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295)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250화(295/576)
제250화
버락 오마하가 빌려준 양복은 몸에 꼭 맞았다.
특별히 미셸이 불러준 스타일리스트가 좀 여부 있는 부분을 핀으로 고정했고, 머리까지 매만져줬다.
“여기 티존 부위만 번들거릴 수 있어서 파우더로 살짝 누를게요. 그 정도만 해도 완벽하겠어요.”
[당연한 말을 왜 하실까. 나, 전성국으로 말할 것 같으면 돌이 막 지난 나이부터 카메라 앞에 선 얼굴 천재라고.]스타일리스트는 티존 부위를 파우더로 누르고 함박 미소를 지었다.
“성국 군, 여자 친구 정말 없어요? ‘페이스 노트’에 아직 싱글이던데요.”
“네, 저 아직 미성년자고요. 한국에서는 성인이 될 때까지 연애 잘 안 해요.”
뭐, 한국이나 미국이나 할 사람은 다 하는 게 연애지만.
“오늘 연설 엄청 기대돼요.”
“그냥 준비한 대로 열심히 하려고요.”
“성국 군은 정말 하나도 안 떠는 것 같아요.”
똑. 똑.
이때,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버락 오마하의 첫째 딸 말리아가 고개를 삐죽 내밀었다.
“성국 오빠… 준비 잘돼가요?”
“응. 말리아, 응원해주러 온 거야?”
“네. 그리고 궁금해서요.”
“뭐가?”
“성국 오빠, 맨날 후드티에 데님만 입잖아요. 그런데 오늘 아빠처럼 입으면 어떤가 엄청 궁금했어요.”
“어때?”
나는 말리아를 향해서 돌아섰다.
말리아는 얼굴 가득 버락을 닮은 환한 미소를 짓더니 조용히 다가와 귓속말을 했다.
“이건 비밀인데요. 아빠보다 멋있어요.”
그러곤 카메라를 꺼내서 스타일리스트에게 건넸다.
“저… 성국 오빠랑 사진 한 장 부탁드려요.”
“그럴게요. 자, 두 사람 함께 활짝 웃어주세요! 하나, 둘, 셋!”
찰칵.
* * *
긴장된 순간.
수많은 기자들과 카메라가 나를 기다리고 있는 백악관의 브리핑룸.
나는 그곳을 향해서 긴 복도를 걸어갔다.
주변에는 보디가드가 가득했고, 옆에서는 긴장하지 말라는 버락 오마하의 보좌관, 게리의 다독임이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모르는 게 있다.
나는 전혀 긴장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수많은 백악관 출입 기자들 앞에 서서 나는 준비한 연설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해냈다.
박수 소리가 들리더니, 연이어 기자들이 질문을 쏟아냈다.
곧 백악관 대변인이 나서서 사태를 진정시켰다.
“바로 버락 오마하 대통령과의 대담이 준비되어 있어서 질문은 받지 않습니다. 제 생각에는 전성국 군의 연설에 모든 질문의 답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나는 한국식으로 정중하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브리핑 룸을 떠났다.
* * *
버락 오마하가 특유의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반겼다.
“성국, 이번 연설 아주 완벽했네.”
“연습을 많이 했어요.”
때에 따라서 겸손도 필요했다.
“연습을 아무리 해도 못 하는 경우도 많은데… 도대체 한국 사람들은 왜 이렇게 똑똑한 건가?”
“그건 아마… 한국의 교육 때문일 거예요.”
“내가 변호사 시절에 만난 한국 사람들도 다 그 이야기를 하더라고. 한국의 교육은 특별하고, 교육열은 더 특별하다고. 나는 미국의 공교육에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거든.”
버락 오마하는 미국 공교육에 대해 근심을 털어놨다.
막연히 미국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 다른 나라에서 보기에 미국처럼 완벽한 환경을 가진 교육 환경은 없어 보이지만, 실상 미국의 공교육 환경은 최악이었다.
돈이 없으면 공부를 못하는 것이 당연한 나라.
그게 미국이었다.
“한국은 계층 이동의 유일한 사다리를 교육이라고 보거든요. 부모는 가난했지만, 자식들이 그 가난을 물려받지 않는 수단 중 하나가 교육이라고 생각한 거죠.”
“그런 생각을 하긴 하지만 실천에 옮기기는 쉽지 않은데, 그걸 실천에 옮기는 한국 사람들이 대단한 것 같네.”
버락 오마하는 몸을 앞으로 더 기울였다. 그리고 은밀히 물었다.
“그리고 진짜 궁금한 게 있는데… 대한민국의 교사 연봉은 얼마나 되나? 공교육의 질이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정말 궁금했거든.”
“대한민국 교사는 공무원이에요. 한마디로, 한번 임용되면 월급은 많지 않지만 정년까지 보장된다는 의미이죠. 물론 사립도 있지만, 대한민국은 정년을 보장하는 교사 제도로 교사의 질을 올려서 공교육도 사교육에 못지않은 질을 유지하는 편이에요.”
물론 아닌 경우도 많지만,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 비해서 어쨌든 대한민국의 공교육은 수준급이기는 했다.
거기다 교사 한 명이 담당해야 할 학생 수가 월등히 많아서 무자비한 주입식 교육이 시행되는 것도 학생들의 평균을 올리는 이유기도 했다.
“참, 성국 군…. 올해 11월에 일본, 한국 그리고 중국을 방문할 예정인데. 자네가 나와 함께 특사 자격으로 방문해 주겠나?”
“특사 자격으로요?”
“자네가 원한다면 그렇다는 거고… 일 때문에 바쁘면 안 가도 되지만, 난 자네가 꼭 같이 가줬으면 하네. 사실 나야 동양에 대한 이해가 그리 깊지 않지 않나. 특히 한국에 대해서는 자네가 곁에 있으면 도움을 많이 받을 것 같아서 말이야.”
“원하신다면 동행해야죠. 일정 비워둘게요.”
“그리고 게리 보좌관 말에 의하면 자네 아직 내가 주기로 한 시민권에 대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던데….”
“버락… 한국 남자들은 군대를 다녀와야 해요. 병역이 국민의 의무인 셈이죠. 만약 제가 병역을 포기하고 시민권을 얻는다면, 아마 저희 집에서는 난리가 날 거예요.”
“이런… 자네 같은 인재가 미국 사람이어야 하는데. 지금 대답은 안 들은 것으로 할 테니, 충분히 생각해 보게.”
“네, 버락.”
우리의 대담은 아시아계 기업인에 대한 증오 범죄보다는 대한민국의 우수한 교육 환경과 시민권 문제에 대한 잡담에 가까웠다.
우리의 비공개 대담이 막바지를 향해갈 때, 버락이 주변을 살피더니 조용히 입을 열었다.
“성국, 근데 우리 말리아 어떤가?”
“그게….”
“말리아가 물어보라고 해서. 나도 어쩔 수 없는 딸바보 아닌가. 말리아가 자네랑 결혼하겠다는데, 나는 찬성이거든.”
“버락… 10년 후에는 아마 말리아의 마음이 바뀌어있을 거예요.”
“지금 당장은 확고하거든. 내가 뭐라고 답해줘야 할까?”
“스무 살 넘으면 찾아오라고 해주세요.”
“그래, 그게 좋겠군. 그리고 이 이야기는 절대 비밀일세.”
버락 오마하는 내 손을 꽉 쥐었다.
* * *
샌프란시스코로 향하는 비행기 안은 퍼스트 클래스까지 사람들로 가득 찼다. 쉽게 보기 힘든 광경이었다.
나는 그동안 챙겨보지 못한 신문을 보면서 ‘페이스 노트’ 관리에 들어갔다.
이미 내가 백악관에서 한 연설과 기사 사진들이 곳곳에 도배돼 있었다.
– 성국을 백악관으로!
– 성국, 슈트 차림 너무 멋져! 제발 후드티랑 데님 좀 어디다 버리라고!
댓글 반응은 뭐 예상하는 대로 좋은 것과.
– 제발 저 잘난척쟁이 대한민국으로 꺼졌으면.
같은 나쁜 반응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하지만 인터넷은 언제든 자유롭게 의견을 올리고 내일 수 있는 곳이었고, 그래야만 했다.
이때, 뒤에서 기침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승무원이 승객에게 다가가더니 조심스레 물었다.
“괜찮으세요?”
“감기약을 먹고 탔는데, 영 나아지지가 않네요.”
“따뜻한 차 좀 드릴까요?”
“부탁드려요.”
남자의 거친 기침 소리는 연이어 들렸고, 순간 머리에 스치는 사건이 하나 떠올랐다.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세계를 강타한다.
그리고 그 시작은 미국이었다.
나는 얼른 승무원을 불렀다.
“고객님, 뭐 필요하신 게 있나요?”
“기내가 많이 건조해서요. 따뜻한 물이랑 혹시 마스크 있을까요? 입을 좀 가리고 있으면 괜찮을 것 같아서요.”
“준비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승무원은 곧 마스크와 뜨거운 물을 준비해줬다.
나는 얼른 물을 마시고 마스크를 썼다.
신종 인플루엔자는 공기를 통해 감염된다.
나는 초조하게 시계를 쳐다봤다.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도착하기까지 3시간.
나는 3시간이나 더 신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노출될 수도 있었다!
신종 인플루엔자는 치사율은 낮지만, 한동안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하는 바이러스이긴 했다.
그 순간이었다. 콰앙!
바닥에 진동이 느껴질 정도로 세게 누군가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뭐지?
뒤돌아보자 기침을 해대던 승객이 바닥에 쓰러져있었다.
놀란 승무원이 승객의 상태를 확인하더니 놀란 목소리로 기내 방송을 시작했다.
“퍼스트 클래스 내 응급 환자가 발생했습니다. 혹시 기내에 의사 계시면 퍼스트 클래스로 와주시길 바랍니다.”
방송이 끝나자마자 안경을 낀 키가 큰 남자가 퍼스트 클래스로 들어섰다.
“샌프란시스코 병원 내과 의사 노아 브라운입니다.”
“승객분께서 비행기 타실 때부터 감기 기운이 있다고 하셨는데, 화장실 다녀오시다 갑자기 쓰러지셨어요.”
“제가 한번 보겠습니다.”
노아 브라운은 남자의 상태를 살피더니 고개를 갸웃했다.
“열병의 일종 같은데요. 공항에 바로 구급차 대기해야 할 것 같은데요.”
“네, 공항에 연락해서 긴급 대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쓰러진 남자가 만약 진짜 신종 인플루엔자라면 치료제는 딱 하나였다.
나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서 쓰러진 환자를 돌보고 있는 노아 브라운에게 다가갔다.
“저, 의사 선생님.”
“무슨 할 말 있으세요?”
“고객들 중에 토미플루를 소지 중인 고객이 계시면 이 환자분에게 먹여 보는 게 어떨까요?”
“토미플루요? 그건 A형 독감 치료제인데요.”
“네, 저도 잘 압니다. 이번 년도에 A형 독감이 유행할지도 모른다는 논문을 읽은 적이 있어서요. 증상도 유사하고요.”
물론 새빨간 거짓말이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내가 의사라든가, 제약 회사에서 일한다고 말하는 게 더 터무니없었다.
좁은 비행기 안. 사람들은 내 말에 조금씩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밀고 나가는 수밖에.
지금 여기서 내 말의 진위를 확인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저도 아까부터 이 환자분 상태 지켜봤는데, 독감 같아서요. 이번 대유행할 A 독감 같은 경우는 초기에 열을 낮추는 게 관건이잖아요.”
“토미플루가 그 역할을 하긴 하는데….”
노아 브라운은 자신이 없는 눈치였다.
“샌프란시스코 공항까지 도착하려면 3시간이나 더 가야 하잖아요. 이 분 지금도 이렇게 열이 오르는데…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을지도 모르고요.”
내 말에 노아 브라운은 승무원을 쳐다봤다.
“승객 중에 토미플루를 처방받아서 가지고 있는 사람 있는지 알아봐 주세요. 그리고 응급약에 있는 해열제도 모두 다 가져다주시고요.”
“네, 방송하겠습니다.”
곧이어 기내에서 토미플루를 가지고 있는 승객을 찾는 안내방송이 울려 퍼졌다.
그사이에도 쓰러진 승객의 상태는 점점 더 나빠지고 있었다.
거기다 좁은 기내.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마스크조차 끼지 않았다.
좁은 공간에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비행기의 특성상 만약 이 남자가 진짜 신종플루에 걸린 거라면 우리도 신종플루에 이미 걸렸을 확률이 높았다.
곧 뒤에서 승무원이 다급하게 달려왔다.
승무원의 손에는 토미플루가 들려 있었다.
“여기요! 여기 토미플루요! 승객 한 분이 비행기 타기 전에 처방받으셨다고 해요.”
노아 브라운은 쓰러진 승객을 일으켜 세웠다.
“이건 토미플루라고 흔한 독감약이에요. 제가 보기에 우선 열이 많이 오르고 기침이 나는 것으로 봐서는 계절 독감일 수 있거든요. 이거 한 번 드셔보시겠어요?”
“…네에….”
승객은 힘겹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토미플루를 먹었다.
* * *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내리자마자 대기하고 있던 구급대원들이 쓰러졌던 승객을 구급차로 옮겼다.
노아 브라운 역시 구급차에 오르려다말고, 나에게 다시 다가왔다.
“저… 아까는 고마웠어요. 환자 열이 좀 내린 것 같긴 한데요. 저한테 연락처 좀 주시겠어요? 물론 제 판단이긴 했지만, 아까 그 논문 말이에요. A형 독감이 유행할 거란 거 전 들어본 적이 없거든요.”
“우선 가셔서 상황 보시고 알려주세요. 제 이름은 전성국입니다.”
“설마… 그 ‘페이스 노트’… 백악관에서 연설한?”
“네… 맞습니다.”
내 말 한마디에 노아 브라운은 의심을 거뒀다.
“천재라고 들었어요. 천재가 평범한 의사보다야 기억력이 좋겠죠. 우선 병원으로 갈 테니까, 이후 상황 있으면 ‘페이스 노트’로 연락할게요.”
“네, 부탁드려요.”
노아 브라운은 구급대원들과 함께 구급차에 올랐고, 나는 게이트로 향했다.
그러곤 핸드폰으로 토미플루의 제약 회사인 길리언 사이언스의 주가를 검색했다.
주가는 현재 16달러.
[흠… 소소하게 만 달러만 사볼까?]나는 얼른 길리언 사이언스의 주식 만 달러를 사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