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292)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297화(292/576)
제297화
김여나 선수와 지희의 촬영이 끝나고 흰둥이의 촬영이 시작됐다.
순조롭게 끝난 김여나 선수와 지희의 촬영에 비해 흰둥이의 촬영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평소의 발랄한 모습과 달리 카메라 앞에 서자 흰둥이는 잔뜩 굳고 말았던 것이다.
촬영장의 모든 스태프들이 달라붙어서 굳은 흰둥이를 위해 애교를 부렸지만 소용없었다.
흰둥이는 뒷걸음질 치거나 놀라서 짖으면서 지희 뒤로 숨었다.
“앙- 아앙!!!”
앙칼진 목소리로 스태프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지친 광고 스태프 한 명이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정말 아기랑 동물은 촬영하기 힘들다니까요. 오늘도 날밤 새우겠네요.”
아기라 동물이라….
그 이야기를 들으니 돌 막 지나 삼전 가전의 광고를 찍던 때가 떠올랐다.
[그땐 나도 힘들었다고!]나는 김세방 감독에게 가서 양해를 구했다.
“감독님, 제가 잠시 흰둥이랑 이야기 좀 나누고 나올게요.”
“네에? 전 대표님, 흰둥이랑 이야기를 한다고 뭐가 달라질까요?”
“한번 맡겨봐 주세요.”
나는 흰둥이를 얼른 안아 들고 방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그리고 방문을 닫았다.
달칵.
일부러 소리 내 문을 닫자 흰둥이도 긴장한 듯 잔뜩 귀를 쫑긋 세우고 나를 쳐다봤다.
나는 흰둥이의 까만 눈을 응시했다.
“전흰둥, 너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들어. 너, 지금 우리 가족의 이름을 걸고 광고 촬영하러 온 거 알아? 몰라?”
“히이잉….”
내 물음에 흰둥이를 꼬리를 푹 내렸다. 기가 잔뜩 죽은 모습이었다.
“너 때문에 지금 광고 촬영이 얼마나 늦어지는 줄 알아? 몰라?”
“히이잉. 히이이잉.”
흰둥이도 뭔가 할 말이 있는 것 같았다.
물론 조명도 따갑고 반복되는 동작을 계속하는 것도 귀찮을 것이다.
그런 내색을 해도 인간들이 알아줄 리도 없었다.
이제 적당히 채찍질한 것 같으니, 당근을 줄 때였다.
나는 흰둥이의 머리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흰둥아, 큰형도 네 맘 다 알아. 이 큰형도 예전에 광고 찍을 때 정말 힘들어서 뛰쳐나가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어. 하지만 이건 다 가족을 위한 일인 거 알지?”
“히잉.”
흰둥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내 말을 알아듣는 것 같았다.
“전흰둥, 네가 우리 집안의 막내라는 사실을 잊지 마라.”
그리곤 주머니에서 흰둥이가 가장 좋아하는 간식을 꺼내서 바닥에 놨다.
흰둥이는 허겁지겁 달려들어 간식을 삽시간에 다 먹더니 입맛을 다셨다.
그리곤 나를 초롱초롱한 눈으로 올려다봤다.
“또 달라고?”
“히잉!”
이제 제법 기운을 차린 것 같았다.
“전흰둥, 간식도 먹었으니 너도 일을 해야지. 너도 이제부터 간식값 정도는 해야지. 알았지?”
“히잉!”
흰둥이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 * *
– 김여나 선수가 선택한 ‘페이스 노트’. 여왕이 선택한 SNS는 과연 어떤 것일까?
– <다섯 남자와 아기 바구니> 전성국의 열풍이 다시 불고 있다! 국민 아기에서 국민 아들로, 이제 국민 남친으로 거듭난 전성국의 성장!
– 가난한 집 첫째 아들로 태어나 세상을 바꾼 전성국 돌풍. 대치동 엄마들의 워너비.
김여나 선수가 나온 ‘페이스 노트’ 광고는 돌풍을 일으켰다.
‘페이스 노트’ 광고보다 하루 일찍 시작한 짹짹이의 광고는 솔직히 모두가 예상한 그대로였다.
한물간 저스트의 노래가 배경 음악으로 흘러나오고, 저스트는 자신들과 팬들도 SNS로 소통한다면서 짹짹이를 보여줬다.
거기다 짹짹이가 SNS의 원조라며 ‘페이스 노트’를 디스하는 내용까지.
이래저래 올드하고, 고리타분한 내용의 광고였다.
오히려 짹짹이 광고를 찍은 저스트가 피해 보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였다.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내 개인 너튜브에 올린 김여나 선수의 광고 클릭 수는 몇 시간 만에 이미 십만 명이 넘었다.
이 기세라면 백만 명 돌파도 순식간일 것 같았다.
역시 퀸여나의 위력을 발휘하는 순간이었다.
* * *
나는 사무실 창가에 서서 창밖의 짹짹이 광고를 쳐다봤다.
처음에는 맞불 작전으로 우리도 건물 전면에 광고를 넣을까 생각해봤지만, 안 하길 잘한 것 같았다.
괜히 자존심 싸움 같은 건 할 필요 없이, 짹짹이는 앞으로 점점 더 몰락할 것이다.
“성국아, 이 기사 봤어?”
전태국이 신문을 들고 다가왔다.
“무슨 기사요?”
“리틀 김여나, 대체 정체가 누구냐고 묻는데?”
“리틀 김여나가 누군데요?”
전태국은 기사에 들어간 ‘페이스 노트’ 광고 한 장면에서 지희를 콕 집었다.
[설마 지금 우리 집 셋째 전지희 보고 리틀 김여나라고? 말도 안 돼!]“누구긴. 지희 말하는 거잖아. 각종 기사에서 김여나 선수와 함께 광고에 나온 꼬마가 리틀 김여나라고 난리도 아니야.”
“윌리엄,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도 마요. 전지희 그 외모가 무슨 리틀 김여나예요?”
나는 최대한 객관적으로 말했고, 전태국은 혀를 끌끌 찼다.
“성국아, 너만 지희의 미모를 인정 안 하는 거 알아?”
“윌리엄, 솔직히 이야기해서 우리 집안에서 외모가 제일 빠지는 건 지희라는 건 사실이잖아요.”
“성국아, 지희 아직 어린이잖아. 아이들은 자라면서 얼굴이 열두 번 바뀐다고 우리 엄마가 그러셨어.”
“난 어릴 때부터 완성형이었어요, 윌리엄.”
“내가 말을 괜히 꺼냈네. 잘못했다. 잘못했어!”
이때, 임진서가 나를 불렀다.
“성국!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고 있는데요. 좀 이상해요.”
“뭐가요?”
“패션지에서도 인터뷰 요청이 오긴 오는데요…. 거기보다 각종 교육 관련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성국이 조기 유학의 성공 케이스인 데다가 하버드 최연소 입학 등, 교육열 강한 한국 엄마들이 좋아하는 요소들을 죄다 가지고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이런 인터뷰 요청은 어떻게 할까요?”
“흠….”
[인생 두 번 살아서 하버드 간 건데, 그걸 어떻게 말하지….]이번 생에서도 저번 생 못지않게 노력한 것은 사실이었지만, 저번 생에서 받은 각종 사교육이 나를 여기까지 이끈 것도 사실이었다. 그것도 내 노력이라면 노력이겠지만.
나는 임진서와 전태국을 번갈아 봤다.
“임진서 씨, 그리고 윌리엄은 교육 관련 인터뷰에 응하는 게 어떤 것 같아요?”
“글쎄요. 한국 엄마들이 교육에 관심 많은 거야 당연한 일이지만, 대표님이 그동안 쌓아온 이미지가 그런 쪽으로만 굳어질까 걱정이 돼서요.”
“임진서 씨 의견에 나도 동감해요. 나 역시 그런 쪽으로 부각되는 건 별로거든요.”
이때, 전태국이 끼어들었다.
“성국, 내 의견도 말하자면 난 절대 반대!”
전태국의 반대에 임진서가 의아한 얼굴로 쳐다봤다.
“윌리엄, 윌리엄의 반대 이유는 뭐예요?”
“성국이 공부한 거 이야기 들으면 다들 재수 없어 할 거니까, 그렇지. 성국이는 최대한 비주얼 위주로 부각시키고, 인터뷰 내용도 회사 일에 관련된 거 위주로 잘 편집해서 나가게 해야지, 안 그러면 완전 비호감 될 게 뻔하거든요.”
[뭐지, 전태국. 나를 언제 이렇게 완벽하게 파악한 거야?]임진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왜 이러는 거야?]“윌리엄 이야기 듣고 보니까 그러네요. 대표님이야 우선 좋은 머리를 가지고 태어났고.”
[나 머리 그렇게 좋지 못하다고!]“거기다 노력도 하셨겠죠. 하지만 제가 대표님이랑 일하면서 느낀 것은.”
임진서는 잠시 뜸을 들였다.
[임진서 씨, 불길하게 왜 그래?]“흠, 뭐랄까. 모든 것을 다 가졌고, 노력한 것도 아는데… 그걸 본인이 너무 잘 알아서 묘하게 재수 없다고 할까요?”
[지금 다들 내가 ‘페이스 노트’ 대표라는 사실을 잊은 거 아니지?]“내 말이 그 말이에요!”
전태국도 격하게 공감했다.
“자, 그럼 교육 관련 인터뷰는 안 하는 것으로 하죠.”
나는 얼른 대화를 끊어버렸다.
“참, 임진서 씨. 저에 대해서 파악할 시간에 다음 스텝에 대해서는 준비를 단단히 하셨겠죠?”
물론 나는 뒤끝도 장난 아니게 있는 편이었다.
“당연하죠!”
“그럼, 그분 앞에서도 실수 없이 브리핑 잘해주기를 바라겠어요.”
“물론이죠.”
우리의 다음 스텝은 바로 전재형 회장이다.
* * *
전태국은 살짝 긴장한 얼굴로 삼전 호텔의 중식당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 뒤를 나와 임진서가 따랐다.
앞장선 전태국이 뒤를 살짝 보더니,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우리 아버지 내가 윌리엄이라고 이름 정한 거 모르는데, 괜찮을까?”
[당연히 안 괜찮지.]“형이 형 아버지는 제일 잘 알잖아요.”
나는 최대한 돌려 말했다.
“그러니까. 너무 걱정돼서 물어보는 거잖아.”
“윌리엄, 아무리 아버지라고 해도 오늘 우리는 일로 만나는 거잖아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전재형 회장님도 그렇게 생각하고 계실 거예요. 이제부터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딱 하나입니다. 우리가 지금 만나러 가는 사람은 대한민국 재벌인 삼전 그룹의 회장 전재형이라는 겁니다.”
“네!”
“네에!”
전태국과 임진서는 동시에 대답했다.
나는 다 늘어난 후드티를 매만지며 삼전 호텔의 중식당으로 들어갔다.
* * *
전재형 회장은 임진서가 준비한 자료를 보고 브리핑을 쭉 들었다. 그리곤 나를 쳐다봤다.
“그래서… 나 보고 지금 ‘페이스 노트’를 개설하라는 이야기인가?”
“네, 회장님.”
우리의 다음 스텝은 전재형 회장이 개인 ‘페이스 노트’를 개설하는 것이었다.
삼전 그룹의 대표로 대중들에게는 기사로만 접해지는 사람.
그 사람의 사생활은 도대체 어떨까?
연예인을 향한 관심만큼 사람들은 재벌에도 관심이 많았다.
“흠… 이런 제안을 하는 이유는 나는 전성국 대표한테 듣고 싶은데?”
“회장님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삼전 그룹의 회장님이시잖아요. 사람들은 회장님에 대해서 궁금해하죠. 재벌들은 도대체 뭘 먹고, 뭘 입고, 어디를 다니는지. 일반 사람들처럼 여가 활동은 뭘 하는 지도요.”
전재형 회장은 내 이야기를 듣더니,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그리고는 전재형 회장의 시선이 전태국으로 향했다.
전태국은 중식당 룸에 들어온 이후로 한마디도 안 하고 있었다.
전재형 회장의 눈빛은 이제 한마디쯤 하라는 의미였다.
전태국은 차로 입을 헹구더니,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페이스 노트’ 아시아 지부 총괄 매니저를 맡고 있는 윌리엄 전이라고 합니다.”
그 말에 전재형 회장의 오른쪽 눈썹이 미세하게 올라갔다.
그것을 본 전태국 역시 긴장하는 게 느껴졌다.
이때, 전재형 회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윌리엄 전의 의견도 한마디쯤 듣고 싶은데.”
전재형 회장은 아들이 아니라 ‘페이스 노트’ 아시아 지부 총괄 매니저 윌리엄 전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했다.
전태국은 몇 번이고 마른침을 삼키더니 입을 열었다.
“저 역시 재벌로 태어나서 재벌로 살아왔고, 주변의 지인들 역시 모두 소위 말하는 재벌이거나 권력층이라서 다들 저처럼 사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하지만 ‘페이스 노트’를 통해서 제 또래의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어떤 고민을 하는지 알게 되면서 제가 그동안 얼마나 우물 안 개구리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아마 회장님도 ‘페이스 노트’를 사용하게 되시면 지금의 이미지보다 좀 더 친근하게 대중에게 다가갈 수도 있을 뿐 아니라 그들의 니즈를 아는 계기가 되실 겁니다.”
나는 막 말을 마친 전태국을 다시 쳐다봤다.
[전태국, 제법인데.]그리고 전태국의 말을 들은 전재형 회장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흠, 모두의 의견은 잘 알겠네. 결정은 이번 주 안으로 양 비서 통해서 연락하겠네. 그리고….”
전재형 회장은 나를 쳐다봤다.
“나는 SNS가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는데, 소통의 장이 될 수 있을 거란 것이 참 인상 깊었네. 그럼, 식사는 나 없이 편하게 하고들 가게나.”
이 말을 마지막으로 전재형 회장은 자리를 떴다.
동시에 나는 전재형 회장이 ‘페이스 노트’ 개설을 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