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301)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301화(301/576)
제301화
앞집 사람들이 모두 가고 엄마는 내 엉덩이를 토닥였다.
“엄마, 나 이제 스무 살이야.”
“알지, 우리 아들 스무 살인 거. 기저귀 차던 때가 엊그저께 같은데, 이제 정말 의젓한 회사 대표님이야.”
[미국에서는 예전부터 다들 날 그렇게 봤다고. 가족들만 맨날 나를 애 취급했지. 그리고 내가 말해두는데… 나 이미 저번 생부터 하면 환갑이라고!]내가 속으로 종알거리자, 엄마는 다시 엉덩이를 토닥였다.
“우리 아들 엄마가 무시당한 거 같아서 속상했었구나.”
“엄마, 이제부터 제발 당하고만 있지 마. 엄마 아들 대단한 사람이라고.”
[민국이는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조만간 유명하게 될 거야.]엄마는 내 말에 그저 미소를 지었다.
“알았어. 오늘 피곤하지? 오늘은 집에서 자고 갈래?”
“아니야, 밤에 일 좀 해야 해.”
“피곤한데, 괜찮겠어?”
“응.”
나는 그제야 엄마의 궁디팡팡에서 벗어났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아, 아버-니임. 한-잔 더-어 하죠.”
뭐지?
꼬냑을 홀짝이던 전태국이 술에 취해 있었다.
[하아, 전생의 업보….]나는 얼른 전태국을 일으켜 세웠다.
“태국이 형, 집으로 가죠.”
“성국아! 성국아! 성국아!”
[왜! 왜! 왜! 제발 이름 좀 그만 부르라고!]“성국아! 넌 왜 전성국이고, 난 왜 전태국인데!”
“형, 그걸 말해서 어쩌자고요.”
아빠가 얼른 나를 말렸다.
“성국아, 아무래도 태국 군은 오늘 우리 집에서 재우자.”
“아빠, 형 여기 두면 다른 사람들까지도 잠 못 자요. 제가 데리고 갈게요.”
나는 술에 취한 전태국을 끌고 집으로 향했다.
* * *
나는 술에 취한 전태국을 질질 끌고 어두컴컴한 집 안으로 들어섰다.
“형, 정신 좀 차려요.”
“성국아… 나 괜찮아.”
[술 취해서 괜찮다고 하는 사람치고 괜찮은 사람 본 적이 없다고!]나는 억지로 전태국을 끌어다가 소파에 내동댕이쳤다.
“형, 이제 잠 좀 자요.”
“성국아… 나랑 딱 한 잔만 더하자.”
전태국은 좀 전의 모습과는 달리 차분하고 고요한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형, 이미 많이 마셨어요.”
“할 이야기가 있어서 그래.”
뭐지?
술에 취한 전태국은 평소와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이렇게 진지하게 나오면 내가 약해지는데….
“딱 한 잔만이요.”
나는 와인 셀러에서 와인을 한 병 꺼냈다.
이사 오면서 전태국이 가장 심혈을 기울인 것은 바로 이 와인 셀러였다. 전재형 회장부터 내려오는 와인 사랑이야 이미 유명했다.
셀러에서 꺼낸 와인은 나파 밸리에서 생산된 것으로 나도 꽤 좋아했던 와인이었다.
나는 한 잔을 따라서 전태국에게 내밀었다.
“형, 천천히 마셔요.”
내 말에 전태국이 빙긋 웃었다.
“성국아, 이제 내 걱정도 해주는 거야?”
[무슨 소리야. 더 취하면 내가 힘드니까 그러는 거지.]나는 대답 대신 전태국 앞에 앉아서 와인을 홀짝였다.
“할 이야기가 있다면서요. 뭐예요?”
“와인 좀 마시고….”
[전태국, 뭐야. 시간 끌지 마. 내가 얼마나 비싼 남자인 줄 알잖아.]전태국은 급한 내 마음과 상관없이 와인을 천천히 음미하면서 마셨다. 그리곤 나를 빤히 쳐다봤다.
“성국아… 내가 너한테 이 말 한 적 있던가?”
“무슨 말이요?”
“고맙다고….”
전태국의 목소리는 평소와 달리 담담했고, 내 눈은 가늘어졌다.
[전태국, 혹시 내 등에 칼 꽂으려고 지금 연막 피우는 거야?]꼭 앞에서 저런 말 하는 사람치고 뒤가 구리지 않은 인간이 없었다.
[전태국, 나 전직 재벌이야. 거기다 이제 연륜까지 쌓였어. 어디서 감히 연막이야?]나는 속마음과 달리 태연히 와인을 한 모금 더 마시고는 찬찬히 전태국을 쳐다봤다.
“형, 그 말이 다예요?”
[어서 속내를 좀 더 드러내 봐. 술을 더 먹어야 하나….]“성국아….”
전태국은 나를 조용한 목소리로 불렀다.
“내가 말이야…. 너한테 진짜 고마워. 너 아니었으면 내가 어떻게 사람 구실이나 하고 살았겠니.”
[그건 맞는 말이고.]“성국아… 내일이면 기억 안 날지도 모르지만… 암튼 고맙다…. 사람 구실 하게 해줘서….”
그렇게 말하고 전태국은 그대로 소파에 기절하다시피 쓰러졌다.
[전태국, 정말 이 말이 다야? 다른 말 없어? 지금 내 뒤에서 무슨 공작 꾸미고 있지?]나는 잠든 전태국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사람 구실 하게 해줘서 고맙다라….
이걸 그대로 믿어도 될까?
저번 생에서 멍청한 전태국은 내 대신 후계자가 되려고 갖은 음모를 꾸몄지만, 결국 약물 중독에 음주운전 등 사회면에만 주구장창 나오다가 물러났다.
물론 약물과 음주 등 충분히 사전에 무마할 수 있는 사건들을 언론에 크게 터트린 건 나였다.
저번 생에서 형제애 이런 것은 애초에 없었다.
우리는 철저하게 경쟁자였다. 물론 상대가 안 되는 경쟁자라 내가 훨씬 쉽게 후계자 자리를 꿰찼지만….
이번 생에서 전태국은 정말 사람 구실을 하는 걸까….
* * *
임진서가 급한 얼굴로 사무실로 뛰어 들어왔다.
“성국!!!”
그리곤 내 이름을 있는 힘껏 불렀다.
갓 내린 커피를 한 모금 마시던 나는 얼른 임진서를 쳐다봤다.
“무슨 일이에요, 임진서 씨?”
“지금 난리도 아니에요.”
“뭐가요? 왜, 다들 요점을 빼먹고 이야기하는 거죠?”
“아, 참! <버그>지 완판이래요!!! 이렇게 빨리 1쇄가 끝난 건 처음이래요!”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뭐, 당연한 결과지.]“아, 그리고요! 짹짹이 말이에요.”
“짹짹이가 왜요?”
“한성에서 짹짹이에 대규모 투자를 한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한성에서요?”
한성이라고 하면 삼전 그룹과 쌍벽을 이루는 회사였다.
삼전이 이루지 못한 자동차 산업으로 어쨌든 국내 탑을 달리게 되는 기업이다.
“아마 삼전의 전재형 회장님이 ‘페이스 노트’ 개설하면서, SNS의 영향력을 알게 된 것 같아요.”
“잭 더치의 반응은요?”
“아직 오피셜은 나오지 않고 있는데요.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 같아요. 이번 한국 진출에 어려움을 겪는 바람에 투자 대비 수익률도 별로고요. 미국 내 인지도야 말할 것 없이 계속 하락하는 추세고요. 한성의 투자를 긍정적으로 보지 않을 이유가 없죠.”
“흠…. 한성이 투자한다고 될 일이 아닐 건데요.”
한번 하락하기 시작한 SNS의 말로야 뻔했다.
아무리 튼튼한 동아줄이 내려와도 구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었다.
이때, 전태국도 헐레벌떡 뛰어 들어왔다.
“성국아, 나 깨우지도 않고 가면 어떡해!”
“윌리엄, 그게 문제가 아니라요. 삼전 정보팀 통해서 지금 시중에 돌고 있는 한성 그룹 짹짹이 투자설 좀 알아봐 주세요.”
“한성이 짹짹이 인수한대?”
“인수까지는 아니고… 투자를 할 것 같아요.”
“어… 알았어.”
전태국은 얼른 전화를 붙잡고 회의실로 들어갔다.
임진서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잭 더치, 제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보통 사람은 아니더라고요. 승부욕도 강하고요. 처음엔 졌지만, 끝내 이기려고 할 것 같은데요. 대표님 생각은 어떠세요?”
“이 업계에서 끝내 이기려고 마음만 먹는다고 다 이기는 건 아니잖아요.”
“그렇긴 하지만… 저희도 광고 후속으로 좀 더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야 하지 않을까 해서요.”
회의실에서 막 전화를 끊고 나온 전태국의 얼굴이 심각했다.
아무래도 한성의 투자가 공공연한 사실인 모양이었다.
“성국아… 아무래도 계약서에 도장 찍기 일보 직전인 것 같은데….”
“아직 도장은 안 찍었다는 말이죠?”
“그렇지. 근데 한성이 짹짹이에 투자하면 효과가 대단할 것이라는 말이 많아. 안 그래도 아직 국내 점유율은 짹짹이가 앞서는 상황이잖아.”
[그거야, 먼저 시작했으니까!]“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고요.”
팩트는 팩트지만, 아무래도 대규모 자본이 들어가면 광고와 대중 매체 노출 등 한국 사회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일들이 수없이 많았다.
한성의 자본이라….
이걸 어떻게 뚫고 나가지?
“우리 오후에 대책 회의하죠.”
나는 조용히 다시 자리에 앉았다.
솔직히 대책이라고 할 게 없어 보였다.
대기업의 자본은 어떻게든 짹짹이에게 유리할 테니까.
잭 더치의 승부욕을 자극한 이상 대기업 자본에 그동안 부정적이었던 잭 더치가 계약서에 도장 찍는 것은 어려워 보이지 않았다.
[이 상황을 돌파할 획기적인 이슈가 필요한데….]이때, 핸드폰이 울렸다.
그리고 익숙한 번호가 떴다.
찰리 잡스?
나는 얼른 전화를 받았다.
“찰리, 잘 지내죠?”
– 성국, 한국에 가서 아주 눌러앉았다며?
“6개월이에요. 후임자 올 때까지만요.”
– 그럼, 이번 내 아플폰 발표회에는 오지 못하겠네? 메일로 초대장 보냈는데, 아직 확인도 안 했더라고?
[아, 맞다! 아플사의 신제품 발표회!]그리고 이번 아플사의 발표회는 찰리 잡스가 살아생전에 하는 마지막 발표이기도 했다.
“찰리, 제가 제안드릴 일이 하나 있는데요.”
– 성국한테 공짜는 없는 거지?
[인생 그런 거 아니겠어, 찰리?]– 그래, 제안이 뭔가?
“이번 발표회 너튜브 독점 공개 어떠세요?”
– 맨입으로 말인가?
“당연히 그에 따른 계약은 작성해야겠죠. 그리고 또 부탁이 하나 있어요.”
– 뭔가?
“이번 아플폰 시연할 때 저희 ‘페이스 노트’를 연동해주세요.”
– ‘페이스 노트’를?
“네.”
이번 아플폰 4S는 찰리 잡스의 마지막 발표회이다.
찰리 잡스는 언제나 입는 검은 목티와 청바지, 그리고 운동화를 신고 나와서 아플폰의 신기능을 설명할 것이다.
거기에는 다양한 아플폰 전용 앱들이 등장할 것이고, 그중 하나가 바로 ‘페이스 노트’여야만 했다.
– 성국, 이거 거절하기 힘든 제안인데….
[당연하지. 내가 크리스토퍼 놀랜이랑 다 연결해줬잖아.]이번 새 아플론의 론칭과 더불어 병실에서 만나 우정을 다진 크리스토퍼 놀랜이 아플폰으로 영화를 찍어서 광고하기로 이미 한 상태였다.
“찰리, 너튜브 독점과 ‘페이스 노트’ 노출. 어떠세요?”
– 암튼 나보다 더한 사람은 자네가 처음인 것 같아. 그렇게 하지! 참, 초대장 보냈으니 대신 이번 아플폰 발표회에는 꼭 참석하게나.
“물론이죠!”
[당신의 마지막 발표회인데, 내가 꼭 참석해야지!]나는 얼른 전화를 끊고 전태국과 임진서를 쳐다봤다.
“저희 출장 가야 할 것 같은데요.”
“어디로요, 성국?”
“샌프란시스코로요. 찰리 잡스가 이번에 새 아플폰을 공개하거든요.”
“그런 자리라면 당연히 가야지! 대박! 나 가서 아플사 제품 또 싹쓸이해야겠네!”
[전태국, 제발 삼전의 후계자라는 사실을 잊지 마.]하지만 이미 전태국은 노트북으로 공개될 아플의 신제품들에 대한 기사를 보면서 살 물품을 정하기 시작했다.
임진서가 의아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근데 성국, 우리 한성 때문에 지금 발에 불 떨어진 거 아니었어요?”
“지금 막 찰리 잡스랑 협상이라는 것을 했어요. 너튜브로 아플 신제품 발표회 독점으로 공개하고, 새로 나온 아플폰 시연할 때 메인 화면에 ‘페이스 노트’ 앱 넣어주기로요. 이 정도면 한성의 물량 공세에 대적해볼 만하지 않겠어요? 짹짹이가 우물 안 개구리가 되어가는 중에, ‘페이스 노트’는 아플이 선택한 SNS가 되는 거죠.”
“성국…. 정말 대단해요….”
임진서는 감탄 어린 시선으로 나를 쳐다봤다.
[알아, 나 전성국이라고…]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참, 윌리엄. 한성과 짹짹이 계약 날짜 좀 알아봐 줘요.”
“어, 알았어. 근데 그건 왜?”
“아플사 시연 뒤라면… 아마 한성이 발을 뺄 수도 있을 것 같아서요.”
나는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