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294)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248화(294/576)
제248화
버락 오마하와의 전화를 끊자마자 또다시 전화가 울렸다.
이제 정말 자고 싶은데. 누구지?
발신번호에 아빠가 떴다.
순간 등골이 서늘해졌다.
이번 아시아계 기업인 협박 사건이 아직 대한민국에는 잘 보도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했지만, 아마 해외토픽 정도에는 나왔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어쩌지? 씹을까?]하지만 아빠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가는 다음 전화 때 더 혼날 게 뻔했다.
나는 슬그머니 전화를 받았다.
“아빠.”
– 전성구우우우욱!!!
전화기 너머로 아빠의 화난 목소리가 들렸다.
“아빠… 제발 진정 좀 하세요.”
– 너 지금 뉴스 나오는 내용이 뭐야? 아시아계 기업인 상대로 한 테러범을 네가 직접 유인해서 잡았다는데, 도대체 무슨 일을 벌인 거야?!
“아빠, 일은 잘 해결됐고요. 저 무사해요.”
– 그걸 아빠랑 가족들이 뉴스로 접해야 하는 게 말이 돼? 저런 위험이 있으면 바로 한국 돌아와야지!
“아빠, 모든 게 잘 해결됐으니까요. 너무 걱정 마세요….”
이때, 뒤에서 지희 목소리가 들렸다.
– 오빠! 오빠! 지희!
“아빠, 지희 바꿔주는 게 어때요?”
– 하아, 정말 다 끝난 일이니 이제 와서 화내도 소용도 없고. 전성국, 너 정말 다음에 이런 일 있으면 바로 한국행이야! 알았지?
“네, 아빠.”
아마 이런 일은 다시는 없을 것이다.
– 오빠. 오빠. 지희.
“지희야, 왜?”
– 오빠. 히잉.
갑자기 전화기 너머로 지희가 울음을 터트렸다.
“지희야, 왜 그래?”
– 오빠. 오빠. 죽은 거 아니지?
“지희야, 오빠 무사해. 이렇게 통화하고 있잖아. 오빠 협박한 사람도 다 잡았고, 이제 괜찮아.”
– 히잉. 히잉. 오빠 죽으면 안 돼. 오빠 없으면 지희도 없어. 알았지?
“응, 지희야.”
이때, 뒤에서 엄마 목소리가 들렸다.
– 전성국, 지희 다음에는 엄마다. 그다음은 민국이야.
[엄마는 이해하지만, 전민국은 뭐지?]엄마는 아빠와 똑같이 이런 위험한 상황을 집에도 알리지 않고 혼자 해결한 것에 대해서 화를 내셨다.
– 전성국, 너 정말 엄마, 아빠 생각 좀 해. 네가 다치면 엄마, 아빠 마음이 얼마나 찢어질지 생각해본 적 있어?
“엄마, 앞으로 진짜 조심할게.”
그리고 이제 마지막으로 민국이가 남았다.
민국이는 전화를 받더니 방문을 닫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도 조용히 물었다.
– 형아.
날 부르는 목소리에 울음이 묻어났다.
“왜, 민국아?”
– 형아, 절대 죽으면 안 돼. 알았지?
“민국아.”
[민국이 이 녀석이 나를 이렇게 걱정해주고 있다니.]마음이 울컥했다.
– 형아, 히잉. 나 데뷔는 시켜주고 죽어야지.
와장창.
모든 감동이 깨져버렸다.
“전민국. 데뷔는 네 실력으로 해야지!”
* * *
애덤이 내 앞에서 식은땀을 닦았다.
“성국… 그러니까… 저 보고 지금 성국의 운전면허 시험을 가르치라고요?”
“네, 애덤. 애덤이 우리 회사에서 제일 최근에 운전면허를 딴 사람이잖아요. 그 말은 제일 최근에 공부한 사람 아닌가요?”
“그렇긴 한데요. 성국, 제 운전 실력 보셨잖아요.”
[나 전성국이야. 운전은 이미 베스트 드라이버라고. 다만 여태 법적인 문제로 못한 거지.]저번 생에서는 자동차를 좋아해서 주말이면 서킷을 찾아 달리면서 스트레스를 풀기도 했다.
그때 전 세계 자동차란 자동차는 다 몰아봤다.
[하아… 그게 대체 몇 년 전이야.]나는 그 시절을 떠올리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애덤은 여전히 당황한 듯 긴장한 목소리로 물었다.
“사, 사장님…. 그럼… 제가 뭘 가르쳐드리면 될까요?”
“제가 시간이 별로 없잖아요. 기출문제집이 있긴 하지만, 그거 다 볼 시간 없는 거 애덤도 잘 알죠?”
애덤은 고개를 끄덕였다.
“딱 100문제만 족집게로 집어서 만들어 주세요. 면허 필기시험에 단번에 합격하게요.”
“아… 네. 성국, 제가 필기는 만점입니다. 그건 자신 있습니다.”
“애덤, 저한테 시간은 금입니다. 어서 부탁드립니다.”
“네!”
애덤은 한결 가벼운 얼굴로 대답을 했다.
애덤이 자리로 돌아가고, 마크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성국, 운전면허는 갑자기 왜 따게?”
“이번에 테러범들에게 쫓길 때 보니까, 내가 테러범들에게 죽는 게 아니라 너나 애덤 차 타다가 죽을 것 같아서 말이야.”
“암튼, 전성국 못 말려. 우리가 너 때문에 얼마나 고생을 했는 줄 알아?”
“마크, 고.마.워.”
[내 덕분에 너튜브 떡상해서 ‘페이스 노트’도 이익이 더 많잖아.]“정말 엎드려서 절 받는다는 한국 속담이네.”
요즘 마크는 리미미 씨 영향인지, 요즘 한국 속담을 종종 사용했다.
“성국, 근데 이번 일로 너튜브 가입자 수가 수직 상승했다며?”
“당연하지. 내가 목숨 걸고 사람들 끌어모은 건데….”
[마크, 이게 바로 너튜버라고.]이제 한 10년 후면 너튜버들이 세상을 장악하는 시대가 온다.
사람들은 TV에서 무작위로 틀어대는 예능 대신에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너튜브를 더 선호하게 되는 것이다.
“성국, 그럼 앞으로도 계속 영상 같은 거 올릴 거야?”
“다음 미션은 운전면허야.”
“그래서 운전면허 따고 백악관 가서 연설하겠다고 한 거야?”
“응. 전성국의 한 번에 운전면허 따기. 이게 콘셉트라고 할 수 있지.”
“정말 못 말려.”
마크를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마크, 인스타그림 개발은 어떻게 진행 중이야?”
“애덤이 맡아서 열심히 하고는 있는데… 성국, 네 말대로 앞으로는 영상의 시대인데. 단순 사진을 올리는 이 앱이 사람들의 호응을 얻을까?”
“누구나 영상을 찍어서 올리는 게 생각보다 쉽지는 않거든. 마음먹어야 하는 일이잖아. 하지만 사진은 핸드폰만 있으면 이제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찍어서 올릴 수가 있다고. 사람들은 언제나 자기가 한 일을 공유하고 싶어 하거든. 더불어 자랑도 하고 싶어 하고.”
“그래, 한번 너의 예지력을 믿어보자.”
“마크, 넌 나만 믿고 따라와. 그럼, 돼.”
“암튼 잘난 척은. 근데 운전면허 한 번에 따기는 천재 전성국에게 너무 쉬운 미션 아니야?”
“이제 시작이지.”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이번 생에서 단 한 번도 배우지 않은 제2외국어, 스키와 보드, 수영과 골프 등 저번 생에서는 수준급이었지만, 이번 생에서는 배우지 않은 게 한두 개가 아니었다.
* * *
애덤의 운전면허 강의 1일 차.
나는 핸드폰을 열고 동영상을 찍기 시작했다.
“오늘 애덤이 운전면허 기출문제를 알려주기로 했는데요. 아마 여러분들이 잘 모르는 것이 있으실 텐데요.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문맹률이 가장 낮은 나라 중 하나입니다. 제 생각에는 이건 다 대한민국 교육 스타일 때문인 것 같습니다.”
물론 나는 초등학교를 가뿐히 건너뛰었다.
하지만 저번 생에서는 나도 어릴 적에 초등학교에서 주입식 교육으로 제대로 배웠다.
“대한민국은 주입식 교육으로 유명합니다. 주입식 교육이란 학생의 실력, 능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일정 교육량을 말 그대로 학생들에게 주입시키는 교육입니다. 이 부분이 기본적인 문맹률을 낮추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기도 하죠.”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수업 내용을 학생들에게 전달하기에는 주입식 교육만큼 효과적인 것도 없었다.
애덤이 헛기침을 몇 번 했다.
“음. 흠. 성국, 이제 수업 들어야죠.”
“애덤, 이제 시작하죠.”
애덤은 운전면허 필기시험 기출문제를 내왔다.
“성국, 기출문제를 제가 100문제 내왔어요. 아마 여기서 모든 문제가 나올 거예요.”
[이거 뭐 식은 죽 먹기지.]나는 기출문제를 풀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서, 성국. 공부는 좀 했어? 그렇게 무작정 문제를 풀어 내려가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제가 설명을 하고.”
“애덤, 틀린 문제만 설명 부탁해요.”
몸이 기억하는 것은 잘 잊어버리지 않는다.
운전이 그렇다.
저번 생에서 20년 동안 운전하면서 익힌 것은 운전 기술뿐만 아니라 운전을 하면서 익힌 각종 도로 법규도 포함되는 것이었다.
물론 한국과 미국은 조금 달랐고, 애덤이 보완해줄 부분은 그 부분이었다.
딱.
볼펜을 놨다.
100문제를 다 푸는데 정확히 32분 50초가 걸렸다.
애덤이 당황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성국, 그럼 채점할까요?”
“빨리요.”
“그럴게요.”
애덤은 답안지를 보면서 채점을 시작했다.
당연히 틀린 문제는 몇 개 되지 않았다. 채점을 할수록 애덤의 눈이 커졌다.
“성국, 필기시험 따로 공부한 적 있어요?”
“애덤, 내가 그럴 시간 없다는 건 애덤이 더 잘 알지 않아요?”
“하긴요.”
나의 하루는 살인적이라는 말로도 부족하다.
눈뜨자마자 회사에 출근해서 너튜브와 ‘페이스 노트’ 회의. 혹은 관련 미팅으로 하루를 보냈다. 회의가 길어지면 밤중에 끝나는 경우도 많았다.
그리고 집에 가면 자정이 넘는 경우가 허다했다.
애덤은 채점한 시험지를 보더니 빙긋 미소를 지었다.
“성국, 그래도 인간적이네요. 다섯 문제 틀렸네요.”
[그건 내가 10년 뒤의 법률에 익숙하기 때문이라고!]“성국, 그럼 이거 설명해줄게요. 다시 안 틀리게요.”
“애덤, 어서 설명해요!”
“네!”
* * *
효진 그룹의 구수영 회장은 성국의 너튜브를 흥미롭게 보고 있었다.
이제 효진 그룹의 공식적인 후원이야 다 끝난 상태지만, 죽은 자신의 아들 이름을 딴 재단의 지원을 받은 성국의 성공은 언제나 자랑스러웠다.
구수영 회장 곁에 선 한 비서가 성국의 너튜브를 설명했다.
“이번에 전성국을 비롯한 아시아계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한 혐오 범죄가 발생했습니다.”
“이런 일은 예측도 안 되니, 발생 전까지는 우리가 도와줄 수도 없고….”
구수영 회장은 진심으로 안타까워했다.
“그 과정에서 다행히 전성국 군이 기지를 발휘해서 범인 모두를 잡기는 했습니다. 너튜브에 그 상황을 다 올려서 너튜브 이용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그 이후에도 성국 군은 자신의 일상을 다루는 동영상을 찍어서 올리고 있습니다.”
“성국이는 보면 볼수록 정말 대단해.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탁월한 재능이 있단 말이야.”
“정말 그렇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백악관에서 아시아 혐오에 반대하는 연설도 조만간 한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때, 구수영 회장의 눈에 이제 막 올라온 동영상 하나가 보였다.
“근데. 성국이가 벌써 면허를 딸 나이인가?”
“캘리포니아 주법에 의하면 충분히 따고도 남을 나이입니다.”
“아하.”
순간, 구수영 회장의 얼굴이 굳었다.
자신의 아들 준호가 대학 입학 선물로 사준 차를 타고 떠난 미국 횡단 여행에서 죽었기 때문이다.
한 비서가 얼른 구수영 회장의 얼굴을 살폈다.
“회장님, 괜찮으세요?”
“괜찮네. 성국 군이랑 통화하고 싶은데. 연결해줄 수 있겠나?”
“네, 회장님.”
* * *
내 운전면허 주행시험 차량은 바로 애덤의 차량이었다.
미국은 준비된 차량으로 주행시험을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차량을 준비해서 그 차로 보는 시스템이었다.
애덤이 차 키를 내밀면서도 손을 덜덜 떨었다.
“성국, 제 차가요.”
“애덤, 걱정 말아요. 난 어떤 차든 잘 몰 수 있다고요.”
“그게 아니라요. 우리 제니. 그러니까 제 첫사랑 이름이 제니여서 제 차 애칭이 제니거든요.”
“애덤, 그건 안 궁금하고요. 저 이제 시험 봐야 하거든요. 어서 할 말 하세요.”
“성국, 우리 제니 기스 하나 나면 안 돼요! 알았죠?”
[뭐야? 이미 제니. 기스투성이이구만!]어쨌든 나는 애덤의 차를 이미 시험 차로 등록한 상태였다.
“애덤, 어서 차 키 줘요. 내가 제니 얼굴에 기스라도 나면 새로운 제니 사줄게요!”
“성국, 난 새로운 제니는 필요 없어요. 그니까 제발 조심히 운전해 주세요.”
“알았다고요!”
이때, 핸드폰이 울렸다.
[바빠 죽겠는데, 누구야?]나는 얼른 전화를 받았다.
– 안녕하세요. 효진 그룹 비서실입니다. 구수영 회장님 연결해드리겠습니다.
곧 구수영 회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 성국 군.
“회장님.”
– 시간 되나?
“회장님, 지금 제가 운전면허 주행 시험을 봐야 해서요.”
– 그럼, 빨리 말하겠네. 성국 군, 운전면허 시험에 붙으면 내가 차 한 대 보내겠네.
“네에?”
– 우리 준호 말이야. 준호가… 죽은 이유가 너무 위험한 차를 탄 것 같아서. 암튼 이건 내 선물이니 받아주게나.
“네, 회장님. 시험 보고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나는 전화를 끊고 애덤의 애마 제니의 운전대를 잡았다.
[도대체 구수영 회장은 무슨 차를 선물하려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