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283)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288화(283/576)
제288화
양 비서는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내 마음을 아는 것 같았다.
“성국 군, 바로 알아볼게요. 아마 회사에서 아직 가지고 있는 매물이 있을 것 같기는 한데요. 근데… 성국 군, 이사는 부모님과 우선 상의해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민국 군이나 지희 양의 학교 문제가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제가 그 생각을 못 했네요. 우선 부모님과 상의해 보겠습니다.”
양 비서 말대로 학교 문제는 생각지 못했다.
민국이야 연습생 신분으로 예술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어서 상관없지만, 지희의 초등학교는 고민해볼 문제였다.
이 기회에 사립 초등학교로 편입하는 것도 고려해볼 사안이었다.
이때, 전태국이 끼어들었다.
“성국아, 난 무조건 너희 부모님이 여기 같은 아파트에 사는 거 강력 추천!”
“형, 맨날 우리 집 가서 밥 얻어먹을 생각은 마요. 아빠도 바쁘고, 엄마도 바쁘시다고요.”
“알지… 그래도 가끔 집밥 그리울 때 가면 밥은 주실 거 아니야?”
“형의 집밥은 한남동이잖아요.”
“정확히 말하면 거긴 이모님 밥이지. 참, 거기 이모님도 음식 진짜 잘하셨는데… 양 비서, 그 이모님 아직도 한남동에 계셔?”
“네, 도련님.”
“우리 엄마한테 말해서 우리 여기서 지내는 동안 거기 이모님 여기서 밥해주셔도 되는지 물어봐 줘. 어차피 엄마는 한국에도 잘 안 계시잖아.”
“그렇게 하겠습니다.”
역시 대한민국에서 삼전 그룹과 가까이해서 나쁠 건 없었다.
하루아침에 한국에서 지낼 숙소가 정해졌다. 거기다 식사를 해결해줄 이모님까지.
나는 기지개를 쭉 켰다.
저번 생에서도 여기서 얼마간 지내긴 했는데, 이렇게 다시 지내게 될 줄이야….
인생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의 연속이었다.
* * *
나는 이사에 대한 플랜을 가족회의 시간에 쭉 설명했다.
“제가 앞으로 태국이 형이랑 6개월 동안 지내게 될 삼전팰리스입니다. 위치는 3호선 도곡역과 바로 연결되고, 다른 교통편도 좋습니다. 근처가 양재천이라서 산책하기에도 좋고, 서울에서 보기 힘든 자연이 바로 곁에 있는 거죠.”
아빠의 눈빛을 보니 가격이 걱정되는 것 같았다.
“성국아… 거기 엄청 비싼 아파트 아니야? 뉴스에도 나고 그런 데잖아.”
“아빠, 엄마. 제 생각에는 절대 무리 아니에요.”
“성국아, 거기가 얼마나 비싼데… 우리 집 팔아서는 턱도 없지.”
이때, 전태국이 손을 번쩍 들었다.
전태국은 이제 가족회의의 한 자리까지 차지했다.
“아버님, 그건 걱정 마세요. 여기 지은 회사가 바로 삼전 아닙니까. 처음에 너무 비싼 분양가에다가 주상복합이라는 낯선 건축 방식 때문에 분양에 고전을 겪어서 삼전에서 매입한 세대가 좀 있습니다. 그동안 삼전의 임원들에게 임대하는 용도로 썼는데, 크게 의미 있지는 않아서요. 그 매물 중 하나를 분양가 그대로 성국이한테 팔기로 양 비서와 이미 얘기했거든요.”
나는 환한 얼굴로 아빠를 쳐다봤다.
“아빠, 어때?”
“그렇긴 한데… 사실 여기 아파트도 성국이 네가 삼전이랑 전속 모델 체결하고 받은 거잖아. 이번에도 삼전 건설의 아파트를 받는 것은 우리가 너무 염치가 없어서 그래.”
[아빠, 재벌에게 뭘 받는 건 염치 같은 거 차릴 필요 없어. 재벌들이야말로 서민들의 가벼운 주머니를 쪽쪽 빨아먹고 성장했고, 앞으로도 그럴 건데….]하지만 나는 최대한 미소를 지으면서 설명을 이어갔다.
양심적인 아빠를 설득하려면 충분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아빠, 요즘 아파트값 장난 아니게 하락 중이잖아. 삼전팰리스는 주상복합이라 더 빨리 하락 중이고…. 그러니까 분양가 그대로 받는 게 우리가 엄청 혜택 보는 건 아니야. 내가 이 집을 선택한 이유는 삼전팰리스는 원래 전재형 회장님이 거주하려고 지은 곳이라 엄청 심혈을 기울여서 지은 곳이거든.”
“성국아,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전태국이 놀란 눈으로 쳐다봤다.
“기사에서 봤어요.”
그러고는 나는 말을 이었다.
“고분양가 문제가 터지면서 귀족 아파트 이미지가 강해져 전재형 회장님이 이미지상 실제로 거주하지는 못했지만, 이 집만큼 좋은 위치에 튼튼하게 지어진 집은 서울에 흔치 않을 거야. 아빠.”
삼전팰리스의 초기 분양가는 평당 900만 원이었다.
지금으로서는 정말 상상도 할 수 없는 가격이었지만, 그때 당시에는 고분양가 논란에 휩싸여서 미분양이 되는 사태를 맞기도 했다.
저번 생에서 나의 아픈 손가락 중 하나였다.
하지만 고분양가 논란이 있을 만큼 삼전팰리스는 저번 생에서 전재형 회장과 내가 심혈을 다해서 추진한 프로젝트 중 하나이기도 했다.
아마 이번 생에서도 전재형 회장이 심혈을 기울였을 것이다.
그런 튼튼한 집에 가족들이 살았으면 하는 게 내 진짜 소망이었다.
아빠는 조금씩 내 말에 설득당하고 있었다.
“성국아, 민국이는 그렇다 치고 지희 학교 문제가 걸리거든. 거기로 가면 지금 다니는 초등학교랑 너무 멀어지잖아.”
“아빠, 그래서 말인데… 난 지희가 이제는 자신의 수준에 맞는 사립초등학교를 다녔으면 좋겠어.”
그 말에 지희의 두 눈이 반짝였다.
나보다는 못하지만, 지희는 분명 영재였다. 머리만 좋은 민국이와 달리 공부에도 관심이 많았다.
지희는 품에 안고 있던 흰둥이의 앞발을 번쩍 들었다.
“아빠! 지희, 공부 더 많이 하고 싶어! 더 잘하고도 싶어!”
[역시 지희는 이 오빠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구나. 누구랑 달리….]민국이는 가족회의는 신경쓰지 않고, 소파 구석에 앉아서 누군가와 열심히 핸드폰으로 대화 중이었다.
아마도 수진이겠지?
[그래, 넌 입 닫고 있는 게 도와주는 거지.]엄마도 내 의견에 동의하는 것 같았다.
“자기야, 안 그래도 지희가 학원도 선행이 너무 빠르고… 학교에서는 다른 아이들이랑 수준 차이가 많이 나서, 선생님이 중학교는 국제 학교 생각해보는 거 어떻겠냐고 그러시기까지 했어.”
“흠… 그런데….”
난 물론 아빠의 고민을 알고 있다.
아이들은 특별하게 키우고 싶지 않다는 평생을 이어온 아빠의 고민!
“아빠, 나나 민국이나 모두 특별하게 자라고 있잖아. 하지만 우리 크게 사고도 안 치고 앞길 잘 개척하고 있잖아. 지희 담임 선생님이 저렇게 말할 정도면 지희도 특별한 아이야. 아빠… 그걸 부정하지 말고 이제는 인정해 줬으면 좋겠어.”
아빠는 잠시 고민하더니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흠… 그래! 이제 이 아빠가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우리 자식들 정말 똑똑하고 잘났지. 어디 내놔도 부끄럽지 않아! 우리 지희도 좀 더 좋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게 이번 기회에 아빠가 나서볼게!”
“아버님, 정말 잘하신 결정이세요! 제가 이미 저희 삼전 재단에서 운영하는 영성 재단에 빈자리 있는지 알아봤거든요.”
전태국은 마치 자신의 일처럼 격하게 반겼다.
“태국 군, 이렇게까지 신경 안 써줘도 돼요.”
“아버님, 전 그냥 아버님의 보쌈을 평생 먹게만 해주시면 됩니다.”
[뭐지, 설마… 공짜로 평생 먹여달라는 건가? 삼전의 후계자가?]전태국은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아버님, 물론 공짜 아닙니다. 뭐든 제값을 치르고 먹어야 맛도 있는 법이잖아요. 대신! 제가 보쌈 주문하면 제일 맛있는 부위로 주셔야 합니다. 그 정도면 족합니다, 전.”
“태국 군, 그거야 당연한 거죠. 여태까지 우리 가족 도와준 게 얼마인데!”
“아버님! 감사해요!”
전태국은 아빠를 얼싸안았다.
[누가 보면 두 사람이 부자인 줄. 물론 얼굴 보면 아니라는 거 알겠지만….]이때, 누군가 내 손을 할짝할짝 핥았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흰둥이가 어느새 내 손을 핥고 있었다.
[흰둥아, 지희와 민국이 때문에 내가 비록 널 데리고 오긴 했지만 나 아무 동물에게나 쉽게 마음 주는 그런 쉬운 남자 아니야.]할짝할짝. 씨익-.
내 마음을 읽은 듯 흰둥이는 살인미소를 지었다.
나는 마음을 단단히 다잡았다.
[나, 쉬운 남자 아니라고. 흰둥아.]그러자 흰둥이가 나를 보며 작게 짖었다.
“머엉. 머엉.”
“오빠, 우리 흰둥이한테 무슨 짓 했어?”
동시에 가족들 모두의 시선이 내게로 향했다.
나는 슬슬 뒷걸음질을 쳤다.
[근데 내가 왜 갑자기 뒷걸음질을 치는 거지?]“다들 오해가 있나 본데, 난 흰둥이한테 아무 짓도 안 했어. 흰둥이가 손가락 핥아서 그냥 쳐다봤을 뿐이야.”
엄마부터 모두 날 선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성국아!”
“형아!”
“오빠!”
지희는 흰둥이를 안더니 나를 흘겨보기까지 했다.
“오빠, 우리 흰둥이한테 쌀쌀맞게 굴면 혼내줄 거야!”
“나 안 그랬다고!”
“쯧쯧. 전성국은 그러고도 남지.”
전태국까지 합세하는 통에 나는 손사래를 치면서 방으로 향했다.
왠지 마음 한편이 쓸쓸해졌다.
[막내 들어왔다고 장남은 찬밥 신세군.]이제는 흰둥이를 포섭할 방법을 어서 찾아야 할 것 같았다.
* * *
인천국제공항.
마크는 잔뜩 긴장한 얼굴로 공항에 서 있었다. 너무 긴장한 탓인지 손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성국… 내가 혼자 가서 잘할 수 있을까?”
“마크, 그동안 나 바빠서 회사 못 나갈 때도 많았잖아. 그때마다 네가 ‘페이스 노트’를 누구보다 잘 이끌어 줬잖아.”
“그땐 네가 어딘가 근처에는 있었고, 이렇게 오래 자리를 비우지도 않아서 그랬지.”
“걱정하지 마. 화상 회의 계속하고… 진짜 급한 일 생기면 바로 비행기 타고 갈게.”
“정말이지? 약속해야 해.”
“새끼손가락이라도 걸어?”
마크가 새끼손가락을 내밀 참에 리미미가 마크의 목덜미를 잡아챘다.
“사장님, 마크는 제가 잘 감시할게요. 아시아 지부 일 잘 세팅하고 돌아오세요.”
“걱정 마세요. 저희 한국 지부의 첫 직원도 있잖아요.”
나는 전태국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러자 마크는 더 큰 한숨을 내쉬었다.
“성국… 진짜 괜찮겠어?”
“마크, 걱정하지 마. 태국이 형이 한국에서는 입김 좀 있거든.”
“마크, 성국이 말이 맞아. 나 삼전 후계자잖아. 걱정하지 말고 어서 미국에 가서 ‘페이스 노트’를 지켜!”
마크는 영 내키지 않는 얼굴로 리미미의 성화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발걸음을 돌렸다.
나는 뒤에서 소리쳤다.
“리미미 씨만 믿어요.”
“사장님, 그럼 저랑 마크는 가볼게요! 어서 들어가세요!”
“성국… 미국 도착하자마자 연락할게….”
나는 마크에게 어서 들어가란 손짓을 했다.
마크는 거의 울먹이며 공항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떠나가는 마크의 뒷모습을 한참 바라봤다.
[마크, 이렇게 어른이 되는 거야….]* * *
전태국에게 나는 계약서를 내밀었다.
“형, 형의 정식 직함은 ‘페이스 노트’ 코리아의 총괄 매니저예요. 말이 좋아서 총괄 매니저이지 이것저것 다 한다고 생각해주면 돼요.”
“성국아… 나 말이야. 일이라는 거 처음으로 해보는 거야.”
전태국은 계약서에 사인도 하지 않고 감동에 겨워했다.
“형, 계약서 찬찬히 잘 읽어보고 사인해요. 연봉은 미국 기준으로 삼았어요. 많지도 않고, 적지도 않을 거예요.”
“내가 미국 기준은 잘 모르지만, 사람들은 겨우 이 돈 받고 일하는구나.”
[그게 미국 내 평균 연봉보다 훨씬 많은 거라고! 심지어 한국에서는 상위 10% 안에 드는 연봉이라고!]어쨌든 전태국은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흠… 이제부터 전태국도 내 손안이군.]나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형, 이제부터 일 시작해야죠.”
“계약서 사인펜 잉크도 다 안 말랐는데, 바로 일하라고?”
“그게 계약이에요. 그러니까 계약서는 잘 읽고 사인하라고 했잖아요.”
“아, 그래. 뭐부터 할까? 형, 정식 사무실을 렌트하기 전까지 사용할 사무실이 필요한데요. 어디 쓸 만한 데 없을까요?”
“양 비서한테 물어볼게. 양 비서가 잘 알 거야.”
나는 팔짱을 끼고 최대한 기쁨을 감췄다.
전태국이 우리 회사의 일을 맡았다는 것은 곧, 삼전이 뒤치다꺼리를 다 해줄 거란 의미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