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296)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256화(296/576)
제256화
제시는 성국이 나온 기사를 스크랩해서 자신의 직장 상사인 미란다 윈투어에게 내밀었다.
“미란다. 성국은 이제 사업가를 넘어서 시대의 아이콘이 되고 있어요. 그동안 성국이 해온 업적도 대단하지만, 최근에는 ‘페이스 노트’를 통해서 성범죄자와 강력범죄자들의 가입을 막는 내규도 발표했잖아요. 이런 인물을 미국의 패션을 대표하는 우리 <벨라>에서 취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말도 안 돼요.”
미란다 윈투어는 특유의 단발머리 끝을 한 손으로 만지작거리며 제시를 바라봤다.
“제시, 성국이랑 마크랑 고등학교 동창이라고 했나?”
“네.”
“성국은 패션지와는 인터뷰한 적 없는데, 인터뷰 딸 수 있겠어?”
“걱정 마세요! 미란다.”
제시는 미란다 사무실의 문을 박차고 나섰다.
그리고 얼른 성국에게 전화를 걸었다.
성국의 전화번호는 당연히 있었다.
오랫동안 연락을 안 했을 뿐….
* * *
회의 도중 전화벨이 울렸고, 마크와 리미미가 있는 가운데 나는 발신자를 확인했다.
“제시?”
내 말에 마크가 관심을 보였다.
“설마 그 제시?”
“응. 설마 그 제시 맞는 거 같은데. 마크.”
나는 신호가 끊기기 직전에야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예상한 목소리가 들렸다.
– 성국! 나야… 제시.
“응, 안녕. 제시.”
– 성국, 요즘 네 이야기가 뉴스에서 끊이지 않는다는 거 알아?
“내 이야기가 아니라 ‘페이스 노트’나 ‘너튜브’겠지.”
– 그걸 운영하는 사람이 바로 너잖아.
“마크도 있어.”
– 어, 맞다. 마크 잘 있지?
“물론 잘 있지.”
– 성국, 혹시 이번 주에 시간 돼? 아니다. 우선 내가 미란다 윈투어 밑에서 일한다는 거 알아?
“미란다 윈투어가 누군데?”
– 이럴 줄 알았다니까. 세계적인 패션지 <벨라>의 편집장이잖아. 미란다 윈투어가 네 인터뷰 기사 안 잡아 오면 날 죽일지도 몰라.
나는 전화기를 살짝 내리고 리미미를 쳐다봤다.
“리미미 씨, <벨라> 본 적 있어요?”
“사장님, 제가 탈북한 이유가 태국에서 <벨라>를 본 이후라고 말 안 했던가요?”
“리미미 씨, 햄버거 때문이라고 했거든요.”
“햄버거 사 먹을 때, 가판대에서 <벨라>를 보고 탈북 결심한 거죠.”
나는 다시 제시의 전화를 받았다.
“제시, 나 말고 마크 인터뷰하는 건 어때? 마크가 이번 성범죄자들 프로젝트는 대표로 운영 중이거든. 우리 회사에 지금 제일 필요한 이미지이고.”
– 성국… 내가 인터뷰하고 싶은 사람은 이 시대의 아이콘이야. 말 한마디에 생강차와 김치가 품절되고…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알리고. 거기다 스무 살도 안 됐는데, 포르샤를 타고 다니는 사람. 하지만 옷은 맨날 후드티에 데님인 그런 사람 말이야.
“제시, 네 말을 들으니 내가 패셔니스타는 분명 아닌 것 같은데….”
– 성국, 여전하네. 이번 주말에 실리콘밸리로 날아갈 테니까, 약속 비워둬! 이건 친구로서 방문이야. 물론 사심 가득한.
제시는 그렇게 전화를 걸었다.
“사장님, 지금 <벨라>에서 사장님 인터뷰를 하겠다는 말이에요?”
“그러고 싶은 것 같은데… 마크, 넌 제시가 <벨라>에서 일하는 거 알았어?”
“제시 ‘페이스 노트’ 보면 <벨라>에서 일하는 것 같긴 했어.”
“그래? 제시 아나운서가 꿈 아니었어? 갑자기 패션지라니….”
“뭐, 여러 가지로 스펙 쌓는 모양이지.”
심드렁한 마크와 나와 달리 리미미는 뭔가 잔뜩 기대되는 얼굴이었다.
“제시라면 마크가 고등학교 내내 좋아했던 그 프롬퀸 맞죠?”
“리미미 씨도 일전에 얼굴 본 적 있잖아요. 그리고 고등학교 내내 플러스 대학 때까지도 짝사랑했죠.”
“성국!”
마크는 괜히 열을 냈다.
“마크, 진정해. 난 팩트를 말했고, 지금 네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리미미 씨잖아.”
“마크, 난 괜찮아. 어차피 제시 같은 여자는 마크를 안 좋아해.”
리미미가 쐐기를 박았다.
“자, 우리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마크, <벨라>를 이용해보자.”
“뭐?”
“<벨라>는 20, 30대 여자들이 즐겨보는 세계적인 패션지잖아. 그렇다면 성범죄자 차단을 가장 옹호하는 집단이기도 하고… 우리의 비전을 말하기에 적당한 콘텐츠 같아.”
“성국, 좋은 생각인데… 근데… 우리 마이크 타이손을 본보기로 제지하는 거… 말이야….”
“응. 내일 오전에 CNB 뉴스에 네가 인터뷰하러 나갈 거잖아.”
“그거… 내가 꼭 해야 하는 거지?”
“마크, 나는 ‘페이스 노트’ 때문에 아시아계 기업을 상대로 하는 테러범들의 표적이 되기도 했어. 나는 불특정 다수와 싸웠지만, 너는 딱 한 명만 조심하면 되는데, 뭐가 문제야?”
“그 딱 한 명이 마이크 타이손이라는 게 문제지!”
* * *
CNB 뉴스 중계 차량이 사무실 앞에 도착했다.
마크은 살짝 상기된 얼굴로 늘 입는 체크 셔츠 깃을 매만졌다.
나는 마크에에 따뜻한 생강차를 한 잔 내밀었다.
“마크. 긴장에도 생강차가 좋아.”
“성국… 나 정말 잘할 수 있을까?”
“그동안 안 해봐서 좀 긴장되겠지만, 잘할 수 있을 거야. 마크, 그러니까… 긴장 풀어.”
“어… 그래야지. 근데 긴장이 너무 된다.”
[마크, 원래 처음은 다 그런 거야.]내가 군복무와 다른 일로 ‘페이스 노트’를 떠나는 순간부터는 마크가 이 회사의 얼굴이 될 것이다.
그전까지 마크를 나를 대신한 대표로 만드는 것이 내 목표였다.
그리고 오늘은 그 시발점이다.
곧 문이 열리면서 기자와 카메라맨이 들어왔다.
“자, 먼저 체온 측정하시고요.”
내 말에 두 사람은 얼른 체온 측정을 하고 생강차를 받아들었다.
기자는 자연스럽게 내게 다가왔다.
“성국 군, 오늘 인터뷰 사전에 한번 연습할까요?”
“기자님, 오늘은 제가 아니라 마크가 인터뷰를 할 거예요.”
기자는 살짝 놀란 눈으로 마크를 쳐다봤다.
“좀 놀라셨죠, 기자님?”
“아, 네. 솔직히요. 그동안 대외적인 활동은 모두 성국 군이 해왔잖아요. 얼굴도 잘생기고, 쇼맨십도 좋고… 방송에서 딱 원하는 스타일이기도 하고요.”
“‘페이스 노트’는 저와 마크가 함께 설립한 회사잖아요. 마크가 워낙 수줍음이 많아서 그동안 제가 대외적인 일은 해왔지만, 이번 일은 마크가 앞장선 프로젝트기도 해서요.”
“이제 슬슬 수줍은 대표도 언론에 얼굴을 나타내는 거군요.”
기자는 얼른 마크에게 손을 내밀며 인사를 했다.
인터뷰 전에 내용을 조율하고, 마크의 긴장감을 덜어주기 위한 제스처였다.
마크도 서서히 조금씩 긴장감을 덜어내는 것 같았다.
* * *
“저는 지금 성범죄자 및 강력범죄자에 대한 가입을 금지하기로 한 ‘페이스 노트’ 사옥에 나와 있습니다. 최근에 ‘페이스 노트’는 성범죄자 및 강력범죄자에 대한 가입을 내규로 금지하기로 했는데요. 오늘 ‘페이스 노트’의 공동대표인 마크 주크버스를 만나서 그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기자는 능숙하게 마크에게 마이크를 댔다.
마크는 조금 수줍게 인사를 하고는 이번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을 했다.
“‘페이스 노트’ 사용자의 대부분이 10대와 20대라는 사실은 너무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최근 여러 루트를 통해서 성범죄자들이 남녀 가리지 않고 ‘페이스 노트’의 메시지 기능을 이용해서 접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사실 그동안 많은 소셜 네트워크의 문제점으로 지적된 것이 이 문제잖아요.”
“그렇죠. 비대면으로 메시지를 주고받는 곳이기 때문에 다른 어떤 곳보다 쉽게 접근이 가능한 지점이 있었습니다.”
“그럼… ‘페이스 노트’에 성범죄자와 강력범죄자의 가입 자체를 차단하겠다는 말씀이시죠?”
“네, 저희가 범죄자들의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상황은 아니므로 사용자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한 지점이라 오늘 제가 방송에 나온 이유기도 합니다.”
“그 말은 사용자가 직접 신고를 해야 한단 말이죠?”
“네, 물론 저희 내부에서 신고를 받으면 철저히 검증 후 확실한 근거를 바탕으로 범죄자들의 가입을 차단할 것입니다.”
뒤에서 마크의 인터뷰를 지켜보고 있던 나는 리미미에게 속삭였다.
“리미미 씨, 마크 생각보다 인터뷰 잘하는데요?”
“사장님, 사실은 어젯밤에 제가 북한 스타일로 빡세게 연습시켰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해요.”
“사장님, 근데… 제 생각에는 사람들이 마크보다는 사장님을 카메라에서 보길 더 원할 것 같은데요?”
“리미미 씨, 맞는 말이지만 제가 몸이 두 개는 아니잖아요.”
“사장님, 인터뷰나 보죠.”
리미미와 나는 다시 마크의 인터뷰에 집중했다.
이제 중요한 멘트 하나가 남았다.
“그럼, 성범죄자나 강력범죄자임이 검증된 사람의 가입은 처음부터 차단될 수도 있는 거네요?”
“물론이죠. 그래서 저희 ‘페이스 노트’는 실제 강간 혐의로 복역한 전설의 권투 선수인 마이크 타이손의 가입 자체를 ‘페이스 노트’에서는 영구적으로 차단할 것을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와우! 이건 대단한 뉴스인데요.”
기자는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더니 마무리 멘트를 시작했다.
“오늘 저는 ‘페이스 노트’ 대표인 마크 주크버스를 만났습니다. ‘페이스 노트’는 소셜 네트워크 기업 중 처음으로 성범죄자와 강력범죄자에 대한 가입 차단을 내규로 정한 회사인데요.
그 본보기로 미스 블랙 아메리카를 강간한 혐의로 복역한 마이크 타이손의 가입 차단을 선언했습니다. 이 선언이 각종 성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는 SNS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 * *
퇴근 시간이 다가올 무렵, 마크가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다가왔다.
“성국… 성국, 어떻게 하지?”
“마크, 무슨 일이야?”
“마이크 타이손이 짹짹이에다가 이런 글을 올렸어.”
– 마크 주크버스, 기다려라. 내 핵주먹 맛 보여주러 갈 거니까.
[흠… 역시 마이크 타이손이네.]“성국, 나 어떻게 하면 좋아?”
마크는 발을 동동 굴렀다.
“태국이 형한테 부탁해서 경호 좀 강화해달라고 하지, 뭐.”
“성국… 나 괜히 방송에 얼굴 내밀었나 봐.”
“마크, 앞으로 ‘페이스 노트’ 운영자로서 이런 일은 수두룩하게 겪게 될 거야. 예행연습이라고 생각해. 그리고 실제로 이렇게 말하는 사람치고 직접 찾아오는 사람 드물잖아.”
“그, 그렇겠지?”
“응.”
나는 마크를 우선 안정시켰다.
내 말대로 이렇게 으름장 놓는 인간치고 실제로 찾아올 확률은 10%로도 안 됐다. 문제는 나머지 10%는 진짜 찾아온다는 사실이지만.
“마크, 그래도 성범죄자와 강력범죄자들 가입 차단을 홍보한 덕분에 ‘페이스 노트’ 가입자들이 오늘 확 늘어놨어. 어쨌든 안전망이 생겼다고 다들 생각하는 거지.”
“그, 그래… 그건 좋은 소식이네.”
“마크, 오늘 리미미 씨가 너 고생했다고 한국식 치킨 시켜 먹자고 하더라.”
“응. 한국 치킨 진짜 맛있지. 어서 집에 가서 맥주나 한잔하고 자야겠어.”
마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마크, 고생했어.”
“성국, 그동안 네가 얼마나 많이 고생했는지 알 것 같아. 앞으로는 나도 잘할게.”
이때, 어디선가 비명이 들렸다.
“아아악!”
나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서 비명이 들린 쪽을 쳐다봤다.
“무슨 일이에요?”
“저, 성국….”
겁에 잔뜩 질린 직원의 목소리가 들렸고, 곧 거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마크 주크버스 어디 있어!”
[설마 타이손?]나는 지금 화가 단단히 난 채 다가오는 마이크 타이손을 쳐다봤다.
180cm에 육박하는 키에 100kg은 족히 돼 보이는 거구가 나와 마크 주크버스를 향해서 걸어왔다.
마크는 겁에 질려서 내 뒤로 쏙 숨어버렸다.
그러자 마이크 타이손이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거기… 기생오라비같이 생긴 동양놈 뒤에 숨은 놈이 마크 주크버스지! 나를 ‘페이스 노트’에서 영원히 차단하겠다는 놈!”
나는 얼른 마이크 타이손을 막았다.
“마이크. 이건 이렇게 소란을 피운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에요. 우리 서로 오해를 풀고.”
“오해? 니들이 나를 먼저 엿 먹인 거잖아!”
“마이크, 제발 진정하고요. 우리 앞으로 이 일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계획을….”
순간 마이크 타이손이 내 멱살을 잡아 올렸다.
누군가에 의해서 다리가 땅에 뜨는 경험은 정말 살아생전 처음이었다.
“누구나 계획은 있어. 처맞기 전까지는….”
이때, 뒤에 숨어있는 마크가 마이크 타이손을 말렸다.
“마이크, 내가 한 말이잖아요. 성국은 놔줘요.”
“그래… 마크 주크버스인지. 주크박스인지. 내 주먹맛 좀 보자!”
날 놓은 마이크 타이손의 주먹이 마크에게로 향하는 순간!
누군가 마이크 타이손의 주먹을 탁 막아섰다.
그건 바로 리미미였다.
“넌 또 뭐야?”
“리미미. 마크 주크버스 여자친구.”
“꼴에 여자친구도 있어?”
“마이크 타이손, 내 남자 한 대 치는 순간. 당신은 끝장날 줄 알아?”
“뭐?”
“나 북조선 특수부대 출신이야.”
그 말에 마이크 타이손의 동공이 흔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