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299)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299화(299/576)
제299화
도대체 지희의 눈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너무 잘생긴 오빠들을 둔 탓에 혹시 우리와 다른 외모가 잘생겨 보이는 것은 아닐까?
나는 심각한 고민에 빠져들었다.
“지희야, 큰오빠 말 잘 들어. 네가 너무 잘생긴 오빠들을 둬서 내가 그냥 평범해 보이나 본데.”
“아냐!”
지희는 내 말을 끊기까지 했다.
“지희는 제대로 봤어. 큰오빠, 안 잘생겼어!”
[전지희, 아이스크림 못 먹게 했다고 이 오빠한테 반항하는 거야?]“그럼, 이번 화보에서 오빠가 얼마나 멋있는지 알려줄게! 그리고 넌 아이스크림 많이 먹어! 오빠 말 안 들은 거 후회하게 해줄 거야.”
옆에서 민국이와 전태국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형아, 이제는 하다하다 지희한테도 꼭 인정을 받아야 하는 거야?”
“민국아, 냅 둬. 성국이의 저 승부욕은 어쩔 수 없어.”
“아, 정말… 아이돌 연습생인 나도 가만히 있는데 말이야.”
“내 말이….”
똑같은 자세로 팔짱을 낀 전민국과 전태국은 동시에 혀를 끌끌 찼다.
저번 생에서 내가 물려받은 가장 큰 유산은 삼전 그룹이었다.
하지만 이번 생에서 내가 물려받은 가장 큰 유산은 돈도 땅도 주식도 아니고 바로 이 외모뿐이었다.
이 외모로 이 집안을 일으켜 세우고, 여기까지 달려올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외모를 모욕하다니! 이건 나를 낳아주신 부모님을 모욕하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전지희, 이 오빠가 이번 기회에 확실히 증명해 보겠어!]* * *
드디어 <버그>지의 촬영 날이 다가왔다.
일주일 동안 짧지만 강렬한 운동을 병행한 덕분에 몸은 적당히 탄력이 생겼고, 시술 후 잠시 부었던 얼굴도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내가 원하던 일밖에 모르는 샤프한 이미지가 완성됐다.
<버그>의 담당 에디터가 다가오더니 약간 놀란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이런 반응 너무 익숙한데….]나는 최대한 차분한 얼굴로 에디터를 쳐다봤다.
“전성국 대표님, 정말 대표님 가족들은 장난 아니네요.”
[갑자기 웬 가족?]“지희 말이에요. 리틀 김여나, 리틀 김여나 해서 직접 봤더니 너무 귀엽고 애교도 장난 아니에요. 표정도 다양하고요.”
“저희 막내요?”
“네, 대표님. 대표님 잘생기고 멋진 거야 익히 들었고 이렇게 눈으로도 직접 확인해서 잘 아는 사실이지만, 가족들이 정말 장난 아니네요. 남동생분은 지금 아이돌 연습생이라면서요?”
“네….”
“아무래도 다음에는 대표님 가족 전체 특집 기사를 내야겠어요. 대표님, 괜찮죠?”
“가족들과 상의해 봐야 할 문제라서요.”
“아, 그렇죠. 암튼 저희 <버그>는 대표님 가족 특집 추진해서 제안드릴게요. 기다리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러곤 에디터는 내 앞을 휭 지나갔다.
[잠깐만! 지금 그 말만 하고 가는 거야? 나 좀 멋있지 않아? 내가 오늘을 위해서 얼마나 고생한 줄이나 알아? 하루에 한 끼만 먹었다고!]임진서가 다가오더니 빙긋 웃었다.
“대표님, 평소대로 사진 찍으면 된다고 하시더니 오늘 보니까 일주일 동안 엄청 준비하신 것 같은데요.”
“내가 ‘페이스 노트’의 얼굴이라면서요. 대충 찍을 수는 없잖아요.”
“대표님, 우선 인터뷰 사진 쭉 찍고, 다음에 인터뷰 진행할게요. 괜찮죠?”
“물론이죠.”
똑. 똑.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지희가 흰둥이를 안고 대기실로 들어왔다.
노란 원피스를 입고, 흰둥이를 안은 지희의 모습은 제법 귀여웠다. 하지만 아직 나의 어릴 적이나 민국이의 아역 시절에 비할 바는 못 됐다.
“오빠! 흰둥이랑 우리랑은 언제 촬영하는 거야?”
“오빠가 먼저 촬영하고 나서….”
“아, 심심한데.”
“지희야, 흰둥아. 지금부터 이 오빠가 촬영하는 거 잘 봐둬. 이 오빠가 얼마나 멋진지 말이야.”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에디터가 문을 열었다.
“전성국 대표님, 준비되셨나요?”
나는 그 옛날 첫 광고를 찍을 때처럼 손을 번쩍 들었다.
“준비 다 됐습니다!”
* * *
촬영과 인터뷰를 마치자 엄마에게서 메시지가 와 있었다.
– 우리 아들, 오늘 지희랑 흰둥이랑 고생 많았지? 엄마가 삼계탕 해놨으니까, 어서 먹으러 와.
[엄마….]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그동안 화보 때문에 1일 1식 한다고 밥도 제대로 못 먹었는데, 삼계탕이라니.
나는 얼른 겉옷을 챙겼다.
“성국아, 오늘 <버그> 팀에서 저녁 예약했다고 하는데, 같이 가자.”
“윌리엄이 저 대신 많이 먹어요. 전 엄마가 해둔 삼계탕 먹으러 갈 거예요.”
그 말에 전태국의 눈이 커졌다.
“성국아, 그럼 나도 너희 집 가서 삼계탕 먹을래!”
“윌리엄, <버그> 팀과의 회식도 일이잖아요. 대표는 피곤해서 먼저 들어가니 윌리엄과 임진서 씨가 마무리는 잘해주기를 바랄게요.”
“하아… 어쩔 수 없네, 이것도 일이니까.”
전태국은 씁쓸한 표정으로 뒤돌아갔다.
[이젠 일을 먼저 생각할 줄도 알고.]전태국도 조금씩 사람이 되어가는 건가.
나는 얼른 지희와 흰둥이에게 소리쳤다.
“지희야, 흰둥아! 집에 가자! 엄마가 기다리신대!”
* * *
엘리베이터가 삼전 팰리스 26층에 도착했다.
부모님이 이사한 집이었다.
평수는 이전 집과 비슷했지만, 양재천을 바라보는 조망이 멋있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나는 피곤해서 품 안에 잠든 지희와 목줄을 한 흰둥이를 데리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이때, 앞집의 문이 열리면서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가 나왔다.
아무래도 이사 온 집의 앞집인 모양이었다.
나는 얼른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50대 초반의 여자는 나를 위아래로 훑었다.
“앞집에 새로 이사 온 집 아들이죠?”
“네, 안녕하세요.”
“아까 어머니랑 커피 한잔했어요.”
하지만 여자의 목소리는 우호적이지 않았다.
“직장 다닌다면서요?”
“네.”
“어디요?”
“‘페이스 노트’라고 IT기업에 다니고 있습니다.”
“나이도 어려 보이는데, 대학 나와서 다니는 거예요?”
“중퇴했습니다.”
나는 솔직히 이야기했다.
그러자 50대 초반 여자의 표정은 더 썩어가더니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조용히 중얼거렸다.
“부모가 못 배워 그런가. 애들 교육도 엉망이네. 이래서 돈 좀 벌었다고 집 사서 들어오는 사람들 별로인데.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아파트 입주할 때 입주민들 동의 얻고 그래야 하는데…. 정말 돈 있다고 개나 소나 다 들어오고 말이야.”
[뭐라고, 아줌마?]순간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지만, 잠든 지희 때문에 우선은 꾹 참았다.
그리고 이때 엘리베이터 도착 소리가 들리더니 내 또래의 남자가 한 명 내렸다.
“어머, 우리 아들. 이제 와?”
“어, 엄마. 왜 나와 있어?”
“너 온다고 해서 기다렸지.”
앞집 여자의 아들인 모양이었다.
아들은 두꺼운 안경을 낀 모범생 스타일이었다.
“그럼, 전 들어가 보겠습니다.”
“그래요, 어서 들어가자. 우리 서울대 다니는 아들~.”
앞집 여자는 나 들으라는 듯이 일부러 아들이 다니는 대학까지 말하며 집으로 들어갔다.
정말 세상에는 여러 가지 사람들이 존재한다.
자신보다 조금이라도 부족해 보이면 깔보고 무시하는 사람들. 앞집 여자가 딱 그 유형인 듯했다.
* * *
“성국아, 힘들었지?”
엄마는 언제나 늘 똑같이 환한 미소로 우리를 맞아주셨다.
“엄마, 지희 오는 길에 잠들었어. 촬영하는 게 힘들었나 봐.”
“이 녀석이. 지 오빠 힘들게.”
“아냐, 엄마. 지희는 내가 방에 눕힐게.”
“그래, 지희만 눕히고 어서 나와서 삼계탕 먹자. 우리 아들 고사이에 얼굴이 반쪽이 됐네.”
나는 얼른 잠든 지희를 눕히고 주방으로 향했다.
삼전의 양 비서가 인테리어를 신경써 준 덕분에 저번 집에서 10년 이상 쓴 가구들은 이제 더는 보이지 않았다.
누가 봐도 모던하고 깔끔한 집이었다.
지친 흰둥이에게도 사료와 간식을 주고는 나는 테이블에 앉았다.
곧 엄마가 삼계탕 한 그릇을 테이블에 올려놨다.
“엄마는 같이 안 먹어?”
“엄마도 같이 먹어야지. 우리 아들 혼자 먹으면 얼마나 심심하겠어.”
곧 엄마는 국물과 찹쌀밥만 가득 든 그릇을 들고 왔다.
나는 얼른 닭 다리를 뜯어서 엄마의 그릇에 넣었다.
“엄마, 이거 먹어.”
“성국아, 엄마는 죽이 속 편해서 그래.”
[거짓말!]택시비 아껴서 바나나 사주던 엄마는 예나 지금이나 바뀌지 않았다.
“엄마, 난 하나면 돼.”
“알았어, 먹을게.”
나는 엄마가 정성스럽게 끓인 삼계탕을 한 입 입에 넣고는 맛을 음미했다.
[역시 엄마 손맛이야.]이름난 삼계탕집보다야 맛이 덜할 수는 있지만, 엄마의 삼계탕은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맛이었다.
“참, 엄마. 앞집 아줌마 만났는데.”
“어머, 어떻게?”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데, 나오시더라고. 아마 아들 기다리시나 봐.”
“그 집 아들이 성국아, 너랑 동갑이래. 서울대 다닌다고 엄청 자랑하시더라.”
“그래?”
“그리고 자기는 이선여대 나오고 남편도 서울대 나와서 지금은 뭐 어디 기업 높은 분이신가 봐. 우리 집은 뭐 하냐고 하기에 <원아저씨 보쌈> 한다니까, 자기는 배달 음식은 잘 안 먹어서 모르신다고 하더라고.”
[우리 집 보쌈이 얼마나 맛있는데! 아줌마 정말 가지가지 하네!]나는 화를 누르고 닭 다리를 뜯었다.
“응, 엄마. 근데 말이야. 엄마도 우리 자랑 좀 하지 그랬어? 앞집 아줌마가 우리 좀 우습게 보는 거 같던데.”
“그래? 평소에는 네가 자랑하는 거 싫어하잖아.”
나는 마저 닭 다리의 살을 쏙 발랐다.
“네가 싫어할까 봐 그냥 넌 회사 다니고, 둘째는 아이돌 연습생이라고만 얘기했어.”
“그랬더니 뭐래?”
“공부 못해서 너나 민국이나 그냥 일하는 줄 아시더라고. 그래서 그냥 엄마도 더는 설명하기 싫어서 말 안 했어.”
엄마는 잠시 뜸을 들이시고는 다시 입을 여셨다.
“성국아, 엄마는 저런 사람들 시선이나 말하는 거 익숙해서 아무렇지도 않거든. 솔직히 옛날에는 더했잖아. 아빠나 엄마나 고아에 아무것도 없는데, 어린 나이에 아이까지 낳고. 그땐 오히려 우리 가족 무시하는 말 들으면 엄청 속상했는데,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아. 솔직히 이제는 우리 가족 누구도 무시할 수 없을 만큼 잘살고, 너도 민국이도. 지희까지… 아니지, 우리 흰둥이까지 자기 인생 누구보다도 잘살잖아.”
엄마는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물론 아무것도 없을 때와 지금은 천지 차이였다. 하지만 그래도 당할 수만은 없었다.
“엄마, 그래도 사실이 아닌 것은 바로잡아야지.”
“성국아, 엄마랑 아빠는 괜찮아.”
“엄마, 내가 안 괜찮아.”
[감히 나를 무시해?]나는 얼른 삼계탕을 마저 싹싹 비웠다.
* * *
<버그> 잡지가 나오기 전날, 서점에 풀리기 전에 <버그> 측에서 몇 권을 보내왔다.
예상대로 화보는 일밖에 모르는 샤프한 남성의 이미지로 잘 뽑혔다. 하지만 가족들에게는 한없이 좋은 오빠의 모습도 잘 포착됐다.
인터뷰 내용도 대체로 만족스러웠다.
‘페이스 노트’의 홍보도 제대로 했고, 대한민국 엄마들이 알고 싶어 하는 공부 비법도 적당히 방출했다.
결론적으로는 머리와 노력. 두 가지뿐이었지만.
나는 <버그> 잡지 몇 권을 챙겨서 가방에 넣었다. 그리고 전태국을 쳐다봤다.
“윌리엄, 오늘 저녁은 우리 집에서 먹을까요?”
“정말? 나 가도 돼?”
“물론이죠. 어서 가방 챙겨요. 엄마가 저녁에 삼겹살 구워 먹자고 하시네요.”
“코올!!!”
* * *
화보 촬영 후 앞집 여자를 만난 날은 화요일 오후 7시 30분경.
아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는 시간이었다.
오늘은 다시 화요일이었고, 앞집 여자는 평소처럼 아들 마중을 나올 게 분명했다.
나는 로비에서 잠시 서성였다.
“성국아, 배고파. 어서 올라가자.”
“잠시만요.”
그러고는 괜히 <버그> 잡지를 펼쳐봤다.
띵.
이때,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하는 소리가 들렸고 동시에 앞집 여자가 내렸다.
입구에서는 마침 앞집 여자의 서울대생 아들도 들어오는 찰나였다.
정말 모든 게 완벽한 타이밍이었다.
잘난 척을 하기에 말이다!
[자, 이제 앞집 여자 콧대 좀 꺾어줘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