안 분위기가 너무 어색해서 나와 있는 거야.”
“마크 도대체 무슨 실수를 한 거야?”
“성국, 우선 좀 걷자.”
“그래.”
마크는 좁은 어깨를 더 웅크리며 걸었다.
몇 분을 말없이 걷더니 드디어 입을 열었다.
“성국, 내 이야기 잘 듣고 내가 뭐가 심했는지 알려줘.”
“응, 어서 말해 봐.”
“미미랑 인사하고 첫날도 즐거웠고, 둘째 날도 즐거웠고, 다 즐거웠거든. 그런데 어제 미미 어머님이 그래서 둘이 언제 결혼할 거냐고 묻는 거야. 그래서 난 우리 회사 상장하면 결혼하기로 성국이랑 약속했다고 했거든. 그랬더니 화를 내시는 거야. 두 사람이 결혼하는 문제를 어떻게 남의 손에 맡기냐고.”
이해가 되는 반응이기는 했다.
“마크, 그런 건 분위기 봐서 적당히 말했어야지.”
“그런 거야? 난 잘 몰라서. 미미가 동거하는 사이니까 결혼 이야기 분명 꺼내실 거다. 그러니까 답 잘 생각하고 있으라 주의를 주긴 했거든.”
“리미미 씨가 잘못했네. 너한테는 답까지 알려줬어야지.”
“내 말이… 내가 그래서 미미한테, 성국이랑 그러기로 한 거 알지 않냐. 그리고 미미 씨도 동의한 부분 아니냐고 그랬더니. 그건 미국에서 우리끼리 하는 말이고. 그냥 대충 자리 잡히면 바로 하겠다고 답했어야지! 이러면서 소리를 치는 거야.”
“그래서 아침부터 아까 거기 쭈그리고 있던 거야?”
“응. 성국….”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김여나 갔더니 이제 마크가 왔다.
“마크, 내가 뭘 어떻게 하면 될까? 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들어가서 이야기하면 더 난리 날 것 같은데. 안 그래?”
“성국, 뭔가 해답이 없을까?”
“어려운 문제네.”
마크가 이미 물을 엎질렀다.
동거까지 하는 사이인데, 아마 리미미 씨 부모님은 결혼에 대한 확답을 듣고 싶으셨을 것이다.
상장 후에 결혼한다는 것은 리미미 씨 부모님의 입장에서는 너무 불확실한 이야기였다. 거기다 그걸 본인이나 리미미 둘이 정한 것도 아니고 나랑 정했다고 하니, 화가 나실 만도 했다.
[2년 후에 ‘페이스 노트’ 상장하면 마크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 10위 안에 들 텐데.]하지만 이걸 아는 사람은 나뿐이었다.
“마크, 리미미 씨 부모님 한번 만나보자.”
“해답이 있어?”
“마크, 내가 해답이야.”
“무슨 소리야?”
“대한민국 어르신들 중에 나 싫어하는 사람 없거든.”
마크는 고개를 갸웃했다.
단, 리미미의 부모님이 <다섯 남자와 아기 바구니>를 봤다는 전제하에서.
* * *
초인종이 울리자, 문이 달칵 열리면서 리미미가 얼굴을 내밀었다.
“사장님?”
“리미미 씨, 마크한테 사정은 다 들었어요.”
“마크가 사장님한테 SOS까지 친 거예요?”
“이야기 들어보니 불확실한 미래와 거기다 나와의 약속까지. 좀 복합적인 문제인 것 같아서요.”
“아무튼 들어오세요. 두 분 좀 전에 약수터 가셨어요. 곧 오실 거예요.”
나는 리미미 부모님 댁으로 들어갔다.
리미미 씨의 부모님 댁은 대한민국의 국민 평수라 불리는 32평 구조의 아파트였다.
세련된 가구도 하나 없고, 소박한 모습이었다.
“여기가 리미미 씨가 사드린 집이군요.”
“네, 이 집 제가 장만해 드렸을 때, 부모님이 엄청 기뻐하셨어요. 거기다 내가 동거하는 남자가 나를 고용한 회사의 대표라는 사실을 아시고는 정말 좋아하셨거든요. 결국, 마크가 이 집을 사준 데 도움을 준 것도 사실이잖아요.”
“근데 마크가 도대체 말을 어떻게 했기에 부모님도 화나고, 리미미 씨도 화가 난 거예요?”
“흠… 마크가 어디까지 이야기했어요?”
“결혼 이야기를 물어서 회사 상장되면 결혼하기로 성국과 약속했다고요.”
“거기까지만 이야기했어요?”
아무래도 마크가 빠트린 이야기가 있는 모양이었다.
“네, 전 거기까지만 들었어요.”
리미미는 아직도 현관에 삐죽거리며 선 마크를 쳐다보곤 길게 한숨을 내뱉었다.
“하아….”
“미미, 미안해.”
“마크도 이리 와.”
“알았어.”
마크는 쭈뼛거리면서 자리로 걸어왔다.
“마크, 기억 안 나? 부모님이 그 이야기 듣고 그런 중요한 일을 아무리 동업자라지만 친구랑 약속하다니. 말이 안 된다. 혹시 결혼 안 하려고 핑계 대는 거 아니냐고 물으셨잖아.”
“미미가 그건 다 해명해줬잖아. 원래 일이 좀 자리 잡으면 결혼할 계획이었다고.”
“우리 부모님은 결혼을 언제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친구한테 자신의 인생을 맡기는 게 불안하셨던 거야, 마크. 특히 결혼 같은 중요한 일을.”
두 사람이 이렇게 진지하게 다투는 건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그리고 우리 부모님이 자네는 친구가 중한가, 우리 딸이 중한가 물었을 때, 마크가 뭐라고 했어?”
“나는 진짜 솔직하게 나에게는 미미 씨만큼 성국이도 소중하다고 했지.”
“뭐어?!”
오히려 놀란 건 나였다.
리미미 씨가 나를 쳐다봤다.
“사장님, 우리 부모님이 왜 화가 나셨는지 아시겠죠?”
“마크, 여자 부모님을 만나면서 그런 이야기는 왜 하는 거야. 그냥 리미미 씨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고 소중하다고 했어야지.”
“난 솔직히 둘 다 소중해.”
[이걸 고마워해야 하는 건가.]슬슬 뒷골이 땡겨 왔다.
그리고 마침 약수터에 가셨던 리미미 씨 부모님이 오셨다.
리미미 씨 부모님은 경계심 가득한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나는 얼른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리미미 씨 회사 대표인 전성국이라고 합니다.”
이때, 찬찬히 나를 보던 리미미 어머님의 눈이 점점 커졌다.
“미미야, 이 청년 왜 이렇게 잘 생긴 거니? 꼭 TV 나오는 사람처럼 생겼잖아.”
“미미 어머님, 꼭 TV 나오는 사람처럼 생긴 게 아니라, 제가 TV에 나왔던 사람입니다.”
“어머나… 무슨 TV요?”
“혹시… <다섯 남자와 아기 바구니>라고 아주 오래전에 대한민국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프로그램이 있는데, 보신 적 있나요?”
나는 간절히 리미미 어머님을 쳐다봤다.
[제발… 봤다고 말해줘요. 그거 요즘 재방으로 종종 케이블에서도 하잖아요.]그 순간, 리미미의 어머니가 손바닥을 딱 소리 나게 쳤다.
“맞네! 그 아기! 맞죠?”
나는 그제야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네, 맞습니다. 어머님. 제가 바로 그 아기입니다!”
* * *
“어쩐지. 눈에 익더라. 우리도 북조선에서 탈북하기 전에 <다섯 남자와 아기 바구니> 몰래 구해 봤지. 아이고, 그 아이가 이렇게 큰 거야?”
“네, 어머님.”
다행히 북조선 어르신들도 내가 나온 <다섯 남자와 아기 바구니>를 시청하셨다.
이야기 풀어나가기가 훨씬 쉬워졌다.
“우리 남편도 맨날 저런 손주 보고 싶다. 노래를 불렀지. 그땐 사실 북조선 현실이 너무 힘들어서 우리에게도 그런 날이 올 줄 몰랐는데. 아니, 그 아기가 우리 집도 사준 거잖아요, 여보?”
“그러게. 성국 씨, 아니지. 사장님 부모님은 진짜 밥을 안 먹어도 배부르겠어요.”
“과찬이세요. 저희 부모님도 고민 많으세요.”
리미미 어머님은 내 손을 잡더니 토닥였다.
졸지에 이 집 사위가 마크가 아니라 내가 될 위기였다.
[그럴 수는 없지.]나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어머님, 아버님. 마크랑 오해가 있으셨다고 들었어요.”
“아하… 근데 그런 말 들어서 안 속상한 부모가 어디 있어요. 더군다나 이미 동거까지 하는데요.”
“아버님, 어머님. 제가 마크 대신 약속드릴게요. 저희 회사 2년 안에 상장할 것이고요. 상장하면 마크 바로 리미미 씨랑 결혼할 거예요.”
내 말에 리미미 어머님과 아버님의 얼굴이 환해졌다.
[마크, 이 녀석은 이 쉬운 것을 못 하다니.]어른들은 단지 마크가 리미미랑 결혼할 것이라는 확신이 필요했을 뿐이다.
“아이고, 우리 사장님이 그러시면 그렇게 해야죠. 미미야, 마크랑 그렇게 해라. 그리고 마크 보고 사장님 반만 닮으라고 해.”
“아빠 그리고 특히 엄마. 마크가 얼굴은 저래도 진짜 이 세상에서 나를 가장 사랑해주고, 가장 많이 이해해주는 그런 남자예요. 그러니까 다음부터 마크랑 사장님이랑 비교하시면 안 돼요!”
리미미는 깔끔하게 결론까지 냈다.
나는 마크의 어깨를 토닥였다.
“마크, 넌 정말 행운아야. 리미미 씨 같은 여자를 만났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