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298)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268화(298/576)
제268화
가장 높은 연봉과 인센티브, 다양한 삼전 그룹의 복지.
내가 저번 생에서 좋은 인재들을 모으기 위해 쓴 방법도 전태국이 말한 그것이었다.
물론 나는 전태국보다야 경영 능력이 뛰어났고, 인재를 알아보는 안목도 있었지만 어쨌든 좋은 인재들이 많이 모여야 그중에서 삼전 그룹과 맞는 인재도 뽑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삼전은 변한 게 없군.]내가 씁쓸한 미소를 짓는 사이에 전태국의 의전 차량이 삼전 호텔로 들어갔다.
이때 호텔 입구에 달린 플래카드가 눈에 들어왔다.
이게 도대체 뭐지?
– 대한의 자랑스러운 아들이자 SNS의 황제 전성국의 삼전 호텔 방문을 환영합니다. 삼전 호텔 직원 일동.
내가 놀란 눈으로 전태국을 쳐다보자, 전태국은 태연하게 웃었다.
“성국아, 저거 어때? 재미있지?”
“형, 이게 다 뭐예요? 내가 여기 묵는 건 예정된 게 아니잖아요!”
[설마, 전태국이 머리를 쓴 건가. 나를 호텔에 묵게 하고, 홍보하게? 설마?!]“내가 너 데리고 올 거라고 양 비서한테 말했거든. 내가 아무리 오너 일가라고 해도 어쨌든 호텔 예약은 해야 하니까. 그랬더니 여기 호텔 직원들이 저런 플래카드 하나 걸자고 그랬대. 호텔 홍보하게.”
나는 잠시나마 전태국이 나를 이용해서 호텔 홍보까지 할 능력자였나 의심했었다.
하지만 결국, 전태국이 한 건 나를 데리고 온 것이고 홍보를 한 건 뛰어난 삼전 호텔의 직원이었다.
“성국아, 어쨌든 우리 아빠 말이 맞잖아. 나는 너를 데리고 와서 우리 호텔에서 신나게 놀 생각밖에 못 했는데. 직원들은 이미 호텔 홍보까지 다 계획한 거잖아. 역시 업계 최고 연봉 받는 직원들은 다르다니까.”
곧 의전 차량이 호텔 입구에 도착하자, 기다리고 있던 경호 요원들과 호텔 직원들이 요란스럽게 나를 맞이했다.
심지어 아름다운 여직원이 나에게 꽃다발도 건넸다.
“전성국 군, 삼전 호텔 방문을 환영합니다. 저희가 최선을 다해서 모시겠습니다.”
“아, 네. 감사합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꽃다발을 받아들고 호텔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로비에서 나를 기다리던 부모님과 동생들의 눈이 휘둥그레져 있었다.
[다들 놀라긴. 나 원래 어디 가나 이런 대접 받는 사람이라고. 엄마, 아빠.]단, 집안에서만 빼고.
“성국아, 왔으면 전화를 해야지. 또 뉴스 보고 알게 할 거야?”
엄마의 잔소리가 시작됐다.
“아, 엄마. 그게 나도 일하다가 와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
물론 엄마의 등짝 스매싱도 빠짐없이 날아왔다.
“엄마, 사람들 보는 눈이 있잖아. 그만!”
“이제 이 녀석 머리 좀 굵어졌다고, 엄마한테 대드네.”
“엄마, 그게 아니라.”
“소영아, 우리 성국이 체면도 있지. 방에 올라가자.”
이번에는 웬일로 아빠가 말렸다.
“전성국, 너 엄마가 할 말 많아. 마이크 타이손이랑 한 판 붙은 것도 그렇고.”
[그냥 지정 호텔 가서 잘까.]지희가 내 손을 꼭 잡았다.
“오빠, 지희랑 수영장 가자. 지희, 오빠랑 수영하고 싶어.”
이 작고 말캉한 것을 두고 갈 수 없지.
“그래, 오빠랑 수영하자. 오빠가 수영도 잘한다고 말했던가?”
[저번 생에서 백태환과 함께 수영을 즐겼던 사람이라고.]골프는 백세리, 라이언 우즈와도 즐겼고, 수영은 백태환에게 레슨도 받았었다.
“성국아, 너 수영도 할 줄 알아?”
전태국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그냥, 좀 해요.”
[내 삶에 적당히는 없지. 나 아마추어 수영 대회에서 우승도 한 실력이라고. 저번 생의 일이라 자랑도 할 수 없고 입이 근질근질하네.]나는 입을 꾹 다문 채 그저 빙긋 미소를 지었다.
“성국아, 이따가 우리 수영 한판 할까? 나도 한 수영하거든.”
전태국은 수영은 꽤 자신이 있는 모양이었다.
“형, 졌다고 울기 없기에요.”
“무슨 소리야. 나 다섯 살 때부터 수영한 사람이야. 그래, 이렇게 된 거 내기나 할까?”
“좋죠!”
역시 뭐든 걸어야 승부욕이 생겼다.
“뭘 걸까?”
“글쎄요.”
전태국이 내가 고민하는 사이에 먼저 치고 나갔다.
“성국아, 내가 수영 경기에서 이기면 말이야. 나 이제 한국 들어와 있을 거잖아. 그래서 말인데.”
[뜸 들이지 말고 어서 말해, 전태국!]“나, 명절 때마다 너희 집에 가서 밥 먹으면 안 돼?”
“뭐라고요?”
“아니, 우리 집은 명절에도 명절 같지 않을 때가 많거든.”
나도 익히 잘 아는 가풍이었다.
전재형 회장은 할아버지 전주신 회장이 돌아가신 이후로는 철의 여인과 명절을 보내지 않았다.
출장이 있을 때도 많았고, 다른 여자와 함께일 때는 더 많았다.
자식들이 예의상 인사 갔지만, 그래봤자 몇 시간이었다. 그 몇 시간도 대부분 일 얘기가 전부였다.
명목상 한 달에 한 번은 같이 모여 식사를 했지만, 정말 비즈니스를 위한 만남이었다.
가족의 끈은 삼전 그룹의 주식과 후계 구도 덕분에 유지됐다고 보는 게 맞는 집안이었다.
“형, 겨우 그거예요?”
“응. 난 그거면 돼. 그리고 네가 이기면. 네 말대로 할게. 오지 말라고 하면 안 가고. 가라면 가고. 어때?”
“좋아요!”
나는 흔쾌히 수락했다.
내가 전태국에게 질 일은 없었다.
* * *
온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나와 전태국은 몸을 풀기 시작했다.
나는 준비 운동을 마치고 가볍게 물살을 가르며 수영장을 오갔다.
“오빠, 파이팅!”
지희의 응원에 힘입어 물살을 더 세게 갈랐다.
내 실력을 본 전태국의 눈이 커졌다.
“성국아, 너 미국 있을 때 수영한 걸 내가 본 적이 없는데. 언제 수영을 배운 거야?”
[몸으로 배운 건 원래 잊어버리지 않는 법이야.]“고등학교 때 특별수업 시간에 배웠어요.”
물론 배우긴 했는데, 원래 난 수영을 잘했다.
[백태환도 인정한 실력이라고.]하지만 전태국의 실력도 만만치 않았다.
전태국이 머리는 나빴지만, 운동은 곧잘 했다.
허리 디스크로 군대 면제를 받아놓고 맨날 골프장 가서 살아서 저번 생에서 언론에서 물어뜯기기도 참 많이 했다.
“자, 몸은 적당히 푸시고 경기 시작하시죠!”
공정한 경기 결과를 위해서 심판은 전태국과 함께 날아온 박성희 비서가 보기로 했다.
박성희 비서가 융통성 없는 건 오늘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적당히 몸을 푼 우리 둘이 출발선에 섰다.
적당한 긴장감이 온몸에 감돌았다.
박성희 비서가 우리 둘에게 주의 사항을 알렸다.
“자, 두 분 모두 준비하시고요. 호루라기 불면 출발입니다. 부정 출발 시 바로 실격 처리된다는 것만 알아두세요.”
역시 이 작은 경기에도 국제 경기 룰을 적용하는 박성희 비서였다.
나와 전태국은 비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내 이름을 외치던 지희마저 침묵했다.
수영장은 쥐 죽은 듯 고요해졌고, 곧 박성희 비서는 출발 신호를 보냈다.
“자, 준비하시고요!”
휘이익-
요란한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나와 전태국은 힘차게 물을 갈랐다.
* * *
삼전 호텔 수영장 탈의실.
나는 막 샤워를 마치고 나와서 옷을 입었다.
가운을 입은 전태국이 물을 내밀었다.
“성국아, 물 좀 마셔. 목 마르지?”
“고마워요, 형. 형, 진짜 수영 잘하던데요.”
“성국아, 아까 경기 말이야. 너 말이야. 나한테 일부러 져준 거지?”
“네?”
좀 전의 경기는 내가 졌다. 손바닥 한 뼘 차이로.
“아까 마지막 턴 할 때까지만 해도 네가 앞서고 있었잖아. 분명히.”
“마지막에 제가 좀 힘이 딸렸나 봐요.”
“그것도 아닌데. 난 마지막 턴 할 때 실수로 한 발이 살짝 미끄러지면서 턴 했거든. 그러면 분명 네가 큰 실수만 안 하면 이기는 거였다고. 나도 수영은 누구보다 오래 해서 잘 아는 패턴이잖아. 그 정도 거리는 비등한 실력에서는 절대 극복할 수 없거든.”
나는 그냥 모른 척 전태국의 말을 들었다.
“분명 내가 널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였는데, 네가 갑자기 마지막에 속도를 엄청 줄이더라고.”
“형, 그게 아니라.”
그 순간, 감격한 전태국이 나를 와락 안았다.
“성국아, 정말 정말 정말 고마워. 네가 날 이렇게까지 생각해주는지 나 정말 몰랐어. 너도 사실은 내가 좋았던 거지? 같이 명절 보내고 싶었던 거지.”
[전태국, 오바 좀 하지 마!]“성국아, 사랑한다!!!”
전태국의 외침에 탈의실에 있던 헐벗은 남자들이 모두 우리를 주시했다.
누가 봐도 잘생기고 훤칠한 나를 찌질한 전태국이 감동하며 안고 있는 모양새라니.
나는 얼른 전태국에게서 몸부림치며 벗어났다.
“형, 알았어요. 알았어. 암튼 앞으로 우리 식구들과 명절 보내자고요.”
“성국아, 진짜 고마워. 내가 은혜 갚는 까치가 돼서 명절 때마다 너희 부모님에게 잘할게.”
[까치 아니고 제비겠지, 전태국.]이때, 박성희 비서가 다급히 탈의실로 들어오는 바람에 다행히 전태국의 감동의 서사는 끝이 났다.
“도련님, 어서 준비하시죠. 로비에서 오늘 명진 그룹 장녀 명해진 양과 소개팅 준비되어 있습니다.”
“뭐? 소개팅을 지금 하라고?”
“네, 지금 저도 지시받은 사항이라서요. 급작스럽네요.”
“내가 소개팅은 하는데, 박 비서가 급작스러울 건 아니지.”
“그냥 저도 도련님을 소개팅시킬 마음의 준비가 안 됐거든요. 특히 도련님의 외모는요.”
“박 비서! 아, 진짜. 우리 아버지랑 계약만 아니었어도 당장 해고인데.”
“도련님, 이왕 이렇게 된 거 붓기 빼고 소개팅한다고 생각하시고 준비하세요.”
아무래도 소개팅이라면 도망갈 것 같아서 전재형 회장이 불시에 준비한 모양이었다.
나는 전태국의 어깨를 토닥였다.
“형, 소개팅 잘하세요.”
[어차피 넌 명진 그룹 장녀 명해진이랑 결혼할 운명이야. 애도 하나둘 정도 낳고. 이혼도 하고 말이야.]명진 그룹 장녀는 전주신 회장이 그토록 이기고 싶어 했던 식품 업계 기업이었다.
저번 생에서 나는 명예를 중시해서 명해진 대신 정치가의 집안과 혼맥을 이뤄, 명진 그룹과는 전태국이 이어졌다.
솔직히 엘리트에다가 인물도 뛰어나서 나름 재벌가에서 며느리 삼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은 명해진은 전태국에게 정말 아까웠다.
근데 그것도 모르고 분수에 안 맞게 바람을 피워서, 저번 생에서는 이혼당하고 말았다.
“도련님, 30분 후에 명해진 양 도착하신답니다. 어서 룸에 올라가셔서 준비한 의상 입으시죠. 시간이 촉박합니다.”
“어. 알았어. 성국아, 이따 내가 지희 좋아하는 케이크 사서 올라갈게. 지희한테 꼭 전해줘.”
“네, 형. 소개팅 잘하세요!”
전태국은 가운 차림 그대로 탈의실을 벗어났다.
그리고 나는 젖은 머리를 시원한 선풍기 바람에 말렸다.
오랜만에 수영을 해서인지 몸이 날아갈 듯 가뿐했다.
머리를 말리고 있는데, 익숙한 얼굴의 한 남자가 다가왔다.
“저기 아까 수영 경기 잘 봤어요.”
[백태환 아니야!]나는 하마터면 반가워서 악수를 할 뻔했다.
“백태환 선수 아니세요?”
지금이 2009년이니까, 백태환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한참 주가가 오른 상황이었다.
“네, 저 아시네요. 저만 전성국 씨 아는 줄 알았는데요.”
“저보다야 올림픽 영웅이 유명하시죠. 저 엄청 팬입니다.”
[저번 생에서 같이 물살을 가르던 사이였어, 우리.]나와 백태환은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근데, 저 궁금한 게 있는데요. 아까 경기에서요.”
“네. 뭐든 물어보세요.”
“마지막에 다리에 쥐가 살짝 나신 거 맞죠?”
[이런 들켰군.]백태환은 빙긋 웃었다.
“아까 경기 봤는데, 초반에 오버 페이스하신 것 같더라고요. 그런 경우 마지막에 쥐 나는 선수들 많거든요. 그래도 끝까지 완주하신 게 대단했어요.”
“백태환 선수.”
“네.”
“이 일은 끝까지 비밀로 해주실 수 있죠? 제 체면이 달린 문제라.”
“그럼요, 걱정 마세요. 단, 저 ‘페이스 노트’에 올릴 같이 찍은 사진 한 장 부탁드려도 돼요?”
“물론이죠!”
[내 비밀을 지켜준다면 100장도 찍어주지!]나는 얼른 백태환과 사진을 찍었다.
이것으로 전태국은 나에게 영원히 마음의 빚을 진 것이고, 나는 끝까지 선의의 패배자로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