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300)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300화(300/576)
제300화
이제 내 손에는 <버그> 잡지가 있었고, 또 내 옆에는 삼전 그룹의 후계자 전태국이 있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내가 바로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 강남 엄마들조차 부러워하는 스펙을 소유한 전성국이라는 사실이었다.
[나 전성국이야. 이제 시작해볼까, 아줌마?]앞집 여자는 나를 보더니 콧방귀를 뀌고는 턱을 치켜올렸다.
[어른이니, 인사는 먼저 해주지.]나는 반듯한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했다. 가정교육 잘못 받았다는 소리는 못 하게.
“안녕하세요. 또 뵙네요.”
“회사가 일찍 마치나 봐요. 뭐, 하긴. 고졸에게 시킬 게 뭐 있나.”
앞집 여자는 오늘도 재수 없는 말을 툭 던지고는 막 들어온 아들의 백팩을 받아들었다.
“아이고, 우리 서울대 다니는 아들. 오늘도 힘들었지?”
“엄마, 그러지 마.”
앞집 여자의 아들은 엄마의 그런 태도가 조금 부끄러운 것 같았다.
[나라도 부끄럽지.]나는 얼른 전태국이 옆구리를 찔렀다. 그리고 속삭였다.
“윌리엄, 엘리베이터 기다리면서 <버그>지에 대해서 언급해요.”
“왜? 갑자기?”
나는 눈치 없는 전태국의 옆구리를 슬쩍 다시 찔렀다.
“인터뷰 내용 중에 좋은 거 많잖아요. 제가 하버드 중퇴한 이유라든지. 천재라든지. 뭐, 여러 가지요.”
“어… 알았어.”
그리고 우리는 모두 엘리베이터 앞에 모여 섰다.
내가 눈짓을 하자 전태국은 얼른 질문을 던졌다.
“성국아, 이번에 <버그> 인터뷰 말이야.”
“그게 왜요?”
“너… 하버드 중퇴한 이유 물어봤잖아.”
나는 얼른 앞집 여자의 눈빛을 살폈다. 여자의 눈빛은 살짝 흔들렸다.
대한민국에서는 어쨌든 서울대가 하버드보다 들어가기 어렵다는 인식이 있을 수도 있었다.
[아직 약한가?]나는 최대한 태연하게 대답했다.
“중퇴한 거야… 일이 바빠서죠. 형도 아시잖아요.”
“그렇긴 한데… 우리나라 엄마들은 네가 하버드 졸업 안 한 것을 이상하게 여기잖아. 그 어렵게 들어간 학교를 중퇴한다니 말이야.”
“일도 바쁘고. 미국은 학력보다는 실력을 중요시하는 사회잖아요. 하버드에서 공부를 더 한다고 배울 것도 없었고요.”
이때, 우리 대화를 엿듣던 앞집 여자의 아들이 내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저… 혹시….”
[이제야 알아보는 건가. 그 혹시가 아마 맞을 거야, 청년.]내가 기다리던 그때가 드디어 다가왔다.
“저… 그러니까… ‘페이스 노트’ 창업한 전성국 대표님 맞으시죠?”
[역시 서울대는 나를 알아보는군.]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저를 다 아시네요? 한국에서요.”
이 말 한마디에 앞집 여자의 아들은 입이 떡 벌어졌고, 앞집 여자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나와 아들을 번갈아 봤다.
“당연히 알죠! ‘페이스 노트’ 창업자시잖아요!”
앞집 여자의 아들은 흥분했다. 그리고 앞집 여자는 당황했다.
“아들, 갑자기 왜 그래?”
“엄마, 이분이 그 유명한 ‘페이스 노트’ 창업자시잖아. 왜 내가 예전에 한번 말했잖아. 나랑 나이도 같은데, 어린 나이에 유학 가서 하버드 최연소 입학에, 거기다 ‘페이스 노트’라고 미국에서 요즘 가장 잘나가는 SNS 창업하고… 세계적으로 잘나가는 사람 있다고. 암튼 엄청 대단한 사람 있다고!”
[앞집 아줌마, 서울대 다니는 당신 아들이 말하는 사람이 바로 접니다. 저….]스윽 올라가는 입가를 나를 내리느라 최선을 다했다.
이때, 앞집 아줌마가 의아한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하버드 다녀요?”
“다녔었죠. 중퇴했거든요.”
“그럼, 고졸이네.”
여전히 앞집 여자는 자존심을 굽힐 줄을 몰랐다.
앞집 여자의 아들은 당황한 듯 엄마를 잡아당겼다.
“엄마, 고졸이 뭐야. 안 그래도 한국에 들어와서 아시아 지역 사업 확장한다고 했는데… 바로 우리 앞집 사는 거잖아. 완전 대단한 사람이야.”
“사업이야 잘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는 거잖아. 니네 아버지 봐. 잘될 때는 잘나가고, 안 될 때는 꼬라박고. 안 그래?”
“엄마, 그런 차원이 아니라니까.”
앞집 아들은 조바심을 냈지만, 앞집 여자는 오히려 팔짱을 낀 채 나를 훑었다.
“생긴 건 꼭 기생오라비 같아서는….”
[하아, 진짜 이 아줌마 안 되겠네. 그럼, 다음 스텝으로 넘어가 볼까.]나는 전태국을 쳐다봤다.
“윌리엄, 전재형 회장님 ‘페이스 노트’에 글이 너무 안 올라오던데. 체크 좀 해줘요.”
“아하, 안 그래도 아버지한테 좀 빨리 올리라고 말은 해뒀어.”
그 말에 여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나는 얼른 여자에게 설명을 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여기는 저희 회사 다니는 윌리엄 전이라고 하는데요. 삼전 그룹 전재형 회장의 외아들 되십니다.”
“어멋!”
역시 대한민국에서 삼전 그룹이 통하지 않는 경우는 없었다.
“아드님이 장래 희망이 뭔지 모르겠지만, 삼전 그룹은 대학생들이 제일 많이 가고 싶어 하는 그룹이잖아요.”
“어머… 잠깐만… 그럼, 앞집 사는 보쌈집 첫째 아들이 하버드 중퇴한 유명한 사업가이고… 그 회사에서 삼전 그룹 외아들이 일한다는 거네….”
“네, 맞습니다.”
나는 흐뭇한 얼굴로 얼른 대답했다.
엘리베이터가 마침 도착했다.
앞집 여자의 아들은 나를 뻔히 보더니 간절한 목소리로 물었다.
“제가 서울대 컴퓨터 공학과 다니거든요. 구글이나 ‘페이스 노트’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거 소원이에요.”
“흠… 내가 너튜브의 대표직도 같이 맡고 있는 건 익히 알죠?”
“물론이죠! 괜찮으시면 오늘 저녁에 이야기 좀 들을 수 있을까요?”
나는 앞집 여자의 눈치를 살폈다.
아들이 애원하는 것을 보자 앞집 여자는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뭐… 너무 바빠서 시간이 없긴 한데….”
“이웃사촌 좋다는 게 다 뭐에요. 우리 남편이 얼마 전에 가지고 들어온 좋은 술 있거든요. 제가 또 손맛이 아주 기가 막혀요. 술이랑 안주 가져갈 테니까, 우리 이웃사촌끼리 이사 기념 저녁이나 함께해요.”
“술, 음식. 그런 진귀한 거… 이미 너무 많이 먹고 선물도 받아서요.”
“아, 그게….”
내 말에 여자는 적잖이 당황했다.
[적당히 겁은 준 것 같으니….]나는 초조해하는 앞집 여자를 쳐다봤다.
[어서 항복하고 백기도 흔들어, 아줌마.]앞집 여자는 내 손을 탁 잡았다.
“아이고, 내가 정말 이렇게 사람 보는 눈이 없어요. 우리 남편이 사업하다 보니까 사기를 그렇게 당해서. 뭔가 사람 볼 때 내가 진솔하게 못 보는 경향이 있어요.”
[좀 더 해보시지.]“그래서 보쌈 집으로 여기 아파트 들어왔다고 해서 난 또 이상한 사람들인 줄 알았어요. 이렇게 귀한 사람인 것을 모르고…. 아이고, 내가 진짜 바보지. 우리 아들 서울대 과 수석으로 들어가고, 고등학교 때 학생회장도 했어요. 우리 애한테 소중한 말씀 좀 부탁드릴게요. 네에?”
여자는 어느새 존칭까지 쓰고 있었다.
이 정도면 적당히 내 존재도 알리고, 우리 집안 무시 못 하게 방어도 잘한 것 같았다.
“그럼, 아주머님.”
여자는 내 하명만 기다리는 신하처럼 나를 우러러봤다.
“저희 어머니께서 삼겹살 굽는다니, 좋은 술만 부탁드릴게요.”
“물론이죠! 제가 들고 당장 달려갈게요. 아니, 우리 집 술 장을 다 비워가야겠네!”
앞집 여자는 그제야 겨우 웃음을 지었다.
* * *
“성국이 엄마~”
앞집 여자는 우리 엄마를 간드러진 목소리로 불렀다.
불과 30분 전과 전혀 딴판인 모습이었다.
앞뒤 상황을 모르는 엄마는 조금 당황한 눈치였다.
나는 조용히 엄마에게 속삭였다.
“엄마, 내가 하버드 중퇴에 ‘페이스 노트’ 대표인 거 알았거든.”
“그걸 말했어?”
“일부러 한 건 아니고… 태국이 형이랑 이야기하는 거 들은 거야. 아주 자연스럽게 들은 거지.”
엄마는 의심의 눈으로 나를 살짝 쳐다봤다.
[가족들은 나를 너무 잘 안단 말이야.]엄마는 내 등을 토닥였다.
“전성국, 잘난 척 너무 하지 마. 알았지?”
“엄마, 엄마는 엄마 아들이 잘났다는 것을 좀 알아둘 필요가 있어.”
이때, 앞집 여자가 엄마에게 술을 내밀었다.
“이거 우리 남편이 아끼는 술인데, 오늘 이 집에서 삼겹살 굽는다면서요? 삼겹살에는 이 정도는 마셔줘야지.”
앞집 여자가 가져온 것은 한 병에 백만 원은 족히 넘는 꼬냑이었다.
물론 우리 엄마는 아무것도 몰랐고, 전태국만 어깨를 으쓱하더니 받았다.
“삼겹살에 이 정도면 됐죠.”
“그렇죠, 도련님?”
이제 앞집 여자는 자연스레 전태국에게 도련님이라고 불렀다.
정말 세상 편한 여자였다.
“자, 삼겹살 굽을게요.”
엄마의 말에 앞집 여자는 엄마의 집게마저 빼앗아갔다.
“성국이 엄마, 왜 그래요. 이런 건 나이 많은 내가 하는 거예요. 내가 고기를 구워도 성국이 엄마보다야 몇 번을 더 많이 구웠겠지. 우리 남편 사업해서 손님 대접하는 게 일상이었어요. 그러니까 다들 앉아 있어요. 내가 진짜 오늘 실력 발휘 제대로 해볼게요.”
“저희 집인데, 제가 구워야죠. 괜찮아요.”
“그게 무슨 상관이야. 이웃사촌끼리.”
앞집 여자는 소매를 둘둘 올리더니 삼겹살을 굽기 시작했다.
“어머, 식당 한다더니 고기 볼 줄 아는구나. 이 삼겹살 진짜 맛있겠다. 이 적당한 기름기 하며. 엄청 맛있겠네.”
어제만 해도 식당 한다고 무시하던 앞집 여자는 순식간에 태세 전환을 했다.
치이익- 치이익-
그러는 사이 삼겹살은 잘만 익어갔다.
그리고 앞집 여자의 아들은 이런저런 질문을 했고, 나는 성실히 대답해줬다.
“대표님, 그럼… 고등학교 때 ‘페이스 노트’ 개발하셔서 대학 때 투자받고 바로 실리콘밸리로 옮기신 거예요?”
“네. 운이 좋았어요.”
[물론 내가 모든 것을 계획한 일이지만.]“제 잔도 한잔 받으세요.”
앞집 여자의 아들은 연신 잔을 채웠다.
이때, 엄마가 내 등짝을 한 대 팍 때렸다.
[엄마, 나 ‘페이스 노트’ 대표 전성국이라고! 사람들 있는데….]“너만 받아먹지 말고, 학생도 좀 주고.”
“아, 알았어.”
“어머머, 이런 대단한 아들을 성국이 엄마는 어쩜 이렇게 터프하게 대할까. 나라면 업고 다닐 텐데.”
“대단하긴요. 그냥 어릴 적부터 지 맘대로 해서 철없는 것 같아서 걱정이에요. 앞집 학생은 연애도 하죠?”
앞집 여자의 아들은 얼굴을 살며시 붉혔다.
[설마?]“사실은 얼마 전부터 만나는 여자친구가 있어요. 고등학교 동창이었거든요.”
이 말에 제일 놀란 것은 앞집 여자였다.
“아들~ 지금 이게 무슨 소리야?”
“아, 엄마. 얼마 안 됐어.”
“아들! 너 이.따.가. 엄마랑 따로 이야기 좀 하자.”
엄마가 얼른 앞집 여자를 말렸다.
“저는 너무 부러운데요. 우리 아들은 이 나이 되도록 아직도 여자친구 한 명도 못 사귀었거든요.”
“엄마!”
“너도 창피하지?”
“엄마, 난 일이 바빠서 못 사귄 거거든.”
“알았어. 알았어.”
엄마는 어릴 적처럼 내 등을 쓸어내렸다.
[치이, 이러면 내가 또 기분이 풀리지.]* * *
삽겹살과 꼬냑이 동이 날 때까지 저녁은 계속됐다.
퇴근한 아빠가 들어서자 앞집 여자는 감탄까지 했다.
“아이고, 성국이 엄마 미모 닮아 애들이 이쁜 줄 알았더니… 성국이 아빠도 미남이시네. 아이고, 나 이러면 안 되는데. 이 집 왜 이렇게 부럽지….”
그리고 이날의 엔딩은 바로 술 몇 잔에 취기가 오른 앞집 학생이 마무리했다.
꼬냑을 원 샷한 앞집 학생은 호기롭게 일어나더니 내게 넙죽 절을 했다.
“저… 정말 이렇게 대단한 사람을 눈앞에서 본다니 믿겨지지가 않아요. 저… 혹시 인턴이라도 뽑으시면 정말 지원하고 싶습니다! 저도 서울대 중퇴하고 정말 제가 하고 싶은 일 마음껏 하고 싶습니다, 대표님!”
중퇴라는 말에 앞집 여자는 살짝 당황했고, 나는 태연하게 앞집 학생의 어깨를 토닥였다.
“학생, 우선 공부 마치고 하고 싶은 일은 찾아보세요. 앞날은 신중하게 결정해야죠.”
“그럼, 공부 진짜 진짜 열심히 하고 졸업한 뒤 지원하겠습니다. 대표님!!!”
앞집 청년은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런 의미로 해준 조언은 아니지만… 어쨌든 앞집 여자도 한시름 놓은 눈치였다.
[중퇴는 말이야. 나 같은 천재나 하는 거야, 청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