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289)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294화(289/576)
제294화
“성국아, 우리 축배를 들어야 하지 않을까?”
전태국은 내 대답도 듣기 전에 이미 와인을 들고 오고 있었다.
“성국아, 이 와인 내가 특별히 양 비서한테 부탁한 거야. 우리의 독립을 위해서….”
“형, 미국에서도 독립했었잖아요.”
“한국에서의 독립은 처음이잖아. 나 도피 유학 가고 쭉 미국에서 지냈으니, 한국에서 따로 나와 산 건 처음이야.”
나는 전태국이 내민 잔을 받았다.
어쨌든 나에게도 의미 있는 독립이었다.
이번 생, 한국에서의 첫 독립이었다.
* * *
– 세계적인 SNS 짹짹이. 저스트 해체 10년 만에 다시 뭉친다!
– 마이클까지 합류한 다섯 명 완전체는 18년만!
– <다섯 남자와 아기 바구니>에 출연했던 그 아기, 전성국의 ‘페이스 노트’를 잡기 위한 복병 등장. 다섯 남자 대 아기의 대결! 과연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 현재 국내 점유율 1위인 짹짹이 굳히기 들어가나?
드디어 저스트 완전체가 짹짹이 광고에 등장한다는 기사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광고 내용은 극비라 삼전의 비서팀에서도 빼 오기는 힘든 상황이었다.
잭 더치가 그동안 벌인 기행을 생각한다면, 솔직히 어디로 튈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황이기는 했다.
저스트의 파급 효과가 얼마나 클 것인가보다는 저스트를 이용해서 나에게 얼마나 상처를 줄 것인가가 가장 고민됐다.
이 때문에 사무실은 평소와 달리 조금 무거운 분위기였다.
이때였다.
임진서가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고는 맞은편 건물을 가리켰다.
“대표님… 저기 좀 보세요.”
나는 얼른 임진서가 가리킨 곳을 쳐다봤다.
맞은편 건물 옥상에서 짹짹이의 상징과도 같은 거대한 파란 새가 새겨진 광고물이 내려가고 있었다.
설마?
나는 얼른 전태국을 쳐다봤다.
“윌리엄, 지금 어떻게 된 상황인지 바로 확인 좀 해줘요.”
“네, 성국!”
전태국은 얼른 박성희 비서에게 전화를 걸어서 상황을 확인하는 것 같았다. 보나 마나 좀 뻔한 상황이기는 했다.
“성국, 짹짹이가 우리 맞은편 건물에 한국 지사를 오픈했다는데.”
“흠….”
나는 낮은 한숨을 쉬었다.
우선 잭 더치의 행동이 너무 유치했기 때문이다.
도대체 나를 이렇게까지 잡으려는 이유가 뭘까?
“성국, 잭 더치한테 원한이라도 산 거 있어요?”
임진서가 물었다.
“김여나 선수 뺏어온 것밖에는 원한 살 일이 없는데요.”
정말 그일 밖에는 떠오르지 않았다.
이때, 누군가 사무실 밖에서 어슬렁거리는 게 보였다.
키가 크고, 덥수룩한 머리에 수염까지 덥수룩한! 바로 잭 더치였다.
나와 눈이 마주친 잭 더치는 환하게 웃었다.
“성국, 확 사람 불러서 쫓아버릴까?”
“윌리엄, 커피나 준비해 줘요. 적이 제 발로 우리한테 왔는데, 그냥 보낼 수는 없죠.”
나는 얼른 문을 열었다. 거짓 미소를 장착하고.
“잭 더치, 이렇게 다시 만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성국, 너무 반기는 것 보니 조금 수상한데.”
“뭐가요?”
“그냥.”
잭 더치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건 내 제스처라고!]“잭, 여긴 어쩐 일이세요?”
“여기서 내 광고가 가장 잘 보일 것 같아서 말이야. 성국, 우리 광고 봤나?”
[봤지. 일부러 그런 것도 다 알고!]마침 전태국이 사무실 문을 열고 얼굴을 내밀었다.
“다들 들어와서 커피 한 잔 하시죠. 밖에 서서 그러지 말고.”
우리는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잭 더치는 전태국이 건넨 커피를 받아들었다.
“경쟁자에게 이렇게 커피까지 대접해주는 건가?”
“경쟁자요?”
나는 의아한 얼굴로 잭 더치를 쳐다봤다.
“그 표정은 뭔가, 성국?”
“뭐긴요. 전 짹짹이를 경쟁자로 생각한 적이 없거든요.”
잭 더치의 표정이 굳었다.
나는 커피를 여유롭게 마셨고, 잭 더치는 나를 보며 커피를 들이켰다.
사무실 안은 정적만 흘렀다.
마치 입을 먼저 여는 사람이 진다는 듯이 침묵만 흘렀다.
이 침묵을 깬 건.
“잭, 커피 맛 어때요? 제가 특별히 공수한 원두로 내린 건데요.”
바로 전태국이었다.
잭 더치는 전태국을 위아래로 훑었다.
“자네가 바로 그 삼전 그룹의 후계자인가?”
“제가 그렇게 유명한가요?”
“망나니로 유명하지.”
“잭 더치만 하려고요.”
[나이스! 전태국.]전태국도 되받아쳤다.
잭 더치는 다 마신 커피잔을 전태국에게 내밀었다.
“내가 언제 또 삼전 그룹의 후계자에게 커피잔 심부름을 시키겠나. 그나저나… 다들 이번 주 금요일 밤에 시간 어떤가?”
잭 더치는 품에서 초대장을 몇 장 꺼내서 내게 내밀었다.
“삼성동에서 짹짹이 글로벌 파티가 열릴 거야. 거기서 반가운 얼굴도 볼 수 있을 테니. 성국, 자네는 꼭 참가하게.”
“그럼요.”
나는 초대장을 받아들었다.
* * *
“잭 더치, 이 고약한 놈! 염소처럼 생겨 가지고는. 감히 삼전 그룹의 후계자인 나에게 커피잔 심부름이나 시켜?”
“윌리엄, 진정해요.”
“진서 씨도 열 받았죠? 아니지, 당연히 열 받아야지. 우리는 이제 한배를 탄 사람들이잖아요.”
임진서는 그런 전태국을 보면서 웃더니 곧 냉정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열 받죠. 지금 짹짹이는 마치 ‘페이스 노트’의 한국 상륙 자체를 부정하려는 것처럼 행동하잖아요. 미국에서 떨어진 인기를 한국이나 아시아에서 찾으려는 것처럼요. 성국, 우리도 이제 다음 스텝을 밟아야 할 때가 아닐까요?”
“우선 금요일에 열리는 짹짹이 파티에 가보죠. 그들이 준비한 것이 뭔지 좀 지켜보죠.”
“성국, 그러다가 우리가 늦어지면 어떡해!”
“늦어지는 것보다 더 나쁜 게 서두르다 망치는 거야. 지금 잭 더치는 김여나 선수를 놓치고 미친 듯이 밀어붙이고 있어. 결국, 우리랑 비슷한 시기에 비슷하게 시작했다는 의미잖아. 그런데 너무 빨라. 모든 게.”
나는 창밖으로 보이는 거대한 짹짹이 광고를 바라봤다.
“가끔은 빨리 가는 것보다 제대로 가는 게 중요할 때가 있다고.”
그러곤 임진서를 쳐다봤다.
“광고 기획 다시 한다고 연락하세요. 내일부터 다들 밤샐 준비 됐죠?”
“성국! 이건 노동법 위반 아니야?”
“윌리엄, 그건 삼전이나 잘 지키라고 하고요. 우리는 생존이 걸린 거라고요. 짹짹이한테 밀리고 싶어요?”
“알았어. 박 비서한테 야근 식단 좀 짜라고 해야겠네.”
임진서가 빙긋 웃었다.
“재벌이랑 일하니 편하네요.”
“진서 씨, 성국이가 나를 뽑은 이유가 바로 그거거든요.”
[전태국, 이제 주제 파악도 하네.]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 * *
김세방 감독은 초췌한 얼굴로 연이은 회의에 커피를 들이부었다.
“그러니까… 성국 씨가 광고에 등장하겠다는 말이죠?”
“네. 물론 메인은 김여나 선수입니다. 하지만 제가 등장해서 어필할 수 있는 광고 전략이 필요해요. 짹짹이 측에서 저스트를 메인으로 세웠잖아요. 그건 분명 저를 공격하는 거거든요.”
“그렇긴 하죠.”
“기저귀나 차고 기던 녀석이 만든 SNS라고 폄하하려는 의도가 분명 있어요.”
“거기다 저희가 후발주자라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각인시키려는 의도도요.”
임진서가 덧붙였다.
“‘페이스 노트’의 의견은 알겠습니다. 하지만 지금 와서 광고 기획을 다 바꾸면 시간이 부족해서요. 저쪽은 이미 광고 터트릴 준비 중인데요. 거기다 저희가 그동안 기획한 세대를 뛰어넘는 SNS라는 콘셉트에 어떻게 성국 군이 들어갈지 모르겠네요.”
그 순간, 나는 책상을 탁 쳤다.
“그거요! 감독님!”
“네에?”
“지금 방금 말씀하셨잖아요. 세대를 뛰어넘는 SNS요!”
“그건 저희가 이미 가지고 있는 콘셉트잖아요.”
김세방 감독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제가 그 세대잖아요. 19년 전에 기저귀 차고 기던 아기가 미국으로 유학을 가고, 하버드에 최연소로 입학하고, 거기다 10대 시절에 ‘페이스 노트’를 개발해서 창업한 스토리요. 저를 19년 전에 본 사람들은 저를 그 기저귀 찬 아이로 알겠지만, 지금 저를 처음 보는 세대들은 저를 젊음과 성공의 아이콘으로 볼 거 아니에요?”
임진서와 전태국이 웃음을 참는 게 보였다.
“다들 왜 웃음 참는 건데요?”
“아니, 본인 입으로 그렇게 말하는 거 창피하지 않나요, 성국?”
“임진서 씨, 저는 정말 사실만 말한 거예요!”
전태국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진서 씨, 같이 일하다 보면 저런 모습 하루에도 열두 번도 더 볼 거니까 어서 적응해요.”
“재벌 3세와 천재라니. ‘페이스 노트’ 스펙이 너무 높은데요.”
“자, 다들 딴소리 그만하고! 짹짹이 따라잡을…. 아니지, 짹짹이 넘어설 기획을 내보라고!!!”
나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 * *
새벽 3시.
모두들 퀭한 눈으로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내고 있었다. 하지만 명쾌한 무언가가 없었다.
내가 광고에 직접 등장하는 아이디어들은 너무 저스트를 의식하는 것 같아서 생각보다 진전이 없었다.
전태국이 졸린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성국아, 오늘은 그만하자.”
“그래요, 성국. 세대를 뛰어넘는 SNS라는 콘셉 하나는 건졌잖아요.”
김세방 감독은 이미 반쯤 눈이 감긴 상태였다.
임진서도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그래요, 오늘은 여기까지 하죠. 그럼, 우선 금요일에 짹짹이 파티를 다녀온 뒤에 다시 회의 시작합시다.”
“성국아, 주말이잖아.”
“윌리엄, 주말에 할 일 없잖아요.”
“아, 그렇긴 한데….”
나는 헝클어진 머리를 쓸어 올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그럼. 다들 짹짹이 파티 전까지 오늘 나온 기획에서 발전된 아이디어 제출하세요. 짹짹이 파티 전까지입니다!”
“안 돼, 성국!!!”
모두 괴성을 질렀지만, 나는 대꾸도 하지 않았다.
미국에서는 이미 ‘페이스 노트’가 짹짹이를 이기고 있었다.
그런데 나의 조국에서, 짹짹이한테 질 수는 없었다. 절대!!!
* * *
전태국이 새 후드티와 청바지를 내밀었다.
“성국아, 네가 후드와 청바지만 입는다는 건 아는데. 그래도 경쟁자 파티 가는데 구씨 정도는 입어줘야지.”
“형, 지금 입은 것도 괜찮아요.”
이때, 임진서가 끼어들었다.
“안 괜찮거든요, 성국. 그 후드티 언제 빨았어요?”
“자주 빨아요. 저번 주인가….”
“그저께 흘린 커피 자국이 아직도 소매에 그대로 있잖아요.”
“이건 그저께 흘린 게 아닐 거예요. 아마 예전에도, 여기 똑같이 흘려서 이렇게 된 걸 거예요.”
“암튼 성국, 나도 성국의 패션 스타일을 존중하지만요. 그런 의미에서 제발 윌리엄이 내민 후드티를 입어요. 그건 해줄 수 있잖아요.”
“하아, 그럼 어쩔 수 없죠.”
나는 커피를 마저 들이켜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옷을 들고 화장실로 향하다 문득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전태국을 쳐다봤다.
“윌리엄.”
“왜, 성국아?”
“윌리엄, 지금 슈트 구해줄 수 있어요?”
“갑자기?”
“네, 아무래도 오늘은 슈트를 입어야 할 것 같아요.”
“그래, 당장 박 비서한테 가져오라고 하지. 박 비서가 네 치수도 다 알잖아.”
“빨리 부탁해요. 최대한 멋 내지 않으면서도 최대한 멋있는 거로요.”
“암튼 어려운 건 항상 나한테 시킨다니까.”
전태국은 투덜거리며 박성희 비서에게 연락했다.
* * *
나는 박 비서가 가져온 구씨의 신상 슈트를 입었다.
단정한 네이비색에 구씨 특유의 문양이 들어간 넥타이를 매만졌다.
뒤에 선 임진서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성국, 오늘 진짜 멋진데요.”
“아부 아니죠?”
“저 그런 성격 아니거든요.”
“성국, 그런데 갑자기 왜 슈트를 찾아 입은 거예요?”
나는 옷깃을 탈탈 털고는 전태국과 임진서를 번갈아 봤다.
“우리 오늘 파티 가는 거 아니고, 전투하러 가는 거거든요.”
“성국, 너무 비장하잖아.”
“모두 기억해요. 지금 우리는 오늘부터 광고를 시작하는 거예요.”
전태국과 임진서는 알 수 없는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저쪽에서 내민 카드가 저스트잖아요. 저를 기저귀 차던 시절에 키운. 그 기저귀 차던 아이가 이렇게 멋지게 성장했다는 것을 오늘 처음으로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각인시키는 날이라고요! 자, 이제 광고하러 가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