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290)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295화(290/576)
제295화
짹짹이 파티는 삼성동에 위치한 무역센터의 한 홀에서 열렸다.
가는 길 곳곳마다 짹짹이의 마크가 흩날렸다.
[돈으로 완전히 발랐군.]거기다 그동안 짹짹이를 사용한 유명인들의 명언 같은 문구들이 사방에 붙어 있어 있었다. 버락 오마하가 대선 기간 동안 남긴 말들도 있었다.
짹짹이가 그동안 자신의 의견을 간결하게 말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많은 이들에게 어필한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잭, 세상이 변했다고. 사람들은 더 많은 것을 표현하기를 원한다고.]“성국아, 저기인가 봐.”
전태국은 짹짹이의 트레이드 마크가 찍힌 곳을 가리켰다.
드디어 파티장 입구인 모양이었다.
그리고 파티장 입구에는 이런 말이 있었다.
– 세상을 바꾼 건 짹짹이에 올린 말 몇 마디입니다. 이제 대한민국 여러분이 역사를 바꿀 차례입니다.
“신경 좀 썼네요.”
임진서가 팔짱을 낀 채 시니컬하게 답했다.
생각보다 임진서는 태세 전환이 빠른 사람이었다. 김여나를 떠나서 ‘페이스 노트’에 오고 난 이후로는 ‘페이스 노트’를 열정적으로 지지했다.
나는 잠깐 목을 돌렸다.
그리고 드디어 내가 기다리는 순간이 다가왔음을 직감했다.
“그럼, 우리가 이제 등장해볼까요? 윌리엄, 연락 돌렸죠?”
“당연하지. 물론 내가 돌린 건 아니지만. 삼전 비서팀에서 우리의 등장을 언론사에 싹 돌렸어. 짹짹이가 미국에서는 먹힐지 모르지만, 대한민국은 역시 삼전이지.”
그건 맞는 말이었다.
대한민국에서는 짹짹이보다, ‘페이스 노트’보다 삼전이 언제나 우위에 있었다.
그래서 나는 우리의 도착을 미리 삼전 비서팀을 통해서 언론에 풀었다.
이 파티의 스포트라이트가 나에게 향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이때, 우리 앞으로 거대한 인파가 우르르 몰려갔다.
인파들 속에서 키가 큰 루카스의 모습이 보였다.
“저스트야! 저스트!”
저스트는 포토라인에 서서 오랜만에 모인 완전체 그대로의 모습으로 기자들 앞에서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저스트입니다!”
하지만 예전의 풋풋한 느낌은 전혀 없었다.
젊고 발랄했던 저스트 대신 이제는 그저 잘생긴 중년의 남자들 무리였다.
카메라 플래시가 여기저기 터지고,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짹짹이 광고가 ‘페이스 노트’를 세운 <다섯 남자와 아기 바구니>의 성국 군을 저격하는 내용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는데, 맞나요?”
“그건 기밀인 거 아시죠, 기자님?”
꽃미남 재현이 예전의 눈웃음을 치면서 대답하자 기자들의 웃음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졌다.
“여기 좀 봐주세요! 범선! 여기요!”
“마이클, 그 당시 성국 군과의 불화설이 있던데. 오늘 만나게 되면 껄끄럽겠네요?”
한 기자가 나와 마이클의 불화설을 꺼냈다.
마이클은 능글맞은 얼굴로 어깨를 으쓱하더니 빙긋 웃었다.
“불화도 없었지만, 성국이가 그때 기억할 리가 있나요. 성국이는 그때 기저귀 차고 기어 다니고 있었어요.”
[마이클, 무슨 소리야. 나 다 기억해!]그때, 때마침 나를 발견한 기자 한 명이 소리쳤다.
“전성국이다!”
“대박! ‘페이스 노트’ 대표잖아!”
물론 이것도 다 삼전 비서팀을 통해서 기획한 상황이었다.
저스트에게 처음엔 스포트라이트가 가게 두고, 그 다음의 스포트라이트는 바로 내가 받는 것이다.
저 기자들 역시 모두 미리 섭외된 사람들이었다.
나는 삼전 비서팀에서 보낸 스타일리스트가 특별히 만져준 머리를 슬쩍 올렸다.
그리고 조금은 수줍은 미소를 지으면서 손사래를 쳤다.
“저는 오늘 게스트로 이 자리에 왔습니다.”
그러자 기자들의 아우성이 여기저기서 들렸다.
“성국 군! 인터뷰 좀 하죠!”
“사진이라도 좀 찍죠! 네에?!”
“성국 군, 포토라인에 좀 서주세요!”
“성국 군, 여기 보면서 좀 웃어주세요!”
하지만 나는 슬쩍 포토라인을 벗어나서 입구로 향했다.
저스트에게 가야 할 스포트라이트를 내가 받는 게 민망하다는 일종의 제스처였다. 물론 이것도 다 계산된 것이었다.
그 순간, 기자들이 우르르 나를 따라왔다.
이것 역시 예상한 시나리오였다.
그 바람에 오히려 진행요원이 급히 나에게 달려왔다.
“‘페이스 노트’ 전성국 대표님이시죠? 기자들이 다들 취재하시려고 해서요. 시간 되시면 포토라인에 좀 서주세요. 전성국 대표님이 움직이시는 대로 기자들이 움직여서 진행이 도저히 안 되네요. 부탁드릴게요!”
나는 난감한 얼굴로 다시 한번 사양을 했다.
“죄송합니다. 전 게스트로 이 파티에 참석한 거라서요.”
“제발요. 이러다가 포토라인이 무너지면 저희가 곤란해서 그럽니다. 다시 한번 부탁드릴게요.”
[원래 처음은 거절하는 거잖아. 이제 두 번째니….]나는 난감한 표정으로 슬쩍 머리를 올렸다.
“그럼, 어쩔 수 없네요. 포토라인에만 서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진행요원인 얼른 나를 포토라인으로 안내했다.
뒤따르는 전태국이 뒤에서 속삭였다.
“전성국, 너무 겸손한 척하는 거 아니야?”
“윌리엄이야 말로 오늘 이렇게까지 멋지게 차려입을 일인가요?”
전태국은 내가 구씨의 슈트를 입자, 구씨의 슈트 중에서도 최고가 라인만 빼 와서 다시 슈트를 골랐다.
거기다 스타일리스트에게 메이크업까지 받았다.
평소보다 조금 더 멋있을 뿐이었지만.
“성국아, 나도 포토라인에 서야지. 나 삼전 그룹의 후계자잖아.”
“그 전에 지금은 ‘페이스 노트’의 직원이고요.”
“알지. 알지. 어쨌든 포토라인에 설 중요 인물 중 한 명은 맞지?”
[그건 내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야, 전태국.]이때, 진행요원이 우리에게 손짓을 했다.
“전성국 대표님 이쪽이요.”
전태국이 내 뒤로 바싹 따라붙자 진행요원이 얼른 말렸다.
“저… 다른 분은 여기서 대기 부탁드립니다.”
“다른 분이라니요? 나 몰라요? 설마?”
전태국의 물음에 진행요원은 눈만 끔뻑였다.
“저… 글쎄… 누구신데요?”
“진짜 몰라서 물어요?”
“네… 죄송한데… 제가 정말 몰라서요. 누구세요?”
전태국은 화를 참으며 겨우 대답했다.
“내가 말이야. 삼전 그룹의 후계자라고!”
“네에?”
진행요원이 삼전그룹의 후계자인 전태국을 알 리가 없었다.
나는 얼른 진행요원에게 부탁을 했다.
“저 혼자 먼저 서고, 삼전 그룹의 후계자이자 저희 회사 직원인 윌리엄 전 씨와 함께 포토라인에 설게요. 괜찮죠?”
“아, 네. 그렇게 진행하겠습니다.”
전태국의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다.
나는 전태국의 어깨를 토닥였다.
“형, 조금만 기다려요.”
“알았어, 성국아.”
그리고 난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포토라인에 섰다.
사방에서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동시에 기자들은 여기저기서 소리쳤다.
“성국 씨, 여기 좀 봐주세요!”
“여기도요!”
“미소 한 번만 지어주세요!”
마치 아이돌들에게 소리치듯이 기자들이 여기저기서 소리쳤다.
나는 기자들의 환호를 받으면서 연습된 적당한 포즈를 취하기 시작했다.
수줍은 미소. 찰칵.
환한 미소. 찰각.
자신만만한 얼굴. 찰칵.
아마 이런저런 타이틀로 내 사진은 대한민국 모든 포털을 장악할 게 뻔했다.
이때, 어떤 기자 한 명이 크게 소리쳤다.
“전성국 대표님, 저스트와 한번 포즈 취해주실 수 있죠?”
동시에 막 포토라인에서 내려간 저스트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이제 드디어 쇼타임이군!]저스트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모두 20살의 나를 보고 조금 놀란 얼굴이었다.
[왜, 이렇게 잘생긴 남자는 처음 보지?]나는 얼른 저스트를 향해서 소리쳤다.
“형들, 어서 올라오세요!”
나의 환한 얼굴과 대비되게 저스트의 얼굴은 그렇게 밝지 않았다.
짹짹이의 메인 모델인 자신들의 스포트라이트를 빼앗긴 것도 모자라서 젊고 잘생긴 나와 한 프레임 안에 사진을 찍혀야 했다.
저스트가 쭈뼛거리는 게 보였다.
그런데 여기서 사진을 찍지 않겠다고 뺀다면, 아마도 저스트는 한때 자신을 스타로 만든 아기와의 만남을 거부한 좀생이가 될 게 뻔했다.
[아저씨들 어서 올라와! 내가 아기 때 혼신의 힘을 다해서 스타로 만들어 줬으니, 이제 나를 스타로 만들어줘야지!]그중에 리더인 태형이가 저스트 멤버들에게 뭐라고 하더니 다들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다시 포토라인으로 올라왔다.
범선이 오랜만에 내 어깨를 다독였다.
“성국아, 뉴욕에서 보고 오랜만이지? 무혁이 형한테 네 이야기는 종종 들었어.”
“형도 잘 지내셨죠?”
[그때, 효진 그룹 첫째랑 사귀었는데… 헤어진 건 안 됐어.]사실 방무혁을 내게 소개해준 것은 범선이었다.
범선과 내가 다정히 귓속말을 주고받는 장면을 찍는 기자들의 카메라 셔터 소리가 연이어 들렸다.
“성국아, 이쪽으로 와. 나 기억이나 하니?”
[마이클, 내가 널 어떻게 잊겠니?]마이클은 애써 큰 제스처를 취하면서 나를 얼싸안았다.
[마이클, 여전히 자기밖에 모르네.]우리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를 카메라가 주시했다.
“성국 씨가 가운데 서주시겠어요?”
기자 한 명이 외쳤다.
저스트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태형이 애매하게 웃으면서 기자들을 말렸다.
“저희 그냥 인사 중이라서요.”
“성국 씨, 어서 가운데로 가주세요.”
태형의 말에도 불구하고, 기자들은 내가 가운데 자리에 서는 것을 원했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것도 바로 이것이었다.
이때, 범선이 내 팔을 잡더니 가운데로 끌었다.
“성국아, 가운데 서.”
“그래, 성국이가 이제는 주인공이지!”
루카스도 나를 가운데로 밀었다.
그리고 나는 저스트의 중앙에 서서 기자들에게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 * *
전태국은 파티장에 준비된 맥주를 마시며 분에 못 이긴다는 표정이었다.
“아니, 어떻게 삼전의 후계자를 10초만 찍고 마냐고! 그게 말이 돼? 임진서 씨,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
“아마 한 장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해서 그럴 거예요.”
[내 말이!]기자들에게는 삼전 그룹의 후계자이자, 현 ‘페이스 노트’의 직원인 전태국이 이 짹잭이의 파티장을 찾은 사진 하나면 충분했다.
[나 정도의 스타성을 갖추려면 다시 태어나야지.]나는 말을 아꼈다.
분명 나는 스타성은 오늘 충분히 입증했다.
그리고 이게 내가 기획한 ‘페이스 노트’의 광고였다.
멀리서 잭 더치가 걸어왔다.
잭 더치의 얼굴은 평소보다 어두웠고, 누가 봐도 뭔가 일이 마음대로 풀리고 있지 않은 느낌이었다.
나는 가볍게 맥주를 마셨다. 그리곤 잭 더치에게 잔을 들여 보였다.
“잭, 맥주가 맛있네요.”
[특히 오늘은 아주 맛나다고 할까, 잭? 공짜기도 하고.]“성국, 오늘 아주 제대로 광고를 했던데?”
[그걸 이제 안 거야, 잭?]“광고라니 무슨 소리세요?”
나는 일부러 모른 척을 했다.
“성국, 그렇게 순진한 얼굴로 모른 척할 이유가 없잖아. 오늘 일 다 계획된 거 아니야?”
“잭, 저는 잭의 초대에 응했을 뿐이에요.”
[잭, 모든 것을 자초한 것은 당신이라고.]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잭 더치는 나의 태연한 태도에 점점 더 열이 받는 것 같았다.
“성국, 세상 사람들이 그렇게 자신의 SNS에 잡다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는 것을 좋아할 것이라는 착각은 버려!”
잭 더치는 점점 더 이성을 잃고 있었다.
“잭, 세상 사람들이 단지 몇백 단어 안에서 자신의 생각을 간결하게 표현하기를 원한다는 착각도 버리세요.”
“뭐라고?”
“누구든지 자신을 마음껏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요즘의 시대라고요. 그런데 단지 그게 몇백 단어로 되겠어요?”
“지금 짹짹이를 모욕한 거야. 성국?”
“‘페이스 노트’를 먼저 모욕한 건 잭이잖아요.”
우리는 누구도 지지 않았고, 주변의 이목이 우리를 향했다.
하지만 난 이미 알고 있다.
이 승부의 진짜 승자가 누가 될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